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담은,
하늘을 닮은 성폭력피해여성 쉼터 이야기
설이/고양여성민우회 사무국
꾸준히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볼 결심
사진1 .하담시그널 모임 참석자용 안내 웹포스터
고양여성민우회는 부설 기관으로 성폭력상담소와, 성폭력피해여성 쉼터 ‘하담’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민우회 지부 중에서도 쉼터를 운영 중인 지부는 광주와 고양 두 군데 뿐이라 오늘은 쉼터 하담의 이야기를 본부 소식지를 통해서 소개하려 한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담이라는 시설명은 그런 ‘하늘을 닮다’, ‘하늘을 담다’라는 의미를 담아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담은 성폭력피해 생존자의 생활시설로, 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인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다. 가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특히 청소년들에게 가정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하담의 활동가들은 이렇게 가정을 떠나 쉼터로 오게 된 여성들과 일상을 함께 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의 민우회 활동가들이 오전 9시 30분까지 출근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는 것과는 다르게 하담의 활동가들은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한다. 주말, 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하담 입소자(이하 하담인)들과 말 그대로 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개인상담, 가족상담을 하기도 하고, 전학 절차를 함께 하거나 등교시간에 맞춰 입소자를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는 등 학교 생활과 일상 생활을 함께 한다. 신체적, 정신적 의료지원과 성폭력 피해 관련 법률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직업훈련을 포함한 경제적, 정서적 자립 훈련도 함께 한다. 하담인들이 쉼터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즉, 하담인들은 모두 언젠가는 하담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자립은 무 자르듯이 단순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스무 살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혼자서 우뚝 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하담에서는 하담인들이 퇴소 이후에도 받을 수 있는 공적 자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담에서는 하담을 떠난 하담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담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하담 퇴소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사업을 진행 중인 전 하담 활동가 ‘밍’에 따르면, 하담을 떠난 사람들은 퇴소 직후가 가장 어렵다고 얘기한다. 원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자신이 생활했던 쉼터인 하담과 하담의 활동가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부터 늘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쉼터에서 살다가 혼자 독립하고 나서 겪는 정서적 외로움까지 퇴소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다보면 퇴소 이후에도 활동가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밍은 이렇게 퇴소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문득 퇴소인 인터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담에서 10여 년 전 퇴소한 ‘쭌’이라는 사람이 있다. 쭌은 하담을 떠난 뒤 자신이 깨달은 사실들을 밍에게 담담하게 얘기했다. 밍은 쭌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이야기들을 다른 하담인들에게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꼭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라도 울림이 느껴지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도 한다. 사람들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산다고 하면 ‘불쌍해’,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하고 뭉뚱그린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같은 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개인은 다르다. 하담인 개개인이 퇴소하면서 품는 결심도 다르고, 꿈도 다르고, 욕구도 다르다. 밍은 이렇듯 저마다 다른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인터뷰를 핑계로 퇴소한 하담인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한다.
사진2. 벚나무에 기대어 있는 하담인
하담플러스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터뷰를 통해 하담 퇴소인들이 당사자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자원과 지원이 무엇인지, 퇴소 직후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결과를 바탕으로 쉼터 퇴소인을 공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향을 수립하고, 퇴소인 공적 지원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하담에서는 인터뷰 외에도 ‘하담시그널’ 이라는 이름의 퇴소인 모임도 별도 운영한 적이 있다. 앞서 말한 쭌이 멘토가 되어 이제 막 퇴소한 하담인들과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 느슨한 모임이었다. 지금은 조금 더 많은 퇴소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준비 중이다. 한편, 하담 퇴소인 인터뷰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하담 퇴소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함께가는 여성의 독자들은 고양여성민우회 홈페이지 활동 게시판(goyang.womenlink.or.kr/29)에서 ‘하담플러스’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이때까지 올라온 인터뷰 내용들을 읽어볼 수 있다. 앞으로 올라올 이야기들은 고양여성민우회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팔로우하면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하늘을 담은,
하늘을 닮은 성폭력피해여성 쉼터 이야기
설이/고양여성민우회 사무국
꾸준히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볼 결심
사진1 .하담시그널 모임 참석자용 안내 웹포스터
고양여성민우회는 부설 기관으로 성폭력상담소와, 성폭력피해여성 쉼터 ‘하담’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민우회 지부 중에서도 쉼터를 운영 중인 지부는 광주와 고양 두 군데 뿐이라 오늘은 쉼터 하담의 이야기를 본부 소식지를 통해서 소개하려 한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담이라는 시설명은 그런 ‘하늘을 닮다’, ‘하늘을 담다’라는 의미를 담아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담은 성폭력피해 생존자의 생활시설로, 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인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다. 가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특히 청소년들에게 가정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하담의 활동가들은 이렇게 가정을 떠나 쉼터로 오게 된 여성들과 일상을 함께 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의 민우회 활동가들이 오전 9시 30분까지 출근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는 것과는 다르게 하담의 활동가들은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한다. 주말, 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하담 입소자(이하 하담인)들과 말 그대로 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개인상담, 가족상담을 하기도 하고, 전학 절차를 함께 하거나 등교시간에 맞춰 입소자를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는 등 학교 생활과 일상 생활을 함께 한다. 신체적, 정신적 의료지원과 성폭력 피해 관련 법률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직업훈련을 포함한 경제적, 정서적 자립 훈련도 함께 한다. 하담인들이 쉼터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즉, 하담인들은 모두 언젠가는 하담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자립은 무 자르듯이 단순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스무 살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혼자서 우뚝 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하담에서는 하담인들이 퇴소 이후에도 받을 수 있는 공적 자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담에서는 하담을 떠난 하담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담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하담 퇴소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사업을 진행 중인 전 하담 활동가 ‘밍’에 따르면, 하담을 떠난 사람들은 퇴소 직후가 가장 어렵다고 얘기한다. 원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자신이 생활했던 쉼터인 하담과 하담의 활동가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부터 늘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쉼터에서 살다가 혼자 독립하고 나서 겪는 정서적 외로움까지 퇴소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다보면 퇴소 이후에도 활동가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밍은 이렇게 퇴소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문득 퇴소인 인터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담에서 10여 년 전 퇴소한 ‘쭌’이라는 사람이 있다. 쭌은 하담을 떠난 뒤 자신이 깨달은 사실들을 밍에게 담담하게 얘기했다. 밍은 쭌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이야기들을 다른 하담인들에게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꼭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라도 울림이 느껴지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도 한다. 사람들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산다고 하면 ‘불쌍해’,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하고 뭉뚱그린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같은 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개인은 다르다. 하담인 개개인이 퇴소하면서 품는 결심도 다르고, 꿈도 다르고, 욕구도 다르다. 밍은 이렇듯 저마다 다른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인터뷰를 핑계로 퇴소한 하담인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한다.
사진2. 벚나무에 기대어 있는 하담인
하담플러스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터뷰를 통해 하담 퇴소인들이 당사자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자원과 지원이 무엇인지, 퇴소 직후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결과를 바탕으로 쉼터 퇴소인을 공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향을 수립하고, 퇴소인 공적 지원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하담에서는 인터뷰 외에도 ‘하담시그널’ 이라는 이름의 퇴소인 모임도 별도 운영한 적이 있다. 앞서 말한 쭌이 멘토가 되어 이제 막 퇴소한 하담인들과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 느슨한 모임이었다. 지금은 조금 더 많은 퇴소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준비 중이다. 한편, 하담 퇴소인 인터뷰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하담 퇴소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함께가는 여성의 독자들은 고양여성민우회 홈페이지 활동 게시판(goyang.womenlink.or.kr/29)에서 ‘하담플러스’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이때까지 올라온 인터뷰 내용들을 읽어볼 수 있다. 앞으로 올라올 이야기들은 고양여성민우회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팔로우하면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