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칼럼
중요한 건, 완전한 정답은 없다는 것 – 민우회 특별휴가 개정에 부쳐
눈사람(최원진)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언젠가 우주여행은 하고 싶은 사람
시작은 2017년이었다. 민우회는 〈성소수자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네트워크〉로부터 특별휴가 규정에 동성결혼을 포함시키는 안을 제안 받았다.1)‘특별휴가’는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쓰는 휴가로서, 통상 한국에서는 가족 경조사를 주요 사유로 명시해 왔다. 민우회의 특별휴가 규정 역시 이혼 휴가 외에는 기존 혈연, 혼인관계의 가족만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비혼, 기혼(유/무자녀), 퀴어, 1인 가구, 파트너쉽, 동거가족 등 현재 활동가들의 삶과 특별휴가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고, 변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조별 토의, 두 번의 전체 활동가 회의를 거쳐 2019년 특별휴가 개정 TF팀2)이 제안한 안이 확정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꼭 결혼을 해야만 가족일까?”, “파트너 말고, 가족이 여러 명일 수도 있잖아”, “가족의 범위를 넓힌다면, 기준은 뭐지? 같이 살지 않는다면?”, “나는 할머니가 키웠는데, 부모상하고 조부모상은 차등이 있더라고. 이럴 땐 부모상 아닌가요?”, “결혼은 왜 개인휴가가 아닌 특별휴가를 받는 거죠?”
활동가들의 질문을 통해, 동성결혼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가족구성권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었다. 가장 논쟁이 된 주제는 법적 가족에 준하는 생활동반자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것이었다. 활동가 개개인의 경험, 위치에 따른 차이들을 맞춰가기 위해 새로운 항목을 신설할 때 중요한 전제, 즉 가치기준을 만들었다.
———————————————————————————————
① ‘정상가족’ 중심에서 다양한 가족구성권으로, 변화하는 가치가 반영되도록 한다.
② 돌봄을 주고받는 주체로서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③ 내규 개정의 취지는 대안적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④ 휴가일수의 최대기준을 정하되,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한다.
———————————————————————————————
조사 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을 법적 가족에서, ‘~에 준하는’으로 표현하여 범위를 확장하고, 결혼 휴가 기간은 축소, 환갑 항목은 삭제, 반려동물 상은 신설하는 등 변화된 가족문화를 반영했다.
상 같은 경우 가족 촌수에 따른 차등 대신 최소 5일 최대 10일이라는 기간 안에서, 개별적 관계나 장례식에서의 역할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돌봄 휴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가족과 여성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휴가가 답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과 서로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사회, 돌봄의 가치를 지지한다는 근본적 지향. 그 사이에서 결국 방점은 후자에 찍혔다.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상 제도는 보완과 수정, 변화를 필요로 한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길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완전한 정답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완전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덜 배제하고자 노력했던 것, 그 불가능한 도전을 지속하는 것, 우리가 어떤 지향을 바탕으로 가치 기준을 세우고 토론했는지 기록하는 것. 특별휴가 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배운 건, 언제나 다음이 온다는 것이다.
———————————————————————————————
민우회 복무에 관한 내규 중 제3장
휴일 및 휴가․휴직 제9조 (휴가․휴직의 종류)
개정 전
1. 특별휴가
상근활동가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할 때에는 유급 특별휴가를 준다.
1)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인재가 있을 때 본회가 인정하는 기간
2) 교통차단의 경우에는 그 차단기간, 법정 투표시 그 소요시간
3) 부모 및 자녀, 배우자상에 10일
4) 조부모 및 형제자매상에 3일
5) 부모 회갑에 1일
6) 본인 결혼에 7일
7) 자녀 결혼에 2일
8) 형재자매 결혼에 1일
9) 배우자 출산에 5일
10)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소요기간
11) 본인 이혼에 5일
개정 후3)
1. 특별휴가
상근활동가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할 때에는 유급 특별휴가를 준다.
1)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인재가 있을 때 본회가 인정하는 기간
2) 교통차단의 경우에는 그 차단시간, 법정 투표시 그 소요기간, 건강검진 시 소요시간
3) 조부모 및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또는 이에 준하는 이의 상에 역할에 따라 5일 또는 10일
4) 반려동물 상에 3일
5) 본인 결혼 및 결혼식에 준하는 경우에 5일
6) 부모 및 자녀, 형제자매의 결혼식에 1일
7)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소요기간
8) 본인의 법정이혼 절차에 필요한 경우 그 소요시간. 연 3일 이내로 불연속 사용 가능
3. (신설)돌봄휴가
1) 장기돌봄휴가
부모, 배우자, 자녀에 준하는 사람의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하여 그를 돌보기 위한 휴직. 최장 90일로, 이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나누어 사용하는 1회의 기간은 30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2) 긴급돌봄휴가
가족 및 공동체 구성원(반려동물 포함)에 대한 긴급한 조력이 필요한 경우 그 소요시간이며, 연 5일 이내로 사용 가능
———————————————————————————————
1) ‘직장 내 성소수자가족 친화 정책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민우회에 제안해왔다.
2) 2017년 9월 전체 활동가 회의결과 TF팀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강혜란, 권박미숙, 김진선 이소희, 정예원, 최원진 활동가의 자원으로 TF팀이 구성되었다.
3) 개정의 취지와 개정안의 구체적 함의를 담은 해제 문서도 별도로 마련되었다. 개정되어 총 8가지가 된 민우회 휴가·휴직 종류 중 주되게 논의된 특별휴가와 신설된 돌봄휴가 항목만 기재하였다.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각각의 글(텍스트)로 연결됩니다
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모람활짝
나는 민우회원모임 OOO을 원한다!
회원 이야기
빻은 뮤지컬계 속 페미니스트를 위한 안내서
민우칼럼
중요한 건, 완전한 정답은 없다는 것 – 민우회 특별휴가 개정에 부쳐
활동가다이어리
숨을 비워내니 눈물이 났다
아홉개의 시선
#페미니스트동네친구만들기
>>전체 목차 보기 & e-book으로 보기
민우칼럼
중요한 건, 완전한 정답은 없다는 것 – 민우회 특별휴가 개정에 부쳐
눈사람(최원진)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언젠가 우주여행은 하고 싶은 사람
시작은 2017년이었다. 민우회는 〈성소수자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네트워크〉로부터 특별휴가 규정에 동성결혼을 포함시키는 안을 제안 받았다.1)‘특별휴가’는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쓰는 휴가로서, 통상 한국에서는 가족 경조사를 주요 사유로 명시해 왔다. 민우회의 특별휴가 규정 역시 이혼 휴가 외에는 기존 혈연, 혼인관계의 가족만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비혼, 기혼(유/무자녀), 퀴어, 1인 가구, 파트너쉽, 동거가족 등 현재 활동가들의 삶과 특별휴가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고, 변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조별 토의, 두 번의 전체 활동가 회의를 거쳐 2019년 특별휴가 개정 TF팀2)이 제안한 안이 확정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꼭 결혼을 해야만 가족일까?”, “파트너 말고, 가족이 여러 명일 수도 있잖아”, “가족의 범위를 넓힌다면, 기준은 뭐지? 같이 살지 않는다면?”, “나는 할머니가 키웠는데, 부모상하고 조부모상은 차등이 있더라고. 이럴 땐 부모상 아닌가요?”, “결혼은 왜 개인휴가가 아닌 특별휴가를 받는 거죠?”
활동가들의 질문을 통해, 동성결혼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가족구성권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었다. 가장 논쟁이 된 주제는 법적 가족에 준하는 생활동반자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것이었다. 활동가 개개인의 경험, 위치에 따른 차이들을 맞춰가기 위해 새로운 항목을 신설할 때 중요한 전제, 즉 가치기준을 만들었다.
———————————————————————————————
① ‘정상가족’ 중심에서 다양한 가족구성권으로, 변화하는 가치가 반영되도록 한다.
② 돌봄을 주고받는 주체로서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③ 내규 개정의 취지는 대안적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④ 휴가일수의 최대기준을 정하되,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한다.
———————————————————————————————
조사 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을 법적 가족에서, ‘~에 준하는’으로 표현하여 범위를 확장하고, 결혼 휴가 기간은 축소, 환갑 항목은 삭제, 반려동물 상은 신설하는 등 변화된 가족문화를 반영했다.
상 같은 경우 가족 촌수에 따른 차등 대신 최소 5일 최대 10일이라는 기간 안에서, 개별적 관계나 장례식에서의 역할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돌봄 휴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가족과 여성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휴가가 답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과 서로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사회, 돌봄의 가치를 지지한다는 근본적 지향. 그 사이에서 결국 방점은 후자에 찍혔다.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상 제도는 보완과 수정, 변화를 필요로 한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길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완전한 정답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완전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덜 배제하고자 노력했던 것, 그 불가능한 도전을 지속하는 것, 우리가 어떤 지향을 바탕으로 가치 기준을 세우고 토론했는지 기록하는 것. 특별휴가 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배운 건, 언제나 다음이 온다는 것이다.
———————————————————————————————
민우회 복무에 관한 내규 중 제3장
휴일 및 휴가․휴직 제9조 (휴가․휴직의 종류)
개정 전
1. 특별휴가
상근활동가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할 때에는 유급 특별휴가를 준다.
1)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인재가 있을 때 본회가 인정하는 기간
2) 교통차단의 경우에는 그 차단기간, 법정 투표시 그 소요시간
3) 부모 및 자녀, 배우자상에 10일
4) 조부모 및 형제자매상에 3일
5) 부모 회갑에 1일
6) 본인 결혼에 7일
7) 자녀 결혼에 2일
8) 형재자매 결혼에 1일
9) 배우자 출산에 5일
10)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소요기간
11) 본인 이혼에 5일
개정 후3)
1. 특별휴가
상근활동가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할 때에는 유급 특별휴가를 준다.
1)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인재가 있을 때 본회가 인정하는 기간
2) 교통차단의 경우에는 그 차단시간, 법정 투표시 그 소요기간, 건강검진 시 소요시간
3) 조부모 및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또는 이에 준하는 이의 상에 역할에 따라 5일 또는 10일
4) 반려동물 상에 3일
5) 본인 결혼 및 결혼식에 준하는 경우에 5일
6) 부모 및 자녀, 형제자매의 결혼식에 1일
7)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소요기간
8) 본인의 법정이혼 절차에 필요한 경우 그 소요시간. 연 3일 이내로 불연속 사용 가능
3. (신설)돌봄휴가
1) 장기돌봄휴가
부모, 배우자, 자녀에 준하는 사람의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하여 그를 돌보기 위한 휴직. 최장 90일로, 이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나누어 사용하는 1회의 기간은 30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2) 긴급돌봄휴가
가족 및 공동체 구성원(반려동물 포함)에 대한 긴급한 조력이 필요한 경우 그 소요시간이며, 연 5일 이내로 사용 가능
———————————————————————————————
1) ‘직장 내 성소수자가족 친화 정책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민우회에 제안해왔다.
2) 2017년 9월 전체 활동가 회의결과 TF팀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강혜란, 권박미숙, 김진선 이소희, 정예원, 최원진 활동가의 자원으로 TF팀이 구성되었다.
3) 개정의 취지와 개정안의 구체적 함의를 담은 해제 문서도 별도로 마련되었다. 개정되어 총 8가지가 된 민우회 휴가·휴직 종류 중 주되게 논의된 특별휴가와 신설된 돌봄휴가 항목만 기재하였다.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각각의 글(텍스트)로 연결됩니다
함께가는 여성 2019 상반기 (227호)
‘강간문화’에 대한 무지도 부정도 거부한다
모람활짝
나는 민우회원모임 OOO을 원한다!
회원 이야기
빻은 뮤지컬계 속 페미니스트를 위한 안내서
민우칼럼
중요한 건, 완전한 정답은 없다는 것 – 민우회 특별휴가 개정에 부쳐
활동가다이어리
숨을 비워내니 눈물이 났다
아홉개의 시선
#페미니스트동네친구만들기
>>전체 목차 보기 & e-book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