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활동가 다이어리
전세대출, 이게 뭐라고
2015년 10월부터 살기 시작한 지금의 집을 떠나 2021년 4월 28일 나는 드디어 이사를 한다. 이렇게 명쾌하게 한 줄로 적어낸 것처럼 이사 준비 상황도 명쾌하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5년 여를 살다가 다시 이사를 준비하려니 뭐가 뭔지 하나부터 열까지 낯설다. 더구나 생애 첫 전세자금(버팀목) 대출까지 받다 보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불쑥불쑥 연출되었다. 하지만, 정신줄 부여잡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인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이사를 준비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좌충우돌 전세자금 대출과 이사 준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에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내가 가진 돈이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틈틈이 SH나 LH로 접속해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 공고가 있는지 지켜보았고, 신청해볼 만한 공고가 뜨면 열심히 신청했다. 처음엔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동네방네 “나 신청했어!”를 떠들고 다녔는데, 한 5년 동안 떨어지다 보니 ‘이걸 왜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살고 있는 집의 임대인에게 세입자로서 합리적 요구를 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때마다 나는 최소한의 주거권을 생각하며 다시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드디어 SH주택 매입임대 입주 대상자로 선정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동안 급여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을 하다 보니 통장은 언제나 텅 비어 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번에 입주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도 이제 돈을 좀 제대로 모을 수 있겠다’였다. 돈 빌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한 번도 대출을 받아볼 생각을 못 했는데, 최근 이런저런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금융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애 첫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출은 5% 계약금이 확인되는 주택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1) 도장을 찍어서 다른 서류와 함께 은행에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난의 여정은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도장을 찍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주민센터로 갔더니 “계약서상 계약금이 입금된 날짜는 확인되는데 입주하는 날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계약서에는 5%가 입금된 계약금 내용, 앞으로 납부할 잔금 표시, 그리고 “잔금을 납부하면 O월부터 O월 사이 이사일을 관리소에 통보하고 입주할 수 있다”라는 문구만 있었다. 나는 바로 그 잔금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니 계약서에 입주 날짜가 나오지 않는 게 당연했다. 직원 분은 안 된다는 듯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갔기에 여러 차례 확인을 요청했다. 결국 나는 이사 예정일을 시작일로 기준 삼아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었다.
어렵게 확정일자가 확인되는 계약서 등을 챙겨 은행에 갔는데, 이번에는 은행 직원 분이 내가 신청하려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은행에는 다양한 대출상품이 있어서 직원이라도 해당 상품을 취급해 보지 않았다면 절차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데, 이 경우가 바로 그랬다. 직원 분이 한참을 이리저리 확인하고 접수를 해나가는 중에 계약서상 입주 날짜가 확인이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나는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주민센터에서 진행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가량 시간이 지나 다행히 “대출 대상자의 위반 사항이 없다면 무리 없이 대출이 될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드디어 접수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대출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끝났다’ 싶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퇴근 시간 즈음 은행직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내 경우에는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월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상호전환제도’를 이용하기로 하고, 이를 통해 조정된 내역을 SH 측 문자로 통보받았다. 바로 이게 문제가 되었다. 은행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보증금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줄 수는 없다”고 나온 것이다. 은행은 상호전환제도로 높아진 보증금 내역이 확인되는 수정계약서를 내라고 하고, SH 측은 잔금을 내야 수정계약서를 발급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 지경이 되자 ‘이렇게 대출이 거절되는 건가. 그냥 상호전환을 하지 말고 임대료를 그대로 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SH 담당자 분과 통화를 하여 “조정된 납부 금액을 담은 고지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고지서를 증빙서류로 제출해 드디어 대출이 확정되었다. 이제 이사를 마치고 전입신고가 된 주민등록등본, 수정계약서 등의 서류를 은행에 내면 대출 절차가 마무리가 된다.
요즘은 수정계약서를 쓸 날을 기다리며 이사업체를 선정해서 예약을 해 놓고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사야 할 전자제품들의 가성비를 따지는 검색을 하기도 하고, 구청 폐기물 사이트에 접속해 이사 가면서 버릴 물건들을 접수하기도 한다. 오늘도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벌려 놓고는 물건을 하나씩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면서, ‘최소한의 물건만을 추구하자’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버리지는 못하는 나 자신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안정된 공간과 규칙적인 루틴으로 심적인 안정인 느끼는 나로선 이사 준비에 돌입한 4월부터 안정감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상황이라 어서 빨리 이사를 완료해 마무리를 짓고 싶다. 〈함께 가는 여성〉이 인쇄되어 내 손에 도착하는 날 안정감이 깃든 새로운 나의 공간에서 따끈따끈한 소식지를 읽을 생각을 하니 살짝 웃음이 난다. 더딘 것 같아도 시간은 가더라는 :)
바사(김진희)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이사 단기간에 두 번은 못하겠어요. 규칙적인 루틴이 너무나 중요한 사람
1) 확정일자란 법원 또는 동사무소 등에서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날짜를 확인하여 주기 위하여 임대차계약서 여백에 그 날짜가 찍힌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 때 그 날짜를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2021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활동가 다이어리
전세대출, 이게 뭐라고
2015년 10월부터 살기 시작한 지금의 집을 떠나 2021년 4월 28일 나는 드디어 이사를 한다. 이렇게 명쾌하게 한 줄로 적어낸 것처럼 이사 준비 상황도 명쾌하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5년 여를 살다가 다시 이사를 준비하려니 뭐가 뭔지 하나부터 열까지 낯설다. 더구나 생애 첫 전세자금(버팀목) 대출까지 받다 보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불쑥불쑥 연출되었다. 하지만, 정신줄 부여잡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인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이사를 준비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좌충우돌 전세자금 대출과 이사 준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에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내가 가진 돈이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틈틈이 SH나 LH로 접속해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 공고가 있는지 지켜보았고, 신청해볼 만한 공고가 뜨면 열심히 신청했다. 처음엔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동네방네 “나 신청했어!”를 떠들고 다녔는데, 한 5년 동안 떨어지다 보니 ‘이걸 왜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살고 있는 집의 임대인에게 세입자로서 합리적 요구를 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때마다 나는 최소한의 주거권을 생각하며 다시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드디어 SH주택 매입임대 입주 대상자로 선정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동안 급여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을 하다 보니 통장은 언제나 텅 비어 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번에 입주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도 이제 돈을 좀 제대로 모을 수 있겠다’였다. 돈 빌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한 번도 대출을 받아볼 생각을 못 했는데, 최근 이런저런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금융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애 첫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출은 5% 계약금이 확인되는 주택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1) 도장을 찍어서 다른 서류와 함께 은행에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난의 여정은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 도장을 찍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주민센터로 갔더니 “계약서상 계약금이 입금된 날짜는 확인되는데 입주하는 날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계약서에는 5%가 입금된 계약금 내용, 앞으로 납부할 잔금 표시, 그리고 “잔금을 납부하면 O월부터 O월 사이 이사일을 관리소에 통보하고 입주할 수 있다”라는 문구만 있었다. 나는 바로 그 잔금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니 계약서에 입주 날짜가 나오지 않는 게 당연했다. 직원 분은 안 된다는 듯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갔기에 여러 차례 확인을 요청했다. 결국 나는 이사 예정일을 시작일로 기준 삼아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었다.
어렵게 확정일자가 확인되는 계약서 등을 챙겨 은행에 갔는데, 이번에는 은행 직원 분이 내가 신청하려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은행에는 다양한 대출상품이 있어서 직원이라도 해당 상품을 취급해 보지 않았다면 절차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데, 이 경우가 바로 그랬다. 직원 분이 한참을 이리저리 확인하고 접수를 해나가는 중에 계약서상 입주 날짜가 확인이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나는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주민센터에서 진행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가량 시간이 지나 다행히 “대출 대상자의 위반 사항이 없다면 무리 없이 대출이 될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드디어 접수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대출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끝났다’ 싶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퇴근 시간 즈음 은행직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내 경우에는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월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상호전환제도’를 이용하기로 하고, 이를 통해 조정된 내역을 SH 측 문자로 통보받았다. 바로 이게 문제가 되었다. 은행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보증금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줄 수는 없다”고 나온 것이다. 은행은 상호전환제도로 높아진 보증금 내역이 확인되는 수정계약서를 내라고 하고, SH 측은 잔금을 내야 수정계약서를 발급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 지경이 되자 ‘이렇게 대출이 거절되는 건가. 그냥 상호전환을 하지 말고 임대료를 그대로 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SH 담당자 분과 통화를 하여 “조정된 납부 금액을 담은 고지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고지서를 증빙서류로 제출해 드디어 대출이 확정되었다. 이제 이사를 마치고 전입신고가 된 주민등록등본, 수정계약서 등의 서류를 은행에 내면 대출 절차가 마무리가 된다.
요즘은 수정계약서를 쓸 날을 기다리며 이사업체를 선정해서 예약을 해 놓고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사야 할 전자제품들의 가성비를 따지는 검색을 하기도 하고, 구청 폐기물 사이트에 접속해 이사 가면서 버릴 물건들을 접수하기도 한다. 오늘도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벌려 놓고는 물건을 하나씩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면서, ‘최소한의 물건만을 추구하자’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버리지는 못하는 나 자신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안정된 공간과 규칙적인 루틴으로 심적인 안정인 느끼는 나로선 이사 준비에 돌입한 4월부터 안정감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상황이라 어서 빨리 이사를 완료해 마무리를 짓고 싶다. 〈함께 가는 여성〉이 인쇄되어 내 손에 도착하는 날 안정감이 깃든 새로운 나의 공간에서 따끈따끈한 소식지를 읽을 생각을 하니 살짝 웃음이 난다. 더딘 것 같아도 시간은 가더라는 :)
바사(김진희)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이사 단기간에 두 번은 못하겠어요. 규칙적인 루틴이 너무나 중요한 사람
1) 확정일자란 법원 또는 동사무소 등에서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날짜를 확인하여 주기 위하여 임대차계약서 여백에 그 날짜가 찍힌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 때 그 날짜를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