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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023_하반기_함께가는 여성] 활동 ing_우리가 할 수 있는 것

2024-01-09
조회수 509

[2023_하반기_함께가는 여성] 활동 ing

 

우리가있는

 

행크/전진TF

글 쓰는 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네용

 

 

정부대응 TF팀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은 올해 ‘윤석열 정부 망국정치 UP&DOWN 토크쇼’를 네 차례 진행했다. 정부 정책을 촘촘히 뜯어보는 자리, 화난 페미니스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신촌 거리에서 40여명의 발언자와 함께 ‘망국정치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릴레이 말하기대회’를 진행했다.

 

 

활동가가 된 이후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는 포털 뉴스에서 ‘연예’보다 ‘정치’를 먼저 클릭하게 된 것이다. 그전에도 나는 페미니스트였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제도 정치에는 크게 관심도 기대도 없는 걸 쿨하다 여겼다. 활동가가 되고 나서야 국회와 청와대(이제는 용산)에서 벌어지는 정치가 우리 삶에 큰 파장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정부대응 TF팀 ‘반동을 저지하며 전진’(이하 전진TF)은 역대급 불통 정부가 사회 공론장을 무너뜨릴 때 페미니스트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한 해를 보냈다. 5월은 현 정부와 신자유주의, 6월은 전세사기와 주거정책, 7월은 도서관 예산 삭감 등 반지성주의 정책, 8월은 “건전재정”을 외치는 현 정부의 문제적 재정정책에 대한 토크쇼를 열었다. 윤 정부가 후퇴시킨 정책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살피고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려 했다. 결국 모이고, 말하는 것, 듣고 나누는 것이 우리의 최고 능력이 아닐까.

좀 더 많은 시민을 만나고팠던 전진TF는 올해 마지막 행사로 ‘망국정치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릴레이 말하기대회’를 기획했다. 다양한 주제로 현 정부 아래 겪는 어려움과 분노를 말할 수 있는 자리, 흩어진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엮어내는 자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퇴행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듯한 일정으로 발언을 요청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본인의 경험을 사람들 앞에서 ‘증언’하고 싶다며 흔쾌히 응했다. SNS를 보고 발언과 공연을 신청한 시민도 있어 행사를 준비하며 설레고 마음이 따수웠다.

 

 

 

강풍, 핫팩... 민원

 

생각만큼 쉽게 흘러가진 않았다. 10월 20일은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때 이른 추위와 강풍이 신촌을 덮친 날. ‘슬픔과 분노의 캘리그라피’ 소모임 회원들과 현장에서 만난 시민이 정부를 향해 적은 문구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윤 정부의 망언에서 살아남기’ 사전 부스를 위해 대여한 룰렛은 강풍에 엎어져 모서리가 부서졌으며, 50인치 모니터 역시 행사 직전 강풍에 엎어져 금이 가고 말았다. 민우회 활동가들의 마음도 함께 부서졌지만, 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사전부스를 열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이 잠시 부스에 머물다가 망설임 속에 스쳐 지나갔다. 바닥에 붙은 캘리그라피 ‘오염수 방류X, 윤석열 방류OK’ ‘너 때문에 여성인권 50년 후퇴했다’에 시선이 머물고, 룰렛에 적힌 윤 정부의 망언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에 눈길이 멈췄다. 유심히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조심스레 말을 걸어오는 시민도 있었고, 룰렛 게임에서 생존해 뛸 듯이 기뻐하는 시민도 만났다.

오후 5시, 발언자들의 이어 말하기가 시작됐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해온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활동가, 지난 9월 압수수색을 당했던 녹색연합 활동가, 하루 아침에 공터가 된 ‘기억의 터’를 지켜봐야 했던 정의기억연대 활동가, 곧 문 닫을지도 모를 공영방송 TBS 상황을 전하는 방송작가의 목소리가 인파 속을 비집고 나왔다. ‘여성역사 공유공간 여담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우회 회원에서부터 민요 ‘닐리리아’를 개사해서 불러준 회원까지. 밤 9시까지 신촌을 지킨 우리 몸은 시리도록 추웠지만, 오랜 시간 이어진 발언의 열기에 마음만큼은 따뜻했다.

사실 우리 목소리는 기대만큼 행인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문화행사만 허가된 곳에서 집회를 한다는 민원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있었다. 하지만 발언하러 나온 40명의 시민, 현장에는 오지 못하지만 꼭 목소리를 내달라며 발언문을 보내온 사람들, 추운 현장에 핫팩을 사들고 온 시민들, 옹기종기 앉아 열심히 발언을 듣고 간 시민들. 이렇게 함께한 목소리와 마음을 앞으로 어떻게 모으며 끌고 갈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일 것이다.

 

 

 

하나하나 목소리에 꾸우욱 힘을 실어

 

윤 정부의 퇴행은 끝나지 않았다. 잠시 주춤했던 ‘주 69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미적용 외국인 가사 노동자’ 등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책들이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돌봄 노동자 처우 악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중단,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등 문제적 현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구조의 문제를 가리고, 국가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죽이고, 결국 시민을 능력주의와 각자도생의 늪으로 빠뜨리는 현 정권의 기조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발언자 중 한 사람인 최현숙 작가는 양당 체제에 의존하는 현실, 대안 없는 정치에 실망한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잃게 된 현실에 개탄했다. 양당체제 너머 “우리의 정치”를 상상하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같이 시작”하고 “함께 넓혀 나가자”고 당부했다. 어느 때보다도 현실 정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말하기, 행동이 중요한 때이다. 절망하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또다시 힘을 실어 또박또박 목소리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