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래된 유착의 고리
시원(김민문정) | 여는 민우회 상임대표
시원시원하게 살자고 ‘시원’ 별칭을 쓰지만 가끔 뭐엔가 홀려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받아들고는 ‘내가 왜 그랬을까’를 되새김질 하는 시원
2018년 11월 말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에 대한 의혹제기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경찰 유착, 마약, 약물 강간, 성매매 알선, 성폭력 불법 촬영·유포, 탈세 혐의 등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가 끝일지 알 수 없는 무수한 범죄행위들의 집합체임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는 클럽이라는 공간이 여성을 쾌락과 권력 과시의 도구로 소비하고 성적으로 착취하는 남성연대의 공간으로써 어떻게 기능해 왔는지 드러나고 있다. 클럽 버닝썬은 철저하게 성별화된 남성의 공간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남성연대를 강화하는 게임이나 놀이로 즐기고 경쟁하는 강간문화의 현장, 바로 성폭력의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 무수한 범죄들이 은폐되고 지속될 수 있었을까? 버닝썬 투자사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과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수천만 원의 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역삼지구대는 2009년에도 소속 경찰관 24명이 유흥업소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고 단속을 무마해 준 사실이 적발되어 무더기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클럽 버닝썬 개장 이후 2019년 2월까지 112에 122건이나 신고 접수되었음에도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는 단 8건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의 유착이 얼마나 깊고 넓을지 예측하게 한다.
한편 그들이 주고받은 것이 과연 돈만이었을까? 이는 단지 클럽 버닝썬만의, 승리 개인만의 문제였을까? 2010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진행한 『공무원 부정부패의 실태 및 대책』연구보고서를 보면 무수한 ‘클럽 버닝썬들’이 경찰, 검찰 등 공권력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가장 많은 업종은 유흥업(10.4%)이었고, 일생동안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빈도가 가장 많은 업종도 유흥업 26.3%)이었다.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이들의 절반 이상(50.9%)은 ‘떡값, 출장비, 교통비,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상납’했고, 주로 ‘식사나 술을 대접하는 자리’(51.4%)에서 제공되었다. 이들은 ‘지연되고 있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35.7%), ‘업무와 관련된 사소한 불법을 단속하지 말고 묵인해 달라고’(21.4%), ‘행정 단속 이후 처벌대상이 되어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17.9%)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이들의 80%는 ‘청탁의 효과를 얻었다’고 응답했다.
유흥업소와 공권력의 유착은 단지 승리 개인이나 버닝썬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수한 ‘클럽 버닝썬들’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무수한 ‘클럽 버닝썬들’에서 엄청난 범죄,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무마되고 은폐되며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찰, 검찰 등 공권력과의 유착 때문이며, 이들과도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를 쾌락과 남성권력 과시의 도구로 삼은 남성연대를 형성한 결과인 것이다.
경찰청 공무원범죄 처리결과 통계는 이런 유착이 왜 근절되지 않고 지속되는지 알려준다. 뇌물을 주거나 받는(증수뢰) 범죄는 2017년에만 총 373건 발생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52.5%)인 196건은 불기소 처리되었다. 절반은 조사단계에서 이미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검찰의 사례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2005년과 2010년에 국회에서 특별검사 제도까지 도입한 대표적인 검찰 유착범죄인 2005년 삼성X파일의 ‘떡값 검사’ 사건1)과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2)이 있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이 공개되었음에도 이들은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경남·부산의 한 건설업자에게서 뇌물과 성상납을 받아 조사대상에 오른 101명의 검사는 뇌물수수 의혹은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성 접대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확인된 비위는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모두 면죄부를 받고 단 4명만이 기소됐다.
스스로 수사하고 처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과 금품과 여성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사유화하려는 남성연대, 유착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그 유착의 고리를 분명히 끊어야 한다.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이 불거졌던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2017년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 사건에 포함되면서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고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폭력 사건은 모두 또 다른 ‘버닝썬 사건들’이다. 이 두 사건 역시 부와 사업적 성공, 권력의 사유화를 위해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여성을 탈인간화하여 제공 가능한 재화로 삼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성폭력 사건이며, 강간문화와 성폭력 카르텔이 남성연대의 ‘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렇듯 여성관련 사안은 후순위로 미루고,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명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남성들의 강고한 연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강간문화, 남성연대, 검경유착 척결의 출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강간문화와 남성카르텔 끝장내자고 여성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코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클럽 버닝썬 사건,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의 진상 규명과 분명한 사법처리는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분명한 처벌을 촉구한다.3)
1) 고 노회찬 의원이 삼성X파일을 근거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7명의 전·현직검사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 특검까지 꾸려졌으나 검사들은 모두 ‘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되고 고 노회찬 의원만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한 희한한 사건.
2)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가 1984년부터 2009년까지 25년 동안 100여 명의 검사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 성 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건. 〈PD수첩〉 방영 후 검찰 내 ‘검사 스폰서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이후 국회 차원의 특검 진행했지만 결국 전·현직 검사 4명만을 기소하고 마무리된 사건.
3) 2019년 5월 2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 사건의 핵심 의혹인 성범죄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혐의 대부분 공소시효 지났다는 이유로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김학의 전 차관은 성범죄 혐의가 제외된 채 구속되었다. 이에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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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기획
그것을 '강간문화'로 부른다는 것은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쉽고, 빠르게 복귀하는 그들
오래된 유착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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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착의 고리
시원(김민문정) | 여는 민우회 상임대표
시원시원하게 살자고 ‘시원’ 별칭을 쓰지만 가끔 뭐엔가 홀려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받아들고는 ‘내가 왜 그랬을까’를 되새김질 하는 시원
2018년 11월 말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에 대한 의혹제기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경찰 유착, 마약, 약물 강간, 성매매 알선, 성폭력 불법 촬영·유포, 탈세 혐의 등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가 끝일지 알 수 없는 무수한 범죄행위들의 집합체임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는 클럽이라는 공간이 여성을 쾌락과 권력 과시의 도구로 소비하고 성적으로 착취하는 남성연대의 공간으로써 어떻게 기능해 왔는지 드러나고 있다. 클럽 버닝썬은 철저하게 성별화된 남성의 공간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남성연대를 강화하는 게임이나 놀이로 즐기고 경쟁하는 강간문화의 현장, 바로 성폭력의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 무수한 범죄들이 은폐되고 지속될 수 있었을까? 버닝썬 투자사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과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수천만 원의 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역삼지구대는 2009년에도 소속 경찰관 24명이 유흥업소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고 단속을 무마해 준 사실이 적발되어 무더기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클럽 버닝썬 개장 이후 2019년 2월까지 112에 122건이나 신고 접수되었음에도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는 단 8건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의 유착이 얼마나 깊고 넓을지 예측하게 한다.
한편 그들이 주고받은 것이 과연 돈만이었을까? 이는 단지 클럽 버닝썬만의, 승리 개인만의 문제였을까? 2010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진행한 『공무원 부정부패의 실태 및 대책』연구보고서를 보면 무수한 ‘클럽 버닝썬들’이 경찰, 검찰 등 공권력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가장 많은 업종은 유흥업(10.4%)이었고, 일생동안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빈도가 가장 많은 업종도 유흥업 26.3%)이었다.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이들의 절반 이상(50.9%)은 ‘떡값, 출장비, 교통비,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상납’했고, 주로 ‘식사나 술을 대접하는 자리’(51.4%)에서 제공되었다. 이들은 ‘지연되고 있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35.7%), ‘업무와 관련된 사소한 불법을 단속하지 말고 묵인해 달라고’(21.4%), ‘행정 단속 이후 처벌대상이 되어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17.9%)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이들의 80%는 ‘청탁의 효과를 얻었다’고 응답했다.
유흥업소와 공권력의 유착은 단지 승리 개인이나 버닝썬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수한 ‘클럽 버닝썬들’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무수한 ‘클럽 버닝썬들’에서 엄청난 범죄,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무마되고 은폐되며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찰, 검찰 등 공권력과의 유착 때문이며, 이들과도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를 쾌락과 남성권력 과시의 도구로 삼은 남성연대를 형성한 결과인 것이다.
경찰청 공무원범죄 처리결과 통계는 이런 유착이 왜 근절되지 않고 지속되는지 알려준다. 뇌물을 주거나 받는(증수뢰) 범죄는 2017년에만 총 373건 발생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52.5%)인 196건은 불기소 처리되었다. 절반은 조사단계에서 이미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검찰의 사례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2005년과 2010년에 국회에서 특별검사 제도까지 도입한 대표적인 검찰 유착범죄인 2005년 삼성X파일의 ‘떡값 검사’ 사건1)과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2)이 있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이 공개되었음에도 이들은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경남·부산의 한 건설업자에게서 뇌물과 성상납을 받아 조사대상에 오른 101명의 검사는 뇌물수수 의혹은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성 접대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확인된 비위는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모두 면죄부를 받고 단 4명만이 기소됐다.
스스로 수사하고 처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과 금품과 여성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사유화하려는 남성연대, 유착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그 유착의 고리를 분명히 끊어야 한다.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이 불거졌던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2017년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 사건에 포함되면서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고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폭력 사건은 모두 또 다른 ‘버닝썬 사건들’이다. 이 두 사건 역시 부와 사업적 성공, 권력의 사유화를 위해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여성을 탈인간화하여 제공 가능한 재화로 삼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성폭력 사건이며, 강간문화와 성폭력 카르텔이 남성연대의 ‘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렇듯 여성관련 사안은 후순위로 미루고,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명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남성들의 강고한 연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강간문화, 남성연대, 검경유착 척결의 출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강간문화와 남성카르텔 끝장내자고 여성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코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클럽 버닝썬 사건,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의 진상 규명과 분명한 사법처리는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분명한 처벌을 촉구한다.3)
1) 고 노회찬 의원이 삼성X파일을 근거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7명의 전·현직검사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 특검까지 꾸려졌으나 검사들은 모두 ‘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되고 고 노회찬 의원만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한 희한한 사건.
2)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가 1984년부터 2009년까지 25년 동안 100여 명의 검사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 성 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건. 〈PD수첩〉 방영 후 검찰 내 ‘검사 스폰서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이후 국회 차원의 특검 진행했지만 결국 전·현직 검사 4명만을 기소하고 마무리된 사건.
3) 2019년 5월 2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 사건의 핵심 의혹인 성범죄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혐의 대부분 공소시효 지났다는 이유로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김학의 전 차관은 성범죄 혐의가 제외된 채 구속되었다. 이에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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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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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강간문화'로 부른다는 것은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쉽고, 빠르게 복귀하는 그들
오래된 유착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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