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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소모임 리포트

2023-01-04
조회수 1008

[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소모임 리포트 

 

 

안녕하세요. 편집팀 열쭝입니다. 민우회 활동가 대부분은 매년 1~2개의 회원소모임을 기획?운영하고 있어요. 민우회는 회원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회원조직’이니까요. 2022년 하반기에 민우회 회원들은 어떻게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담당 활동가와 회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머스타드/마요네즈♥ (담당 활동가 제이)

- 영어공부모임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제가 원래 취미로 영어공부를 했는데요. 영어 팟캐스트를 듣다 보니 함께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꽤 많았어요. 그러다가 2020년 안식년 동안 영어회화 학원에 다녔는데 페미니스트로서 듣기가 불편하고 답답한 얘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영어가 짧으니까 말싸움도 못하겠고…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겠다’ 싶어서 모임을 기획하게 됐어요.

- 모임에서는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나요?

매일 영어 팟캐스트 콘텐츠를 반복해서 듣는 과제가 있어요. 일단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말하는 팟캐스트, 그 중에서 녹취록이 있는 것을 찾고요. 일상적인 페미니즘 관련 콘텐츠를 골라서 들어요. 그리고는 모임에서는 근황토크도 하고 팟캐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근황토크는 영어로만 하지만 팟캐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어로 해요. 또 영작 과제도 있는데요. ‘내가 후회되는 것’, ‘내가 용감하다고 느꼈을 때’ 등의 주제로 글을 써오고 나눕니다.

모임을 진행해보니까 영어 레벨은 큰 상관이 없었어요. 문법을 틀리거나 단어를 잘 몰라도 서로 보완해주고요. 다들 잘 안되는 영어로 말하다 보니 엄청 웃겨요. 또 영어를 쓰다 보니 말과 글이 단순해지면서 오히려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이 모임에서 영어는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된다’는 정도고, 공부보다 만나는 것에 방점이 있어요.

- 지난해부터 영어모임을 하면서 ‘케첩’, ‘머스터드’, ‘마요네즈’ 등등 소스 이름으로 모임을 운영하시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게 처음에는 ‘캐치업(catch up)’에서 따온 건데요. 그리고는 시즌 2를 고민하던 즈음에 동료가 “그 다음은 머스터드 어때?”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소스 이름으로 시리즈가 만들어졌답니다.

 

♠책-맥♠ (회원 라일리)

- 대놓고 음주하는 소모임인데, 어떤 술을 얼마나 드시나요? 술과 함께 책읽기 모임을 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주로는 맥주? 논알콜 맥주도 있었고요. 모임 규칙이 ‘맥주 한 병’이었는데요. 그것도 안 드시는 분이 많아서 사실 아쉬웠습니다. 페미니스트를 빡치게 하는 이야기 소재, 술, 민우회. 이렇게 삼위일체(?)를 이룰 때 완전한 즐거움이…! 술과 함께 해서 더 편하게 화를 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요! 돌아가면서 안주를 사오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는데요. 모임에 비건 지향을 실천하는 분이 계셔서 모두 성분을 따져서 음식을 가져오는 점이 좋았습니다.

-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그중에 다른 회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한 권만 골라주세요.

가야트리 스피박의 〈읽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김효정의 〈야한 영화의 정치학〉.이렇게 세 권을 읽었어요. 저는 그 중에서 〈롤리타〉를 추천합니다. 민우회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논쟁적인 책을 함께 읽으면 재미가 배가될 거라 생각해요.

모임에서 함께 읽지는 않았지만 구성원들과 정말 다양하게 책 추천을 주고받았는데요. 그 중에서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기에 이주민 여성 예술가 차학경 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 차학경 님이 쓴 〈딕테〉도 읽었답니다. 마침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차학경 님 관련 전시를 해서 보러 가려고 해요. 이 아티스트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겠어요.

 

★장애와자긍심★ (회원 호수)

- 모임에서 읽은 책 〈장애학의 도전〉, 〈망명과 자긍심〉이 모두 교차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요. 호수님은 동물해방, 장애해방, 페미니즘 등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잖아요. 새롭게 혹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부분이 있을까요?

장애해방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당사자성이 없는 내가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할까’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운동에서는 당사자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겠지만, 동시에 당사자성이 없는 사람이 해야 하는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비장애인인 내가 어떻게 장애인과 함께 운동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물음표도 던지고 대답도 찾아보았습니다.

- ‘장애해방과 페미니즘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호수님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한 사람의 정체성이라는 게 여성, 페미니스트, 비건 등등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 중에서 딱 하나만으로 정체성을 귀결하고 규정짓는 것은 폭력적일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장애해방을 외치면서 여성의 삶도 함께 생각하고, 장애와 여성이 중첩되는 차별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운동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우리가 놓치는 것이 뭐가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하고요. 예를 들어서 차별없는 세상을 말하는데, 그러면서 왜 ‘인간이 인간다운 세상’만 꿈꾸는가. 인간만 잘 살면 되나 질문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우리 구호에 빠진 존재는 없을까’ 잘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회원과 나누고 싶은 책의 구절이나 내용을 하나만 골라주세요.

〈망명과 자긍심〉에서 지역 내 차별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전 평생 서울에서 살았는데, 지역에서 소수자가 더 고립되는 상황을 그동안 잘 인지하지 못한 거 같았어요. 또 저자가 장애인이자 퀴어 당사자라서, 그런 경험에 대해 많이 들은 것도 좋았어요. 부끄럽게도 저는 지금까지 장애와 퀴어 정체성을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또, 운동할 때 해당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겨냥해서 싸우기보다 CEO 집 앞을 점거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쟁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페미정신2◆ (담당활동가 꼬깜)

- 어떻게 이번 소모임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데, 당사자 모임은 잘 못본 것 같아요. 환우 모임은 있지만 그보다 좀더 문턱이 낮은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인이 많잖아요. 페미니즘 공동체가 대부분 구성원 각자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적은 편인데도, 그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이 당사자이기도 하고, 주변 여성 중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를 많이 보기도 했고요.

- 모임 안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해요.

지난해 페미정신1에서는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라는 책을 읽었고, 올해는 정신질환을 다룬 ‘다큐 시선’, ‘매드프라이드서울’, ‘스탠 바이 웬디’ 등 영상을 찾아 보았어요. 사실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본다는 게 워낙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도 여럿이 같이 봐서 끝까지 볼 수 있었네요. 그렇게 함께 읽고 보면서 여러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어렵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진행을 하다 보니 ‘이 주제가 되게 어렵고 무겁긴 하구나’ 싶었어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이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다 너무 무겁고… 또 영화나 다큐는 질환 자체를 제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사건의 자극적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질환 당사자가 등장하는 경우도 많아요. 좀더 보편적인 방식으로 질환을 다루는 영상,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영상이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