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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023 상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ing_강간이지만 강간이 아니다? : 폭행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로, 강간죄를 묻다

2023-07-07
조회수 761

강간이지만 강간이 아니다?

 

 

: 폭행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로, 강간죄를

 

묻다

 

 

 

 

 

최원진/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맘속에 한 노래를 간직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세요. 귀 기울여 당신을 격려하는 노래를 들으세요.

 

 

 

이미지: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라! 기자회견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가 돌연 철회하였습니다. 2019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담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사례 중 71.4%가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는 사건입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현행 강간죄로 인해 여전히 가해자 처벌은 어렵고,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변화를 위한 싸움을 지속합니다.

 

 

 

강간죄, 개정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1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방안이 포함된 3차 양성평등 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또!)은 개인 SNS를 통해 법안 개정이 국가의 과도한 사생활 개입이며, 무고*가능성을 높이고,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고 반발했다. 여가부와 관련 부처인 법무부는 개정 입장을 돌연 철회**했다. 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강간죄 개정 시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차 반박했다. 주요 근거로 한국은 성폭력 사건 처벌률이 90%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 10명 중 9명이 처벌되는 셈인데, 사실일까? 거꾸로(?) 맞다. 10명 중 9명이 신고 되지 않는다. 여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범죄는 신고율이 2013년 1.1%, 2016년 2.2%, 2019년 1.7%로 전형적인 암수범죄***다. 신고 된 가해자 중 실제 기소는****42.9%(2022 범죄분석, 대검찰청)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처벌률 90%는 어디서 어떻게 나왔을까? 바로 기소된 가해자들이다. 정리하자면 성범죄 신고율은 3% 미만, 신고 후 절반 이상이 무혐의(혐의 없음, 증거불충분 등)처분, 나머지 절반 좀 안 되는 가해자들 90%가 처벌받는다. 참고로 성범죄에 대한 재판 결과는 집행유예가 39.1%로 다른 형사 사건보다 높다.

 

 

우리를 망설이게 하는 것들

 

사석에서 내가 반성폭력 활동가라고 하면, ‘가짜로’, ‘다른 의도’로 신고하는 사람은 없냐고 묻는 이들이 (놀랍게도) 가끔 있다. 그럼 나는, “일단 저는 본 적 없어서 모르겠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많은 가해자들이 신고 전·후에 무고죄를 피해자 협박 수단으로 쓰더라고요. 공유하는 매뉴얼이 있나 봐요?” 라고 답한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상담에 앞서 무고로 처벌받을 것을 염려한다. 특히 폭행·협박 없는 사건일수록 무고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 자체를 망설인다. ‘가해자와 이 전에 사귀어서’,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는 나이가 많아서‘, ’충분히 저항할 수 있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성인이라고 판단해서’ 등등의 이유로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 되거나 송치*****되더라도 번번이 불기소 처리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법적인 절차를 통한 사건 해결을 또 한번 망설이게 된다.

 

 

강간죄 개정 없이 정의로운 사회는 요원하다

 

UN이 <강간에 관한 UN특별보고서(2021)>******에서 제시하는 국제 기준은, '모든 신체 삽입 행위를 강간으로 포섭하는 것',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은 유형력 행사나 피해자의 저항이라는 기준을 넘어 주변 상황의 맥락을 고려하여 판단했을 때 피해자가 자유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한 동의가 없는 경우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이미 많은 국가들이 국제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2016년 독일 형법은 “거절은 거절이다(no means no)” 원칙을 반영하여 강간 조항을 개정했으며, 강간을 피해자의 “인식 가능한 의사”에 반하는 모든 성행위로 정의했다. 스웨덴은 “동의해야 동의다(yes means yes)” 원칙을 반영하여 강간 정의를 바꿨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과 성관계 또는 침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성관계에 필적하는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형법상 강간죄가 적용된다. 2019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담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사례 중 71.4%가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는 사건이었다. 이미 많은 여성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대의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지한다. 우리는 법을 바꿀 것이다. 우리가 바꾼다. 민우회는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이하 강간죄개정연대) 활동을 통해 강간죄가 동의/비동의로 재정의 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다.

 
 

*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경찰서나 검찰청 등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신고함. 무고죄는 해당 행위로 성립되는 범죄를 말함 (형법 제156조)

** “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하여 정부는 개정 계획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법무부), “동 과제는 2015년 1차 양성평등기본계획부터 포함되어 논의되어 온 과제로써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이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님을 알려드린다.”(여성가족부)

***범죄가 실제로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어도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행위. 한국은 검찰만 기소권(범죄 혐의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음.

*****수사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사건을 보내는 것. 주로 형사 소송 시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는 것을 송치한다고 표현함.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에서 번역 발간함. 해당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젠더기반폭력으로서 강간에 초점을 두고, 특히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법, 국제형사재판 판례 등을 기초로 국내에 적용 가능한 형사입법모델을 제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