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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후기] “나는 틀렸을 수 있지만 우리는 틀리지 않았으니까” :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수다회 후기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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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우회 회원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안녕하세요? 언제나 회원들 마음에 독심술을 시도 중인(?) 회원팀입니다!

 

올해 회원·사회현안팀은 회원들이 페미니스트로서 다양한 이슈를 중심으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서 회원팀 활동가들은 늘 페미니스트가 관심 가질 뉴스를 함께 살펴보곤 하는데요.

저출생 대책이라며 ‘조이고 댄스’를 추자는 서울시의원, 여학생을 1년 먼저 입학시켜 남녀 교제를 증진하자는 국책연구원,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르고 이를 직원의 ‘남성혐오’ 탓이라고 해명한 훈련사...

연이어 상식의 바닥이 깨지는 상황에, 회원들의 안부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답니다(!).

 

 

(사진 1, 2.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행사 웹홍보물 이미지) 

 

그래서 아주 급하게! 회원 이슈 수다회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를 열었어요.

신청 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무척 짧았음에도, 일곱 명의 회원들이 신청해주셨답니다.

 

 

6월 1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민우회 (소리 내어 같이 화내기에 딱 좋은^^)지하 교육장에서

민우회원 나타샤, 노리, 민경, 설나, 수잔, 여름이, 혜인이 모였어요.

 

 

(사진 3. 분노의 마인드맵 그리기 코너 소개 예시 이미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평소에 화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왔어도, 막상 멍석이 깔리면(?) 떠오르지 않곤 하죠.

그래서 먼저 최근 일어났던 분노스러운 사건들을 모은 짧은 영상을 함께 보고, 

우리의 문제의식을 떠올리고 뻗어가 보는 마인드맵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4.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는 참여자들 사진) 

 

 

(사진5. 한 참여자가 작성 중인 마인드맵 클로즈업 사진) 

 

 

진지하게 적어나가는 마인드맵에는 최근 발생한 사건들도, 그로 인해 떠오른 오래된 의문들도 빼곡하게 채워졌어요.

 

 

 

(사진6. 키워드 토크 코너 소개 PPT 이미지. 저출생, 예산, 임신출산육아, 돌봄노동자, 이성애, 연애/결혼, 멸종, 백래시, 폐지, 여성지우기, 윤석열, 거부권, 혐오정치, 사법부, 사상검증, 페미/메갈, 남성혐오?, 사이버렉카, 돈벌이, SNS, 언론, 여성살해, 교제살인, 디지털성폭력, 젠더폭력, 양형조건, 여성건강, 여성신체라는 키워드가 적혀 있다.) 

 

 

떠올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키워드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제시된 키워드 중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키워드를 5개씩 뽑아두고,

순서대로 키워드를 하나씩 제시하여 같은 키워드를 고른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사진7. 활동가가 화면에 띄워진 키워드를 소개하고, 침여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는 사진) 

 

 

첫 번째로 제시된 키워드는 ‘멸종’이었습니다.

사실 저출생 담론을 염두에 둔 키워드였는데요. 의외로 기후위기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저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창궐한 은평구에 사는데요. 이게 원래 있던 숲을 벌목하고 인공적으로 편백나무숲을 조성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은평구에 있던 서울혁신파크가 폐쇄되기도 했잖아요. 서울시에서 그 자리에 대형쇼핑몰을 짓겠다고.”


 


“동해 석유 시추를 하겠다는 게 너무 황당해요. 가능할 리 없기도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아직도 석유 타령이라니.”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포항에서 석유 탐사 시추 계획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이 수상쩍고 황당한 계획에 대한 성토가 한참이나 이루어졌습니다.

대통령이 뜬금없이 석유 시추 계획을 들고나온 이유에 대한 추측부터,

석유 시추에 쓸 돈을 기후위기 대응에 쓰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지도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예산’이었는데요.

성평등, 공공시설, 문화 예술 등 분야의 예산이 삭감되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가 폐쇄됐잖아요. 아무런 근거나 절차 없이 그럴 수가 있다는 게 어이없고 화가 나요.”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하는데, 공공지원사업이 다 없어졌어요. 원래도 지원을 받아 활동을 하면 공연 의상처럼 ‘재산’으로 남는 물건은 아무리 필요해도 못 사고, 십원 단위까지 신경 써서, 심지어 포인트 적립이 되는 가게는 이용을 못 하게 할 정도로 까다롭게 증빙을 하거든요. 나랏돈 쓰는 거니까 당연한 거긴 한데. 그런데 정부가 자기들은 아무런 설득도 증빙도 없이 예산을 막 쓰는 주제에 부정수급 운운하면서 이런 공공사업을 없앤다는 게...”


 

 

각자가 경험했던 공공 지원과 복지사업의 경험을 이야기하다보니,

모두가 종종 과하다고 여기면서도 애써 지켜오던 상식과 원칙이 얼마나 쉽게 무너져버렸는지 알 수 있었어요. 

세상을 더 낫게 드는 일들에 쓰던 나랏돈이 얼마나 사라져버렸는가도 실감이 났는데요.

상속세며 법인세를 깎아놓고 종부세도 없애겠다 하면서 예산이 부족하니 부가가치세를 올리겠다는 뻔뻔함에 기함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불편해하거나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저출생' 키워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저출생 대응이라는 말만 붙이면 진짜 문제의 원인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예산을 펑펑 쓴다는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이 키워드에서는 실제 있었던 저출생 정책들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상태가 되고 말았답니다.  

 

 

‘페미/메갈’ 키워드에 이르러서는, 갖가지 사건으로 쌓여 왔던 분노가 터져 나와서 더 이상 순서의 의미가 없어질 정도였어요. 

허구의 '남성혐오'를 만들어 페미니스트들을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반페미니스트들, 

그리고 그런 선동에 휩쓸려 쉽게 페미니스트들에게 낙인을 찍는 사람들 대하여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민우회 모임을 간다니까 직장 동료가 제가 무슨 일베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페미예요? 묻기도 하고."


 


"누나 페미야? 누나는 그걸 믿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페미니스트를 무슨 사이비종교처럼 생각하는 걸까요?) 또 최근에는 유튜브 쇼츠의 '참교육' 콘텐츠를 보면서 웃기다고 공유하는 친구와 연을 끊는 일이 있었어요. 그 참교육이라는 게 '페미'인 여자를 설정해놓고 협박해서 잘못을 빌게 만드는 걸 '사이다'라고 보여주는 건데... 그러고 나서 너무 속상해서 동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이기적인 '김치녀'가 메르스를 한국에 퍼트렸다는 말이 돌고 거기에 대해 여성혐오가 엄청나게 심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닌 게 밝혀지자 여성들이 여성혐오를 '미러링'하면서 들고 일어난 게 메갈리아예요. 여혐이 정말 심각했던 걸 그 때 인터넷 커뮤니티를 했던 사람이면 다 기억해요. 그나마도 메갈리아 사이트는 금세 없어졌는데, 이제 그 없어진지 한참 된 '메갈'이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말도 안 되는 집게손 같은 걸 자꾸 들고 나오는 게..." 


 

 

각자가 경험한 주변인의 반페미니즘 발언들, 그로 인한 속상함이 정말 많이 이야기되었어요. 

계속되는 여성 살해, 성폭력과 그런 피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요. 

특히 피해자 동의 없이 가해자 신상공개를 한 사이버렉카에 대응하는 여성단체에조차 "페미냐?"라는 공격이 가해졌다는 사실에 다 같이 탄식했습니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페미', '메갈'에 대한 거짓말을 '팩트 체크' 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사진8. 진행PPT 이미지. '내 감정과 경험 나누기'라는 제목 아래 1. 오늘 이야기한 잘못된 일들을 잘못됐다고 말해본 적 있나요? 누구에게, 어떻게 말했나요? 그 결과는 어땠나요? 2. 화나는 세상 페미니스트로 살아남기, 나의 방책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이 써 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 계속되고, 차별주의자들이 득세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음모론이 실제 여성들을 공격하는 세상에서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죠. 

수다는 자연스럽게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어요. 

 

 

일일이 모든 일에 화내다간 스스로가 소진되고 말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안전을 챙겨가며 '살아남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나눠주셨습니다. 

익명 공간에서는 여성이거나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지 않기도 하지만, 그런 스스로를 자책하지는 않으려 한다고요.  

기력을 아껴 꼭 필요한 순간에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고, 여성단체 활동에 의견을 보태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언제나 나서지는 못하는 답답함에 대해서도 토로하였는데요. 

얼차려로 인한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하여 '나도 여자지만 여자 상관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노라 후회한 경험을 나눠주신 분께,

다음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함께 궁리하고 위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일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졌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안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너 페미야?"라는 부정적인 어조의 사상검증에 맞서서, 

미리 처음부터  "나 페미야~ 헉 넌 아니야?"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말하며 관계를 시작한다는 분도 계셨고요. 

 

 

어떤 사건에 대한 여론은 가장 첫 반응, 첫 댓글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페미니즘적이거나 성차별적인 발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 더도 덜도 말고 "엥?"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을 하는 '첫사람'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첫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였어요. 

지하철에서 빈 자리가 많은데도 굳이 여성 옆자리에 앉는 수상한 남성이 있었을 때, 아무 말 없이 그 앞에 서서 지켜보는 '첫사람'이 되었더니

뒤이어 다른 여성들이 옆에서 함께해주었다는 뭉클한 경험을 나눠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사진9. 진행PPT 이미지. '잘못된 걸 잘못됐다! 우리의 언어로 그들에게 말하기!'라는 제목 아래 정부/국회/정치권/지방정부에, 언론에, 사법부에, 반페미니스트/성차별주의자에, 디지털 플랫폼(유튜브, SNS 등)에, 그리고... 라고 쓰여 있다.) 

 

 

서로서로 위로와 지혜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두 시간이나 흘러, 예정된 마무리 시간을 훌쩍 넘긴 채였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이 잘못된 일들의 원인, 책임자들에게 저항의 한 마디를 외치는 피켓팅을 진행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죽거나 맞지 않도록 정부, 국회, 사법부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라!"

 

"내가 뽑은 대통령 아니니까 나도 거부권 쓰게 해줘라!"

 

"나랏돈 그렇게 쓸 거면 나 좀 줘라!"

 

"너 대통령(시의원, 검사, 남자, 여자, 연구원) 맞아?"

 

"(반페미니스트들아) 페미들과 화해하고 행복하자 ^~^" 

 

"대통령이 왕이냐? 세금 똑바로 써라!"

 

"가해자의 신상공개보다 피해자의 평온한 일상이 중요하다! 피해자의 '동의'를 우선으로! " 

 

 

(사진 10. 참여자들이 직접 쓴 피켓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 

 

 

 

모임 끝에 나눠주신 참여자 분들의 소감을 전하며,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노리: 상황에 맞게 적절히, 적당히 분노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는데 오늘은 충분히 화냈고, 의외로 많이 웃었습니다. 분노보다 웃음을 기억하며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여름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해도 될까요?(일동: 헉 그럼 아니신가요?!) 말씀해주신 것들 생각하며 고민을 이어가보겠습니다. 

 

설나: 사료를 살펴보는 일을 하다보니까, (여성 권리 측면에서) 100년 전에는 정말 말도 안 되던 일들이 지금은 가능함을 확인하곤 해요. 그 권리를 위해 싸워 온 여성들이 있는 거죠. 내가 하는 말이 100년 뒤에는 어떻게 느껴질까를 생각해봐요. 또 내 현실,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일의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민경: 동지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격월간 정도로 이런 시간이 있으면 어떨까도 싶습니다. 

 

수잔: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나는 틀렸을 수 있지만, 우리는 틀리지 않았으니까." (이 후기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혜인: 옛날 영화를 봤는데, 여성혐오적인 대사를 농담으로 쓰더라고요. 요즘 같으면 용납되지 않을 거예요. 세상이 바뀌기는 하는구나? 싶었어요. 여러분도 세상이 안 바뀌는 것 같을 땐 옛날 거 한번 보세요.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요. 

 

나타샤: 페미니스트로서의 길이 너무 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너 페미지?'라는 낙인을 대하면서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순간순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소중하네요. 

 

 

회원팀은 앞으로도 회원들과 긴급! 모여봐요! 시간을 많이 많이 만들어볼테니까요!

앞으로도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