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했던 건에 관하여
영지/여는 민우회 성평등미디어·지역팀
가끔 미래, 삶이 끝나기 직전으로 가서 삶을 돌아보는 사람

이미지: 민우회 활동가가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닙니다. 사람에 의한 통제가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미디어1년차, 2년차, 3년차, 14년차(?)로 구성된 성평등미디어팀은 오늘도 말이 많다. 올해 ‘민우회 미디어 운동 역사’ ‘공영방송과 방송법’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팀 세미나를 소개함으로써 성평등미디어팀은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성평등미디어팀은 요즘 가장 시끄러운 팀이다.이야기 나눌 주제가 많다기 보다 그냥 말이 많다. 팀에서 누군가 “이런 주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한마디를 던지면 팟캐스트 한편이 완성된다. 2023년 올해 미디어팀은 미디어 이슈 1년차, 2년차, 3년차, 14년차(?)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주제든 사소한 의견차이가 있고,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말이 많아졌다. 이런 차이를 가진 채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누군가가 민우회의 입장을 물어볼 때 ‘모두 의견이 달라서요’라고 답할 순 없다. 그래서 우리는 ‘팟캐스트’처럼 이야기하고 팀 세미나를 한다. 이 글의 다음은 미디어팀이 모여 논의하고 세미나에서 고민했던 것들을 짧은 단락안에 넣은 것으로 결과는 없고 질문과 과정만 있어 다소 맥이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고민이 없으면 결론도 없다.
2022년 작년 말.새롭게 팀이 구성되고 앞으로의 미디어 활동 방향성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 전에는 뭐했어요?’ 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래서 첫 번째 세미나 주제는 ‘민우회 미디어운동의 역사’가 되었다. 물론 지루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과거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주기도 하지 않는가?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제시했던 미스코리아 대회 중계 방송을 MBC에서 퇴출시켰고(1996), 의료광고가 불법임에도 성형수술을 대놓고 광고했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을 폐지했다(2015). 성차별적 방송을 심의할 수 있도록 방송심의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2004), 새로운 기술에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페미니스트와 함께 만드는 AI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2021).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꾸준히 해왔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민우회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자.) 팀 안에선 ‘몇십 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구나’ 이런 한탄부터 ‘과거의 활동이 있었기에 오늘날 미디어 환경이 나은 방향으로 변화했구나’ 같이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세미나 가지고는 운동의 방향성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 세상에는 ‘내가 더 중요해!’ 라고 외쳐대는 이슈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더 중요해!’(라고 주장하는 이슈들)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런 물음 속에서 세미나는 이어졌다. 다음 주제는 ‘공영방송’과 ‘방송법’이었는데 최근 대통령실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고 있어 연결하여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전기요금에 통합되어 징수되는 KBS 수신료를 따로 징수하게 되면 지금보다 적은 수신료가 징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대통령실에서 주장하는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일까?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최대 가치가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없이, 거주하는 곳이 어디든 방송 시청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소수자를 적극 대변하는 것이라면 사실 공영방송은 공적 인프라에 가깝다. 대통령실의 말대로 분리징수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분리징수는 공적 인프라(공영방송) 강화와 연결된다는 걸까? 한전에서 수신료를 위탁징수하기 전 낮은 징수율을 본다면 분리징수의 미래는 공영방송 역할 강화보다는 공영방송 상업화일 가능성이 크다. 팀 안에선 대통령실이 말한 이익을 가져가는 ‘국민’은 누구인지, ‘우리’가 맞는지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다. 나아가 ‘공영방송이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는 ‘다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그 해결책이 분리징수인가에도 부단히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2022년 12월부터 2023년 올해 1분기까지의 나눈 이야기를 짧은 지면에 꾹꾹 눌러 담아 봤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깨달은 바는 많지만 일일이 말한다면 이번 소식지가 ‘함께 가는 미디어’가 될 수 있으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진 않겠다. 다만 확실한건 사건을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정치와 권력의 은밀한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거침없이 논의를 확장하는 용기도 생겼다. 이제 미디어팀은 지난 논의를 역량삼아 활동으로 풀어내는 것을 앞으로의 과제로 삼고 있다. 미디어 관련 기사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교육자를 위한 안내서개발도 기획하고 있다. 여전히 말도 많다. 쏟아지는 이슈와 멈추지 않는 변화 속에서 성평등한 미디어 환경은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상상해보고 고민한다.
* 현재 티브이 수신료는 한국전력에서 위탁징수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에 포함되어 청구된다.
** 성평등한 관점으로 미디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미디어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했던 건에 관하여
영지/여는 민우회 성평등미디어·지역팀
가끔 미래, 삶이 끝나기 직전으로 가서 삶을 돌아보는 사람
이미지: 민우회 활동가가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닙니다. 사람에 의한 통제가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미디어1년차, 2년차, 3년차, 14년차(?)로 구성된 성평등미디어팀은 오늘도 말이 많다. 올해 ‘민우회 미디어 운동 역사’ ‘공영방송과 방송법’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팀 세미나를 소개함으로써 성평등미디어팀은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성평등미디어팀은 요즘 가장 시끄러운 팀이다.이야기 나눌 주제가 많다기 보다 그냥 말이 많다. 팀에서 누군가 “이런 주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한마디를 던지면 팟캐스트 한편이 완성된다. 2023년 올해 미디어팀은 미디어 이슈 1년차, 2년차, 3년차, 14년차(?)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주제든 사소한 의견차이가 있고,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말이 많아졌다. 이런 차이를 가진 채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누군가가 민우회의 입장을 물어볼 때 ‘모두 의견이 달라서요’라고 답할 순 없다. 그래서 우리는 ‘팟캐스트’처럼 이야기하고 팀 세미나를 한다. 이 글의 다음은 미디어팀이 모여 논의하고 세미나에서 고민했던 것들을 짧은 단락안에 넣은 것으로 결과는 없고 질문과 과정만 있어 다소 맥이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고민이 없으면 결론도 없다.
2022년 작년 말.새롭게 팀이 구성되고 앞으로의 미디어 활동 방향성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 전에는 뭐했어요?’ 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래서 첫 번째 세미나 주제는 ‘민우회 미디어운동의 역사’가 되었다. 물론 지루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과거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주기도 하지 않는가?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제시했던 미스코리아 대회 중계 방송을 MBC에서 퇴출시켰고(1996), 의료광고가 불법임에도 성형수술을 대놓고 광고했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을 폐지했다(2015). 성차별적 방송을 심의할 수 있도록 방송심의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2004), 새로운 기술에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페미니스트와 함께 만드는 AI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2021).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꾸준히 해왔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민우회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자.) 팀 안에선 ‘몇십 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구나’ 이런 한탄부터 ‘과거의 활동이 있었기에 오늘날 미디어 환경이 나은 방향으로 변화했구나’ 같이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세미나 가지고는 운동의 방향성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 세상에는 ‘내가 더 중요해!’ 라고 외쳐대는 이슈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더 중요해!’(라고 주장하는 이슈들)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런 물음 속에서 세미나는 이어졌다. 다음 주제는 ‘공영방송’과 ‘방송법’이었는데 최근 대통령실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고 있어 연결하여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전기요금에 통합되어 징수되는 KBS 수신료를 따로 징수하게 되면 지금보다 적은 수신료가 징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대통령실에서 주장하는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일까?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최대 가치가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없이, 거주하는 곳이 어디든 방송 시청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소수자를 적극 대변하는 것이라면 사실 공영방송은 공적 인프라에 가깝다. 대통령실의 말대로 분리징수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분리징수는 공적 인프라(공영방송) 강화와 연결된다는 걸까? 한전에서 수신료를 위탁징수하기 전 낮은 징수율을 본다면 분리징수의 미래는 공영방송 역할 강화보다는 공영방송 상업화일 가능성이 크다. 팀 안에선 대통령실이 말한 이익을 가져가는 ‘국민’은 누구인지, ‘우리’가 맞는지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다. 나아가 ‘공영방송이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는 ‘다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그 해결책이 분리징수인가에도 부단히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2022년 12월부터 2023년 올해 1분기까지의 나눈 이야기를 짧은 지면에 꾹꾹 눌러 담아 봤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깨달은 바는 많지만 일일이 말한다면 이번 소식지가 ‘함께 가는 미디어’가 될 수 있으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진 않겠다. 다만 확실한건 사건을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정치와 권력의 은밀한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거침없이 논의를 확장하는 용기도 생겼다. 이제 미디어팀은 지난 논의를 역량삼아 활동으로 풀어내는 것을 앞으로의 과제로 삼고 있다. 미디어 관련 기사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교육자를 위한 안내서개발도 기획하고 있다. 여전히 말도 많다. 쏟아지는 이슈와 멈추지 않는 변화 속에서 성평등한 미디어 환경은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상상해보고 고민한다.
* 현재 티브이 수신료는 한국전력에서 위탁징수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에 포함되어 청구된다.
** 성평등한 관점으로 미디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