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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신데렐라 환상은 방송이 만든다

200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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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기관지인 \"함께가는 여성\" 특별기획에 실린 글입니다. (총5쪽)




특별기획∙방송과 미인대회

 

신데렐라 환상은 방송이 만든다

 

 

조정하 홍보사업부장

 

궁금한 게 있다. 신데렐라가 경험한 궁중무도회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아무리 소설이래지만 설마 이보다 더 화려할까?

오늘은 신데렐라를 뽑는 날! 궁중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축제가 마련되어 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축포가 터진다. 무대 구석구석 장식되어 있는 꽃과 조명 사이로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다. 왕자님은 하늘하늘 환상적인 드레스를 잠시 입히더니 어느새 충분히 벗은 몸을 감상하고 있다.

“나 어때요?”

“제 몸을 보셨나요? 통통 튕기는 탄력이 충분히 살아있지요?”

“전 한달에 20만원만 있으면 불평없이 살 수 있답니다. 바가지라니요? 왕자님! 저에게 한 표 주세요.”

왕자님? 유리구두를 탐내는 여성들은 열지어 세워진 채 부분부분 숫자로 체크당한다. 공정하다는 컴퓨터앞에서. 얼굴은 어떤가? 크면 안되는데~. 웃을 때 잇몸이 드러나는 것도 꼴불견이지. 목은? 짧으면 안돼. 어깨도 넓으면 곤란한데, 각도를 볼까? 20도에서 어긋나면 미인이라고 할 수 없어. 자로 재어봐야겠군. 유방은 크기가 얼마나 되나? 위치는 적절하나? 유방 라인을 좀 자세히 봐야겠군, 처지면 금물이야. 허리는? 배는? 엉덩이는? 허벅지는? 원~ 좀 벌어졌군, 쯧쯧. 그럼 다리를 볼까? 근육이 보이면 안되는데~, 발은? 발뒤꿈치는 어떤가 봐야겠군. 점은? 점은 없나? 피부색깔도 중요하지, 암~.

후보들은 그저 축제의 환희에 푹 빠져있다. 화려함, 환상적인 불빛, 제비같은 남성 가이드, 분위기 사로잡는 음악 그리고 모두의 환성, 환호! 모든 여성들이 동경하는 세상에 내가 이제 곧 선택된다며 후보들은 환호하고 있다. 왜? 여기는 아무나 올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니까, 우리는 선택받은 특권의식을 맘껏 누려도 되는 사람들이야. 나의 쪽 빠진 몸매는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나의 왕자님, 왕자님은 어디에 계실까? 앗! 설마 저들이 왕자님은 아니겠지? 컴퓨터 앞에 앉아 눈빛을 빛내며 요모조모 뜯어보고 있는 신데렐라를 뽑는 사람들. 한결같이 늙수그레 노년에 가까운 걸 보니 왕자님 모시는 시중들인가보다. 여인들도 있네. 몇명 안되는데, 공주인가? 아니면 궁중 무희? 아마도 한 몫 거들러 나왔나 보군. 휴! 다행이야, 다행. 나의 왕자님이 저렇게 늙수그레 할 수야 없지. 나는 이제 곧 스타가 될텐데, 연예계에 진출하면 뭘 해야 하나? 탤런트? 아니면 MC?

오는 5월 25일 올해도 변함없이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신데렐라를 뽑는 화려한 축제의 막이 오를 예정이다. 바로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이미 그 무대에 올라갈 티켓을 따들고, 대기하고 있는 후보들이 줄지어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환상의 축제는 비단 미스코리아대회만이 아니다. 자신의 몸매를 볼거리로, 상품으로 제공한 여인들과 이를 즐기며 돈을 챙기는 남성들이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포장은 그럴 듯하다. 지방의 특산품을 알린다는 미명아래 강화의 화문석아가씨, 금산의 인삼아가씨, 논산의 딸기아가씨, 나주의 배아가씨, 대구 예산의 능금아가씨, 보성의 차아가씨, 광주의 무등산 수박아가씨, 충북 영동의 감아가씨, 단양의 마늘아가씨, 보온의 대추아가씨, 괴산의 고추아가씨, 진천의 쌀∙비단잉어∙장미아가씨, 청원의 약수아가씨 등 약 50여종이 넘는 미인대회가 줄지어 있고, 여기에 화장품 회사와 각 기업이 상품의 홍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인대회까지 합치면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제주의 감귤아가씨와 지리산녀 선발전, 전북 남원의 춘향, 경북 밀양 아랑재의 아랑아씨, 충북 진천과 경남 김해문화제의 낭자선발전 그리고 서울에서도 구청에서 주최 또는 후원하는 중구의 미스 명동, 관악구의 미스 철쭉아가씨, 동작구의 노을아가씨, 성북구의 미스 성북 등

이렇게 그 종류만도 헤아리기 힘든데, 더우기 해마다 새로 뽑는다. 일년에 몇백명씩, ‘미인’이라는 타이틀을 걸머쥔 이들 넘쳐나는 미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가? 화문석을 잘 팔고, 마늘을 잘 팔고 있는가. 우리 강산 좁은 땅덩어리 어디에 이렇게 많은 미인들이 발딛고 있는지 의아하기만 한다.

 

민우회<시청자사업여성본부>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미인대회와 그 미인대회가 방송을 통해 중계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인 문제를 밀도있게 접근, 그 대책활동을 모색해 보는 자리로 오는 5월 9일 방송의 미인대회 중계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의 시간을 마련하였다. 공개토론회 “방송의 ‘미인대회’ 중계, 무엇이 문제인가?”가 바로 그것.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활동을 통해 대중매체 속의 여성상을 올바로 정립시키고자 그 실천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온 <시청자사업여성본부>에서는 한마디로 이러한 ‘미인 선발대회’는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는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는 적당치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시청자사업여성본부>에서 ’95 미스코리아선발대회와 최근 방송에서 중계된 ’96 수퍼탤런트대회 그리고 ’96 미스관광홍보사절 선발대회에 대한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미인대회’가 방송 프로그램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한 내용은 크게 다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모니터결과 나타난 ‘미인대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성을 인격이 배제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다.

즉 여성을 일렬로 세워놓고 요모조모를 살펴보고 마치 상품을 검사하듯이 규격에 준하는가 여부를 평가하는 ‘미인대회’. 이는 여성의 육체는 대중의 오락물이요, 남성의 볼거리라는 것이다. 또한 여성은 보여지는 대상이고, 남성은 보는 주체로서의 이분화에 기반하고 있다. 미인대회에서 적용하고 있는 심사기준을 보면<표 참조> 그 심각함은 정도를 넘어서는데, 여성의 육체를 갈기갈기 분할하여 점수를 매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미인대회가 방송매체를 타면서 공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마치 이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미의 제전인 듯한 이미지를 확보하면서 제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96 미스코리아 심사기준안


구분 심사기준

심사요점

심사요점

점수

얼굴전체

(매력․균형)

* 첫 인상이 퀴트하고 개성이 강하며 매력(남의 시선을 끄는)적이어야 한다.

* 얼굴이 크지 않아야 하며

* 말할 때와 웃을 때 보이는 치아가 골라야 하고 잇몸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 눈과 코를 지나치게 정형하지 않았는가

* 얼굴 전체의 균형이 잡혀야 한다.

1. 이마

2. 눈

3. 코

4. 입(입술)

5. 잇속∙잇몸(미소지을때)

6. 턱

7. 귀

30점

목∙어깨∙팔∙가슴

(선∙균형)

* 목이 짧지 않은가

* 양 어깨가 넓으면 안되며, 어깨에 선이(각도) 부드러워야 한다.(20도 각도가 이상적)

* 양 어깨가 안 또는 밖으로 구부러지지 않았는가

* 유방의 크기∙위치∙선(후보자가 유방을 위로 지나치게 노출시키기 위하여 조작한 것에 유의)

* 팔이 체격에 비하여 짧지 않은가

* 팔에 선∙탄력성

8. 목(짧지 않은가)

9. 어깨의 선(20도 각도)

10. 팔의 선∙근육∙탄력성

11. 손

12. 유방의 크기∙위치∙선

 

20점

하체

(선․균형)

* 등에 선(곧은가)

* 허리에 선과 사이즈(굽으면 안됨)

* 배(나오지 않았는가)

* 히프의 싸이즈∙선∙모양(처지지 않았나)

* 넓적다리 상부의 앞뒷 모양(벌어져 있지 않나)

* 다리의 선(쪽 곧ㅈ은가) 탄력성(근육이 보이면 안됨)

13. 등의 선(곧은가)

14. 허리의 선∙싸이즈

15. 배(나오지 않았나)

16. 히프의 싸이즈∙선∙모양(처지지 않았나)

17. 넙적다리 상부의 앞뒷 모양(벌어져 있지 않나)

18. 다리의 선(쪽 곧은가)∙근육∙탄력성

19. 무릎∙발∙발뒤꿈치

20점

전체 피부(색)․흠 유무(전신의 매력․균형․교양미)

* 몸에 상처 및 큰 점 유무

* 걸을 때의 자세

* 몸 전체의 피부

* 매너(말하는 태도와 서있는 자세)

* 교양미(질문으로 확인)

* 가정 환경( 〃 )

* 교육 정도( 〃 )와 외국어 실력

* 키가 큰 사람을 위주로 하지 말 것

* 전체 체격에 균형이 중요함

(다리가 몸 전체의 균형에 맞지않게 길어서 앉으면 작은 사람과 허리가 긴 사람)

 

30점


두번째로 이러한 미인대회가 갖는 폐해는 바로 많은 여성들에게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조장하고 있다.

스스로의 노력을 장려하기 보다는 타고난 외모나 외과적으로 수정된 미모를 이용하여 명예욕과 허영심을 충족하려는 여성들의 욕구를 부채질하고 있는데, 얼마전 실시된 ’96 KBS수퍼탤런트대회에는 7명의 수퍼탤런트선발에 무려 5,000명의 젊은이들이 몰렸다는 사실을 볼 때도 확연해진다.

추론을 해 보건대 해마다 열리는 미스코리아대회에 참가하는 여성들은 무려 1,000명이 넘어서고 있다. 이외 지역 특산물 아가씨 및 고장홍보차 선발되는 미인대회가 밝혀진 것만 해도 무려 70여종에 이르는 것을 추론해 보면 최소 3,000여명의 여성들이 해마다 미인이니 신데렐라니 하는 환상에 젖어 미인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곧 방송국의 탤런트, 모델대회를 합하면 노력없이 반짝 스타에의 동경심을 갖고 있는 여성들은 해마다 10,000여명에 이르는 이 많은 인력들이 모두 생산성없는 영역에서 자신의 신체를 들여다보며 놀고먹는 유효인력으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것은 사실상 인간으로서 성공했다기 보다는 상품으로서 성공한 것임에도 대회 유치안내가 무섭게 몰려들고 있다. 이는 바로 방송이 부추기는 대중심리의 폐해이다.

 

 

세번째로 문화적 사대주의, 서구문화에 대한 종속성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전형적인 행사이다. 이는 국제대회에 파견해야 하므로 서구문화가 규정하는 미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문화적 종속과 식민화를 조장하고 있다. 국제대회의 대표격인 미스 유니버스대회는 여성을 상품화시키는 다국적기업의 사업일 뿐인데도, 우리의 미인들은 그저 이 대회를 삶의 최대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 선발 기준의 문제

① 미인대회에서의 ‘아름다운’ 기준은 가부장적 사회가 규정해 놓은 것.

남성의 시선으로 정의하고 있음, 팔등신 미인, 가슴-허리-엉덩이 규격.

• 이 행사의 비인간적인 면은 무대 뒤에서 또한 벌어지고 있다.

강력테이프로 젖가슴을 올려붙이고, 온 몸에 화운데이숀을 바른다고 함.

 

미인대회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여성들의 가치관을 혼란시키고 여성상을 불건강하게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인대회’에서 뽑히면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된다. 어느날 아침 눈을 떳더니 자신이 유명해졌다는 것처럼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스타로 부상한다. 또한 막대한 상금이 주어진다. 미스코리아 진은 2,000만원, 선은 1,500만원, 미는 1,000만원씩의 상금이 주어지는데, 월급쟁이들이 몇년동안 아둥바둥하며 모아야 할 돈을 한순간에 쥐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연예계로의 진출문이 기다리고 있다. 노력없이 ‘스타’가 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연예계 등용문으로 이러한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이의 예이다.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엿보이는 이 미인대회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95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경우 라스포샤에서 드레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라스포샤는 웨딩드레스 등 파티복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의상업체로 일반인들이 평생을 두고 한번 입어볼까 말까하는 화려한 드레스로 지난 미스코리아대회를 장식하고 있다. 곧 이런 화려함 속에서 진행되는 미인대회는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하나의 이벤트행사일 뿐인데,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이런 과정을 바로 집안에서 보고 느끼면서 여성들은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된다.

 

괴리감이 큰 행사로 여성들에게 화려함에 대한 선망 등 잘못된 가치관을 전파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드레스업계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이런 드레스의 경우 맞춤구입시 한 벌당 5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高價)의 제품들이라고 한다.

 

 

둘째로 지극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카메라기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말초적인 자극을 던져주고, 여성을 눈요기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국민들의 이해관계나 그 삶의 발전에 기여하기는 커녕 대중문화의 폐해로 이어지는 이러한 미인대회에 국민의 세금이 유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방송모니터활동과 어린이 미디어교육, 선거보도감시연대활동 등 시청자운동의 기초작업을 책임있게 꾸려온 민우회 <바른 언론을 지키는 모임>이 활동의 폭과 수준을 시청자주권운동으로 한단계 상승시키고, 명칭 또한 <시청자주권 확보를 위한 여성본부>로 개칭하며 벌이는 첫사업으로 민우회 회원들의 애정있는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