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거침없는 해장상담소, 해장은 좀 되셨나요?
[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거침없는 해장상담소, 해장은 좀 되셨나요?
지난해 100회를 넘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방송되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의 팟캐스트. [해장상담소]의 아이콘 ‘장미꽃뱀’과 PD ‘바사’와의 인터뷰로 [해장상담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해드립니다. [편집팀]
Q. [거침없는 해장상담소](이하 해장상담소)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장미꽃뱀(이하 꽃뱀): 활동가들과 수다 떨면 진짜 웃길 때 많거든요. 시트콤 같은 일도 많고 열 받아서 같이 폭발할 때도 있고요. 욕도 같이 해야 맛이잖아요? “성명서나 활동으로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녹음해보자”, “멀리 있거나 만나지 못하는 페미니스트와 이 분위기를 나눠보자”며 2015년에 방송을 시작했어요. 여성으로 산다는 게 소주 댓병은 먹은 것 같은 숙취로 가득한 일상이잖아요. 아예 그 숙취가 사라질 순 없지만 해장은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름을 [해장상담소]라고 지었어요.
Q. 초창기에는 [해장상담소]를 민우회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숨겼다고 들었어요.
꽃뱀: 그 때만 해도(지금은 아닌가) 민우회 활동가들이 민우회 이름을 내거는 팟캐스트는 “나 같아도 안 듣겠다”는 강도 높은 의견이 있었어요. 저도 사실… 여성단체가 팟캐스트 한다고 하면 너무 답정너* 방송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걸 탈피하고 싶었어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
Q. [해장상담소]의 청취율이 어떻게 되나요?
바사: 올해 누적 청취율이 160만을 넘었답니다. 제작비 후원모금함 개설하면 청취자분들이 숨은 천사가 되어서 모금함도 채워주신답니다. 그런데 깨알 홍보를 하고, 선물을 드린다고 해도 사연은 놀랍도록 보내주시지 않아요. 듬직하지만 수줍은 청취자 여러분, 사연 좀 보내주세요.
Q. 꽃뱀님이 [해장상담소]에 가장 오래 참여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요?
꽃뱀: 회원분들과 통화를 할 때 종종 “혹시 꽃뱀님?”이라고 말을 해주실 때 신기했어요. 가끔은 ‘누가 듣고는 있나?’ 싶어서 마음이 허한데 “잘 듣고 있다”, “나도 ○○ 이슈 너무 열 받았다”, “왕타 칫솔* 나도 쓰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셨을 때 힘이 났어요. 얼마 전에 택시에서 내릴 때 기사님이 “혹시 방송하는 사람이에요?” 라는 거예요. 되게 황당한 상황이긴 한데 혹시 이분도 해장상담소 들으시나? 아님 딸이나 아내 분이 틀어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너무 나갔나요)
*민우회 바자회 때 후원받은 물품. 꽃뱀이 방송에서 해장PICK으로 추천.
Q. 바사님 2년째 [해장상담소]의 PD이신데, 제작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사: 청취자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실까?’가 가장 큰 고민이죠. 고심해서 주제를 정하면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고요. 그 다음은 패널들의 합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녹음하는 날에는 게스트와 패널의 기운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을 해요.
Q. 꽃뱀님의 포효(?)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재미와 의미를 모두 챙기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녹음을 하러 오기 전에 어떤 다짐을 하고 오시나요?
꽃뱀: 의미와 재미를 저울질하고 균형을 가져가는 게 관건이죠. 녹음 전날 그거보다 한 2배 정도 세게 혼자 베란다에서 포효해요. 저도 그런 저를 관찰하며 대체 이렇게 화가 많으면 세상을 어떻게 사나 싶고 그래요. 그리고 막 포효내용을 적어요. 그 내용을 녹음 날 실험해보곤 해요. 포효를 그만큼 한다는 건 의외로 겁도 엄청 많다는 거예요. 드라마 〈부부의 세계〉 ‘지선우’처럼 묵직하게 조지는 것도 보통 힘이 아니거든요. 두려움이 들 때 오히려 화를 함께 내면 좀 사그라지는 것 같아요.
Q. 꽃뱀과 본체는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요?
꽃뱀: 본체는 활동가이고 꽃뱀은 조금 더 개인1로서의 캐릭터를 잡아보았어요. 활동가인 저는 어떨 때 끝 간 데 없이 진지해질 때가 있는데 장미꽃뱀일 때는 일상에서 서울 구로구에 사는 비혼 시민1로서 생각하려 해요.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 열 받을 일이 너무 많은 페미니스트로서, 유리는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생활인으로서, 넷플릭스 추천받고 싶은 네티즌(?)으로서 드는 고민을 생각하면서 준비하는 것 같아요.
Q.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바사: PD이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어 고민이 되네요. 어렵지만 하나를 꼽자면 전희경님이 함께 해주셨던 〈110회 늙고 아플 서로에게 feat. 여성의 나이 듦〉인데요. 여성에게 나이란 무엇인지, 사회에서 나이 든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서로 돌봄다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정말 깊이 있는 방송이었어요. 2019년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방송이기도 하답니다.
Q. [해장상담소]가 어떤 팟캐스트가 되길 바라나요?
꽃뱀: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이 어떨 땐 선명한 지향이 있고 어떨 땐 정답이 없기도 한 것 같아요. 지향과 가치는 공유하되 정답은 선명하지 않았음 해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만으로 삶은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그것을 통해 달라지기도 하고. 변화는 정말 어려운 거거든요. 그래서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이들과 함께 그 욕망과 시행착오의 궤적을 짚어가며 이해받고 어떨 땐 배울 수 있는 방송이 되었음 해요.
바사: 출퇴근 길에, 밥먹다, 청소하다, 운동하다, 산책하다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안 올라오면 허전한, 일상의 고민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이슈에 함께 고민 할 수 있는 팟캐스트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Q.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꽃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의 ‘재미’를 절대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 화가 너무 나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차가워지거든요. 하지만 페미니스트로 사는 게 어떨 땐 진짜 웃기잖아요. 사회의 민낯을 알아버렸을 때 사람의 농담은 진화하거든요. 그리고 그 농담과 유머가 통하는 친구들 속에서 페미니스트인 나도 성장을 하더라고요. 화가 나고 힘들 때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오래오래 페미니스트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법과 정치의 변화 다 중요하지만 페미니스트로 오래 버티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변화한다고 믿어요.
바사: [해장상담소]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청취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쭈욱~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해장상담소 113회 〈난임지원 사업이 말하지 않는 것들〉 녹음 현장 사진.
왼쪽 하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게스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김명희, 개복치, 진행자 갓김치, 패널 꽃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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