저는 뭐가 그렇게 좋아서글을 쓰는 걸까요?
유의미/여는 민우회 회원 내 이야기를 글로 써놓고 미친 만족감을 느끼는 열혈 Writer.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글을 써야 한다는 답변만 늘어놓을 것이다. 짱구보다 못 말리는 글쓰기 찬양론자.
📝 엉겁결에 시작한 첫 글쓰기
운이 좋게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기사를 써보기 시작했다. 글쓰기 경력이 전무한 가운데 특히 어려웠던 것은 특집 기사, 인터뷰 기사도 아닌 편집자 후기*였다. 10줄이 안 되는 짧은 글을 쓰기 전에 나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 지난 2년간 다른 사람이 쓴 편집 후기를 살펴보다 결국 마감하는 날 급히 제출하기도 했다. 짧은 글을 작성하는 것도 어려워하던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는 2022년 대선 다음 날이었다. 완전히 나를 압도할 만한 무력감에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우연히 발견한 글쓰기 프로그램에 덜컥 신청서를 보냈다. 떨리는 첫 번째 글쓰기 수업 시간, 다짐을 담은 짧은 글을 썼다.“초등생 시절, 가장 하기 싫었던 일기장 쓰기가 나의 마지막 글쓰기였다. 그만큼 나는 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대학교수나 CEO처럼 대단한 사람 정도가 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경험이 없는 분야는 언제나 막연하기만 하다. 그 막연함에 불쑥 뛰어든 도전이 결국 내 이야기를 잘 끄집어낼 수 있기를.” 편집자 후기*: 기사 편집을 마친 후, 편집의 과정·감상·계획·비평 따위를 단편적으로 간단히 적은 글.
🌻 ‘글 나눔’합니다
2022년 여름에는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방편으로 블로거 ‘우나시unasi’가 만든 당근 챌린지*를 시작했다. 물론 매일 빠짐없이 쓰지는 못했고 박수받을 만한 글도 없었다. 그럼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근 챌린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언어로 가득 채운 기록을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말이 끊기지 않을 만큼 많고, ‘피곤하다’는 단어를 자주 쓰고, 편집 후기만큼이나 짧은 글일지언정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기록들이 점점 쌓여갔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혹시 누가 비웃으면 어쩌지,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면 어쩌지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걱정한 것이 무색할 만큼 힘이 되는 말을 덧붙여 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당근 챌린지를 쭉 읽은 친구는 “네 글이 재밌어서 계속 보게 된다.” 말했다. 글쓰기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한 수강생은 “주제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본인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라 인상 깊었다.” 말하기도 했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새로운 시각을 얻고 이해의 범위가 넓어짐을 느낀다. 나의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그들의 글에서 깨달음을 얻는, 상호작용이 있는 글쓰기는 글을 계속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당근 챌린지*: 어떤 글이든 형식 없이 매일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하는 챌린지로, 당근은 ‘당신의 근황’의 준말이다.
😃 글쓰기 중독
감정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나의 내면 바닥까지 보여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부정당해 온 일이었기에 나를 온전히 들어내고 내 생각을 나타내는 글은 매번 주저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순간,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무아지경으로 적다 차분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불효라며 손가락질 받을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양육자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토해낼 땐 겁이 나면서도 짜릿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상처받는지,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은 무엇인지 등 마주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회피하려 했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피력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글쓰기에 중독되었다. 나를 잘 보살피게 하는 도구이자 성장하게 하는 발판이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 가부장제에 얽매여 억눌려 왔던 것들을 자신의 언어로 세상에 내지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금기를 깨어 나가는 ‘한 발짝’이기에 나는 글을 더욱더 열심히 쓰고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자신을 위해 글을 쓰지만, 언젠가 이 글들이 모여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
저는 뭐가 그렇게 좋아서
글을 쓰는 걸까요?
유의미/여는 민우회 회원
내 이야기를 글로 써놓고 미친 만족감을 느끼는 열혈 Writer.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글을 써야 한다는 답변만 늘어놓을 것이다. 짱구보다 못 말리는 글쓰기 찬양론자.
📝 엉겁결에 시작한 첫 글쓰기
운이 좋게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기사를 써보기 시작했다. 글쓰기 경력이 전무한 가운데 특히 어려웠던 것은 특집 기사, 인터뷰 기사도 아닌 편집자 후기*였다. 10줄이 안 되는 짧은 글을 쓰기 전에 나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 지난 2년간 다른 사람이 쓴 편집 후기를 살펴보다 결국 마감하는 날 급히 제출하기도 했다.
짧은 글을 작성하는 것도 어려워하던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는 2022년 대선 다음 날이었다. 완전히 나를 압도할 만한 무력감에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우연히 발견한 글쓰기 프로그램에 덜컥 신청서를 보냈다.
떨리는 첫 번째 글쓰기 수업 시간, 다짐을 담은 짧은 글을 썼다.
“초등생 시절, 가장 하기 싫었던 일기장 쓰기가 나의 마지막 글쓰기였다. 그만큼 나는 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대학교수나 CEO처럼 대단한 사람 정도가 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경험이 없는 분야는 언제나 막연하기만 하다. 그 막연함에 불쑥 뛰어든 도전이 결국 내 이야기를 잘 끄집어낼 수 있기를.”
편집자 후기*: 기사 편집을 마친 후, 편집의 과정·감상·계획·비평 따위를 단편적으로 간단히 적은 글.
🌻 ‘글 나눔’합니다
2022년 여름에는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방편으로 블로거 ‘우나시unasi’가 만든 당근 챌린지*를 시작했다. 물론 매일 빠짐없이 쓰지는 못했고 박수받을 만한 글도 없었다. 그럼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근 챌린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언어로 가득 채운 기록을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말이 끊기지 않을 만큼 많고, ‘피곤하다’는 단어를 자주 쓰고, 편집 후기만큼이나 짧은 글일지언정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기록들이 점점 쌓여갔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혹시 누가 비웃으면 어쩌지,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면 어쩌지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걱정한 것이 무색할 만큼 힘이 되는 말을 덧붙여 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당근 챌린지를 쭉 읽은 친구는 “네 글이 재밌어서 계속 보게 된다.” 말했다. 글쓰기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한 수강생은 “주제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본인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라 인상 깊었다.” 말하기도 했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새로운 시각을 얻고 이해의 범위가 넓어짐을 느낀다. 나의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그들의 글에서 깨달음을 얻는, 상호작용이 있는 글쓰기는 글을 계속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당근 챌린지*: 어떤 글이든 형식 없이 매일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하는 챌린지로, 당근은 ‘당신의 근황’의 준말이다.
😃 글쓰기 중독
감정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나의 내면 바닥까지 보여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부정당해 온 일이었기에 나를 온전히 들어내고 내 생각을 나타내는 글은 매번 주저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순간,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무아지경으로 적다 차분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불효라며 손가락질 받을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양육자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토해낼 땐 겁이 나면서도 짜릿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상처받는지,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은 무엇인지 등 마주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회피하려 했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피력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글쓰기에 중독되었다. 나를 잘 보살피게 하는 도구이자 성장하게 하는 발판이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 가부장제에 얽매여 억눌려 왔던 것들을 자신의 언어로 세상에 내지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금기를 깨어 나가는 ‘한 발짝’이기에 나는 글을 더욱더 열심히 쓰고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자신을 위해 글을 쓰지만, 언젠가 이 글들이 모여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