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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성과 재생산권’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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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성과 재생산권’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2020년 12월 31일, 낙태죄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올해도 민우회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과 함께 3월 8일 임신중단권 보장을 촉구하는 ‘임신중지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열었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2주년인 4월 11일에는 토크쇼 ‘초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생산권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를 개최해 시민 100여 명과 함께 낙태죄 폐지 이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임신중지를 하려고 병원에 가게 된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이미지 설명: 4월 11일 낙태죄 헌법 불합치 2주년을 기념해 낙태죄 폐지 이후의 후속 과제를 이야기하는 토크쇼가 열렸다.

 

현재 상황은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어 그저 처벌만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임신중지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존재하고, 이에 기반한 병원의 시술 거부 문제도 남아 있다. 임신중지 결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정보나 상담을 제공받거나, 결정 후 병원에서 충분한 의료 정보를 제공받거나, 수술과 약물 중 임신중지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임신중지 약물(유산유도제)이 공적으로 도입되지 않아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은 대부분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비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합리적 비용을 제시하는 병원을 알아서 수소문해야 한다. 일상 회복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개인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남아 있다. 게다가 일부 병원에서는 아직 ‘파트너(남성) 동의서’를 요구하기도 하고, 청소년 임신중지 당사자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도 필요하다.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도 우리가 “임신중지를 보편적인 공적 의료서비스1)로 보장하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라”고 외치는 이유이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하고,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라!

 

낙태죄 폐지 전에도 그리고 후인 지금도 임신중지 약물을 필요로 하거나 실제로 사용하는 여성들은 많다. 하지만 임신중지 약물은 공적 의료체계 안에 정식 도입되지 않았다. 불법 약물을 음지에서 유통·판매하는 업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약물은 품질이 보증되지 않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약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여성들은 불법 약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가는 “불법유통을 막겠다”면서 임신중지 약물을 거래하는 ‘불법’ 사이트를 단속하는 것 외에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국내 모 제약회사에서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유통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허가되기까지는 최소한 6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임신중지 당사자의 건강권은 명백히 침해되는 것이다.

 

국가는 이미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에 대한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여 신속하게 약물 도입이 이뤄지도록 힘쓰는 한편 △약물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보편적이고 촘촘한 전달체계 마련 △약물 안전성 및 복약 관련 명확한 정보 제공 △현장 가이드라인 제공 등 약물 도입 이후의 접근성도 보장해야 한다.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포함한다는 것은

 

임신중지가 공적 의료서비스가 된다는 것은 보건소·지방의료원·국공립병원·대학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해 질적‧양적으로 충분한 정보들을 갖추고, 숙련된 의료진이 이러한 의료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신중지에 관한 보건 의료와 상담·정보를 포함한 사회적 자원에 대해서 연령·장애·질병·지역·이주 상·성별·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노동·교육·사회복지 등 각 영역에서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이다2).

 

그러나 임신중지는 아직도 비급여화되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3). 그래서 병원마다 자의적으로 임신중지에 따른 비용 기준을 책정하고, 그 비용은 당사자 여성들이 온전히 부담한다.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급여화는 임신중지에 대한 경제적 조건에 따른 불평등을 완화하는 첫걸음이며, 임신중지를 공공 의료서비스로 인정하는 분명한 사회적 합의이기도 하다. 또한 보험급여 체계를 통해 임신중지 현황 파악과 의료의 질 관리를 할 수 있게 되고, 의료진이 편견에서 벗어나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4).

 

이제 성재생산권리 보장으로 업그레이드!

 

낙태죄 폐지는 수많은 시민이 거리에 함께 나가 외치고 국가 통제에 저항하며 쟁취한 우리의 성과이다. 하지만 그저 낙태가 ‘범죄’가 아니라고 해서 우리의 성·재생산 권리들이 온전히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다. 전 생애에 걸쳐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권리, 성 정체성·지향과 상관없이 안전하고 즐거운 성적 경험을 할 권리, 안전하게 월경·임신·출산할 권리, 나아가 다양한 가족을 구성하고 모두가 돌봄 받고 돌볼 수 있는 권리 등 우리가 앞으로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할 권리, 요구해야 할 권리들이 남아있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임신중지 의료 접근권과 관련된 현실을 파악하고 실태를 알려야 한다. 그래서 올해 민우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낙태죄 폐지 이전·이후에 임신중지 의료 경험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여성들의 경험을 모을 예정이다.

 

수많은 사람의 힘이 모여 낙태죄 없는 세계의 꿈을 이뤘던 것처럼, 여러 페미니스트들과 다시 함께 연대해 재생산권이 업그레이드된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또 한 번 꾸고 싶다.

 

밍기뉴(박지영)

❚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시든 잎을 뜯어도 새싹을 다시 피우는 ‘파키라’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1)‘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즉,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원, 의원들이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2)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인용,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3.8 세계여성의날 기자회견문, 2021. 03. 08.

3)현재 임신중지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제1항의 1.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같이 분류되어있다.

4)낙태죄 헌법 불합치 2주년 기념 토크쇼 ‘초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생산권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중 ‘의료현장,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최예훈)’ 발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