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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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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여경(정슬아)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3억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기일이 잡혔어요. 6월 20일입니다.

 


 

 

지난 2월 사무실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다. 성폭력사건 피해자지원 과정에서 종종 받는 서류와는 다른 싸–한 느낌이 들었다. 등기를 받은 활동가가 소리쳤다. “김기덕이 민우회에 3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어!”


 민우회 활동과정에서 가해자측이 소송을 걸어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저 손배청구액에 적힌 ‘0’의 갯수를 세어보면서, 터무니없는 금액에 어이가 없었다. 수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향해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역고소를 반복해오던 장면이 겹쳐졌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도리어 의심받고, 피해자가 피의자의 위치에서 혐의를 벗기 위해 또다른 재판으로 지쳐가던 모습들. 그리고 싸움의 국면이 피해자 지원기관에 대한 소송으로까지 확장되는구나 싶었다. 그의 적반하장의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민우회에 이어 김기덕사건1)의 최초고발자인 A씨와 방송사 MBC, 공동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2)민우회, 피해자, 언론사까지 손배청구액만 13억원이다. 피해자의 용기있는 증언과 곁에 있는 조력자들의 연대를 위축시켜 문제제기 자체를 소송으로 입막음하는 횡포였다.

 


2019년, 버젓이 해외영화제에 초청받는 김기덕


A씨는 김기덕사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나서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과 악성댓글, 부정확하고 선정적인 언론보도 등 2차피해로 인해 배우활동을 중단하고,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영화제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김기덕과의 힘든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와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김기덕이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인정과 사과를 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김기덕은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으로 작년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폭행죄로 인해 벌금 500만원의 형을 받게 된 것에 대한 질문에 반성은커녕 배우의 감정을 잡기 위한 ‘연기지도’ 차원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영화는 올해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받아 상영됐다. 더욱이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영화제는 김기덕을 심사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세계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상을 줬다.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영화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자는 세계적인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그의 공로를 굳이 치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이토록 김기덕을 ‘못잃는’ 해외영화제들이 많은 것일까. 영화제뿐만 아니라 성폭력 등 영화현장의 인권침해 현실을 묵인하고, 가해자에게 계속 변명과 작품활동의 기회를 주고 있는 행태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불법’이 아니다


민우회는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에 김기덕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상영취소와 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항의공문을 보냈다. 이것이 김기덕이 민우회에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유다. 그리고 2017년부터 영화 및 여성단체 등이 함께하고 있는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에 민우회도 연대하여 진행해온 기자회견, 토론회 등의 활동들이 “불법행위”이며, 자신이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해 ‘성폭력 범죄자’로 낙인찍혀 공개적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자신의 영화의 해외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것, 영화계의 인권침해와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 사건 해결을 위해 연대하는 것’은 당연 불법이 아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명예를 훼손하고, 손해를 끼친 것은 본인 자신이다. 이는 김기덕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추가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들에서도 알 수 있다.3)김기덕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냐며 화가 난 듯 했지만, 자신이 감독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출연배우들과 스탭들에게 행했던 수많은 인권침해의 문제는 전혀 은혜롭지 않다. 그것은 연기지도가 아니라 폭력이었고,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었다. 이처럼 그가 주장하는 손해는 문제제기가 있어도 버젓이 국내외 작품활동과 고소남발을 일삼는 행태가 만들어낸 결과다.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STOP_영화계_내_인권침해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흐름은 2015년 온라인 해시태그운동으로 시작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영화계 내의 다양한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들이 반복되어 왔으나, 더 이상은 성폭력 피해를 이유로 “동료를 잃을 수 없다”는 내부의 성찰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영화계 내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신고기관의 역할과 영화촬영 전 성희롱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등이 그것이다. 〈든든〉과 영화단체연대회의4)는 김기덕을 향해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추고,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기를 촉구”하고, “입증 가능한 법적 책임만큼이나 도의적 책임의 무게를 깊이 깨닫길” 바란다는 내용의 김기덕사건에 대한 영화단체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과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민우회는 앞으로 함께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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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한 적 없는 김기덕 감독에게 전한다.
우리는 단 한 발의 퇴보도 없을 것이다.
이 싸움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우리의 정의를 통해 끝날 것이다.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2019. 3. 6. 영화감독 김기덕에 의한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한국여성민우회 입장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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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거장의 민낯, 그 후'(2018.8.7.) 방송 화면

 

2019년 3월 7일, 영화감독 김기덕이 민우회에 제기한 3억 손배소송 규탄 기자회견

 

 


1) 본문에 언급되는 ‘김기덕사건’은 2013년 제작된 영화 〈뫼비우스〉의 촬영 전후과정에서, 김기덕이 출연 여성배우 A씨에게 ‘연기지도’라는 명목으로 자행한 폭행, 사전에 확인하고 협의한 장면과는 다르게 모형이 아닌 상대 남자배우의 성기를 잡도록 반복적으로 강제한 강요, 강제추행치상 및 명예훼손 등의 피해사실에 대한 것이다. 김기덕사건 최초 고발자인 A씨는 당시 바로 해당 영화스탭, 관련기관 등에 피해사실을 알렸으나 제대로 된 조사나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고, A씨는 작품에서 하차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던 2017년, 다시금 영화인신문고에 사건을 접수했고, 자체 조사과정을 거쳤다. 이후 공대위가 구성돼 기자회견 등 사건 공론화와 법적소송을 진행했고, 김기덕은 폭행죄에 대해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되었으나, 이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성폭력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2) 김기덕은 이미 지난해 MBC 〈PD수첩〉 제작진과 피해자에 대해서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고, 패소한 바 있다. 또한, 김기덕이 〈PD수첩〉측에 제기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도 기각되어 예정대로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3) 해당 증언들은 2018년 3월에 방영된 MBC 〈PD수첩〉의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편과 이어 8월에 방영된 ‘거장의 민낯, 그 후’편을 통해 알려졌다.
4)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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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민우ing

 

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일고민상담실에 들어오는 달라진 질문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숨지 말고 링 위로 올라올 것, 추종자들은 들을 것


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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