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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후기] 함께 도전! 2024 상반기 민우회원 책 세미나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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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와 좋은 마음으로 알아가는 단계(^^)인 회원들과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는 민우회원 책 세미나!

2024년 상반기 민우회원 책 세미나에는 솔, 수잔, 얼음벌레, 여름이와 활동가 온다가 함께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세미나에서는 데버라 캐머런의 『페미니즘』을 읽었는데요.

올해는 책을 바꾸어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많은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 모먼트’가 된 책인 『페미니즘의 도전』을 쓰신 정희진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지 뭐예요?

그렇게 이번 세미나 도서는 정희진의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결정되었답니다.

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해 회원가입 하신 분이 계실 정도로, 두근두근 기대 속에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책상 위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종이책 세 권과 전자책 표지가 띄워진 스마트폰 한 개가 빙 둘러 놓여있는 사진


6월 20일 첫 모임은 수잔, 얼음벌레, 여름이, 온다가 함께했어요.

아직은 약간 어색한 가운데 민우회원 약속을 공유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누었어요.

답답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동지를 만나고 싶어서,

세미나에 참여하시겠냐는 회원팀의 전화를 받고 제안받은 일에는 망설이지 않고 나가보자는 생각에서,

예전에 여성운동에 열심히 참여했던 경험 속에서 다시 페미니즘 논의를 따라잡기 위해서.

제각각의 의지와 동기를 갖고 함께 만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책은 머리말과 1장 ‘페미니즘 논쟁의 재구성’의 절반 정도를 읽고 만났어요.

머리말 이야기만 하는 데에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놀라기도 했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에 대해 “ 『페미니즘의 도전』이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면, 이 책은 변화된 여성주의, 정체성의 정치 위주의 담론을 분석한다”(9)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최근의 페미니즘 이슈와 논쟁을 잘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지금 한국 사회 현실을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로서 체감하고 이해하는 바를 차근차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남성 중 직장 업무, 사회 운동, 집안일(육아, 식사 준비, 세탁, ‘시월드 챙기기’, 장보기, 매일의 청소, 사계절 의류 정리······) 세 가지 업무를 모두 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없다. 반대로 대부분의 여성은 가사노동과 임금 노동이라는 양쪽 영역에서 위에서 언급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29)

위 대목에서 많이 공감하며, 자신과 주변 여성의 일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기획노동’이라고도 부르는, 일상의 계획과 운영, 주기적 관리를 떠맡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지나친’ 각성이 ‘문제’인 시대다. 딸들아 일어나라? 실제로도, 상징적으로도 딸들은 일찍 일어난다. 남자들이 늦잠을 잘 뿐이다. 그런데도 성차별의 원인이 사회나 남성 문화가 아니라 ‘깨어나지 못한 여성’ 때문이라는 것이다.”(31)

여전히 페미니즘과 사회문제에의 관심을 ‘예민함’이나 ‘비정상’ 취급하는 남성들과의 대화 경험을 떠올리며, 

일상에서 체감되는 차별 인식에서의 성별 격차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사실 딸로서 상징적으로는 몰라도 실제로는 늦잠을 자주 잔다는 틈새 고백과 함께요^^.)

 

책에는 피해자 중심주의, 성희롱, 성적수치심과 같이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특정한 필요와 맥락에 따라 제시되었던 개념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요.

여기에 대해 함께 토론하기도 했답니다.

2021년 〈성적수치심에 빨강카드를〉 프로젝트를 비롯한 관련된 민우회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다섯 권의 책과 레모나 한 개씩이 빙 둘러 놓여있는 사진


6월 27일 두 번째 모임에는 1장의 나머지 절반을 읽고 구성원 전원이 참석했습니다.

젠더폭력에 작용하는 성별권력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이어서, 각자의 경험 이야기가 많이 나누어졌습니다.

 

「‘완벽한 피해자’라는 환상」 챕터를 읽으며,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할 가까운 이들조차 피해 사실을 의심하거나 덮으려 하고, 지지해주지 않았던 기억들을 이야기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불평등한 이중잣대에 함께 분노하기도 했죠.

 

그렇다 보니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에서 “사회운동은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성별 권력 관계는 더욱 그렇다. 가해자에게 질문하는 반성폭력 운동을 제안한다.”(80)라는 내용을 인상 깊게 읽은 구성원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뒤에 이어지는 가해자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통쾌함을 느꼈다며 서로 공감하기도 했고요.

 


 2장 '섹슈얼리티 정치학' 부분이 펼쳐진 책 두 권과 덮인 책 한 권, 전자책기기 하나가 함께 놓여있는 사진

7월 4일 세 번째 모임은 2장 ‘섹슈얼리티 정치학’을 읽고, 수잔, 얼음벌레, 여름이, 온다가 만났습니다.

 

동명의 고정희 시인의 시를 인용한 〈여자가 되는 것은 사자와 사는 일인가〉라는 챕터에 특히 공감하였습니다.

그놈의 남자의 ‘기’라는 게 대체 뭐길래라는 성토를 하면서요.

이 부분에 인용된 여성가족부의 정책 사례는 정말 놀랍습니다.

 

“신뢰에 기반한 친밀감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사회성이 아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성적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탐색, 존중, 협상, 기꺼운 감정 노동, 성의의 산물이다. 성 산업과 리얼 돌은 이 과정을 생략한 폭력적인 제도다.”(133)

언제나 주변에서 비위를 맞춰주는 환경에서 친밀한 관계 유지와 돌봄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이, 할 줄 모르게 사회화되는 남성성의 문제를 주변 사례를 통해 이야기했어요.

나이가 들고 새로이 누군가를 돌보게 되면서 충만함과 행복을 느끼는 주변 남성의 모습을 떠올리며 돌봄 불평등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나누었지요.

남성들이 ‘리얼 돌’에 필요한 최소한의 청소와 관리조차 할 줄도 모른다는 인터뷰가 실린, ‘리얼 돌’ 이용자를 추적한 연구 내용을 공유하며 분노의 헛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남성 사회의 문제를 일터와 일상 속 경험을 들며 토론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여성은 꽃, 남성은 사람」 챕터를 읽으면서는 메시지에는 동의하지만 좀 더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 비유와 담론을 예시로 들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다른 챕터에서도 강하게 단정하는 서술 뒤에 왜 그렇게 썼는지 맥락 설명이 자세히 되지 않아 아쉽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을 꼽아보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발심, 일부 표현을 빌미 잡는 비난을 먼저 염려하거나 모두 응답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에는 많이 공감했지만요.

그럼에도 책에 나온 페미니즘의 의제와 논쟁점들을 어떻게 더 넓게 설득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나누었답니다.

 

 

세 권의 책 위에 세 사람이 각각 손을 올리고 찍은 사진


3장 ‘젠더들’, 4장 ‘성적 자기결정권을 넘어서’를 읽고 만난 마지막 모임은 조금 단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솔, 여름이, 온다가 참여했어요.

어려운 표현과 논쟁적인 이슈가 특히 많이 등장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특정한 섹슈얼리티 정체성과 실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여성/소수자에 대한 착취, 멸시, 배제를 근간으로 하는 젠더 구조라는 큰 문제의식 아래서 내용을 꼭꼭 씹어 읽어보았답니다.

 

「그 선수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인터섹스, 사이에서 차이를 허물다」를 읽으며 ‘생물학’과 ‘객관성’, ‘정상성’에 질문을 던져보았어요.

“몸의 정상성, 기능, 질병, 장애의 기준은 과학의 발전과 인식, 의학사의 산물이다.”(199)라는 구절을 읽고 몸과 정신(이 책에서는 정신도 몸임을 이야기하지만요), 질병에 관한 경험들을 서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의학적 진단과 맺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들을 이야기했지요.

 

4장을 읽으며 여성을 거래하는 구조의 문제에 관해서도 많은 경험과 고민을 나누었어요.

여성의 몸이 침범, 약탈, 소유의 대상으로서 ‘공간’으로 여겨지는 담론에 관한 내용도 인상깊었는데요.

여성을 가리키거나 비유하는 표현에 얼마나 많은 공간으로서 속성이 암시되고 있는지 읽으며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장에서는 ‘주체성’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지요.

 

 

페미니즘 책 읽기에 처음 도전해가는 사람도,

책의 제목처럼 다시 도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느 쪽이든 ‘함께’ 도전할 수 있어서 뜻깊었던 4주간의 세미나는 이렇게 잘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참여한 회원들의 소감 한 마디씩도 보실래요? 


솔:  

저는 직업 때문에 중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데요. 사실 그놈의 중립이 무엇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설령 그게 중요하다 한들 한 개인으로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삶에서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 서울에 상경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찾다 이번 책 세미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런저런 일정들로 전부 참여하진 못 했지만 참여한 날에는 제가 평소 고민하고 궁금했던 여성주의, 성 인지/인식 부분들을 안전하게 물어보고 의견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변에서 왜그렇게 피곤하게 사냐는 이야길 참 많이 듣는데 오히려 이런 이야길 나눌 수 없어서 더 피곤했던 것 같아요. 모임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늘 뭔가 안심이 됐어요.

다음에도 모임에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책도 빌려와서...반납할 겸 활동하러 갈게요🫶


수잔: 

혼자 읽었다면 좀 더 어려웠을 책, 함께 이야기하며 좋았던 부분과 미심쩍었던 부분을 모두 나눌 수 있어 더 풍부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모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도 정말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름이: 

다같이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자유롭게 대화를 하면서 읽어서 더 재밌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록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얼음벌레: 

같은 지향을 가진 분들과 함께 페미니즘 세미나를 오랫만에 해서 많은 기운을 받았습니다. 험한 세상이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힘차게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동지로 남길 바라요.



민우회의 다른 활동에서, 다른 많은 페미니즘 운동의 현장 속에서!

또 다른 페미니즘의 도전을 이어가며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또 만나요~!

 

 

민우회원 세미나는 하반기에도 진행될 예정이니까요.

후기를 읽고 ‘나도 참여하고 싶은데?’ 생각하신 회원이 계신다면 꼭꼭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