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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2019-06-28
조회수 3388

 

 

민우ing

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이편(이지원) 여는 민우회 액션회원팀

행복주택 떨어질 때마다 안 행복한 사람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살고 있다 보니 가끔 친구들의 고민을 듣는다. 최근에는 한 친구가 이런 상담을 청해왔다. “회사에 나만 페미니스트인 것 같아. 팀원들이랑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뉴스 얘기를 하는데 여성이 데이트폭력을 당한 사건에도 제 팔자는 제가 꼬는 거라는 둥, 끼리끼리 만난다는 둥 여자 탓을 해. 매번 싫은 소릴 할 수도 없고. 이젠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니까, 액션회원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바쁘다. 온라인에서는 여성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게시물, 기사, 댓글에 대응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집이나 직장, 때로는 친구모임에서도 해야 한다. 그뿐인가? 어제는 듣도 보도 못한 힙합 가수의 여성혐오적 앨범 가사에 열 받고, 오늘은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결합한 외국 기업의 광고에 열 받는 식이다. 이쯤 되니 이 모든 상황이 페미니스트들을 고혈압으로 쓰러뜨리기 위한 한국사회의 전략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화나는 일이 여간 많아야지.


 민우회는 매년 팀 개편이 있는 조직이지만 올해는 다소 이례적으로 하나의 팀이 신설되었다. 총회자료집을 보면 팀의 목표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상시적인 이슈 토론의 장을 구성하고, 시의성 있는 다양한 액션을 기획·실행함으로서 페미니즘 이슈에 역동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니까 이런 뜻이다. 세상의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부딪힐 때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열 받는 일도 나누면 한결 버틸만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신설된 팀의 이름은, 액션회원팀이다.

 

 

올해 1/4 이 지났을 뿐. 액션은 계속된다


우리의 액션은 새해의 초입이었던 1월 9일에 시작되었다. 조재범 전 코치에게 수차례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증언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에 대한 지지성명을 올린 것이다. 이 성명은 트위터에서 1,300회 이상 RT되었고, 조재범은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의 공분 속에서 지난 2월 검찰에 송치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닝썬 게이트가 본격화되었다. 클럽 내 성폭력, 경찰 유착 의혹으로 점화된 불씨가 단톡방 내 불법촬영물 공유 등으로 번져가던 시점이었다. 이 사건을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에 집담회 〈버닝썬 오프에서 OFF하자〉를 기획했다. 행사 바로 전날 공지를 올렸음에도 30명 가까이 되는 페미니스트들이 참여했다. 여성의 성을 비즈니스의 매개로 이용한 남성연대의 민낯이 새삼 충격적이었다는 분, 클럽을 자주 갔었기 때문에 피해여성들의 경험이 내 일처럼 느껴진다는 분 등 저마다 다 다른 이유로 참여했지만 너나할 것 없이 열띤 에너지가 기억에 남는다.

 

“클럽의 여성 무료입장, 여성을 상품 취급했다는 방증이다.”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카톡은 뭐하냐. 직접신고기능 도입하라!”
“강간약물 사용유통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라!”

 

 최근에는 가정용품을 생산하는 독일 기업 호른바흐의 여성혐오·인종차별 광고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찍었다. 아시안 여성이 중장년 백인남성의 체취에 코를 박고 황홀한 표정을 짓는 광고를 본 한국 여성들의 표정은 백 마디 말보다 분명하고 단호했다. 이 광고가 여성혐오·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호른바흐는 자국의 심의위원회에서 차별금지조항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고 자국에서 광고를 내렸지만 여전히 해당 광고의 문제를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긴급액션사이렌 집담회 〈버닝썬 오프에서 OFF하자〉

 

#긴급액션사이렌 독일 기업 호른바흐 광고 리액션 영상 제작 썸네일

 

 

 

행복이 별건가. 우리가 만들지 뭐


글의 서두에 소개했던 친구의 고민상담 이후 나에게도 질문이 남았다.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은 자주 화가 나고, 외로워지는 일 같다. 어떻게 하면 페미니스트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김새는 소리이긴 하지만 여전히 내게 답은 없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과 앞으로 할 일들은 바로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액션회원팀이 세상 모든 페미니즘 이슈에 대응할 수도 없고 또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것만큼은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 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혼자가 아니라고 손잡아주는 것. 화가 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민우회가 그 고민을 기꺼이 함께하는 것. 때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있으니까.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각각의 글(텍스트)로 연결됩니다 

 

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민우ing

 

싸우는 우리가 이뤄가는 것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일고민상담실에 들어오는 달라진 질문들


모두에게 1인분의 삶을


김기덕이 민우회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숨지 말고 링 위로 올라올 것, 추종자들은 들을 것


세상이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외롭게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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