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상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회원·성평등미디어팀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분노를 억누르며)일단 모여볼까요”
“다섯 살 아이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추행 및 성적 학대를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징역 10년 확정”, “메타버스에서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발생”, “교사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한 교장 구속”,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2021년 한 해 48만 여건 지원”. 하루 한 건 이상,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여성을 향한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처벌은 미미하며,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부산시 재보궐 선거 때부터 시작된 ‘이대남’1)현상은 극성스러운 페미니즘 백래시로 드러났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폐지·무고죄 강화”의 공약을 내걸고, 이재명 후보는 “페미니즘을 멈춘다고 약속해 달라. 그러면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여남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적 행태는 강화되는 와중에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차별을 해소할 정치권의 제도적 노력이나 사회 안전망은 부족하니 성평등은 먼 이상과 같아 보였다.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의 경고 “차별과 혐오·증오 선동의 정치를 멈추라”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스럽긴 하지만, 대선 규탄 집회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엉망진창 대선에 강력한 경고를 날려보자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가 모여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이하 주권자행동)을 해보자 뜻을 모았다. 선거 국면에 반기를 들고 표를 가진 유권자에서 더 나아가, 정치 주체성을 가진 개인이 모여 있는 단위로 주권자 행동이라 이름을 붙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만큼 ‘젠더갈등’을 말하며, 약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책·구호를 전면화한 선거가 또 있었던가. 주권자행동은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정치에 분노를 표출하고, 주권자인 페미니스트의 존재를 드러내는 공동의 시국 행동을 결의했다. 여성과 소수자·약자를 향한 혐오가 동력이 되어 세를 얻고, 혐오가 정당성을 얻어 정치권력이 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야 했다.
주권자행동은 10만 온라인 서명과 집회를 통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페미니스트가 연결되는 공간을 마련했다. 온라인 서명은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열린 3.8 한국여성대회에서 메시지를 함께 읽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우리는 사람이고 주권자이다. 사라지지도 않고 가려지지도 않는다. 증오 선동의 정치가 멈출 때까지 계속 이곳에서 외칠 것이다”, “정치는 모두의 삶을 위한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사라져야 한다”.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은 정치가 아무리 여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도 페미니스트는 어느 곳에서든 존재를 드러내며 차별과 혐오에 맞설 것을 선언했다.
주권자행동은 여성단체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광주 동물권 소모임 밥 잘 사주는 성난 비건’, ‘00년생 여성주의 소모임 파란’, ‘시나브로 인권 연구 모임’ 등 다양한 페미니스트 그룹 140여 개가 함께 했다. 그 중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은 열린 성명문이자 액션인 ‘나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대통령을 원한다’를 진행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으로 호명될 수 없었던 자들을 호명하고 그들이 대통령이 되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액션이었다. “나는 구조적인 성차별이 존재함을 배움이 아니라, 삶으로 알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을 원한다. 나는 아이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아 청약점수가 모자란 비혼 대통령을 원한다”는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타임라인]

낙담하지 않을 순 없으나, 절망할 이유는 없다
0.73%P의 차이로 20대 대통령이 결정되던 새벽을 기억한다. 주권자행동의 온라인 페이지에는 “페미니스트는 연결되어 있자! 더 강하게”,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걸어가자”는 응원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 밖에도 페미니스트 후보에게 향했던 후원금, 성별 갈라치기 정책이 유효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던 선거 결과를 보며 절망 속에 희망이 같이 있다고 생각했다. 낙담했을 다른 페미니스트를 찾아 위로를 건네는 이들을 보며 다시 5년을 잘 견딜 것임을 다짐했다.
자크 랑시에르는 정치 행위를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며, 킁킁대는 동물로 취급되었던 사람을 말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 했다. 주권자행동은 정치권의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 비판했고, 페미니즘 정치를 말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존재를 사회에 각인시켰다. 코로나19로 접촉이 줄어들었던 개인들이 페미니스트 주권자로서 서로를 확인하고, 차별과 혐오·증오 선동의 정치를 비판한 선언은 향후 성평등 사회를 견인하는데 힘이 될 것이다.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은 대선을 기점으로 해산했지만, 앞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흔적을 끊임없이 확인할 것이다.
주권자행동을 마무리하며 페미니스트 앞에 쌓인 과제를 헤아려본다. 우리가 싸워야 할 장애인·소수자·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 백래시, 여성가족부 폐지, 성별 임금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과 성평등 추진체계, 돌봄 사회로의 전환 등의 숙제가 눈앞에 놓여있다. 지난한 설득과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권자행동 때 경험한 연대의 순간도 함께 하리라 희망해 본다. 페미니스트에게 힘을 얻고, 힘을 주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다.
1) 20대 남성을 지칭하는 용어. 정치권이 투표율이 떨어지는 20대 남성들을 지칭하며 선거율을 높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호명한 용어
단호박(문미향)
❚ 여는 민우회 회원·성평등미디어팀
여성마라톤 준비하다가 허리디스크 진단 받은 사람. “여러분 코어운동하세요”
[2022 상반기-함께가는여성] 활동_회원·성평등미디어팀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분노를 억누르며)일단 모여볼까요”
“다섯 살 아이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추행 및 성적 학대를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징역 10년 확정”, “메타버스에서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발생”, “교사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한 교장 구속”,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2021년 한 해 48만 여건 지원”. 하루 한 건 이상,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여성을 향한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처벌은 미미하며,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부산시 재보궐 선거 때부터 시작된 ‘이대남’1)현상은 극성스러운 페미니즘 백래시로 드러났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폐지·무고죄 강화”의 공약을 내걸고, 이재명 후보는 “페미니즘을 멈춘다고 약속해 달라. 그러면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여남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적 행태는 강화되는 와중에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차별을 해소할 정치권의 제도적 노력이나 사회 안전망은 부족하니 성평등은 먼 이상과 같아 보였다.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의 경고 “차별과 혐오·증오 선동의 정치를 멈추라”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스럽긴 하지만, 대선 규탄 집회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엉망진창 대선에 강력한 경고를 날려보자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가 모여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이하 주권자행동)을 해보자 뜻을 모았다. 선거 국면에 반기를 들고 표를 가진 유권자에서 더 나아가, 정치 주체성을 가진 개인이 모여 있는 단위로 주권자 행동이라 이름을 붙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만큼 ‘젠더갈등’을 말하며, 약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책·구호를 전면화한 선거가 또 있었던가. 주권자행동은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정치에 분노를 표출하고, 주권자인 페미니스트의 존재를 드러내는 공동의 시국 행동을 결의했다. 여성과 소수자·약자를 향한 혐오가 동력이 되어 세를 얻고, 혐오가 정당성을 얻어 정치권력이 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야 했다.
주권자행동은 10만 온라인 서명과 집회를 통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페미니스트가 연결되는 공간을 마련했다. 온라인 서명은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열린 3.8 한국여성대회에서 메시지를 함께 읽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우리는 사람이고 주권자이다. 사라지지도 않고 가려지지도 않는다. 증오 선동의 정치가 멈출 때까지 계속 이곳에서 외칠 것이다”, “정치는 모두의 삶을 위한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사라져야 한다”.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은 정치가 아무리 여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도 페미니스트는 어느 곳에서든 존재를 드러내며 차별과 혐오에 맞설 것을 선언했다.
주권자행동은 여성단체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광주 동물권 소모임 밥 잘 사주는 성난 비건’, ‘00년생 여성주의 소모임 파란’, ‘시나브로 인권 연구 모임’ 등 다양한 페미니스트 그룹 140여 개가 함께 했다. 그 중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은 열린 성명문이자 액션인 ‘나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대통령을 원한다’를 진행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으로 호명될 수 없었던 자들을 호명하고 그들이 대통령이 되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액션이었다. “나는 구조적인 성차별이 존재함을 배움이 아니라, 삶으로 알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을 원한다. 나는 아이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아 청약점수가 모자란 비혼 대통령을 원한다”는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타임라인]
낙담하지 않을 순 없으나, 절망할 이유는 없다
0.73%P의 차이로 20대 대통령이 결정되던 새벽을 기억한다. 주권자행동의 온라인 페이지에는 “페미니스트는 연결되어 있자! 더 강하게”,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걸어가자”는 응원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 밖에도 페미니스트 후보에게 향했던 후원금, 성별 갈라치기 정책이 유효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던 선거 결과를 보며 절망 속에 희망이 같이 있다고 생각했다. 낙담했을 다른 페미니스트를 찾아 위로를 건네는 이들을 보며 다시 5년을 잘 견딜 것임을 다짐했다.
자크 랑시에르는 정치 행위를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며, 킁킁대는 동물로 취급되었던 사람을 말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 했다. 주권자행동은 정치권의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 비판했고, 페미니즘 정치를 말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존재를 사회에 각인시켰다. 코로나19로 접촉이 줄어들었던 개인들이 페미니스트 주권자로서 서로를 확인하고, 차별과 혐오·증오 선동의 정치를 비판한 선언은 향후 성평등 사회를 견인하는데 힘이 될 것이다.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은 대선을 기점으로 해산했지만, 앞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흔적을 끊임없이 확인할 것이다.
주권자행동을 마무리하며 페미니스트 앞에 쌓인 과제를 헤아려본다. 우리가 싸워야 할 장애인·소수자·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 백래시, 여성가족부 폐지, 성별 임금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과 성평등 추진체계, 돌봄 사회로의 전환 등의 숙제가 눈앞에 놓여있다. 지난한 설득과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권자행동 때 경험한 연대의 순간도 함께 하리라 희망해 본다. 페미니스트에게 힘을 얻고, 힘을 주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다.
1) 20대 남성을 지칭하는 용어. 정치권이 투표율이 떨어지는 20대 남성들을 지칭하며 선거율을 높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호명한 용어
단호박(문미향)
❚ 여는 민우회 회원·성평등미디어팀
여성마라톤 준비하다가 허리디스크 진단 받은 사람. “여러분 코어운동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