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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2022 상반기-함께가는여성] 9개의 시선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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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시선] 원주지부 소식

 

벌써 11년 차를 맞이한 지역 여성영화제가 있다? 

 

 

지역×여성×페미니즘×영화제=원주여성영화제!

지역 내 여성 감독을 응원하고 영화를 통해 여성문화의 저변을 넓혀가기 위해 시작한 원주여성영화제. 초기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작은 규모로 시작한 영화제가 지금은 명실상부 강원도 내 유일한 여성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모든 영화제의 첫 번째 목적은 (당연히) 영화 상영이다. 원주여성영화제는 특별한 목적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데 바로 지역 사회에서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주류 영화계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여성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왁자지껄 떠들어지는 곳. 여성 창작자가 환대 받고 응원 받는 곳. 그런 원주여성영화제가 2021년,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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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조각조각이 모여 완성되는

영화제 준비의 첫 걸음은 바로 영화제를 함께 꾸려갈 자원 활동가를 모집하는 일이다. 온오프라인 홍보 활동부터 영화제 현장 운영까지 영화제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일을 함께할 동료가 모아지면, 본격적으로 기획회의를 시작한다. 이 기획회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영화제 준비의 두 번째 걸음, 영화제 주제 선정이다. 원주여성영화제는 매년 외모지상주의, 노년, 성평등 등 다양한 이슈를 전하고자 했다. 그 다음은 영화 선정! 적은 인원으로 수십 편의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과정을 거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는 자리이니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제 외에도 관련한 여러 활동이 진행된다. 그 중 하나는 시민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 참여하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다큐제작워크숍’이다. 이 워크숍을 통해 원주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나는 여성장애인이다 나는 오늘도 웃는다〉라는 영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여성장애인 당사자가 어린 시절부터 사춘기,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양육까지 삶의 변곡점 마다 마주하게 됐던 차별과 폭력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당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 살아야 했던 무거운 순간을 그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 자녀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함께 담아 같은 여성장애인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다큐제작워크숍 참여자들은 영화를 만드는 게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고,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후기를 남겨주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는 여성장애인이다 나는 오늘도 웃는다〉는 원주여성영화제 뿐만 아니라 장애인영화제에서도 상영 요청을 해주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10주년, 원주 시민과 함께

작년은 1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영화제 일정이 3번이나 변동되어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도 수정되고, 자원활동가의 활동에도 여러 영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주년을 힘차게 맞이하기 위해 지역사회 곳곳을 직접 방문해 홍보 활동에 매진하였다. 그 결과, 영화제 현장에서 영화제를 응원하는 100인의 목소리가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올 수 있었다. 이러한 마음 덕분에 쉽지 않은 활동일지라도, 영화제가 10년 째 굳건히 이어져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은 〈여성, 그 빛남-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여성들, 당신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슬로건으로 여러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싸우고 연대하는 우리의 매 순간이 빛나고 있음을 나누고자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3일 간 진행된 영화제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배우 고두심 씨가 해녀로 분한 장편 영화 〈빛나는 순간〉이다. 해당 작품은 70대 여성과 30대 남성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무엇인지, ‘정상성’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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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빛으로 빛나고 있는 모든 여성과 함께

지면을 빌어 원주여성영화제가 10년 동안 지역 영화제로, 여성 영화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해준 모든 시민과 원주여성민우회 회원 분들, 매년 영화제를 기획하고 이끌어주는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매년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 아직 구체적인 기회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며 관객과 좀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 코로나19로 하지 못했던 개막식과 다양한 부스 운영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만 같다. 10주년을 어렵게 치른 만큼 11년 차인 올해는 초심으로 돌아가 더 활기찬 영화제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원주영화제를 기다리는 모든 분들, 올해도 원주에서 만나요!

 

김정희

❚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