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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국회의 중심에서 연결될 권리를 외치다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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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성평등복지팀

 

 

국회의 중심에서 연결될 권리를 외치다

 

 

 

“우린 서로 돌보며 함께하고 있는데, ‘가족’이 아니라서 안 된다고요?!” 이런 의문을 품고 있다면 주목! 얼마나 많은 제도가 혈연과 법률혼 관계의 ‘가족’에게만 특권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을까? 올해 성평등복지팀은 좁은 ‘법적 가족’ 정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촉구하고자 〈뚝딱뚝딱, ‘가족’ 법·제도·문화를 다시 짓다〉 사업을 진행하였다.

 

 

‘가족’이 대체 뭐길래

“서로의 부모 돌봄 일정을 생활공동체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돌봄 공동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10년 동안 아이의 주 양육자 역할을 하는 남편”

“함께 먹고, 자고, 일상의 모든 것을 의논하며 아플 때 돌보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 드는 내 애인”

“재미없는 농담도, 짜증도, 푸념도 들으면서 일상을 함께 보내는 동거인과 세 가족 중 가장 귀여운 고양이 율목이”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의 삭제를 촉구하는 국회 앞 발언대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에 참여한 발언자들은, 각자가 삶에서 함께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모든 선택이 법적 혼인과 혈연관계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적인 차별 아래 놓여 있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힘센 법부터 뚝딱뚝딱!

‘가족’의 범위를 혼인·혈연관계에 한정하여 좁게 정해두고 그 ‘법적 가족’에게만 서로를 돌보고 부양할 책임과 특권을 주는 사회제도는 너무 많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는 대체로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정의 규정을 끌어오거나 비슷하게 따라 쓰고 있다. 게다가 조례나 규칙, 지침상의 가족 규정은 상위법인 법률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핑계로, 대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 하는 실정이다. 결국, 가족을 정의하는 가장 센 법인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을 먼저 두드려야 했다. 그 중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 정의 규정 삭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정안이 2건이나 이미 발의된 상태니, 법 개정 운동의 시작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의 삭제. 가족 관념 확장을 위한 법 개정 운동의 핵심 의제는 이렇게 결정되었다. 9월에는 토론회, 10월에는 국회 앞 발언대를 열기로 했다.

 

 

여성가족부, 분위기 파악 좀 해라!

토론회 준비가 한창이던 9월 24일, 가족 관념의 확장을 바라는 사람들을 맥 빠지게 하는 소식이 보도 되었다. 작년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가족 다양성을 수용하는 법·제도 마련을 위해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의 정의와 ‘건강가정’ 등의 용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여성가족부가, “소모적 논쟁을 지양”한다는 이유로 가족 규정을 현행유지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기대하게 해놓고 배신하는 일만큼 나쁜 짓이 있을까? 무엇보다 존재하는 시민의 삶을 존중하고 지지하기 위한 변화를 정부기관이 소모적 논쟁으로 치부하다니! 하지만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랐다. 여성가족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계기로 협소한 가족 규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야 너두?” “야 나두!”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발견

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협소한 가족 규정으로 인한 소외와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의 삭제를 촉구하는 국회 앞 발언대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 정의의 변화를 추구해 온 사람이 모였다. 비혼 동거가족, 동성 부부, 주거/돌봄 공동체, 반려동물 가족과 같은 다양한 모습의 관계와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시민은 각자가 선택한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협소한 잣대로 이러한 관계를 함부로 재단하고 차별하는 제도가 왜 불합리한지 이야기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법적 가족 정의가 변화할 필요성을 주장해 온 단체 활동가, 관련 정치 활동을 해 온 정치인의 발언도 이어졌다. 페미니즘, 재생산권, 한부모가족 권리, 청소년 주거권, 가족구성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돌봄, 장례, 교육, 노동··· 가족 정의 규정과 얽혀 있는 문제는 깜짝 놀랄 만큼 많았다. 활동가로서 참여한 이들의 발언에도, 각자의 삶 속에서 ‘법적 가족’이 아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경험이 녹아있기도 했다.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생각에 국민의 69.7%가 동의하고, 비친족가구 구성원의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익명의 통계 수치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하고 생각하고 관계 맺는 시민들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회앞 시민발언대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

혼인·혈연·입양이라는 기존의 가족 구성 요건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어떤 사람들은, 가족 관념을 확장하는 활동이 가족을 해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양한 입장에서 가족 정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이 활동이 무언가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해가는 일이라는 확신이다. 여러 사람이 이미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었다. 오히려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러한 관계를 끊어놓고 있는 것은 협소하고 차별적인 법적 가족 규정이다. 더 많은, 더 평등한, 더 행복한 연결을 위해 법적 가족 규정을 바꿔 가는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온다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새로운 연결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