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살거야!
[2021 하반기-함께가는여성] ing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살 거야!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페미니스트 모여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몇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위기를 진단하는 일, 그리고 어떻게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여 이 위기로부터 나아갈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이 한국사회의 성차별구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더욱 강화하는 현실에서 페미니스트들의 경험과 생각을 받아들여 정의로운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적 요구이다. 페미니스트가 살고 싶은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변화의 언어를 만들어서 널리 퍼뜨리는 일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우회는 대선 국면에서 성평등한 복지 의제를 설정하고 확산하기 위해 페미니스트의 생각을 모으고자 했다.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 거야!〉 집담회는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다음 사회를 함께 상상해보고, 복지국가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동등한 시민성에 기반을 둔 복지국가’, ‘적정한 삶의 조건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주제로 두 차례의 집담회가 열렸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앞날을 함께 나누어보고 싶은”, “여성의 가난은 여성 개인의 탓이 아니므로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로 돌보고 돌봄받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 관심이 있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고 싶고 그런 국가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집담회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 거야!〉 첫 번째 시간인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는 왜 지금의 복지 체계 안에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기존의 복지 체계는 혈연 및 혼인으로 이루어진 법적 가족을 복지의 기초 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남성은 가족 내에서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생계를 보조하며 가사와 돌봄을 전담할 것이라는 불평등한 성별분업구조를 전제한 채, 가구나 세대 기준으로 복지 수요를 파악하는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집담회에서는 복지제도 안에서 법적 가족의 일원으로 취급되어 개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감각, 생계와 돌봄을 공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경험들을 나누며 다른 사회를 상상해보고자 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시민에게 태어날 때부터 복지 소득이 들어오는 자기만의 계좌가 있다면?’, ‘누구나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면?’, ‘모두가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가 법에 명시된다면?’, ‘모든 사회구성원이 살면서 한 번쯤은 돌봄 일자리에 종사한다면?’과 같은 질문에 함께 답해보았다.
“자기만의 복지 계좌가 있다면 내가 이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고, 공동체가 어느 정도 나의 문제를 책임져주고 나눠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꼭 같이 살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되면서도, 개인적인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나가는 그런 관계들까지 가족의 범위가 확장되면 좋겠어요.”,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가 법에 명시된다면 좋겠고, 공교육으로 돌봄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 모두에게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오는데,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시설에 넣어버리거나 가족 내에서 여성들이 돌봄을 전담하게 하는 식으로 돌봄을 보이지 않게 하고 있잖아요. 그걸 드러낼 수 있도록요.”, “만약 모두가 의무적으로 돌봄에 종사한다면, 남성들도 남을 돌보는 방법과 어려움을 알게 되지 않을까.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각자가 생각하는 시민적 권리와 책임을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 동등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일상과 관계를 구성하는 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
첫 번째 집담회에서 ‘페미니즘 복지국가’의 체계와 시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두 번째 집담회에서는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라는 제목 아래 ‘페미니즘 복지국가’가 보장하는 복지의 내용을 채워보았다. 지금 한국사회에 어떤 복지가 필요한지를 상상해 보기 위해, 우선 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나 막연히 불안한지, 왜 스스로와 서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적극적으로 불평등을 개선하고 사회적 재분배를 촉진하기보다, 노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생존만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선별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데 치중되어 있다. 개개인은 자력으로 당장의 생계와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너무 많이 오랜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다. 너무 긴 임금노동시간은 사람들이 필수적인 쉼과 돌봄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만들고,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주권을 빼앗고 있다.
따라서 민우회는 ‘페미니즘 복지국가’가 생존과 돌봄을 나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여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누구나 막연히 불안해하지 않아도, 버티며 일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생활임금을 벌 수 있다면?’, ‘갑자기 쫓겨나거나 집세가 오를 걱정 없이 한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노동시간이 지금보다 줄어든다면?’, ‘삶 가운데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내게 아무런 조건 없이 소득이 주어진다면?’, ‘사회적 비용을 일으켜 얻은 이익을 사회가 환수한다면?’, ‘환수한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한다면?’ 모두에게 안정적인 삶의 조건과 사회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를 상상하는 질문들에 참가자들이 함께 답해보면서,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논의하는 즐거운 토론이 이루어졌다.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 마트∙공원∙도서관∙병원이 있는 공간, 근처에 친구들이 있는 공간에서 주거비 걱정 없이 오래 머무를 수 있으면 내 삶을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정 기간 조건없이 소득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이 덜 날카로워질 것 같아요. 그 소득으로 다음을 위한 도약을 한다든가, 선뜻 더 필요한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 빡빡하지 않은 시간에 출근해서 점심시간도 한 시간 반, 양치도 여유롭게 하고. 퇴근할 때도 해가 있으면 좋겠고.”, “이 사회는 경제적인 이익만 나면 그 외에 모든 것은 좌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선한 것,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어리고 멋모르는 걸로 치부되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여성들이 돌봄 부담을 많이 하잖아요. 나와 엄마, 할머니까지 삼대에 걸쳐서. 그 돌봄노동의 비용을 사회가 환급을 하는 거예요.”
각자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길어올린 고민을 힘있는 일상의 언어로 이야기해보며, 새로운 사회정의를 만들어가는 페미니스트의 힘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설레는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경쟁과 차별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서로 연결될 필요가 없다고, 사회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함부로 말하는 이 사회에서도 꿋꿋이 더 나은 사회를 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한다.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 거야!〉 집담회는 그런 페미니스트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힘을 받는 자리, 서로의 경험과 생각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함께 더 나은 사회를 구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페미니스트가 함께 나눈 가슴 뛰는 상상들을 그저 공상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페미니즘 복지국가의 큰 그림을 대선에서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고, 확산하기 위한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온다(이민주)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20대 대통령 선거가 ‘온다’. 페미니스트 정치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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