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2019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2019-06-28
조회수 4157

 

2012년 낙태죄 합헌 판결이후에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위한 싸움은 계속됐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소식이 전해진 헌법재판소 앞/ⓒ혜영

 


 

 

민우ing

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노새(홍연지)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4월 11일,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크고 작은 승리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기록하며 다음 싸움을 준비하고 싶어요.

 


 

 

———————————————————————————————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 2019. 4. 11. 헌법재판소

 

———————————————————————————————

 

 

헌법불합치=낙태죄 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단순위헌의견 3인, 헌법불합치의견 4인, 합헌의견 2인). 헌법불합치란 문자 그대로, ‘낙태죄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상의 ‘위헌’ 판결이다. 다만 낙태죄의 폐지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일정 기간 입법공백을 채울 유예기간을 두었다. 해당기한까지 낙태죄를 폐지하는 개정안 발의가 가능하고, 혹 아무런 입법이 없을 경우도 그대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외치던 ‘낙태죄 위헌’, ‘낙태죄 폐지’의 고지를 단박에 넘진 못했지만, 큰 산은 넘었다고 해야겠다. “사익인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공익인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4:4 합헌 판결을 내렸던 2012년 이후, 7년 만에 우리가 이뤄낸 역사적 변화이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읽어봤더니


2012년 합헌 판결 이후, 우리가 함께 싸운 시간들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헌재는 낙태죄가 실효성은 없는 반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존엄한 삶을 위해서 누구나 자신의 생활 영역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자기결정권이며, 여성에게서는 임신의 유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자기결정권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낙태죄는 임신중지를 처벌함으로써 사실상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가의 책무에 관한 지적도 반가웠다. 국가에게는 그러한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으나, 인구정책에 따라 낙태죄를 다르게 적용해 온 사실과, 사문화되어 있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단속을 강화하여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낙태죄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여성의 임신 유지여부를 ‘전인적 결정’이라 언급한 부분 역시 커다란 성취이고 변화이다. 게다가 헌재는 “낙태죄로 인해 오히려 임신중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하지 못하고, 낙태죄가 임신중지를 예방하기 보다는 여성을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절로 내몰아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의료적 지원이나 정보제공을 어렵게 하는 점, 남성들에 의한 협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 등을 인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꾸준히 강조하며 지적해온 내용들이다. 우리가 얼마나 커다란 산을, 훌쩍 넘어왔는지가 보이는 듯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향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리며, 국회와 정부로 공을 넘겼다. 선고 자체가 전향적으로 나온 만큼, 입법 또한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낙태죄 폐지라는, 임신중지 처벌법의 완전한 폐지에 대한 요구가 뜨거웠던 만큼, 정부와 국회는 ‘헌법불합치’의 의미를 달라진 시대정신에 맞춰 움직여야할 것이다. 단순히 허용사유를 조금 더 확대하는 수준의 입법이어서는 곤란하다. ‘처벌과 통제’라는 프레임에서 ‘어떻게 국가가 여성의 ‘전인적 결정’을 지지하고 보장할 것인가’ 하는 전향적 변화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아직 9부 능선에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그래서 여전히 ‘처벌도 허락도 낙인도 거부하며’, 낙태죄 폐지를 끝까지 외치는 일이다.

 

———————————————————————————————

 

“형법 제269조 제1항(여성처벌조항), 제270조 제1항(의사 등 처벌조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1)위 조항들은 2020.12.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되, 위 일자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 조항들은 2021.1.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 2019. 4. 11. 헌법재판소2)

 

———————————————————————————————

 

 


1) 제270조 제1항에는 의사 외에도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약종상에 대한 금지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위헌심사에서 헌법재판소는 그 중 ‘의사’에 관한 부분만 판단한 것. 따라서 270조 제1항(촉탁낙태죄)에서 나머지 직업군에 대한 금지조항은 남아있게 된다.
2) 헌법재판소 판결문 전문은 민우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womenlink.or.kr/ minwoo_actions/21860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각각의 글(텍스트)로 연결됩니다 

 

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민우ing

 

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일고민상담실에 들어오는 달라진 질문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숨지 말고 링 위로 올라올 것, 추종자들은 들을 것


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전체 목차 보기 & e-book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