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바디프로필에 대해 써달라했지만,
몸에 대한 파인이의 이야기
파인/여는 민우회회원
시키면 하지만 도통 자처해서 나서는 일 없는 민우회원.
멋있는 언니들만 보면서, 잘먹, 잘운, 잘쉼하고 싶어요.
쉬지마세요.
“샘, 웨이트 연속 8일 차에 하루 쉬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아뇨, 쉬지 마세요.”
“9일 차에 쉬는 건요?”
“쉬지 마세요. 얼마 안 남았어요.”
담당 트레이너는 아주 혹독했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주 7일 웨이트를 서너 달 동안 병행했어요. 시킨다고 하는 너도 참 대단하다, 주위에서 혀를 내두릅니다.
그놈의 바디프로필
처음 해본 다이어트였는데 기록차원에서 바디프로필 찍어보는 거 어떠냐고 함께 운동하던 트레이너가 제안했습니다. 제 생애 극한 끈기로 이만큼 무언가를 이루어본 것도 손에 꼽는 일이었고, 셀프로 사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들도 많아서 남겨보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혼자서 잘 남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포즈도 어정쩡할테고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진의 구도, 각도도 어설플 테니까요. 차라리 전문 사진 작가에게 이 일을 맡기자 싶었어요. 한 달 반전에 바디프로필 스튜디오와 메이크업 샵을 예약했어요. 디데이까지 태닝 1n회, 브라질리언 왁싱, 염색과 머리스타일링, 네일아트까지 모두요. 꾸밈노동으로 내노라하는 뷰티산업을 체험하며 괜히 사진을 찍는다고 했나 오만가지 고뇌가 반복되었습니다. 디데이까지 몸은 말릴데로 말렸어요. 기초대사량에 못 미치는 탄단지 섭취와 끊임없이 조지는(!) 웨이트는 중학교 이후에 처음 보는 몸무게 앞자리를 갖게 했고, 인바디 상 내장지방률은 2를 찍었습니다.(인바디 내장지방률은 일반 건강한 사람이라면 4,5면 되고, 6,7이 넘어가면 경고라고 합니다.) 그렇게 저는 생애 첫 바디프로필 촬영을 마쳤어요. 사진 작가가 요청하는대로 포즈를 취하면 됐고, 1시간동안 2가지 컨셉 사진이 완성되었어요.
페미니스트와 바디프로필
연말 모임에서, 이전과 다른 저의 모습에 모두가 놀랐어요. 저의 체중 감량기와 바디프로필 촬영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사진을 보던 지인이 말했어요. “오, 생각보다 야하지 않고, 건강해 보여요.” 그럼요, 제가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거든요. ‘어떻게 하면 성적대상화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사진에 성공적으로 담긴 것 같아 뿌듯했어요.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담아줄 만한 사진작가에게 의뢰했고, 조금 짧은 스포츠웨어와 좋아하는 수영복을 입었어요. 이 글에 시각자료는 없어요. 몸의 변화에서 비포/에프터나 바디프로필 결과를 사진으로 본다면 가장 좋은 효과이겠지만, 공개적인 몸의 전시는 아직 어떤 두려움을 넘어설 만큼 저를 설득하지 못했거든요. “페미니스트가 이래도 되는거야?” 지인이 묻더라고요. 예, 페미니스트가 다이어트와 바디프로필이라니 참 언발란스 하지요?
다이어트가 나에게 남긴 것들
저의 다이어트는 보여지는 몸과 사진 촬영의 수단이 아니었어요. 헬스장에 발을 들였던 순간은 사실, 30대에 고혈압을 판정받았고 혈압약을 복용하며 대학병원에서 갖가지 추적검사를 하던 때였어요. 건강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고, 체중을 감량하다보니 ‘살짝의’ 기록에 대한 욕구가 생겼어요. 그 과정에서 한계로 나를 몰아붙이면서 성과의 희열을 얻었어요. 대학병원에서 혈압약은 이제 안 먹어도 좋겠다고, 단백뇨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들을 때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 운동을 제 삶의 루틴으로 가져가보려 해요.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즐기고 조금 덜 아픈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수영도 시작했어요. 서핑보드 위에 반드시 서서 더 먼 바다에서도 파도 위를 미끄러져 보고 싶고요, 깊은 바다에서 바다사자마냥 늠름하게 프리다이빙도 꿈꿔요. 체력이 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감각을 익히게 되었어요. 다시 바디프로필을 찍는다면 근육이 3키로는 늘어있으면 좋겠어요. 그 때 체지방을 털어 근육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제가 꾸준히 운동을 했고, 점점 더 자주 무거운 무게를 들었고, ‘점진적 과부화’를 실천했다는 증거이기에 스스로가 좀 더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이것은 바디프로필에 대해 써달라했지만,
몸에 대한 파인이의 이야기
파인/여는 민우회회원
시키면 하지만 도통 자처해서 나서는 일 없는 민우회원.
멋있는 언니들만 보면서, 잘먹, 잘운, 잘쉼하고 싶어요.
쉬지마세요.
“샘, 웨이트 연속 8일 차에 하루 쉬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아뇨, 쉬지 마세요.”
“9일 차에 쉬는 건요?”
“쉬지 마세요. 얼마 안 남았어요.”
담당 트레이너는 아주 혹독했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주 7일 웨이트를 서너 달 동안 병행했어요. 시킨다고 하는 너도 참 대단하다, 주위에서 혀를 내두릅니다.
그놈의 바디프로필
처음 해본 다이어트였는데 기록차원에서 바디프로필 찍어보는 거 어떠냐고 함께 운동하던 트레이너가 제안했습니다. 제 생애 극한 끈기로 이만큼 무언가를 이루어본 것도 손에 꼽는 일이었고, 셀프로 사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들도 많아서 남겨보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혼자서 잘 남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포즈도 어정쩡할테고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진의 구도, 각도도 어설플 테니까요. 차라리 전문 사진 작가에게 이 일을 맡기자 싶었어요. 한 달 반전에 바디프로필 스튜디오와 메이크업 샵을 예약했어요. 디데이까지 태닝 1n회, 브라질리언 왁싱, 염색과 머리스타일링, 네일아트까지 모두요. 꾸밈노동으로 내노라하는 뷰티산업을 체험하며 괜히 사진을 찍는다고 했나 오만가지 고뇌가 반복되었습니다. 디데이까지 몸은 말릴데로 말렸어요. 기초대사량에 못 미치는 탄단지 섭취와 끊임없이 조지는(!) 웨이트는 중학교 이후에 처음 보는 몸무게 앞자리를 갖게 했고, 인바디 상 내장지방률은 2를 찍었습니다.(인바디 내장지방률은 일반 건강한 사람이라면 4,5면 되고, 6,7이 넘어가면 경고라고 합니다.) 그렇게 저는 생애 첫 바디프로필 촬영을 마쳤어요. 사진 작가가 요청하는대로 포즈를 취하면 됐고, 1시간동안 2가지 컨셉 사진이 완성되었어요.
페미니스트와 바디프로필
연말 모임에서, 이전과 다른 저의 모습에 모두가 놀랐어요. 저의 체중 감량기와 바디프로필 촬영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사진을 보던 지인이 말했어요. “오, 생각보다 야하지 않고, 건강해 보여요.” 그럼요, 제가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거든요. ‘어떻게 하면 성적대상화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사진에 성공적으로 담긴 것 같아 뿌듯했어요.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담아줄 만한 사진작가에게 의뢰했고, 조금 짧은 스포츠웨어와 좋아하는 수영복을 입었어요. 이 글에 시각자료는 없어요. 몸의 변화에서 비포/에프터나 바디프로필 결과를 사진으로 본다면 가장 좋은 효과이겠지만, 공개적인 몸의 전시는 아직 어떤 두려움을 넘어설 만큼 저를 설득하지 못했거든요. “페미니스트가 이래도 되는거야?” 지인이 묻더라고요. 예, 페미니스트가 다이어트와 바디프로필이라니 참 언발란스 하지요?
다이어트가 나에게 남긴 것들
저의 다이어트는 보여지는 몸과 사진 촬영의 수단이 아니었어요. 헬스장에 발을 들였던 순간은 사실, 30대에 고혈압을 판정받았고 혈압약을 복용하며 대학병원에서 갖가지 추적검사를 하던 때였어요. 건강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고, 체중을 감량하다보니 ‘살짝의’ 기록에 대한 욕구가 생겼어요. 그 과정에서 한계로 나를 몰아붙이면서 성과의 희열을 얻었어요. 대학병원에서 혈압약은 이제 안 먹어도 좋겠다고, 단백뇨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들을 때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 운동을 제 삶의 루틴으로 가져가보려 해요.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즐기고 조금 덜 아픈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수영도 시작했어요. 서핑보드 위에 반드시 서서 더 먼 바다에서도 파도 위를 미끄러져 보고 싶고요, 깊은 바다에서 바다사자마냥 늠름하게 프리다이빙도 꿈꿔요. 체력이 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감각을 익히게 되었어요. 다시 바디프로필을 찍는다면 근육이 3키로는 늘어있으면 좋겠어요. 그 때 체지방을 털어 근육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제가 꾸준히 운동을 했고, 점점 더 자주 무거운 무게를 들었고, ‘점진적 과부화’를 실천했다는 증거이기에 스스로가 좀 더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