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성폭력상담소
성평등한 조직문화, 가보자고!
성평등 조직문화 [시도ː래] 성평등 조직문화가 ‘시도’되고 성평등 조직문화가 당연한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며 2022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한 사업이다. 사업은 △‘조직 내 성폭력은 __ 때문이다’ 대중 설문조사 △‘어디까지 해봤니?: 조직문화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들’ 그룹/개인 인터뷰 △표준강의안 제작 △‘2023 이달의 성평등’ 달력 제작 △‘사건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성평등 조직문화 시범 강의 및 작은 전시 순으로 진행됐다. ‘표준강의안’을 만들기까지 대중 설문조사에서 178명, 비영리/영리 영역을 포함해 그룹 인터뷰에서는 4개 그룹에서 19명, 개인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평등한 조직들을 늘려버리겠다(!)는 포부
이런 포부가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2012년부터 ‘공생의 조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토론회를 진행하고 2018년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니까 ___이/가 직접 만드는 조직문화’ 워크북을 제작했다. 그리고 조직문화와 공동체 내 성폭력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올해 다시 조직 내 성평등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조직 내 성폭력이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사회적 관계, 문화, 권력의 역동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간단하고 단일한 방법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문화와 역동이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들과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고 말을 건네는 것이 포부 달성을 위한(!) 올해의 흐름이었다.
왜 성평등이어야 하는가?
이미 성평등을 고민하는 사람은 “어찌 평등에 이유를 붙이냐”고 하겠지만, 실제 조직 내에서 이 질문을 받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고, 구성원은 어떤 상황에서 성평등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했다. 대중 설문조사에서 ‘성평등한 조직은 어떤 곳’인지를 묻고 그 응답을 분류했다. 응답자 178명 중 20.2%가 “여성/남성 구분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일할 수 있는 현장”, “특정 성별이 아닌 이름과 역할로 호명되는 곳” 등 성별 고정관념이 없는 곳을 성평등한 조직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16.9%가 “동등한 임금과 대우를 받는 조직”, “누구든 수저를 놓을 수 있는 조직” 등을 꼽아 성차별 없는 조직이라 응답했다. ‘여성’이 아닌 ‘동료’로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다. 성평등하지 않은 곳의 풍경을 보면 성평등한 조직의 상이 조금 더 뚜렷해진다. 본인의 조직이 성평등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52.8%)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는 아래 그림과 같다.
▲ 대중설문 '조직내 성폭력은 OOOO때문이다'. 본인의 조직이 성평등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이유. 응답자들은 의사결정, 문화, 연봉, 승진 등에서 성평등하지 않다고 느꼈다. 마침내, 성평등 카드뉴스 1탄_우리가 마주한 조직 中
이처럼 성평등하지 않다고 느끼는 장면은 제도부터 문화까지 조직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조직. 이는 안전과 연결된다.
“조직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때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희롱 발언이 일어날 수도 있는 회식 자리에 꼭 가야 내가 기회를 얻는다거나,
성인지감수성이 없는 사람들과 같이 담배를 피워야만 회사 내에서 입지가 생긴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요” - 개인 인터뷰 중
“‘결혼했니?’, ‘아이는 안 낳니?’ 이런 식으로 말하다가 ‘엉덩이도 큰데 왜 결혼 안 하냐’라는 성희롱 발언이 나오는 거예요” - 그룹 인터뷰 중
“조금 불쾌하거나 미묘한 회색지대의 일들, 작은 이상함을 용인하기 시작하면 그게 문화가 되고 이상해진 문화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해요” - 개인 인터뷰 중
조직문화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 허용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사이의 경계, 사람에 대한 평가와 인정의 기준, 일상의 놀이문화 등 공동체의 모든 것으로 구성된다. 사건은 갑자기 터지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나아가서는 개인의 역량을 펼치고, 평등한 공간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위해서 우리는 성평등해야 한다. 결국 성평등한 조직문화는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조직에게도 좋은 방도가 아닌가(!)
어떻게 성평등해질 수 있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평등 실천을 해보았다는 22명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떠도는 말에 가담하지 않는 실천”을 하고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호칭을 빼고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지적한 19명은 누군가 불편한 농담을 했을 때 “웃지 않고 선을 넘었다고 정색”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문제제기(11명)를 해 “성추행 후에 가해자를 옹호하는 임원급을 같이 신고”하고 “탈의실이 없어 여성 직원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 탈의실을 제안”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이러한 실천이 모든 조직에 통용되지는 않는다. 갑자기 큰 변화를 만들어낼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도는 변화의 가능성을 만든다. 다양한 곳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성평등을 만들어가는 근육이 생기고 있었다.
“고충처리위원회 담당자는 3년 임기고 돌아가면서 해요. 전체 활동가 중에 경험한 사람이 한 1/4정도 되면서 조직 안에 역량이 쌓였어요. 매번 성공적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패 경험도 결국은 쌓이는 것 같아요.” - 그룹인터뷰 중
각자의 시도와 더불어 더 많은 조직에서 성평등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내년에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성평등 조직문화 표준강의안’을 보완해 배포하려고 한다. ‘성평등한 조직을 늘려버리겠다’는 포부가 현실이 될 때까지 언어를 모으고 공유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베리
❚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자잘한 취미와 작디작은 통장과 적당한 실행력과 그에 맞지 않은 큰 욕심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2022 하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성폭력상담소
성평등한 조직문화, 가보자고!
성평등 조직문화 [시도ː래] 성평등 조직문화가 ‘시도’되고 성평등 조직문화가 당연한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며 2022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한 사업이다. 사업은 △‘조직 내 성폭력은 __ 때문이다’ 대중 설문조사 △‘어디까지 해봤니?: 조직문화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들’ 그룹/개인 인터뷰 △표준강의안 제작 △‘2023 이달의 성평등’ 달력 제작 △‘사건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성평등 조직문화 시범 강의 및 작은 전시 순으로 진행됐다. ‘표준강의안’을 만들기까지 대중 설문조사에서 178명, 비영리/영리 영역을 포함해 그룹 인터뷰에서는 4개 그룹에서 19명, 개인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평등한 조직들을 늘려버리겠다(!)는 포부
이런 포부가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2012년부터 ‘공생의 조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토론회를 진행하고 2018년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니까 ___이/가 직접 만드는 조직문화’ 워크북을 제작했다. 그리고 조직문화와 공동체 내 성폭력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올해 다시 조직 내 성평등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조직 내 성폭력이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사회적 관계, 문화, 권력의 역동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간단하고 단일한 방법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문화와 역동이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들과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고 말을 건네는 것이 포부 달성을 위한(!) 올해의 흐름이었다.
왜 성평등이어야 하는가?
이미 성평등을 고민하는 사람은 “어찌 평등에 이유를 붙이냐”고 하겠지만, 실제 조직 내에서 이 질문을 받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고, 구성원은 어떤 상황에서 성평등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했다. 대중 설문조사에서 ‘성평등한 조직은 어떤 곳’인지를 묻고 그 응답을 분류했다. 응답자 178명 중 20.2%가 “여성/남성 구분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일할 수 있는 현장”, “특정 성별이 아닌 이름과 역할로 호명되는 곳” 등 성별 고정관념이 없는 곳을 성평등한 조직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16.9%가 “동등한 임금과 대우를 받는 조직”, “누구든 수저를 놓을 수 있는 조직” 등을 꼽아 성차별 없는 조직이라 응답했다. ‘여성’이 아닌 ‘동료’로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다. 성평등하지 않은 곳의 풍경을 보면 성평등한 조직의 상이 조금 더 뚜렷해진다. 본인의 조직이 성평등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52.8%)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는 아래 그림과 같다.
▲ 대중설문 '조직내 성폭력은 OOOO때문이다'. 본인의 조직이 성평등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이유. 응답자들은 의사결정, 문화, 연봉, 승진 등에서 성평등하지 않다고 느꼈다. 마침내, 성평등 카드뉴스 1탄_우리가 마주한 조직 中
이처럼 성평등하지 않다고 느끼는 장면은 제도부터 문화까지 조직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조직. 이는 안전과 연결된다.
“조직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때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희롱 발언이 일어날 수도 있는 회식 자리에 꼭 가야 내가 기회를 얻는다거나,
성인지감수성이 없는 사람들과 같이 담배를 피워야만 회사 내에서 입지가 생긴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요” - 개인 인터뷰 중
“‘결혼했니?’, ‘아이는 안 낳니?’ 이런 식으로 말하다가 ‘엉덩이도 큰데 왜 결혼 안 하냐’라는 성희롱 발언이 나오는 거예요” - 그룹 인터뷰 중
“조금 불쾌하거나 미묘한 회색지대의 일들, 작은 이상함을 용인하기 시작하면 그게 문화가 되고 이상해진 문화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해요” - 개인 인터뷰 중
조직문화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 허용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사이의 경계, 사람에 대한 평가와 인정의 기준, 일상의 놀이문화 등 공동체의 모든 것으로 구성된다. 사건은 갑자기 터지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나아가서는 개인의 역량을 펼치고, 평등한 공간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위해서 우리는 성평등해야 한다. 결국 성평등한 조직문화는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조직에게도 좋은 방도가 아닌가(!)
어떻게 성평등해질 수 있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평등 실천을 해보았다는 22명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떠도는 말에 가담하지 않는 실천”을 하고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호칭을 빼고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지적한 19명은 누군가 불편한 농담을 했을 때 “웃지 않고 선을 넘었다고 정색”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문제제기(11명)를 해 “성추행 후에 가해자를 옹호하는 임원급을 같이 신고”하고 “탈의실이 없어 여성 직원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 탈의실을 제안”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이러한 실천이 모든 조직에 통용되지는 않는다. 갑자기 큰 변화를 만들어낼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도는 변화의 가능성을 만든다. 다양한 곳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성평등을 만들어가는 근육이 생기고 있었다.
“고충처리위원회 담당자는 3년 임기고 돌아가면서 해요. 전체 활동가 중에 경험한 사람이 한 1/4정도 되면서 조직 안에 역량이 쌓였어요. 매번 성공적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패 경험도 결국은 쌓이는 것 같아요.” - 그룹인터뷰 중
각자의 시도와 더불어 더 많은 조직에서 성평등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내년에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성평등 조직문화 표준강의안’을 보완해 배포하려고 한다. ‘성평등한 조직을 늘려버리겠다’는 포부가 현실이 될 때까지 언어를 모으고 공유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베리
❚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자잘한 취미와 작디작은 통장과 적당한 실행력과 그에 맞지 않은 큰 욕심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