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하반기_함께가는 여성] 활동 ing
날씨를 느껴보라니...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여경/성평등 네트워크팀
하찮고 귀여운 것들이 주는 행복감이 좋다.
기후는 날씨 주머니다. 매일의 날씨가 모여 기후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년간 매일 날씨를 기록한 기후의 평균값 변동은 기후변화이다. 골목길 바닥에 그려진 속도제한 숫자 30을 보며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날씨가 어땠더라? 요즘처럼 날씨 얘기를 매우 자주 진지하게 하진 않았던 거 같다.

기후에 대한 감정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었다고들 한다. 이미 취약한 삶의 조건을 가진 이들에게 더욱 가혹한 기후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간/비인간 존재들이 목숨을 잃거나 터전이 파괴됐다. 그 현장을 다룬 뉴스를 보며 슬픔과 걱정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일본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해양투기를 승인했다. 허울뿐인 기후정책을 내놓는 정부, 환경영향평가 기준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기업을 보면 분노가 들끓는다. 한편, 채식을 지향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수많은 물건을 보며 심란함을 느낀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지난날들에 ‘기후위기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문제’라며 생각하기를 게을리했다.
죄책감, 무력감, 분노, 우울…. 기후위기 앞에서 느끼는 이 감정들은 과연 개인적인 것일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내다 보면 감정 너머의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일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더 많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확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에코페미니즘×동물권×청소년인권 그리고 기후감정
올해 성평등네트워크팀은 기후정의를 키워드로 활동했다. 상반기에는 새롭게 설정한 의제를 공부하고 여성, 청소년, 비인간 존재 등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위치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에 연대를 제안했다. 지난 6월부터 프러포즈를 받아준 동물권 행동 카라, 여성환경연대, 청소년인권 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들과 진-하게 만났다. 이미 짜여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연대방식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이것들을 하나의 공동액션으로 모아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날씨를 느낀다는 것
8월 말에 진행된 〈기후위기 감정 창작 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는 평소 무심히 지나쳤거나 타자화해 온 날씨를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글, 그림, 사진 중 한 가지 방법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에코 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김신효정 부소장의 짧은 강의를 듣고 밖으로 나가 밤 산책을 했다. 날씨를 느껴보라니…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 물음표가 떠다녔다. 낯설다. 우선 집중해본다. 킁킁. 코 평수를 넓혀 비가 그친 축축한 공기를 맡아본다. 도시의 골목이 가진 빛, 냄새, 습도, 소리 등이 뒤엉켜 느껴졌다. 워크숍 장소로 돌아와 내가 느낀 날씨와 기후감정에 집중해 표현한 창작물을 모두 공유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평소 생각과 고민, 감정과 연결된 삶의 한 조각을 나눈 것만 같았다.
무력한 방관자가 아니라, 분노한 당사자가 되자
그때 모은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져 〈기후감정이 있는 밤〉 행사를 9월에 추가로 개최하게 됐다. 워크숍 결과인 글, 그림, 사진 전시와 발표 외에도 새롭게 나만의 기후감정을 떠올려볼 수 있는 단편영화와 토크, 음악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날도 비가 왔다. 비를 뚫고 행사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한 참가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기후위기 시대에 누구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분노가 피어오르기 쉽다. 그 분노를 시작으로 기후정의를 향한 마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을 계속 찾아가 보자. 무력감에 휩싸여 기후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만날 궁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할 재밌는 판을 꾸준히 기획해 보면 어떨까.
“죄책감과 분노, 마음으로 위기를 목격하던 마음이 너무 빠르게 식고, 무기력으로 잠식되던 때에 난 내가 더 잘하는 일로 마음을 바꾸었다. 사랑하기. 지키고 싶은 생명과 흔적을 사랑하며 긴 호흡을 내쉬고 싶었다. 사랑스러움의 발견과 관찰로 도시를 재발견한다. 더 높고 커지는 건물 사이에 오래된 향과 뿌리내리는 생명을 보며 그들에게 밤이 있기를.” 기후감정워크숍 참여자 이아의 〈모두에게 밤이 오길〉 중 일부
[2023_하반기_함께가는 여성] 활동 ing
날씨를 느껴보라니...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여경/성평등 네트워크팀
하찮고 귀여운 것들이 주는 행복감이 좋다.
기후는 날씨 주머니다. 매일의 날씨가 모여 기후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년간 매일 날씨를 기록한 기후의 평균값 변동은 기후변화이다. 골목길 바닥에 그려진 속도제한 숫자 30을 보며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날씨가 어땠더라? 요즘처럼 날씨 얘기를 매우 자주 진지하게 하진 않았던 거 같다.
기후에 대한 감정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었다고들 한다. 이미 취약한 삶의 조건을 가진 이들에게 더욱 가혹한 기후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간/비인간 존재들이 목숨을 잃거나 터전이 파괴됐다. 그 현장을 다룬 뉴스를 보며 슬픔과 걱정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일본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해양투기를 승인했다. 허울뿐인 기후정책을 내놓는 정부, 환경영향평가 기준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기업을 보면 분노가 들끓는다. 한편, 채식을 지향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수많은 물건을 보며 심란함을 느낀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지난날들에 ‘기후위기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문제’라며 생각하기를 게을리했다.
죄책감, 무력감, 분노, 우울…. 기후위기 앞에서 느끼는 이 감정들은 과연 개인적인 것일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내다 보면 감정 너머의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일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더 많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확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에코페미니즘×동물권×청소년인권 그리고 기후감정
올해 성평등네트워크팀은 기후정의를 키워드로 활동했다. 상반기에는 새롭게 설정한 의제를 공부하고 여성, 청소년, 비인간 존재 등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위치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에 연대를 제안했다. 지난 6월부터 프러포즈를 받아준 동물권 행동 카라, 여성환경연대, 청소년인권 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들과 진-하게 만났다. 이미 짜여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연대방식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이것들을 하나의 공동액션으로 모아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날씨를 느낀다는 것
8월 말에 진행된 〈기후위기 감정 창작 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는 평소 무심히 지나쳤거나 타자화해 온 날씨를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글, 그림, 사진 중 한 가지 방법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에코 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김신효정 부소장의 짧은 강의를 듣고 밖으로 나가 밤 산책을 했다. 날씨를 느껴보라니…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 물음표가 떠다녔다. 낯설다. 우선 집중해본다. 킁킁. 코 평수를 넓혀 비가 그친 축축한 공기를 맡아본다. 도시의 골목이 가진 빛, 냄새, 습도, 소리 등이 뒤엉켜 느껴졌다. 워크숍 장소로 돌아와 내가 느낀 날씨와 기후감정에 집중해 표현한 창작물을 모두 공유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평소 생각과 고민, 감정과 연결된 삶의 한 조각을 나눈 것만 같았다.
무력한 방관자가 아니라, 분노한 당사자가 되자
그때 모은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져 〈기후감정이 있는 밤〉 행사를 9월에 추가로 개최하게 됐다. 워크숍 결과인 글, 그림, 사진 전시와 발표 외에도 새롭게 나만의 기후감정을 떠올려볼 수 있는 단편영화와 토크, 음악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날도 비가 왔다. 비를 뚫고 행사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한 참가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기후위기 시대에 누구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분노가 피어오르기 쉽다. 그 분노를 시작으로 기후정의를 향한 마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을 계속 찾아가 보자. 무력감에 휩싸여 기후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만날 궁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할 재밌는 판을 꾸준히 기획해 보면 어떨까.
“죄책감과 분노, 마음으로 위기를 목격하던 마음이 너무 빠르게 식고, 무기력으로 잠식되던 때에 난 내가 더 잘하는 일로 마음을 바꾸었다. 사랑하기. 지키고 싶은 생명과 흔적을 사랑하며 긴 호흡을 내쉬고 싶었다. 사랑스러움의 발견과 관찰로 도시를 재발견한다. 더 높고 커지는 건물 사이에 오래된 향과 뿌리내리는 생명을 보며 그들에게 밤이 있기를.” 기후감정워크숍 참여자 이아의 〈모두에게 밤이 오길〉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