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회원·성평등미디어팀
대통령이 보기 싫어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지만...
지난 9월 29일 성평등미디어팀은 대통령 선거 기간의 보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발표회의 제목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언론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다루었나?” 윤석열은 선거 기간에도, 당선 이후에도 반 페미니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발언이 이러한 행보를 보여준 이유를 보여준다. 언론은 이 발언을 얼마나, 어떻게 검증했을까?
선거 결과는 바뀔 수 있었을까?
대통령을 보기 싫어서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어질 때마다 대통령 선거기간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의미 없는 일인 것은 알지만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 있지는 않았을지 곰곰이 생각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덜렁 SNS에 올렸던 것,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던 것, 세계 여성의 날에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SNS에 올렸던 것 등 분노스러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는 정치인은 있었지만,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거짓 주장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제대로 후보 검증이 되었다면 역대 최악의 성차별 대통령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없었을까?
구조적 성차별, 언론은 어떻게 다루었나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은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발언이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발언은 충분히 검증됐어야 했다. 성평등미디어팀은 언론이 이를 충분히 검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했던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2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국일간지 11개와 경제 일간지 7개의 언론을 모니터했다.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기사 478건의 보도 유형, 필자 유형, 프레임 유형 등을 분석했다.
모니터링 결과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명백한 거짓말을 검증한 언론은 많지 않았고, 단 한 건의 검증 기사도 없었던 언론사도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478건 중 202건(42.3%)의 기사는 ?尹 “구조적 성차별 없어” 李 “성평등 수준 낮아”(국민일보, 2월 7일), ?尹 “여성 불평등 취급은 옛날 얘기”vs 李 “윤석열 인식 유감스러워”(한국경제, 2월 7일) 등 후보자, 정당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였다. 이는 정치 기사, 그중에서도 선거 기간 기사의 문제로 지적되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 기간 후보와 정치인의 발언은 필요한 정보이지만 반복되는 무분별한 받아쓰기 보도는 뉴스의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구조적 성차별’을 둘러싼 각 후보와 정당의 발언을 받아쓰기하는 기사는 페미니즘을 정파적 문제로 축소하는 효과를 결과를 낳는다. 이와 같은 보도보다는 대선 기간 불거졌던 젠더 이슈의 배경 설명, 원인 탐사, 미래 전망 등에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9월 29일 레이첼카슨홀에서 모니터 보고서 발표회 현장사진
성평등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반면 구조적 성차별의 증거를 제시하고, 대통령의 젠더 인식을 본격적으로 파고든 기사도 있었다. 반 페미니즘과 차별·혐오를 비판하고, 사설·칼럼·논평을 통해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언론사는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였다. 이들 언론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차별적 행보, 대통령 선거기간의 차별·혐오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보도가 가능했던 것은 네 곳의 언론사가 성평등한 보도를 고민하고 실천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젠더 데스크를 운영하고, 한국일보, 서울신문은 젠더 담당 기자라는 보직을 따로 두고 있다. 모니터링을 통해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이들이 주요하게 역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서울신문 왜 그래요?
얼마 전 서울신문이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옹호하는 사설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월 6일 발표된 여성가족부 폐지 방향을 담은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대한 사설인데, 여가부를 폐지하고 신설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운용의 묘를 살리라는 내용이었다. 1월에 “젠더 공약이 남녀 불필요한 대립 낳아선 안 돼”라는 사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20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남녀 갈라치기’라는 점을 지적해놓고 9개월 만에 갑자기 여성가족부 폐지를 옹호하다니… 그동안의 성평등 보도를 위한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아니길 바라며 서울신문을 앞으로도 지켜보아야겠다.
▲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다룬 언론보도를 비판한 카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성차별적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정부의 성차별을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일부 언론의 노력만으로는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언론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비판적 감시도 역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보기 싫어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오늘도 TV를 켜고, 인터넷 뉴스를 살펴본다.
윤소
❚ 여는 민우회 회원·성평등미디어팀
“You aren't supposed to move here. You're just a rock.” “There are no rules! I'm gonna get you!”
(“여기선 움직이면 안돼 당신은 돌이잖아” “규칙따윈 없어! 너한테 갈 거야!”)
[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회원·성평등미디어팀
대통령이 보기 싫어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지만...
지난 9월 29일 성평등미디어팀은 대통령 선거 기간의 보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발표회의 제목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언론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다루었나?” 윤석열은 선거 기간에도, 당선 이후에도 반 페미니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발언이 이러한 행보를 보여준 이유를 보여준다. 언론은 이 발언을 얼마나, 어떻게 검증했을까?
선거 결과는 바뀔 수 있었을까?
대통령을 보기 싫어서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어질 때마다 대통령 선거기간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의미 없는 일인 것은 알지만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 있지는 않았을지 곰곰이 생각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덜렁 SNS에 올렸던 것,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던 것, 세계 여성의 날에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SNS에 올렸던 것 등 분노스러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는 정치인은 있었지만,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거짓 주장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제대로 후보 검증이 되었다면 역대 최악의 성차별 대통령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없었을까?
구조적 성차별, 언론은 어떻게 다루었나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은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발언이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발언은 충분히 검증됐어야 했다. 성평등미디어팀은 언론이 이를 충분히 검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했던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2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국일간지 11개와 경제 일간지 7개의 언론을 모니터했다.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기사 478건의 보도 유형, 필자 유형, 프레임 유형 등을 분석했다.
모니터링 결과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명백한 거짓말을 검증한 언론은 많지 않았고, 단 한 건의 검증 기사도 없었던 언론사도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478건 중 202건(42.3%)의 기사는 ?尹 “구조적 성차별 없어” 李 “성평등 수준 낮아”(국민일보, 2월 7일), ?尹 “여성 불평등 취급은 옛날 얘기”vs 李 “윤석열 인식 유감스러워”(한국경제, 2월 7일) 등 후보자, 정당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였다. 이는 정치 기사, 그중에서도 선거 기간 기사의 문제로 지적되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 기간 후보와 정치인의 발언은 필요한 정보이지만 반복되는 무분별한 받아쓰기 보도는 뉴스의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구조적 성차별’을 둘러싼 각 후보와 정당의 발언을 받아쓰기하는 기사는 페미니즘을 정파적 문제로 축소하는 효과를 결과를 낳는다. 이와 같은 보도보다는 대선 기간 불거졌던 젠더 이슈의 배경 설명, 원인 탐사, 미래 전망 등에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9월 29일 레이첼카슨홀에서 모니터 보고서 발표회 현장사진
성평등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반면 구조적 성차별의 증거를 제시하고, 대통령의 젠더 인식을 본격적으로 파고든 기사도 있었다. 반 페미니즘과 차별·혐오를 비판하고, 사설·칼럼·논평을 통해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낸 언론사는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였다. 이들 언론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차별적 행보, 대통령 선거기간의 차별·혐오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보도가 가능했던 것은 네 곳의 언론사가 성평등한 보도를 고민하고 실천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젠더 데스크를 운영하고, 한국일보, 서울신문은 젠더 담당 기자라는 보직을 따로 두고 있다. 모니터링을 통해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이들이 주요하게 역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서울신문 왜 그래요?
얼마 전 서울신문이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옹호하는 사설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월 6일 발표된 여성가족부 폐지 방향을 담은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대한 사설인데, 여가부를 폐지하고 신설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운용의 묘를 살리라는 내용이었다. 1월에 “젠더 공약이 남녀 불필요한 대립 낳아선 안 돼”라는 사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20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남녀 갈라치기’라는 점을 지적해놓고 9개월 만에 갑자기 여성가족부 폐지를 옹호하다니… 그동안의 성평등 보도를 위한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아니길 바라며 서울신문을 앞으로도 지켜보아야겠다.
▲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다룬 언론보도를 비판한 카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성차별적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정부의 성차별을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일부 언론의 노력만으로는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언론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비판적 감시도 역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보기 싫어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오늘도 TV를 켜고, 인터넷 뉴스를 살펴본다.
윤소
❚ 여는 민우회 회원·성평등미디어팀
“You aren't supposed to move here. You're just a rock.” “There are no rules! I'm gonna get you!”
(“여기선 움직이면 안돼 당신은 돌이잖아” “규칙따윈 없어! 너한테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