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ing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류(류형림)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성실하게 누워있는 사람
“모두를 위한 나라”
‘10분씩이나 광고를 봐야 돼? 정말 짜증난다.’ 오랜만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앉아 투덜거리던 내 눈에 들어온 광고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광고1). 촛불집회로 정권이 바뀌니 슬로건이 다르긴 다르다. 정부 광고에 “모두를 위한 나라”라는 설레는 문구가 버젓이 나오다니. 그런데 잠깐, 내가 생각하는 “모두”와 정부가 말하는 “모두”가 같은 거 맞나? “포용국가”와 관련된 정책들을 찾아봤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할 5년간의 비전과 추진계획은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에 담겨있었다.2)
아직도 ‘4인 가족’이 기본?
“열심히 일하는 30대 여성과 남성이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며, 출산을 앞둔 부부는 준비해야할 것도, 걱정도 많습니다”
〈포용국가와 4인 가족〉 홍보물에서 정부는 “평범한 신혼부부”를 예로 들면서 결혼과 혈연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편복지의 확대를 설명한다. 이 홍보물을 보고 국민 모두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될 거라 기대하긴 어려웠다. 적어도 비혼 1인가구인 나의 자리는 없다. 제외되는 사람이 나뿐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56.4%였고,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0.3%에 달했다. 당장 주변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기혼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결혼관계 밖에서 출산과 육아를 선택한 여성, 결혼·혈연관계가 아닌 이들과 가족을 구성한 여성 등 “평범한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지 않다. 삶의 형태는 더 다양해지는데, 4인 가족을 전제로 한 제도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제도에서 배제된다.
‘혁신적 포용국가’ 국가 홍보물 이미지
사회보장기본계획 중 여성 대상 정책들
아동+육아+돌봄=여성 정책?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내용 중에 대상별로 정책을 모아놓은 표가 있다. 대상은 아동, 청년, 중장년, 노인, 장애인, 여성, 저소득층으로 구성되어있다. ‘여성’ 항목에는 이런 정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활성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강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아동수당 지급 확대, 아동양육비 지원 확대, 사회서비스인력 양성…. 아동수당과 육아휴직 활성화는 왜 여성 정책으로 분류될까? 아이는 주로 여자가 키우니까? 사회서비스인력 양성은 왜 여성 정책일까? 돌봄은 여성의 역할이니까? 여성은 출산·육아·돌봄 담당자가 아니다. 출산과 양육을 전제로 여성을 지원하고, 저임금으로 여성을 고용해서 돌봄을 해결하는 정책으로는 “모두”를 “포용”할 수 없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개인이 아닌 ‘정상가족’을 기본 단위로 설정하고, 부양과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 떠넘기며 가족 안팎에서 여성의 역할을 돌봄으로 한정짓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전하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의 삶이 증명한다. 법·제도의 변화도 발맞춰가길 기대하며, 올해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복지 사각지대를 폭넓게 드러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인터뷰와 집담회를 통해 사회보장, 주거, 돌봄 등의 영역에서 혈연,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이 겪은 차별 사례를 모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인터뷰와 집담회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소책자를 제작하고 토크쇼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가족 중심의 복지체계를 탈탈 털어 개인을 기준으로 재구성해보려고 한다. 누구나 언제든 혼자서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래서 더 평등한 관계와 공간에 대한 실천이 가능해지는 사회를 상상해본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1) ‘포용국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 광고 링크 : (20초 분량 짧은버전)bit.ly/2PMPCuU(1분25초 분량 전체내용)bit.ly/2JnT4ey
2)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에 대한 민우회 카드뉴스 [성평등복지 이슈팡팡] “혁신적 포용국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womenlink.or.kr/minwoo_actions/2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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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민우ing
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일고민상담실에 들어오는 달라진 질문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숨지 말고 링 위로 올라올 것, 추종자들은 들을 것
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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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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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형림)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성실하게 누워있는 사람
“모두를 위한 나라”
‘10분씩이나 광고를 봐야 돼? 정말 짜증난다.’ 오랜만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앉아 투덜거리던 내 눈에 들어온 광고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광고1). 촛불집회로 정권이 바뀌니 슬로건이 다르긴 다르다. 정부 광고에 “모두를 위한 나라”라는 설레는 문구가 버젓이 나오다니. 그런데 잠깐, 내가 생각하는 “모두”와 정부가 말하는 “모두”가 같은 거 맞나? “포용국가”와 관련된 정책들을 찾아봤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할 5년간의 비전과 추진계획은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에 담겨있었다.2)
아직도 ‘4인 가족’이 기본?
“열심히 일하는 30대 여성과 남성이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며, 출산을 앞둔 부부는 준비해야할 것도, 걱정도 많습니다”
〈포용국가와 4인 가족〉 홍보물에서 정부는 “평범한 신혼부부”를 예로 들면서 결혼과 혈연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편복지의 확대를 설명한다. 이 홍보물을 보고 국민 모두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될 거라 기대하긴 어려웠다. 적어도 비혼 1인가구인 나의 자리는 없다. 제외되는 사람이 나뿐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56.4%였고,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0.3%에 달했다. 당장 주변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기혼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결혼관계 밖에서 출산과 육아를 선택한 여성, 결혼·혈연관계가 아닌 이들과 가족을 구성한 여성 등 “평범한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지 않다. 삶의 형태는 더 다양해지는데, 4인 가족을 전제로 한 제도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제도에서 배제된다.
‘혁신적 포용국가’ 국가 홍보물 이미지
사회보장기본계획 중 여성 대상 정책들
아동+육아+돌봄=여성 정책?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내용 중에 대상별로 정책을 모아놓은 표가 있다. 대상은 아동, 청년, 중장년, 노인, 장애인, 여성, 저소득층으로 구성되어있다. ‘여성’ 항목에는 이런 정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활성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강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아동수당 지급 확대, 아동양육비 지원 확대, 사회서비스인력 양성…. 아동수당과 육아휴직 활성화는 왜 여성 정책으로 분류될까? 아이는 주로 여자가 키우니까? 사회서비스인력 양성은 왜 여성 정책일까? 돌봄은 여성의 역할이니까? 여성은 출산·육아·돌봄 담당자가 아니다. 출산과 양육을 전제로 여성을 지원하고, 저임금으로 여성을 고용해서 돌봄을 해결하는 정책으로는 “모두”를 “포용”할 수 없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개인이 아닌 ‘정상가족’을 기본 단위로 설정하고, 부양과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 떠넘기며 가족 안팎에서 여성의 역할을 돌봄으로 한정짓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전하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의 삶이 증명한다. 법·제도의 변화도 발맞춰가길 기대하며, 올해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복지 사각지대를 폭넓게 드러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인터뷰와 집담회를 통해 사회보장, 주거, 돌봄 등의 영역에서 혈연,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이 겪은 차별 사례를 모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인터뷰와 집담회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소책자를 제작하고 토크쇼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가족 중심의 복지체계를 탈탈 털어 개인을 기준으로 재구성해보려고 한다. 누구나 언제든 혼자서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래서 더 평등한 관계와 공간에 대한 실천이 가능해지는 사회를 상상해본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1) ‘포용국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 광고 링크 : (20초 분량 짧은버전)bit.ly/2PMPCuU(1분25초 분량 전체내용)bit.ly/2JnT4ey
2)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에 대한 민우회 카드뉴스 [성평등복지 이슈팡팡] “혁신적 포용국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womenlink.or.kr/minwoo_actions/2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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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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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일고민상담실에 들어오는 달라진 질문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숨지 말고 링 위로 올라올 것, 추종자들은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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