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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후기] 소모임 '다시 읽는 도전'

2024-05-10
조회수 468

 

정희진 님의 신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함께 읽어보는 소모임 ‘다시 읽는 도전’ 후기를 전합니다.

3월 19일부터 4월 16일,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음표, 날씨, 안녕, 나타샤, 호핀, 그리고 담당활동가 리오가 함께했습니다.

민우회 활동 짬바(?)가 많이 쌓인 분부터 처음 활동을 시작하는 분까지 다양한 경험과 정체성을 가진 회원님들이 모였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1. 페미니즘 논쟁의 재구성

 

2. 섹슈얼리티 정치학

 

3. 젠더들

 

4. 성적 자기 결정권을 넘어서

 

 

매주 한 챕터씩 읽고 만나 물음표가 생기는 부분, 공감 가는 부분, 통쾌한 부분,

쉬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 등 각자에게 꽂히는 내용을 함께 나누었어요.

 

 

 

 

 

나타샤

 

정희진님의 신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함께 읽고 공감하며 분노할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일 저녁 각지에서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모였는데요. 여성주의 관점에서 열띤 토론을 했던 그 순간이 벌써 그립습니다.  

 

참여자들 대다수가 '더 커뮤니티(예능)' 애청자들이었는데요~ 

토론의 정점에는 이 프로그램 언급이 자주 있었던 게 꼭 날잡아서 시청해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주었습니다.ㅎㅎㅎ  

 

매번 정해진 분량을 미리 읽고, 나누고 싶은 페이지를 체크해서 만났는데요. 진도를 나갈수록

더 첨예하고 논쟁이 많은 지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책의 일부분에 대해서는 혼란스럽고 동의되지 않는 관점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공감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책에서도 서술되었듯이 성별 권력관계(젠더)는 오랜 역사 동안 사적인 문제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이를 공적인 영역으로 끌고 오기까지 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기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저는 특히 37~38페이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부일처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규범일 뿐, 인간 본성이 아니다.

일부일처제 결혼의 가장 큰 동기는, 남성은 가사 노동자를 구하는 것이고, 여성은 원가정에서 독립하기 위해서이다.

(중략) 여성이 공적 자아를 갖게 된 것이다.

현재 여성의 비혼은 생존 전략에 가깝다.”

 

혼자 읽고 말았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부분도 각자의 토론거리를 나누니까 재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이동하면서 읽을때, 카페에서 읽을 때 조차도 이 책의 앞표지를 본능적으로 가리게 되는건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존재하다보니까 안타깝게도 방어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언제쯤이면 아무런 걱정과 거리낌없이 공공장소에서 페미니즘 도서를 볼수 있을까요?

이 소박한(?) 희망을 위해서 일상에서부터 작은 실천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민우회 소모임은 이 책을 읽고 덮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연대하고 실천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페미니즘의 광풍이 다시 휘몰아쳐서,

더는 이 책의 표지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페미니즘을 외칠 수 있는 일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음표

 

“나는 여성의 공부, 다른 언어, 남성사회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최고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남성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머리말 20쪽)

 

소모임을 시작하기 전 우연히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인용한 머리말에서처럼) 여성과 남성의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지금의 남성중심사회에 대항할 수 있는 여성의 힘이라는 선생님의 메시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여성의 언어라는 게 과연 뭘까’ 아리송하기도 했어요.

때마침 민우회에서 정희진 선생님의 신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는다는 소식을 보았고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희진 선생님의 신랄한 비판과 프레임 전환에 수십 번도 더 무릎을 치게 되었습니다.

(책 강추!) 무엇보다 회원님들과 함께 매주 인상깊었던 구절을 짚어가며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기에

더욱 깊이 책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으로 시작하여 항상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성토대회’로 이어지니

후련하기도 통탄스럽기도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선뜻 나누는 페미니스트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고 기운이 났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나눈 경험의 내용과 질감들이 바로 ‘여성의 언어’이구나 싶었어요.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리오님 정말 수고 많으셨고요. 혜안을 나눠주신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여러 자리에서 또 만나고 얘기하고 연대해요!

 

 

 

 

 

 

날씨

 

2016년에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8년이 지났다. 민우회의 소중한 모임 덕분에 (그래서 소모임일까?)

2024년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2016년 당시엔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릴 정도로 트위터에서부터 오프라인 모임까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말하고 체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나도 그 흐름을 타고 민우회 신입회원 소모임을 시작으로 회원 모임과 대중 강연에 참석하고,

각종 집회에 나가기도 했다. 월화수목금 왕복 출퇴근으로만 길에서 3시간 이상 쓸 때였는데도

페미니즘 도파민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치 ‘가나다'만 배우다가 ‘안녕하세요'라는 문장을

처음 이해한 사람처럼, 처음 배우는 페미니즘이라는 언어에 희열을 느꼈다. 짜릿하고 통쾌했다.

 

문제는 내가 막연히 이해하고 아는 것을 내 언어로 말하지 못함에 있었다.

혐오를 담은 질문이나 코멘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앓기만 했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집단이 나타났을 때,

그들을 온오프라인에서 마주치기까지 했을 때 피로감을 느꼈다.

나에겐 당연한 것들이라 오히려 설명하지 못했을까?

다시 왕복 3시간 출퇴근에 발에는 족저근막염이 생기고, 평일 저녁에는 움직이기 싫어지고,

하루를 살아내느라 모든 에너지를 쓰면서 책도 들춰볼 여유가 없어졌다.

공부를 하지 않게 됐다. 점점 더 작은 그룹 안으로 들어가 거기에서만 내 이야기를 했다.

설마하던 정치인들의 가면같은 발언은 더 이상 나를 실망시키지도 않았다.

 

올해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으면서 내 언어를 갖는 것,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힘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서문에서 정희진 선생님은 말한다.

“남성 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내가 좋아하는 오드리 로드도 말했다.

“주인의 도구로 주인의 집을 부술 수 없다.”

 

머릿속에 여러번 종이 울리는 기분이었는데, 질문에는 늘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사고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주어진 언어로만 답하곤 했었다.

이미 짜여진 프레임 안에서 던져지는 질문이라면 내가 어떤 답변을 하든,

난 그 프레임 안에서 말할 뿐인 건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단호한 문장들에는 밑줄을 쫙쫙 그으면서 회원분들과 뜨겁게 이야기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공부하고 말하는 우리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아래는 나를 다시 짜릿하게 했던 정희진 선생님의 말들을 요약한 것이다.

 

 

“젠더 갈등이 아니라 ‘성차별'이다.”

 

“임신중단은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이 아니라 ‘성관계시 남성의 권력과 무책임으로 인해

사전 피임을 하지 않아 생기는 사후 피임의 문제이고, 이는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이다.”

 

“성매매의 경우 왜 언제나 팔거나, 팔리는 사람은 여성이고, 사는 사람은 남성이 다수인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성별 분리가 이토록 절대적인 산업이 과연 있었는지”를 묻는다.

또하나 “실제 여성은 ‘파는 주체’가 아니라 수많은 ‘에이전시’들의 착취 구조에 의해 ‘팔리는 상품’이다”라고 설명한다.

 

“피해자에게 묻지 말고,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

 

“누군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라고 하면 과거와 지금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당대의 소수자의 지위를 비교한다.”

 

이번 소모임을 통해 다시 공부하고 말하자고 다짐하게 됐다.

모임을 열어준 활동가 리오와 매주 따뜻하고 솔직하고 치열한 대화를 함께 해 준

나타샤, 안녕, 음표, 호핀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3-4월의 화요일 저녁은 속시원했다……고. :)

 

 

 

 

 

 

호핀

 

소진되고 번아웃된 느낌일 때 이 소모임을 만났습니다.

정희진 작가의 책을 핑계로 만났지만 그 외 추가로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안전한 공간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가감없이 나누고 거기에 공감 받고 환대 받는 느낌이 무척 충만했습니다.

과거엔 당연시됐던 인종 차별과 지역 차별을 두고 이제는 누구나 잘못됐다는 것을 받아들이듯,

여성이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도 언젠간 마침내 오리라 믿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찐하게 만난 구성원분들께,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준 민우회 측에 감사합니다.

이런 소모임을 알고 함께하게 된 것만큼은 적어도 '여자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ㅎㅎ 하트.

 

 

 

리오

 

제가 기억에 남는 부분은요.

 

“여성주의는 누가 남성이고 누가 여성인가를 정하는 권력의 소재를 밝히는 사회 정의에 관한 인식이지,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 다툼에서 여성의 피해를 강조하는 사유가 아니다.” (101쪽)

 

“속삭임을 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92쪽)

 

“대상과 대상화는 다르다. 누구나 대상일 수 있다. 대상화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 타인을 동원한다.

이성애의 정상성은 동성애에 대한 낙인이 없다며 존재할 수 없고,

결혼 제도의 정상성은 이혼과 저출산이 문제라는 사고방식이 없다면 작동할 수 없다.

흰 피부의 우월성은 흑인의 존재를 전제한다. 이것이 사고방식으로서 ‘미소지니’다.” (46쪽)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함께 모인 회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화제를 이끌어내는 책이었어요.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뒤로 갈수록 모두들 하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폭발하면서.

매주 참 신나는 시간이었답니다. ‘이 책으로 모임을 열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나눌 때 저는 소모임 활동의 의미를 체감하거든요.

특히 이번 소모임은 마지막에 뒷풀이까지 찐하게 하였답니다.

이런 모임을 신청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신 나타샤, 안녕, 음표, 날씨, 호핀 회원님들께 감사드려요. 하트하트

다른 자리에서 또 곧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