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비관 속에서도 눈을 반짝이고 있어야지
단호박/성평등미디어·지역팀 골다공증 걱정 없이 커피 마시며 늙는 할머니를 꿈꾼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통의동에 마련한 임시 천막 기자실에 방문했는데, 기자들에게 ‘현안 질문을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도입한다더니 6개월 만에 중단하고 가벽을 설치했다. 그때도 엉망진창이라고 느꼈지만 지금 언론·방송사에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더운 여름을 났다.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를 했다. 정부는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순방길에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언론 위축시키기에 나섰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미 대통령을 지칭하며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보도(일명 ‘바이든-날리면’)를 문제 삼으며, MBC 사장과 보도국장, 취재기자 등을 형사 고발했다. 외교부도 같은 사안으로 MBC에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문제에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는 괴담과 선동이라면서 언론의 기능을 축소하려 했다. 임기가 한 달 남은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촉했고, 단 2명의 여당 위원에 의해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졸속으로 처리했다.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정치권에서 선임해왔던 관행은 다시 문제가 됐다. 대통령이 바뀌자 전 정부에서 추천했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원은 해임되었고, 그 자리에 현 정부의 편에 설 방송 경력이 없는 이사장이 임명됐다. 이사회에서는 곧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방송이 정권에 따라 재편되고 독립적 운영이 불가한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방송법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익숙하고도 부당한 언론탄압의 모습이다.
언론 위축시키기에 나섰다.*: “대통령실,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가” 통보” (미디어오늘, 2023년 11월 9일)
📺 TV 수신료 분리징수와 미디어 공공성의 파괴
윤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수많은 퇴행 중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TV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공공성, 공영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재원이다.**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합산하여 징수해왔는데, 윤 정부는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결정하여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것을 결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10일로 줄였고, 89.2%의 시민이 분리징수를 반대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유튜브와 OTT가 대세인 시대에 공영방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채, 공영방송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무궁화호가 사라지고, 공공병원이 문을 닫고, 공적 돌봄 서비스가 축소됐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무너져가고 있고, 미디어의 공공성도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주요한 재원이다.**: “전기요금과 ‘동거 30년’, 수신료 2,500원의 모든 것” (미디어오늘, 2023년 6월 13일)
👨👩👧👧 시민과 함께 미디어 공공성을 고민하다
지난 9월 1일, 시민이 요구하고 지켜내야 하는 미디어 공공성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기 위한 미디어 공공성 고민회 〈진짜 공영방송이 없어도 괜찮아요?〉를 열었다. 사람들이 오기는 할까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열띤 토론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필자를 포함 함께 모인 6명의 참가자는 공영방송이 없어지면 일어날 변화와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재난방송도 유료로 보는 날이 오게 될까요?”, “KBS에서 방송하는 국악한마당, 가요 무대, 독립영화관 같은 프로그램은 사라질 거에요.”, “장애인 아나운서를 볼 기회가 없어질 것 같아요. KBS도 한계는 분명하지만요.” 시민의 이야기 속에서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 그래도 뉴스를 멈출 수 없다
TV 수신료 분리징수와 함께 이제는 ‘가짜뉴스’를 퇴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윤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의 정체는 ‘정부 비판 뉴스’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11월 8일에 진행한 토크쇼 〈그래도 뉴스를 멈출 수 없다〉에서 윤 정부가 어떻게 언론을 망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시민의 역할을 찾아봤다. 미디어는 시민이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가 정부·기업의 입장에서 쓴 기사만 전달한다면 어떨까?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관해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시민에게 편향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면? 진상을 파악해 그 정치적 목적을 밝혀내는 게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다 하고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엉망진창이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지지만, 미디어에 대해 말하는 걸 멈출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토의를 통해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것이다. 요즘 미디어 환경을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불안정한 미디어 상황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일에는 크게 기뻐하며 지치지 말자 서로를 다독인다. 권력자가 바라는 대로 위축되지 않고, 시민과 함께 민주적 방식의 길을 낼 것이다. 어두운 비관 속에서도 눈을 반짝이고 있어야지. 나서고 있다.*** : “‘가짜뉴스 퇴치’라고 쓰고, ‘언론 장악’이라고 읽는다” (시사인, 2023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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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반짝이고 있어야지
단호박/성평등미디어·지역팀
골다공증 걱정 없이 커피 마시며 늙는 할머니를 꿈꾼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통의동에 마련한 임시 천막 기자실에 방문했는데, 기자들에게 ‘현안 질문을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도입한다더니 6개월 만에 중단하고 가벽을 설치했다. 그때도 엉망진창이라고 느꼈지만 지금 언론·방송사에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더운 여름을 났다.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를 했다. 정부는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순방길에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언론 위축시키기에 나섰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미 대통령을 지칭하며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보도(일명 ‘바이든-날리면’)를 문제 삼으며, MBC 사장과 보도국장, 취재기자 등을 형사 고발했다. 외교부도 같은 사안으로 MBC에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문제에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는 괴담과 선동이라면서 언론의 기능을 축소하려 했다. 임기가 한 달 남은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촉했고, 단 2명의 여당 위원에 의해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졸속으로 처리했다.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정치권에서 선임해왔던 관행은 다시 문제가 됐다. 대통령이 바뀌자 전 정부에서 추천했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원은 해임되었고, 그 자리에 현 정부의 편에 설 방송 경력이 없는 이사장이 임명됐다. 이사회에서는 곧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방송이 정권에 따라 재편되고 독립적 운영이 불가한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방송법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익숙하고도 부당한 언론탄압의 모습이다.
언론 위축시키기에 나섰다.*: “대통령실,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가” 통보” (미디어오늘, 2023년 11월 9일)
📺 TV 수신료 분리징수와 미디어 공공성의 파괴
윤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수많은 퇴행 중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TV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공공성, 공영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재원이다.**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합산하여 징수해왔는데, 윤 정부는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결정하여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것을 결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10일로 줄였고, 89.2%의 시민이 분리징수를 반대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유튜브와 OTT가 대세인 시대에 공영방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채, 공영방송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무궁화호가 사라지고, 공공병원이 문을 닫고, 공적 돌봄 서비스가 축소됐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무너져가고 있고, 미디어의 공공성도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주요한 재원이다.**: “전기요금과 ‘동거 30년’, 수신료 2,500원의 모든 것” (미디어오늘, 2023년 6월 13일)
👨👩👧👧 시민과 함께 미디어 공공성을 고민하다
지난 9월 1일, 시민이 요구하고 지켜내야 하는 미디어 공공성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기 위한 미디어 공공성 고민회 〈진짜 공영방송이 없어도 괜찮아요?〉를 열었다. 사람들이 오기는 할까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열띤 토론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필자를 포함 함께 모인 6명의 참가자는 공영방송이 없어지면 일어날 변화와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재난방송도 유료로 보는 날이 오게 될까요?”, “KBS에서 방송하는 국악한마당, 가요 무대, 독립영화관 같은 프로그램은 사라질 거에요.”, “장애인 아나운서를 볼 기회가 없어질 것 같아요. KBS도 한계는 분명하지만요.” 시민의 이야기 속에서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 그래도 뉴스를 멈출 수 없다
TV 수신료 분리징수와 함께 이제는 ‘가짜뉴스’를 퇴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윤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의 정체는 ‘정부 비판 뉴스’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11월 8일에 진행한 토크쇼 〈그래도 뉴스를 멈출 수 없다〉에서 윤 정부가 어떻게 언론을 망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시민의 역할을 찾아봤다. 미디어는 시민이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가 정부·기업의 입장에서 쓴 기사만 전달한다면 어떨까?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관해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시민에게 편향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면? 진상을 파악해 그 정치적 목적을 밝혀내는 게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다 하고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엉망진창이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지지만, 미디어에 대해 말하는 걸 멈출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토의를 통해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것이다. 요즘 미디어 환경을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불안정한 미디어 상황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일에는 크게 기뻐하며 지치지 말자 서로를 다독인다. 권력자가 바라는 대로 위축되지 않고, 시민과 함께 민주적 방식의 길을 낼 것이다. 어두운 비관 속에서도 눈을 반짝이고 있어야지.
나서고 있다.*** : “‘가짜뉴스 퇴치’라고 쓰고, ‘언론 장악’이라고 읽는다” (시사인, 2023년 10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