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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021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아홉 개의 시선_바로여기, '지금'을 잇다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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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하반기-함께가는 여성] 아홉개의 시선 

 

바로 여기, ‘지금’을 잇다

 

올해 여름 군포여성민우회는 우리가 활동하는 공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페미니즘 담론은 무엇일지, 민우회가 지역사회와 폭넓게 만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작업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고민은 크게 두 가지 활동, 즉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지역자원을 연결하는 것 △군포민우회의 활동 역사를 영상화하여 더 많은 지역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이어졌다. 두 가지 활동을 돌아보면서 함께 만든 변화의 노력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하나. 군포여성민우회와 함께 여는 ’우리동네 무지개길’

 

청소년 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강연은 청소년기관 재직자와 활동가를 대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됐다.

이미지 설명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강연은 청소년기관 재직자와 활동가를 대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됐다.

 

시작은 한 통의 전화였다! 타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군포 내 상담지원시설 간에는 사건 연계나 상담협조 요청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날도 군포 내 상담센터로부터 민우회에 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청소년 성소수자와의 상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관련 자료나 사이트를 추천해달라”는 것이 전화의 요지였다. 통화 이후, 상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곳이 꼭 해당 상담센터 뿐만이 아닐 수 있다는 고민이 공유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자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는 지역사회 활동가, 상담센터 재직자들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뭘 알아야 할지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강연 자리에는 민우회 성폭력예방교육 강사팀과 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군포 탁틴내일, 민우네트워크 활동가 등이 함께해 주셨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각자 자기 이유를 갖고 참석해 주셨지만, 민우회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강연에 초대했던 분들은 학교 상담교사였다. 학교가 청소년들의 주요한 생활공간이기도 하고, 상담교사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학교 내 차별을 마주했을 때 중요한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내 학교 상담∙보건교사에게 공문과 전화로 강연 참여를 안내했는데 대부분은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몇몇 선생님들은 “현장에서 나의 부족함을 느꼈고, 이런 교육이 꼭 필요했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럴 때면 혼자서 전화기 너머 선생님들과 내적 친밀감에 휩싸이곤(?) 했다. 동시에 착잡했다. 학교가 여전히 성소수자 이슈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교육에 대해 관심을 보이던 선생님들도 ”자세한 정보는 학교 공식 이메일 말고 개인 이메일을 통해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교사 개인이 학내 성소수자 차별의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공식적으로 교육 기회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강의는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고 있는 차별과 위기 현황 및 지원자로서의 태도와 지원방안’을 주제로 진행해 주셨다. 강연이 끝나고 인상 깊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참가자 설문을 진행했는데, 의미 있는 내용이 많아 몇 가지 소개해본다.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용어가 있다는 것은, 성소수자의 삶이 청소년 성소수자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상담 시 청소년들에게 정확한 정체성의 언어로 지칭해 주거나 해당 용어를 알려주는 것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가족은 물론 학교에서도 자신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프게 와 닿는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청소년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의 존재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인상 깊었고, 노력해야 할 부분 같다.” 

 

또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이러한 네트워킹 자리가 이어진다면 다루고 싶은 주제나 방식’에 대해 질문했는데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다회차 역량강화 교육”, “상담관련 재직자 간 고민 나눔의 시간” 등이 답변으로 나왔다. 민우회는 올해 초 군포시청소년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긴밀하게 활동을 함께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 업무협약을 기반 삼아 앞에서 나온 제안들을 하나하나 진행해 보고자 한다.

 

 

군포여성민우회 영상 중 여성주의상담 관련 인터뷰 장면

이미지 설명: 군포여성민우회 영상 중 여성주의상담 관련 인터뷰 장면

 

 

둘. 우당탕탕 영상제작기 : 지금 바로 여기,

‘생활속 성평등운동’ 군포여성민우회 

 

군포여성민우회는 군포를 중심으로 20년 넘게 활동해온 여성운동단체이다. 지난 20년 동안 그때그때 필요한 아카이빙 작업을 해왔으나 긴 활동의 역사를 영상화하는 작업은 아직 해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슬슬 영상이 나올 때가 됐다” 하고 시작된 영상 제작은, 담당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난항의 연속이었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활동의 역사가 어떻게 이미지로 만들어질 것인지를 포함해서 내용을 어떻게 꿰매어갈지 논의하는 부분이었다.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지금 바로 여기, 생활 속 성평등운동’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영상 자료에 쓸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눈에 띈 것은 민우회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자 군포 번화가인 중심상가를 배경으로 찍힌 수많은 캠페인과 행사 사진이었다. 삶의 주거지에서 당면한 페미니즘 이슈를 드러내고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작업은 군포여성민우회가 오랫동안 해왔던 성평등운동의 방법이었다. 중심상가 배경의 수많은 사진들이 군포여성민우회 활동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생각되어 인트로 이미지로 사용하기로 했다. 

 

본 영상 내용으로는 군포여성민우회가 일상에서 페미니즘을 어떻게 관철시키려고 했는지 각각 문화운동과 여성주의상담, 지역정치, 커뮤니티로 나눠 각각을 짧게 다뤄보았다. ‘문화 속 스며있는 불평등함을 환기시키는 성평등 문화캠페인’, ‘폭력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문제 제기, 반성폭력운동 및 여성주의상담’, ‘여성의 시민권과 정치참여에 대한 권리운동으로서 지역정치’, ‘사회적인 연결 감각을 유지하며 일상을 지켜내는 힘인 민우커뮤니티’ 등 활동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더 많이 만나고, 우리가 펼치는 운동의 내용들이 계속 덧붙여지며, 활동의 역사가 두터워지길 기대해 본다~

 

 

도니(김동은)

❚ 군포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장래희망은 친절하고 단정한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