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젠더 의제가 사라진 선거판에 질문을 던지다
젠더선거, 말들은 잘하지만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젠더선거’가 될 것이다.” 올해 재보궐선거 일정이 결정되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와 같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과 부산, 두 거대 지자체에서 ‘위력 성폭력’이라는 공통의 이유로 시장직이 공석이 되었음을 고려할 때, 차기 시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에서 젠더 의제가 당락을 가르는 중심 의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실제 선거 국면에서 ‘젠더선거’의 의미는 단지 ‘젠더폭력 문제가 불거지는 선거’로, 또는 ‘여성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로 제멋대로 오해되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앞다투어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여 2차 피해를 유발하는가 하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마치 정책 공약이라도 되는 양 쏟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는 부동산과 지역 개발 문제 등에 밀려 젠더 의제는 선거의 중심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진정한 ‘젠더선거’가 사라진 자리는 젠더 논의를 회피하고 변명하는 비겁한 태도, 그리고 오직 상대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로서만 젠더 논의를 참칭하는 진영논리가 채웠다.
원점으로 돌아가 질문을 만들다
이처럼 젠더 의제가 사라져버린 선거 국면에서 민우회가 진행한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검증 액션 〈젠더선거 가이드〉’의 15개 질문은 무엇이 페미니스트 시민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젠더선거인지 알리고자 제작되었다.
이번 선거는 전임자의 성폭력으로 인해 초래된 선거이기에, 성폭력을 가능케 한 배경인 기존 시정의 성차별적 요소를 전면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후보자의 젠더감수성을 검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따라서 〈젠더선거 가이드〉의 5가지 핵심 질문은 성차별적 조직구조의 해소 방안으로서 ①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 ②2차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개인적·정책적 방책을 가지고 있는지 ③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동의하는지 ④친밀한 관계의 커뮤니티 안에서 누군가 성폭력·성차별적 농담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상황을 중단한 적이 있는지 ⑤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지를 묻고 있다.
여기에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젠더폭력 예방, 재난 대응, 복지와 돌봄 영역의 시정에서, 또한 미디어와 건강, 환경과 같은 시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영역들에서 어떻게 성평등을 추구할지 구체적인 구상을 묻는 10가지 질문을 더했다.
후보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더니
이미지 설명: 선거를 하루 앞둔 4월 6일, 민우회는 재보궐 선거 성평등 정책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젠더선거 가이드〉 핵심 질문 5가지와 전반적인 정책 영역에서의 젠더 관점의 질문 10가지를 담은 질의서는 3월 18일 서울시장 후보 8명(박영선·오세훈·신지혜·오태양·이수봉·김진아·송명숙·신지예)과 부산시장 후보 5명(김영춘·박형준·손상우·배준현·노정현)에게 발송되었으며, 민우회는 3월 25일까지 답변을 요청하였다.
이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3명(신지혜·김진아·송명숙)과 부산시장 후보 2명(김영춘·노정현)만이 기한 내에 답변을 보내왔다. 질의에 응답한 후보들은 보다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력 후보이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과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은 응답하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역시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후보에 대해서는 여성대표성 확대 방안, 젠더폭력 2차 피해 차단, 혐오·차별 예방정책을 중심으로 공약을 직접 검토하였다. 그러나 양대 정당에서 5대 주요 공약 안에 해당 의제를 포함한 후보는 없었다.
각 후보가 ‘여성 공약’으로 내세운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만 취급하며 불안심리를 가중하는 안전 정책, 여성을 돌봄 전담자로 간주하는 육아 정책 등 성차별구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없는 일차원적 대책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은 검토 대상에 해당할 만한 정책 공약조차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양대 정당 밖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평등과 차별금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들의 공약이 두드러지기도 하였으나, 충분히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젠더선거 가이드〉 질의 결과 및 공약 검토 결과 카드뉴스에 빠짐없이 담아 SNS에 확산하여 페미니스트 시민의 선택을 돕고자 했다.
성평등 부산/서울 페미니스트 시민이 만든다!
투표를 앞둔, 그리고 선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을 부산과 서울의 천삼백만 시민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품고 선거를 지켜보고 있을까? 젠더 의제가 실종되어버린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부산·서울시민의 뜻을 모아서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설문조사와 기자회견을 기획하였다.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된 ‘페미니스트 부산·서울시민인 나는 이런 시장을 원한다!’ 설문조사에는 성평등한 부산과 서울이 되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이 의견을 모아주었다.
“책임감 있게 최소한 맡은 임기는 마치는”,“위력 성폭력의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드는”,“일상의 성차별부터 해결해 줄”,“말로만 성평등이 아니라 삶에서 정책에서 성평등을 실천하는”,“정치나 돈 앞에서 여성과 퀴어 인권을 타협 가능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인권감수성을 갖춘 페미니스트인”시장을 원하는 페미니스트 시민의 뜻이 부산·서울시장 후보에게, 그리고 4.7 보궐선거를 ‘젠더 의제가 실종된 선거’로 전락시킨 모든 이들에게 하나하나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선거를 하루 앞둔 4월 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성평등 정책 요구 기자회견 ‘성평등한 서울‧부산을 만든다!’를 진행하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성평등 의제가 사라진 선거 국면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기 부산·서울시장에게 성평등한 시정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페미니스트 시민의 요구는 끝나지 않는다
선거 결과, 차기 부산시장으로 국민의힘 박형준, 서울시장으로 국민의힘 오세훈이 당선되었다. 〈젠더선거 가이드〉 질의에 응답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이라고 할 만한 공약을 내놓지도 않았던 두 후보다. 당선자들은 뒤늦게 전임시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챙기겠다”고 말한다. 한편, 10·20대 유권자 층에서 성별 간 차이가 여느 때보다 두드러진 투표 결과에 대해서, 선거 국면에서 애초에 제대로 부각된 적도 없던 페미니즘을 탓하는 목소리가 떠들썩하다.
이렇듯 선거는 끝났지만, 젠더 의식 없이 젠더 문제를 입맛대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여전히 만연하다. 그러나 이에 지치지 않고 젠더 의제를 거듭 질문하고, 더 나은 답을 추구할 페미니스트 시민의 굳은 의지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의지가 끝내 성평등한 부산과 서울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온다(이민주)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마감이 다가‘온다’
[2021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젠더 의제가 사라진 선거판에 질문을 던지다
젠더선거, 말들은 잘하지만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젠더선거’가 될 것이다.” 올해 재보궐선거 일정이 결정되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와 같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과 부산, 두 거대 지자체에서 ‘위력 성폭력’이라는 공통의 이유로 시장직이 공석이 되었음을 고려할 때, 차기 시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에서 젠더 의제가 당락을 가르는 중심 의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실제 선거 국면에서 ‘젠더선거’의 의미는 단지 ‘젠더폭력 문제가 불거지는 선거’로, 또는 ‘여성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로 제멋대로 오해되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앞다투어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여 2차 피해를 유발하는가 하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마치 정책 공약이라도 되는 양 쏟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는 부동산과 지역 개발 문제 등에 밀려 젠더 의제는 선거의 중심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진정한 ‘젠더선거’가 사라진 자리는 젠더 논의를 회피하고 변명하는 비겁한 태도, 그리고 오직 상대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로서만 젠더 논의를 참칭하는 진영논리가 채웠다.
원점으로 돌아가 질문을 만들다
이처럼 젠더 의제가 사라져버린 선거 국면에서 민우회가 진행한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검증 액션 〈젠더선거 가이드〉’의 15개 질문은 무엇이 페미니스트 시민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젠더선거인지 알리고자 제작되었다.
이번 선거는 전임자의 성폭력으로 인해 초래된 선거이기에, 성폭력을 가능케 한 배경인 기존 시정의 성차별적 요소를 전면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후보자의 젠더감수성을 검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따라서 〈젠더선거 가이드〉의 5가지 핵심 질문은 성차별적 조직구조의 해소 방안으로서 ①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 ②2차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개인적·정책적 방책을 가지고 있는지 ③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동의하는지 ④친밀한 관계의 커뮤니티 안에서 누군가 성폭력·성차별적 농담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상황을 중단한 적이 있는지 ⑤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지를 묻고 있다.
여기에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젠더폭력 예방, 재난 대응, 복지와 돌봄 영역의 시정에서, 또한 미디어와 건강, 환경과 같은 시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영역들에서 어떻게 성평등을 추구할지 구체적인 구상을 묻는 10가지 질문을 더했다.
후보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더니
이미지 설명: 선거를 하루 앞둔 4월 6일, 민우회는 재보궐 선거 성평등 정책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젠더선거 가이드〉 핵심 질문 5가지와 전반적인 정책 영역에서의 젠더 관점의 질문 10가지를 담은 질의서는 3월 18일 서울시장 후보 8명(박영선·오세훈·신지혜·오태양·이수봉·김진아·송명숙·신지예)과 부산시장 후보 5명(김영춘·박형준·손상우·배준현·노정현)에게 발송되었으며, 민우회는 3월 25일까지 답변을 요청하였다.
이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3명(신지혜·김진아·송명숙)과 부산시장 후보 2명(김영춘·노정현)만이 기한 내에 답변을 보내왔다. 질의에 응답한 후보들은 보다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력 후보이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과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은 응답하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역시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후보에 대해서는 여성대표성 확대 방안, 젠더폭력 2차 피해 차단, 혐오·차별 예방정책을 중심으로 공약을 직접 검토하였다. 그러나 양대 정당에서 5대 주요 공약 안에 해당 의제를 포함한 후보는 없었다.
각 후보가 ‘여성 공약’으로 내세운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만 취급하며 불안심리를 가중하는 안전 정책, 여성을 돌봄 전담자로 간주하는 육아 정책 등 성차별구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없는 일차원적 대책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은 검토 대상에 해당할 만한 정책 공약조차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양대 정당 밖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평등과 차별금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들의 공약이 두드러지기도 하였으나, 충분히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젠더선거 가이드〉 질의 결과 및 공약 검토 결과 카드뉴스에 빠짐없이 담아 SNS에 확산하여 페미니스트 시민의 선택을 돕고자 했다.
성평등 부산/서울 페미니스트 시민이 만든다!
투표를 앞둔, 그리고 선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을 부산과 서울의 천삼백만 시민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품고 선거를 지켜보고 있을까? 젠더 의제가 실종되어버린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부산·서울시민의 뜻을 모아서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설문조사와 기자회견을 기획하였다.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된 ‘페미니스트 부산·서울시민인 나는 이런 시장을 원한다!’ 설문조사에는 성평등한 부산과 서울이 되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이 의견을 모아주었다.
“책임감 있게 최소한 맡은 임기는 마치는”,“위력 성폭력의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드는”,“일상의 성차별부터 해결해 줄”,“말로만 성평등이 아니라 삶에서 정책에서 성평등을 실천하는”,“정치나 돈 앞에서 여성과 퀴어 인권을 타협 가능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인권감수성을 갖춘 페미니스트인”시장을 원하는 페미니스트 시민의 뜻이 부산·서울시장 후보에게, 그리고 4.7 보궐선거를 ‘젠더 의제가 실종된 선거’로 전락시킨 모든 이들에게 하나하나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선거를 하루 앞둔 4월 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성평등 정책 요구 기자회견 ‘성평등한 서울‧부산을 만든다!’를 진행하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성평등 의제가 사라진 선거 국면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기 부산·서울시장에게 성평등한 시정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페미니스트 시민의 요구는 끝나지 않는다
선거 결과, 차기 부산시장으로 국민의힘 박형준, 서울시장으로 국민의힘 오세훈이 당선되었다. 〈젠더선거 가이드〉 질의에 응답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이라고 할 만한 공약을 내놓지도 않았던 두 후보다. 당선자들은 뒤늦게 전임시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챙기겠다”고 말한다. 한편, 10·20대 유권자 층에서 성별 간 차이가 여느 때보다 두드러진 투표 결과에 대해서, 선거 국면에서 애초에 제대로 부각된 적도 없던 페미니즘을 탓하는 목소리가 떠들썩하다.
이렇듯 선거는 끝났지만, 젠더 의식 없이 젠더 문제를 입맛대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여전히 만연하다. 그러나 이에 지치지 않고 젠더 의제를 거듭 질문하고, 더 나은 답을 추구할 페미니스트 시민의 굳은 의지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의지가 끝내 성평등한 부산과 서울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온다(이민주)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마감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