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관점으로 공포영화 보기!〈공포영화클럽〉이 9월 24일부터 10월 29일까지, 총 5회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활동가 은수를 포함하여, 허민, 윰, 시화, 루나, 지영 총 6명이 함께 했어요.
소모임 안내 전화를 드리면서 "영화 보면서 먹을 간단한 간식 들고 오세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거의 매회 맛난 음식들을 가져와 주셔서 포트럭 파티 같은 분위기였어요. 신청 받을 때에도 공지했지만, 모든 회차의 영화는 당일 상영되기 전까지도 비공개 원칙이었답니다. 다들 소모임에 오시면 처음 하는 말이 "오늘 영화는 뭐예요??"라는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 찬 말이었는데요.
그 기대에 부흥해보고자! 다양한 영화들을 선별하여 함께 감상했어요.
!!주의!! 지금부터 이어질 후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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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영화는 영화〈언더워터〉였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심해+생존+크리처물인데요.
(사진. 매우 짧은 금발을 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우주복처럼 생긴 잠수복을 입고있다. 영화의 한 장면.)
처음에 함께 보기에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무섭고, 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했는데요. 어마무시한(?) 공포를 예상하고 온 모임원 분들은 다소 실망하시기도 했어요🙊
기존 심해공포, 생존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여서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분한 주인공 노라가 매우 인간적인 영웅을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멋짐주의...) 또, 공포영화 클리셰로, 관객들을 짜증나게 하거나 답답하게 만드는 여성 캐릭터나, 성차별·성희롱을 숨 쉬듯 하는 남성 캐릭터가 자주 나오는데요.
(사진) 영화 〈에이리언4〉의 한 장면. 여성 캐릭터를 무시하거나 성희롱했던 캐릭터 조너) (물론 불사불멸의 리플리는 가볍게 무시한다.)
그런 공식으로 생각하면, 에밀리와 폴이 그 역할인 셈입니다. 에밀리는 인턴으로, 그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 연이은 사고와 죽음으로 주저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관객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집니다. 폴은 작은 토끼인형을 매우 아끼는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영화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고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보통의 윤리감각을 가진, 선한 인물들이라는 점도 좋았답니다.
한편, 이 영화는 코스믹 호러 영화로도 종종 언급되는데요. 영화에 나온 괴물을 생각하며 "미국인들은 러브크래프트🐙를 참 좋아해.." 라는 이야길 나누기도 했어요😁
(사진) 검은색 박스에 알록달록한 도넛이 여섯개 들어있고, 그 옆에는 다양한 맛의 닭강정과 락앤락 통에 담긴 잘 씻은 포도가 있다.
허민 님의 깔롱진 도넛, 지영 님의 맛깔난 닭강정, 루나 님의 달디 단 포도와 함께 첫 모임을 마쳤습니다.
두번째 영화는 〈그 남자의 집〉이었습니다.
(사진) 두 남녀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이 아래 수면에 비치고 있고, 배경이 되는 벽은 이들이 앉은 공간을 제외하고 부서져있다. 그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전쟁으로 아비규환이 된 남수단에서 영국으로 난민 인정을 받아 살게 된 가족이 집에서 악령👻의 존재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이방인으로서 배척되거나 시혜의 대상이 되는 리알과 볼이 영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예를 들어, 난민을 관리하는 직원은 어처구니 없는 상태의 집을 배정해주며, 난민 부부에게는 좀처럼 없는 좋은 기회임을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직원이 나쁜 사람이냐🤨하면 그렇진 않아요. 지극히 평범한, 영국인이자 행정직원으로서는 오히려 이들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대단히 시혜적이고, 영국 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자신의 계급적 상황에 빗대어 더 큰 집에서 살게 된 이들에 대해 냉소적인 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알과 볼도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들도 영국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무시와 차별, 적개심을 잘 알고 있죠.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간 병원의 의사👩⚕️가 살갑게 말을 건네고 자신의 딸 이야기를 꺼낼 때, 리알은 이 선량하고 속 편한 차별주의자들의 입을 단번에 다물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리알의 모습. 머리에는 꼬아놓은 천을 매고 있고, 자주색 반팔티를 입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있다.
난민을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라는 점이 흥미로워 함께 보게 되었는데요. 모두들 공포영화로서도, 난민에 대한 영화로서도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평했습니다. 또, 볼과 리알이 각각 영국에 정착하며 보게 되는 세상과 태도가 매우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누었어요. 이 둘은 공통적으로 많은 죽음을 딛고 이곳에 당도했다는 무시무시한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볼은 '영국인'이 되고자 애쓰고(포크와 나이프🍴를 쓰고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것), 반대로 리알은 고향의 전통과 습관(바닥에 앉아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것)을 지키고자 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게 되죠.
영화의 제목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는데요. 왜 영화의 제목이 그 남자의 집 His House일까 궁금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볼이 우리의 집 Our House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했고요. 그들이 딛고 온 수많은 죽음들을 잊지 않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집이라는 의미에서 우리의 집 Our House라고 말한 게 아닐까. 하지만 왜 처음엔 그 남자의 집이었을까? 그 남자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이야기가 분분했습니다.
볼은 영화 초반부터 줄곧 집을 내 집 My House라고 지칭해왔다는 점, 난민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과거를 완전히 잊고자 하는 볼의 소유의식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리알은 그 집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여겼죠. 그녀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거를 그곳에 가져오고자 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 남자의 집 His House가 된 게 아닐까 이야길 나눴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은수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난민 이슈에서 효과적으로 분리된 한국인인 내가 이해한다는 게 가능할까?"
★ 추천대상: #공포 #죄의식 #난민 이 키워드에 동하는 분들!
여담으로 1994년 르완다에서 일어난 인종 대학살을 다룬 작품 〈블랙 어스 라이징〉도 추천하면서 두 번째 모임을 마쳤습니다.
(사진) 드라마 〈블랙 어스 라이징〉의 한 장면.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주인공 케이트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문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세번째로 함께 본 영화는 〈베니의 비디오〉입니다.
(사진) 두 청소년이 서있다. 블라인드가 모두 내려 간 방안은 어둡고, 가운데 작은 브라운관 TV가 있다.
이 영화는 1992년에 만들어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초기작입니다. 상영시간은 1시간 45분으로 길지 않은 편인데요. 첫 장면부터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며 시작됩니다. 주인공 베니는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비디오 테이프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안은 항상 블라인드가 처져있어 빛이 들어오지 않는데, 베니의 창문 밖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방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창밖을 보곤 합니다. 베니는 영상 매체를 통해서만 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디오 가게 앞에서 하염 없이 영상을 바라보는 한 여자아이를 만나 집에 초대하게 됩니다. (이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영화를 확인해보세요..!)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꽤 긴 정적과 무거운 한숨이 이어졌는데요. 영화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 말을 아끼는 분도 있었고, 반면 공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어요. 마지막 모임에서 알게 되었지만, 모임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로 가장 많이 손꼽힌 영화였어요.
사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는 아닙니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임원 분들도 궁금해하셨는데요. 매회차 영화를 고르며, '공포'란 과연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장르적 의미에서의 공포는 제게 진정한 공포라기보다 오락적인 것에 가까웠고, 그런 의미에서 점프 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장면)가 많이 쓰이거나 잔인하기만 한 영화는 공포스럽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미디어를 통해 타자의 감정을 대상화하고 끊임없이 '거리두기'하며 어떤 고통이나 슬픔, 기쁨으로부터도 동떨어진 안전지대에 있는 '관객' 또는 '시청자'의 그 무심함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하게 되었어요.
모임을 마치며 이 영화를 다룬 논문의 한 구절을 소개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사진과 회화는 폭력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영화는 폭력의 과정을 묘사한다. 정지된 이미지인 사진과 회화는 관객과 폭력의 가해자를 구분하도록 하지만 3차원으로 이미지가 움직이는 영화에서 보이는 잔인함은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적으로 공격하여 관객을 폭력의 가해자와 동일시시킨다.” (임유영. 2011.)
(사진. 영화 〈퍼니게임〉의 한 장면. 짧은 머리에 눈썹이 짙은 한 남성이 하얀색 장갑을 끼고 골프공을 들고 있다.)
여담으로,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르노 프리쉬는 이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작품 중 하나인 〈퍼니게임〉에 주연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답니다. 모두가 무겁고 찜찜하고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세 번째 모임을 마쳤습니다..! (왠지 뿌듯한 모임장...(???))
🤡한줄평🤡
지영 " 관객에게 쉽게 도덕적 욕망의 충족을 허락하지 않는 영화"
★추천대상: 폭력의 실체, 본질을 탐구하고픈 분
허민 "살인을 해도 먹고자고 싸고는 해야겠고... 절대적인 일상이 무섭다"
★ 추천대상: 심리적 호러, 뒷몰덜미가 따끔거리는 느낌을 좋아한다면..
은수 "하네케 영화는 힘들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간다"
★ 추천대상: 인문학적 사고를 영화로 하고싶은 사람
루나 "숏츠, 릴스, AI 영상시대에 더욱 유효할 공포영화"
★ 추천대상: 현실공포를 느끼고 싶은 분들
시화 "새로운 유형의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 촬영/비디오는 핑계일 뿐,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
★ 추천대상: 새로운 유형의 공포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
윰 "여기서도 '밥 줘' 남성이!"
★ 추천대상: 퍼니게임을 감명 깊게 본 사람
네 번째로 함께 본 영화는 〈잠〉🥱입니다.
(사진) 단발 머리의 여성이 벽에 가훈을 걸고있다. 나무 명패에 가훈인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라고 쓰여있다.
영화는 사이가 좋고 서로에게 지지적인 관계성을 가진 수진과 현수의 이야기입니다. 수진은 출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임산부인데, 어느날 현수가 몽유병을 겪게 되면서 이를 해결해나가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수진은 대기업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고, 현수는 연기자인데요. 몽유병으로 현수가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는 바람에 배역에서 짤리기도 해요. 현수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는 것부터 현수 자신의 목숨, 나아가 앞으로 태어나게 될 아기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둘은 열심히 수면장애를 치료하고자 병원을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받은 약은 큰 효과가 없었고, 현수가 잠든 방문에 자물쇠를 거는 등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납니다. 깨어있을 때 현수는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지만, 잠에 들어 몽유병 증상을 겪을 때는 수진이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도망을 갈 정도로 큰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수진은 점점 그런 현수를, 현수가 겪는 수면장애를 통제하려고 애쓰죠.
(사진) 단발 머리의 수진이 희번뜩 눈을 뜨고 아래를 보고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모임원들과 갑론을박(?) 토론을 하기도 했는데요.
1) 현수가 실제 아랫집 할아버지에게 빙의된 것이 아니라, 그런 척 연기를 한 것이다.
2) 사실 수면장애는 현수가 아닌 수진이 겪은 것이다.
☝️가설 1)은 현수는 드라마 조연을 따낼 정도로 연기력이 좋은 편인 배우인데, 수진의 망상을 끝내려면 수진이 생각하는 의식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여기는 아랫집 할아버지에 빙의된 척 연기를 하여 넘어간 것 아니냐입니다. 왜냐하면 수진의 망상을 현수는 믿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 귀신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노이로제에 시달린 수진이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음에도 그 스트레스로 인한 망상과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설 2)는 애초에 몽유병을 겪은 것은 수진이 아니냐 인데요. 직장인인 수진은 아랫집에 새로 이사 온 여자와도 안면을 트고 이야길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어떤 종류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수진이 인질로 잡은 아랫집 여자의 존재를 현수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현수: 누구세여...?🙄)
이는 어쩌면 영화 내내 가정에 충실하고 가사분담도 적극적으로 하는 남편처럼 그려진 현수가 "사회적으로 가정적인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일· 가정 양립"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진에게 이런 현수에 대한 억울함이나 분노가 쌓여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말 현수가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면 어째서 이웃과의 교류가 전혀 없었을까 의문스러운 것이죠. (그리고 이런 해석은 정유미 배우가 이전에 〈82년생 김지영〉에서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 그런 맥락을 떠올릴 수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또, 이웃집 할아버지에 대해 현수는 이를 "그 할아버지가 너를 많이 좋아했지"라고 기억하고 있는 반면, 수진은 징그럽고 불쾌한 성희롱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죠. (물론 그 대화가 오간 차 안에서 수진은 징그럽다는 듯 웃어 넘기지만, 이후 정신질환을 겪는 수진이 할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의 태도가 그녀의 실제 마음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수진이란 존재가 얼마나 분열적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누었어요. 대기업에 다니며 일 경험을 이어가고, 남편은 가정적인 편에 속합니다. 서로의 일에 매우 지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요. 수진과 현수가 형성하고 있는 가족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가깝지만, 어쩐지 그들 집에 걸린 가훈은 구시대적으로 느껴집니다. (요즘 가훈이 있는, 그리고 그것을 걸어놓는 집이 얼마나 되나요?)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두 인물이 정상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의지하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인 '가훈'입니다. 이 부조화로 인한 분열을 겪는 존재가 수진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네 번째 모임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3명이서 다소 소박하게 진행되었지만😥, 이야기는 완전체(?) 못지 않게 매우 풍성하게 나눴답니다!
다섯 번째로 함께 본 영화는 단편 2편이었는데요. 〈레퀴엠 Requiem〉과 〈신의 초상Portrait of God〉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후기 하단에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링크를 달아 놓았으니 참고해주세요!)
(사진) 중세시대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 갈대밭 사이를 침울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영화〈레퀴엠 Requiem〉은 약 20분 정도의 단편영화입니다. 레즈비언 커플이 중세시대에 마녀사냥을 겪게 되는 내용인데요. 마치 마녀🧙♀️의 탄생을 다룬 것 같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이후에 이어질 내용이 장편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들이 달렸습니다. 사실 주인공인 에블린이 어떤 복수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보니 좀 더 에블린이 흑화해서 통쾌함을 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웠다고요.. 그리고 만약 에블린도 메리와 같은 노동계급이었다면, 메리의 도망가자는 제안에 선뜻 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워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책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관련하여 영화 〈호랑이 소녀〉를 추천해주신 모임원 분도 계셨습니다.)
(사진) 영화 〈호랑이 소녀〉의 한 장면. 히잡을 쓴 여자아이가 흉포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 뒤로 턱수염이 수부룩한 남성이 마치 달래듯 아이의 어깨를 잡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로맨스나 드라마에 가까워요. 하지만 이 영화의 공포스러운 면, 사랑하는 사람이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광경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에게 그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생각하면 이 또한 '공포'라는 얘길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한 모임원 분이 요즘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낀다, 보통 공포영화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거기서부터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이 공포영화의 어떤 이중성처럼 여겨진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손쉽게 감정이입 할 수 있음과 동시에 또 손쉽게 그 위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편, 공포영화에서 '마녀사냥'은 요긴하게 쓰이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의 사랑과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 함께 볼 영화로 선별했답니다. 이 날은 그래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에 대해서도 좀 더 내밀한 이야길 나누기도 했어요. 영화의 배경은 중세이지만, 현대와 얼마나 다를까 생각했어요. 몇 년 전 동아시아 국가에서 레즈비언 커플에 대해 폭행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혹여 나나 혹은 주변 퀴어 친구들이 혐오범죄의 타겟이 될까봐 두려웠던 이야기, 목욕탕이나 화장실 갈 때 다른 성별로 패싱되어 곤혹스러웠던 이야기 등을 나눴습니다.
(사진)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한 장면. 어린 여자아이가 검은색 모피를 두르고 결연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다.
여담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벨라 램지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아주 멋진 북부의 최연소 귀족인 리안나 모르몬트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드라마를 본 지 좀 되었는데도 모임원 분이 "그 왕좌의 게임에서 나왔던..!👀"이라고 했을 때 탁,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은 조연이었어요.
(사진) 금발 머리의 한 여성이 머리에 하얀 두건을 두르고 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숲을 배경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영화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더위치〉, 〈제인도〉, 〈블레어위치〉 등의 작품도 언급되었습니다.
뒤이어 시청한 단편영화는 〈신의 초상〉입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약 8분 남짓으로 아주 짧고 강렬한 영화입니다.
(사진) 금발의 여성이 위를 쳐다보며 입을 살짝 벌리고 있다.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으며, 여성의 뒤로 영사기 빛이 마치 후광처럼 빛나고 있다.
〈레퀴엠〉이 신을 믿는 자들이 저지르는 일에 대한 내용이라면, 〈신의 초상〉은 신을 목격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신 God'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인용된 출애굽기 33장 20절의 구절을 다시금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 No man shall see me and live. 네가 내 얼굴을 볼 수 없나니, 날 보고 산 자가 없음이니라."
신자信者에 해당하는 주인공은 왜 자신은 신을 목격할 수 없는가, 의문을 갖습니다. 신자가 신의 존재를 보고자 하고 보지 못함에 의문을 품는 경우는 흔하죠. 그녀가 비로소 신을 목격했을 때, 그녀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도망칩니다. 영화 막바지에 주인공이 보여주는 표정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궁금해하는 모임원 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상을 묻기도 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모임장을 포함한 모임원 전원이 종교가 없거나 불가지론자에 해당했는데^^.. 진짜 신을 보게 된다면 압도될 것 같다, 신은 인간의 기대와 다르게 그렇게 성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등 "신을 보게 된다면, 나는..." 이라는 가정에서 이야길 나눴어요. 신의 목격담을 증언하는 이들이 신의 형상에 대해 각기 다른 느낌을 이야기하듯이 결국 자기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투사하여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편, 여기서 그려지는 신의 초상이라는 것은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필멸자必滅者로서 인간은 어느 순간 죽음에 대해서 느끼는 시기가 있는데, 두려움이기도 하고 경외심이기도 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어요. 마지막 주인공의 모습이 일종의 트랜스 상태(초월적 의식상태)가 아니냐는 의견이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사진) 영화 〈바바리안〉의 한 장면. 한 여성이 어둠 속에서 핸드폰 불빛을 비추고 있다. 무언가 나올까 두려워하는 표정이다. (제발 지하실을 궁금해하지마...!!)
또, 무언갈 보고싶다는 욕망은 공포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욕망이니만큼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공포영화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편, 종교에 예속된 존재로서 여성을 그리고 상상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영화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왜 여성들이 유독 신자의 과반수를 차지할까, 그 중에서도 사이비종교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여성을 타겟으로 한다는 지점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어요.
그런 의미에서 실체가 있는 공포와 실체가 없는 공포를 주제로 더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딱 맞는 경우는 아니지만 주로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공포(난민이 느끼는 공포, 성소수자가 느끼는 공포 등)는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실체가 없는' 것이라 여겨지는 반면, 물리적으로 존재하거나 혹은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진 공포는 '실체가 있는' 것이라 여겨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모임원 분들께 여쭈어보았어요. 우리는 통상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곤 하는데, 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여성'이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에 대해, 실체가 있고 없고의 구분은 힘이 있고 없고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공포가 외부에 있느냐 내부에 있느냐의 문제처럼 생각된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성희롱·성폭행 등과 같은 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실체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길 나눴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포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감정의 속성을 겸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마지막 모임인지라 긴 이야길 나누기 위해 단편영화 두 편을 보기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러닝타임으로 인해 그간 진득하게 나누지 못한 대화를 솔찬히 나누면서 마지막 모임이라는 점을 모두들 아쉬워하셨답니다. (뿌듯한 모임장...)
마지막까지 다양한 간식을 준비해와주신 모임원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자릴 빌어 드리고 싶네요! 아쉽게도 건강상의 문제로 윰 님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연말에 좋은 영화가 있다면 나들이를 제안해보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랬답니다.
(사진) 알록달록 도너츠와 작은 미니 만두, 김밥, 오란다과자, 포도젤리가 테이블에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다섯 명이 브이한 손가락을 내밀고 있다.
그간 모임에서 추천되었던 작품을 소개하며 후기를 마치려고 해요.
허민은 영화 〈서던리치〉와 영화의 원작소설인 『소멸의 땅』을,
은수는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한 리메이크작 〈인비저블맨〉을,
지영은 오컬트를 소재로 한 영화 〈주〉를,
루나는 동화 속 악령을 소재로 한 영화 〈바바둑〉을,
윰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사유리〉를,
시화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투쟁을 다룬 영화 〈판타스틱 우먼〉을 언급해주셨어요.
(사진) (왼쪽) 영화 〈서던리치〉의 한 장면. (오른쪽) 영화 〈인비저블맨〉의 한 장면.
(사진) (왼쪽) 영화 〈주〉의 한 장면. (오른쪽) 영화 〈바바둑〉의 한 장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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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하단에 톱니바퀴 모양(설정)을 클릭하고, 자동번역-한국어를 설정하시면 자막이 나옵니다. 번역의 퀄리티는 좋지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에 무리는 없습니다.
(BGM: 영화 〈큐어〉의 흥겨운(?) 배경음악 Animal magnetism)
페미니즘 관점으로 공포영화 보기!〈공포영화클럽〉이 9월 24일부터 10월 29일까지, 총 5회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활동가 은수를 포함하여, 허민, 윰, 시화, 루나, 지영 총 6명이 함께 했어요.
소모임 안내 전화를 드리면서 "영화 보면서 먹을 간단한 간식 들고 오세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거의 매회 맛난 음식들을 가져와 주셔서 포트럭 파티 같은 분위기였어요. 신청 받을 때에도 공지했지만, 모든 회차의 영화는 당일 상영되기 전까지도 비공개 원칙이었답니다. 다들 소모임에 오시면 처음 하는 말이 "오늘 영화는 뭐예요??"라는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 찬 말이었는데요.
그 기대에 부흥해보고자! 다양한 영화들을 선별하여 함께 감상했어요.
!!주의!! 지금부터 이어질 후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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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영화는 영화〈언더워터〉였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심해+생존+크리처물인데요.

(사진. 매우 짧은 금발을 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우주복처럼 생긴 잠수복을 입고있다. 영화의 한 장면.)
처음에 함께 보기에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무섭고, 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했는데요. 어마무시한(?) 공포를 예상하고 온 모임원 분들은 다소 실망하시기도 했어요🙊
기존 심해공포, 생존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여서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분한 주인공 노라가 매우 인간적인 영웅을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멋짐주의...) 또, 공포영화 클리셰로, 관객들을 짜증나게 하거나 답답하게 만드는 여성 캐릭터나, 성차별·성희롱을 숨 쉬듯 하는 남성 캐릭터가 자주 나오는데요.
(사진) 영화 〈에이리언4〉의 한 장면. 여성 캐릭터를 무시하거나 성희롱했던 캐릭터 조너) (물론 불사불멸의 리플리는 가볍게 무시한다.)
그런 공식으로 생각하면, 에밀리와 폴이 그 역할인 셈입니다. 에밀리는 인턴으로, 그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 연이은 사고와 죽음으로 주저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관객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집니다. 폴은 작은 토끼인형을 매우 아끼는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영화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고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보통의 윤리감각을 가진, 선한 인물들이라는 점도 좋았답니다.
한편, 이 영화는 코스믹 호러 영화로도 종종 언급되는데요.
영화에 나온 괴물을 생각하며 "미국인들은 러브크래프트🐙를 참 좋아해.." 라는 이야길 나누기도 했어요😁
(사진) 검은색 박스에 알록달록한 도넛이 여섯개 들어있고, 그 옆에는 다양한 맛의 닭강정과 락앤락 통에 담긴 잘 씻은 포도가 있다.
허민 님의 깔롱진 도넛, 지영 님의 맛깔난 닭강정, 루나 님의 달디 단 포도와 함께 첫 모임을 마쳤습니다.
두번째 영화는 〈그 남자의 집〉이었습니다.
(사진) 두 남녀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이 아래 수면에 비치고 있고, 배경이 되는 벽은 이들이 앉은 공간을 제외하고 부서져있다. 그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전쟁으로 아비규환이 된 남수단에서 영국으로 난민 인정을 받아 살게 된 가족이 집에서 악령👻의 존재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이방인으로서 배척되거나 시혜의 대상이 되는 리알과 볼이 영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예를 들어, 난민을 관리하는 직원은 어처구니 없는 상태의 집을 배정해주며, 난민 부부에게는 좀처럼 없는 좋은 기회임을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직원이 나쁜 사람이냐🤨하면 그렇진 않아요. 지극히 평범한, 영국인이자 행정직원으로서는 오히려 이들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대단히 시혜적이고, 영국 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자신의 계급적 상황에 빗대어 더 큰 집에서 살게 된 이들에 대해 냉소적인 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알과 볼도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들도 영국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무시와 차별, 적개심을 잘 알고 있죠.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간 병원의 의사👩⚕️가 살갑게 말을 건네고 자신의 딸 이야기를 꺼낼 때, 리알은 이 선량하고 속 편한 차별주의자들의 입을 단번에 다물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리알의 모습. 머리에는 꼬아놓은 천을 매고 있고, 자주색 반팔티를 입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있다.
난민을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라는 점이 흥미로워 함께 보게 되었는데요. 모두들 공포영화로서도, 난민에 대한 영화로서도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평했습니다. 또, 볼과 리알이 각각 영국에 정착하며 보게 되는 세상과 태도가 매우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누었어요. 이 둘은 공통적으로 많은 죽음을 딛고 이곳에 당도했다는 무시무시한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볼은 '영국인'이 되고자 애쓰고(포크와 나이프🍴를 쓰고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것), 반대로 리알은 고향의 전통과 습관(바닥에 앉아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것)을 지키고자 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게 되죠.
영화의 제목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는데요. 왜 영화의 제목이 그 남자의 집 His House일까 궁금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볼이 우리의 집 Our House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했고요. 그들이 딛고 온 수많은 죽음들을 잊지 않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집이라는 의미에서 우리의 집 Our House라고 말한 게 아닐까. 하지만 왜 처음엔 그 남자의 집이었을까? 그 남자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이야기가 분분했습니다.
볼은 영화 초반부터 줄곧 집을 내 집 My House라고 지칭해왔다는 점, 난민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과거를 완전히 잊고자 하는 볼의 소유의식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리알은 그 집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여겼죠. 그녀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거를 그곳에 가져오고자 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 남자의 집 His House가 된 게 아닐까 이야길 나눴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한줄평🤡
허민 "백인나라에 이민하기 뭐 같다. 이사를 할 때 버리고 와야 하는 것들이 많아 씁쓸"
★ 추천대상: 귀신 들린 집(하우스 호러)를 좋아하면, 트라우마를 호러로 풀어 낸 시선을 좋아하면 추천!
지영 "계속 이해에 실패하기가 이해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 추천대상: 고통을 직시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루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살아남은 자들의 현실 공포"
★ 추천대상: 일회성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공포영화를 보고싶은 사람"
은수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난민 이슈에서 효과적으로 분리된 한국인인 내가 이해한다는 게 가능할까?"
★ 추천대상: #공포 #죄의식 #난민 이 키워드에 동하는 분들!
여담으로 1994년 르완다에서 일어난 인종 대학살을 다룬 작품 〈블랙 어스 라이징〉도 추천하면서 두 번째 모임을 마쳤습니다.
(사진) 드라마 〈블랙 어스 라이징〉의 한 장면.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주인공 케이트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문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세번째로 함께 본 영화는 〈베니의 비디오〉입니다.
(사진) 두 청소년이 서있다. 블라인드가 모두 내려 간 방안은 어둡고, 가운데 작은 브라운관 TV가 있다.
이 영화는 1992년에 만들어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초기작입니다. 상영시간은 1시간 45분으로 길지 않은 편인데요. 첫 장면부터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며 시작됩니다. 주인공 베니는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비디오 테이프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안은 항상 블라인드가 처져있어 빛이 들어오지 않는데, 베니의 창문 밖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방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창밖을 보곤 합니다. 베니는 영상 매체를 통해서만 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디오 가게 앞에서 하염 없이 영상을 바라보는 한 여자아이를 만나 집에 초대하게 됩니다. (이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영화를 확인해보세요..!)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꽤 긴 정적과 무거운 한숨이 이어졌는데요. 영화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 말을 아끼는 분도 있었고, 반면 공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어요. 마지막 모임에서 알게 되었지만, 모임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로 가장 많이 손꼽힌 영화였어요.
사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는 아닙니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임원 분들도 궁금해하셨는데요. 매회차 영화를 고르며, '공포'란 과연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장르적 의미에서의 공포는 제게 진정한 공포라기보다 오락적인 것에 가까웠고, 그런 의미에서 점프 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장면)가 많이 쓰이거나 잔인하기만 한 영화는 공포스럽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미디어를 통해 타자의 감정을 대상화하고 끊임없이 '거리두기'하며 어떤 고통이나 슬픔, 기쁨으로부터도 동떨어진 안전지대에 있는 '관객' 또는 '시청자'의 그 무심함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하게 되었어요.
모임을 마치며 이 영화를 다룬 논문의 한 구절을 소개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사진. 영화 〈퍼니게임〉의 한 장면. 짧은 머리에 눈썹이 짙은 한 남성이 하얀색 장갑을 끼고 골프공을 들고 있다.)
여담으로,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르노 프리쉬는 이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작품 중 하나인 〈퍼니게임〉에 주연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답니다. 모두가 무겁고 찜찜하고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세 번째 모임을 마쳤습니다..! (왠지 뿌듯한 모임장...(???))
🤡한줄평🤡
지영 " 관객에게 쉽게 도덕적 욕망의 충족을 허락하지 않는 영화"
★추천대상: 폭력의 실체, 본질을 탐구하고픈 분
허민 "살인을 해도 먹고자고 싸고는 해야겠고... 절대적인 일상이 무섭다"
★ 추천대상: 심리적 호러, 뒷몰덜미가 따끔거리는 느낌을 좋아한다면..
은수 "하네케 영화는 힘들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간다"
★ 추천대상: 인문학적 사고를 영화로 하고싶은 사람
루나 "숏츠, 릴스, AI 영상시대에 더욱 유효할 공포영화"
★ 추천대상: 현실공포를 느끼고 싶은 분들
시화 "새로운 유형의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 촬영/비디오는 핑계일 뿐,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
★ 추천대상: 새로운 유형의 공포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
윰 "여기서도 '밥 줘' 남성이!"
★ 추천대상: 퍼니게임을 감명 깊게 본 사람
네 번째로 함께 본 영화는 〈잠〉🥱입니다.
(사진) 단발 머리의 여성이 벽에 가훈을 걸고있다. 나무 명패에 가훈인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라고 쓰여있다.
영화는 사이가 좋고 서로에게 지지적인 관계성을 가진 수진과 현수의 이야기입니다. 수진은 출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임산부인데, 어느날 현수가 몽유병을 겪게 되면서 이를 해결해나가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수진은 대기업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고, 현수는 연기자인데요. 몽유병으로 현수가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는 바람에 배역에서 짤리기도 해요. 현수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는 것부터 현수 자신의 목숨, 나아가 앞으로 태어나게 될 아기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둘은 열심히 수면장애를 치료하고자 병원을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받은 약은 큰 효과가 없었고, 현수가 잠든 방문에 자물쇠를 거는 등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납니다. 깨어있을 때 현수는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지만, 잠에 들어 몽유병 증상을 겪을 때는 수진이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도망을 갈 정도로 큰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수진은 점점 그런 현수를, 현수가 겪는 수면장애를 통제하려고 애쓰죠.
(사진) 단발 머리의 수진이 희번뜩 눈을 뜨고 아래를 보고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모임원들과 갑론을박(?) 토론을 하기도 했는데요.
1) 현수가 실제 아랫집 할아버지에게 빙의된 것이 아니라, 그런 척 연기를 한 것이다.
2) 사실 수면장애는 현수가 아닌 수진이 겪은 것이다.
☝️가설 1)은 현수는 드라마 조연을 따낼 정도로 연기력이 좋은 편인 배우인데, 수진의 망상을 끝내려면 수진이 생각하는 의식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여기는 아랫집 할아버지에 빙의된 척 연기를 하여 넘어간 것 아니냐입니다. 왜냐하면 수진의 망상을 현수는 믿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 귀신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노이로제에 시달린 수진이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음에도 그 스트레스로 인한 망상과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설 2)는 애초에 몽유병을 겪은 것은 수진이 아니냐 인데요. 직장인인 수진은 아랫집에 새로 이사 온 여자와도 안면을 트고 이야길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어떤 종류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수진이 인질로 잡은 아랫집 여자의 존재를 현수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현수: 누구세여...?🙄)
이는 어쩌면 영화 내내 가정에 충실하고 가사분담도 적극적으로 하는 남편처럼 그려진 현수가 "사회적으로 가정적인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일· 가정 양립"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진에게 이런 현수에 대한 억울함이나 분노가 쌓여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말 현수가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면 어째서 이웃과의 교류가 전혀 없었을까 의문스러운 것이죠. (그리고 이런 해석은 정유미 배우가 이전에 〈82년생 김지영〉에서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 그런 맥락을 떠올릴 수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또, 이웃집 할아버지에 대해 현수는 이를 "그 할아버지가 너를 많이 좋아했지"라고 기억하고 있는 반면, 수진은 징그럽고 불쾌한 성희롱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죠. (물론 그 대화가 오간 차 안에서 수진은 징그럽다는 듯 웃어 넘기지만, 이후 정신질환을 겪는 수진이 할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의 태도가 그녀의 실제 마음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수진이란 존재가 얼마나 분열적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누었어요. 대기업에 다니며 일 경험을 이어가고, 남편은 가정적인 편에 속합니다. 서로의 일에 매우 지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요. 수진과 현수가 형성하고 있는 가족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가깝지만, 어쩐지 그들 집에 걸린 가훈은 구시대적으로 느껴집니다. (요즘 가훈이 있는, 그리고 그것을 걸어놓는 집이 얼마나 되나요?)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두 인물이 정상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의지하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인 '가훈'입니다. 이 부조화로 인한 분열을 겪는 존재가 수진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네 번째 모임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3명이서 다소 소박하게 진행되었지만😥, 이야기는 완전체(?) 못지 않게 매우 풍성하게 나눴답니다!
다섯 번째로 함께 본 영화는 단편 2편이었는데요. 〈레퀴엠 Requiem〉과 〈신의 초상Portrait of God〉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후기 하단에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링크를 달아 놓았으니 참고해주세요!)
(사진) 중세시대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 갈대밭 사이를 침울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영화〈레퀴엠 Requiem〉은 약 20분 정도의 단편영화입니다. 레즈비언 커플이 중세시대에 마녀사냥을 겪게 되는 내용인데요. 마치 마녀🧙♀️의 탄생을 다룬 것 같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이후에 이어질 내용이 장편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들이 달렸습니다. 사실 주인공인 에블린이 어떤 복수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보니 좀 더 에블린이 흑화해서 통쾌함을 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웠다고요.. 그리고 만약 에블린도 메리와 같은 노동계급이었다면, 메리의 도망가자는 제안에 선뜻 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워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책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관련하여 영화 〈호랑이 소녀〉를 추천해주신 모임원 분도 계셨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로맨스나 드라마에 가까워요. 하지만 이 영화의 공포스러운 면, 사랑하는 사람이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광경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에게 그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생각하면 이 또한 '공포'라는 얘길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한 모임원 분이 요즘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낀다, 보통 공포영화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거기서부터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이 공포영화의 어떤 이중성처럼 여겨진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손쉽게 감정이입 할 수 있음과 동시에 또 손쉽게 그 위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편, 공포영화에서 '마녀사냥'은 요긴하게 쓰이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의 사랑과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 함께 볼 영화로 선별했답니다. 이 날은 그래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에 대해서도 좀 더 내밀한 이야길 나누기도 했어요. 영화의 배경은 중세이지만, 현대와 얼마나 다를까 생각했어요. 몇 년 전 동아시아 국가에서 레즈비언 커플에 대해 폭행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혹여 나나 혹은 주변 퀴어 친구들이 혐오범죄의 타겟이 될까봐 두려웠던 이야기, 목욕탕이나 화장실 갈 때 다른 성별로 패싱되어 곤혹스러웠던 이야기 등을 나눴습니다.
(사진)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한 장면. 어린 여자아이가 검은색 모피를 두르고 결연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다.
여담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벨라 램지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아주 멋진 북부의 최연소 귀족인 리안나 모르몬트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드라마를 본 지 좀 되었는데도 모임원 분이 "그 왕좌의 게임에서 나왔던..!👀"이라고 했을 때 탁,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은 조연이었어요.
(사진) 금발 머리의 한 여성이 머리에 하얀 두건을 두르고 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숲을 배경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영화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더위치〉, 〈제인도〉, 〈블레어위치〉 등의 작품도 언급되었습니다.
뒤이어 시청한 단편영화는 〈신의 초상〉입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약 8분 남짓으로 아주 짧고 강렬한 영화입니다.
(사진) 금발의 여성이 위를 쳐다보며 입을 살짝 벌리고 있다.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으며, 여성의 뒤로 영사기 빛이 마치 후광처럼 빛나고 있다.
〈레퀴엠〉이 신을 믿는 자들이 저지르는 일에 대한 내용이라면, 〈신의 초상〉은 신을 목격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신 God'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인용된 출애굽기 33장 20절의 구절을 다시금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신자信者에 해당하는 주인공은 왜 자신은 신을 목격할 수 없는가, 의문을 갖습니다. 신자가 신의 존재를 보고자 하고 보지 못함에 의문을 품는 경우는 흔하죠. 그녀가 비로소 신을 목격했을 때, 그녀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도망칩니다. 영화 막바지에 주인공이 보여주는 표정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궁금해하는 모임원 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상을 묻기도 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모임장을 포함한 모임원 전원이 종교가 없거나 불가지론자에 해당했는데^^.. 진짜 신을 보게 된다면 압도될 것 같다, 신은 인간의 기대와 다르게 그렇게 성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등 "신을 보게 된다면, 나는..." 이라는 가정에서 이야길 나눴어요. 신의 목격담을 증언하는 이들이 신의 형상에 대해 각기 다른 느낌을 이야기하듯이 결국 자기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투사하여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편, 여기서 그려지는 신의 초상이라는 것은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필멸자必滅者로서 인간은 어느 순간 죽음에 대해서 느끼는 시기가 있는데, 두려움이기도 하고 경외심이기도 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어요. 마지막 주인공의 모습이 일종의 트랜스 상태(초월적 의식상태)가 아니냐는 의견이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사진) 영화 〈바바리안〉의 한 장면. 한 여성이 어둠 속에서 핸드폰 불빛을 비추고 있다. 무언가 나올까 두려워하는 표정이다. (제발 지하실을 궁금해하지마...!!)
또, 무언갈 보고싶다는 욕망은 공포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욕망이니만큼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공포영화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편, 종교에 예속된 존재로서 여성을 그리고 상상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영화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왜 여성들이 유독 신자의 과반수를 차지할까, 그 중에서도 사이비종교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여성을 타겟으로 한다는 지점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어요.
그런 의미에서 실체가 있는 공포와 실체가 없는 공포를 주제로 더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딱 맞는 경우는 아니지만 주로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공포(난민이 느끼는 공포, 성소수자가 느끼는 공포 등)는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실체가 없는' 것이라 여겨지는 반면, 물리적으로 존재하거나 혹은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진 공포는 '실체가 있는' 것이라 여겨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모임원 분들께 여쭈어보았어요. 우리는 통상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곤 하는데, 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여성'이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에 대해, 실체가 있고 없고의 구분은 힘이 있고 없고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공포가 외부에 있느냐 내부에 있느냐의 문제처럼 생각된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성희롱·성폭행 등과 같은 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실체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길 나눴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포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감정의 속성을 겸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마지막 모임인지라 긴 이야길 나누기 위해 단편영화 두 편을 보기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러닝타임으로 인해 그간 진득하게 나누지 못한 대화를 솔찬히 나누면서 마지막 모임이라는 점을 모두들 아쉬워하셨답니다. (뿌듯한 모임장...)
마지막까지 다양한 간식을 준비해와주신 모임원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자릴 빌어 드리고 싶네요!
아쉽게도 건강상의 문제로 윰 님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연말에 좋은 영화가 있다면 나들이를 제안해보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랬답니다.
(사진) 알록달록 도너츠와 작은 미니 만두, 김밥, 오란다과자, 포도젤리가 테이블에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다섯 명이 브이한 손가락을 내밀고 있다.
그간 모임에서 추천되었던 작품을 소개하며 후기를 마치려고 해요.
허민은 영화 〈서던리치〉와 영화의 원작소설인 『소멸의 땅』을,
은수는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한 리메이크작 〈인비저블맨〉을,
지영은 오컬트를 소재로 한 영화 〈주〉를,
루나는 동화 속 악령을 소재로 한 영화 〈바바둑〉을,
윰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사유리〉를,
시화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투쟁을 다룬 영화 〈판타스틱 우먼〉을 언급해주셨어요.
(사진) (왼쪽) 영화 〈서던리치〉의 한 장면. (오른쪽) 영화 〈인비저블맨〉의 한 장면.


(사진) (왼쪽) 영화 〈주〉의 한 장면. (오른쪽) 영화 〈바바둑〉의 한 장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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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레퀴엠 Requiem〉
단편영화 〈신의 초상 Portrait of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