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기타[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9개의 시선: 공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지

2023-01-04
조회수 1129

[9개의 시선] 광주지부 소식

공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지

 

 

제1회 민우풋살리그 ‘우리가 국대는 아니지만’이 끝이 났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지?

어느 날부터인가 불어온 여성 풋살 열풍은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때마침 본부와 4개의 지부(광주·동북·진주·파주)가 함께하는 민우회 공동사업 ‘풋살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게 되었다. 클래스를 앞두고 활동가들과 ‘여성의 것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었던 운동장에서 공을 차봤다. 숨차게 뛰어보며 해방감을 느꼈다. 걱정과 기대 속에 열린 원데이 클래스는 많은 예비 회원과 민우회가 만나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광주민우회는 그분들과 함께 풋살 소모임 ‘FC킥킥킥’을 창단했다.

그 후, 사무국장 네트워크에서 “여러 지부가 함께 풋살 리그전을 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호응을 얻으며 ‘민우풋살리그’가 계획되었다. 원래는 서울에서 리그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광주지부가 “거리상 중간인 대전이 좋겠다”라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리하여 광주 지부와 본부 활동가들이 함께 풋살 리그 기획을 맡아서 하게 되었다.

풋살 리그를 하려면 후원처부터 모집해야 했다. 본부에서는 ‘위밋업스포츠’1)에 후원을 요청했고, 스포츠 용품을 후원받았다. 광주지부는 평소 연이 닿아있던 곳에 다시 한 번 더 광주여성민우회가 어떤 곳인지, 민우풋살리그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면서 후원 요청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다들 수락해주셨다. 후원금과 함께 음료 및 간식을 후원해주시기도 했고, 유니폼 제작비를 후원받기도 했다. 장년차 활동가의 활동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도 했는데, 거래 은행에 만기 된 예금을 재예치하며 노련하게 후원 요청하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다.

리그전이 다가오면서 광주 ‘FC킥킥킥’은 연습 횟수를 늘렸다. 무더위와 여름휴가가 겹치고 바쁜 일상에 밀려 연습 인원이 줄어드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이러다 리그전에 못 나가는 것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풋살로 머리를 비울 때 느껴지는 개운한 맛, 땀 흘리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 이 맛에 다들 빠져들고부터는 기꺼이 시간을 할애했다.

이렇게 풋살에 빠져 산 지 6개월이 지났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리그전은 아쉽게도 진주지부(FC찰라라)가 빠지면서, 5개 팀 △FC킥킥킥(광주) △FC해방(동북) △FC호랑이(본부) △달빛축구단(춘천) △FC든든단단(파주)이 참가하게 되었다.

경기장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사뭇 비장해 보이기도 했다. 본경기에 앞서 팀 상관없이 미니 게임을 해보며 굳은 몸을 풀어보았지만 진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침 흥겨운 음악을 틀어주시고, 힘찬 진행으로 재미를 더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대전풋살연맹의 사무처장님이었다. 광주지부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해주신 강사님의 소개로 풋살 리그 경기장을 예약했는데, 알고 보니 이 곳이 연맹 회장님께서 운영하는 풋살장이었다. 마치 월드컵(!) 경기 중계처럼 적재적소에 해설 멘트를 덧붙여 주신 덕분에 훨씬 더 재미있는 리그전이 될 수 있었다.

경기는 각각 한 번씩 시합하는 방식(리그전)으로 진행이 되었다. 또한, 승리 시 3점, 무승 부시 1점, 패배 시 0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계산방식에 따라 결승전에 갈 두 팀이 정해졌다. 그 결과 FC킥킥킥과 FC호랑이가 결승에 올라갔다.

 

▲사진: 민우리그 대진/점수표

 

광주 FC킥킥킥은 리그전 1위로 결승전에 올라가면서 창단 이래 가장 기쁜 순간을 맛보았…지만 결승전 우승은 FC호랑이에게 내주게 되었다. 그러나 결코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5등을 기록한 FC해방은 부상으로 ‘제2회 민우풋살리그 부전승권’을 받았으니, 다음엔 우승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잔디밭 가득히 여성들이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치열하게 공을 두고 다투는 그 모습도 다시 보고 싶다.

긴 시간 준비했던 풋살리그가 끝나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고민도 조금 가벼워졌다. 그런데 주머니도 가벼워질 것 같다. 찬 바람이 부니 새로운 장비가 필요해진 것이다. 바람막이부터 장갑, 귀마개 등 준비할 것들에 끝이 없다. “알고 보니 풋살은 귀족 스포츠”라고 팀원들과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겨울의 풋살은 어떨지 상상이 잘되지 않지만, 팀원들과 함께 헤쳐 나가보련다. 그것이 팀이니까. 우리처럼 풋살에 진심일 많은 여성 팀을 응원한다!

 

▲사진: 민우리그 전 지부 단체사진


 1) 은퇴 여성 선수들이 만든 여성과 아동을 위한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햇살

❚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해가 반짝반짝한 날에 에너지를 얻는다. ‘햇살!’로 불리며 해가 나지 않는 날에도 에너지를 받고 있고 그것들을 나누려 마음 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