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레이]
등장 인물
새벽바람
베르데
청경채
대문
현정
낭미
여름이
몽실
무대에는 소모임 담당자인 몽실이 연신 시계를 쳐다보다가 일어나서 책상 근처를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계가 7시를 가리키자 낭미가 출입문을 열고 빼곰히 얼굴을 내밀고 들어온다. 몽실은 한 톤을 높여 낭미가 소모임 참여자임을 확인하고 인사한다. 이후, 당일 야근으로 참석을 못한 청경채를 제외하고 현정, 여름이, 대문, 새벽바람, 베르데가 무대 위로 등장한다. 어색해 하며 책상을 두고 자리한 이들의 [더 플레이]가 시작된다.
(사진 설명 : 연극 소모임 [더 플레이] 모집광고 이미지 2개, 모집배경과 모임일시와 회차별 각본명, 장소, 인원, 신청링크와 QR코드가 들어있음)
1막
인형의 집(헨리 입센 작) / 대문, 현정, 여름이, 베르데, 낭미, 새벽바람, 몽실
첫모임이니만큼 (어색하겠지요?!) 각자 인사를 나누고 민우회원 약속문을 읽고 시작을 하였어요. 연극 각본 읽기 소모임이니만큼 각자가 혹시 연극과 관련한 접점이 얼마나 있는 지를 나누었어요. 연극을 통해 페미니즘을 입문하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고, 대학에서 연극동아리 경험을 해본 적이 있고, [더 플레이]에 소개된 작품을 연극무대에서 본 적이 있는 분들도 있구요. 어렸을 때 교회에서 성극으로 ‘로마 병사 1’의 역할을 해본 기억을 떠올리시기도 했어요. 각본 관련 수업에 참여해 본 분도 계셨고, 여튼 연극과 관련해 깊은(?) 연관이 있으신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어쩐지 👍👍👍
[더 플레이]가 만난 첫 번째 각본은 <인형의 집>입니다.
<인형의 집>은 1879년, 헨리 입센이 집필한 작품으로 당시 유럽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평등의식이 높아지던 시기였어서 작품의 화제성과 영향력이 빠르게 퍼져나갔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노라가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는 결말은 당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죠.(아무리 힘들어도 여자의 본분과 역할을 망각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내용들은 대략 알고 계셨고,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다는 작품이었어요.
<인형의 집>은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한된 시간에 리딩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2막과 3막을 리딩하였어요. 리딩을 하고 난 후 작품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 인상적인 역할(캐릭터)과 장면은 어떤 것이었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노라가 꼭 집을 떠나야만 했을까? 노라가 집을 떠난 이후 노라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노라가 집을 떠난 이후의 삶에 대해 여러 속편들이 등장했는 데 우리도 한 번 작가라고 상상하고 ‘나라면 이렇게 속편을 만들겠어....’ 라며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사진설명 : 민우회원 약속문이 정리되어 있는 종이를 들고 있음)
담당자인 몽실은 역할 나누기가 가장 고민이 되었다고 하네요. 등장인물의 수와 모임 구성원의 수가 다르고, 대사분량도 다르니 고르게 리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역할 나누기를 남몰래 고민을 많이 하였다네요 😂😂😂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역할을 쪽지에 써서 제비뽑기로 역할을 나누었어요. (별 특별한 방법이 아니었지만 휴우~😅)
2막
안티고네(소포클레스 원작, 장 아누이 개작) / 베르데, 대문, 여름이, 현정, 청경채, 낭미, 몽실
두 번째 모임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쉬는 시간도 갖고, 이야기도 좀 더 나누는 시간이 되었어요(지난 모임에 쉬는 시간도 없이 리딩했....😅) 리딩을 하다보니 느끼게 된 게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목소리의 굵기, 톤, 색깔, 떨림.... 등 각자의 매력을 목소리로 알 수 있게 되는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대본을 미리 보고 오시고, 첫 번째 모임에서 조금 감을 잡으셨는 지 훨씬 작품의 캐릭터를 상황에 맞춰 리딩하려고 하는 애쓰는 모습이 멋지면서도 담당자로서 참 흐뭇하더라고요 😍
[더 플레이]가 만난 두 번째 각본은 <안티고네>입니다.
원작은 기원전 441년 즈음에 소포클레스가 만든 작품인데요. 주인공인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딸로서 전쟁으로 죽게 된 오빠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루고 애도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당시 왕이자, 외삼촌인 크레온은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고자 이를 막는데요. 안티고네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크레온과 맞서고 감행하지요. 안티고네는 "꺾이지 않는"/ "거슬러 걷는 자"라는 뜻이라고도 하네요.
안티고네를 통해서 거대한 권력에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작지만 강인한 힘과, 애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되었네요.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는가. 세월호 사건도 생각나고 사회적 참사로 사망한 분들을 이 사회는 충분히 애도하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 애도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잠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읽은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아누이의 작품인데요. 그리스 비극집을 읽고 오신 낭미님이 안티고네의 언니와 가족배치가 달라진 점, 프랑스 당시 시대적 상황이 다소 느껴진다는 점을 나눠주셨어요. 그리고 안티고네가 주인공이지만 크레온이 좀더 입체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도 같이 나누기도 했어요. 두 인물 이외에 다른 인물의 관점으로 새로 작품을 구성한다면 어떨 지라는 상상도 해보았어요. 예를 들어, 무대에 등장하지 않지만 내내 뜨개질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마지막에 죽음을 선택한 크레온의 아내의 입장으로 작품을 그려낸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말이에요.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코러스'가 극을 연결하며 등장하는 데 무성 영화시대의 변사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코러스 역할에 대한 변주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와우~ 쓰고 보니 우리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3막
분장실(시미즈 쿠니오 작) / 대문, 여름이, 현정, 청경채, 새벽바람, 낭미, 몽실
(사진 설명 : 회의실 테이블에 모여 소모임을 진행하고 있음. 대본을 들고 6명이 리딩하고 있는 모습)
세 번째 모임입니다. 이번 작품은 담당자인 몽실이 지난 해 무대 공연을 봤던 작품이었고, 참 좋아서 선정하게 되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요. 작품의 말미에 배우들이 '함께 살아남자',' 견디자' 라며 대사를 하는 맥락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들의 자살율이 높아지고 차별과 혐오로 여성들의 삶이 더 곤궁해지는 가운데 '그래도 우리 잘 버티고 가보자','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 보자'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아 감동이 배가 되었다는 후기를 전해보면서 시작하였답니다.
[더 플레이]가 만난 세 번째 각본은 <분장실>입니다.
<분장실>은 다른 작품과 달리 짧은 대사들이 많아 (모든 작품들이 그렇겠지만) 배우들간 호흡과 속도가 정말 잘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작품이에요. 무대라는 공간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등장인물이 아닌 프롬프터* 역할을 해오다 결국 유령으로 분장실을 떠도는 인물들과 무대에 주연으로 서 왔지만 나이가 들고 이제 다른 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누군가, 그리고 언제나 최고이고 싶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너무도 커서 힘든 또 누군가.... 이 모든 인물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은 리딩할 때 여배우들이 연극작품의 대사들을 읊는 대목이 많이 나오는 데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극중극으로 <맥베스>, <갈매기>, <세자매> 등에 나오는 대사들을 읽어야 하는 거라 ‘배우’님들이 톤 조절을 함에 있어 약간의 혼란지옥이었답니다😵. 나는 누구인가.....😵😵😵
*프롬프터 : 연극에서 무대 뒤에서 배우에게 대사를 알려주는 역할
4막
다시 한 번 트위스트(나창진 작) / 베르데, 대문, 여름이, 새벽바람, 몽실
마지막 모임에서는 각본 리딩할 때 도움 될만한(아마 첫모임에서 하거나 매번 모임에서 했으면 좋았을) 발성법, 발음연습 등을 잠깐씩 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복식호흡과 안면근육을 풀고 999999, 888888......111111을 함께 소리내어 말하기, 대사 콕콕 집어 말하기, 목소리 멀리 내보내기 등을 연습해 보았답니다.
[더 플레이]가 만난 네 번째 각본은 <다시 한 번 트위스트>입니다.
마지막 각본으로 선택한 <다시 한 번 트위스트>작품은 광주여성민우회 연극소모임 명랑소녀극단 시나페에서 나창진(망구) 연출·극작에 배우들이 열연했던 작품으로, 2박 3일동안 날 새며 이야기해도 부족할 여성들의 월경 이야기와 완경을 맞이한 여성의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리딩만 하지 않고 움직여가면서 하면 어떨까 싶어 지하의 교육장에서 모임을 계획했지만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예정대로 공간을 활용하여 동작을 같이 하진 못했네요(갠적으로 많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대목들, 맛깔나면서도 재미있는 대사들, 여성들의 경험이 충분히 녹아있는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리딩하였습니다.
5막
뒷풀이 / 베르데, 대문, 여름이, 청경채, 현정, 낭미, 몽실
성미산 알루에서 뒷풀이를 하였어요. 각본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느라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는 데(첫모임에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였...😅) 적당한 알콜과 맛있는 음식이 곁들여져 조금은 편안하게 작품과 개인의 일상들을 잘 버물버물 이야기 나눠서 즐거운 자리가 되었어요. 매번 모임때마다 소소하지만 요긴한 간식을 챙겨주시던 여름이님이 ‘은별’이라는 안동맥주를 가지고 오셔서 맛보기도 했지요. (식당에 양해구함...)
이후에 언젠가 연극 관련한 또 다른 소모임을 기획해보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를 확인하며 즐거웠던 [더 플레이] 소모임의 막을 내렸습니다.
(사진 설명 : 2장의 사진. 첫 번째 사진은 술이 담겨있는 술잔을 모두 들고 잔을 부딪히고 있는 사진이고, 두 번째 사진은 안주와 술이 있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참여자들이 약간 상기된 모습으로 밝게 웃고 있음)
참여자 후기
대문 : 언젠가 읽어야지.....읽어야지.....하고 미뤄뒀던 다양한 극본들을 민우회 회원들과 함께 꼼꼼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연극 속 인물들의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자신도 잘 모르고 있던 제 안의 감정들을 알아갈 수 있었던 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재미있는 여성주의 연극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낭미 : 희곡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다 소모임에 참여해 자기 목소리로 함께 희곡을 읽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활기차고 자신있는 시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베르데 :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했던 희곡 읽기 소모임. 오히려 타자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이게 되었던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악인은 악인대로 귀인은 귀인대로 가지고 있을 각자의 이유들을 일상에서는 들을 의지도, 들을 여유도 없는데, 메아리같이 나를 비춰주는 타자의 틈입을 허락한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입니다. 초보자들을 문턱에서 스윽 끌어들이시느라 매 시간 보이지 않게 애쓰신 이끔이 몽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함께했던 동학(?)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름이 : 단지 끈을 놓지 않고 싶어서 신청했지만, 읽는 것 자체도 재밌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좋은 작품들과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배우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현정 : 혼자 각본을 읽으며 느끼는 것과 모여서 대사를 실제 발음할 때 느끼는 것이 아예 다른 게 늘 재밌고 흥미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익숙한 동작과 말이 낯설게 다가오는 게 신기해서 관심을 갖게 된 연극에 더욱 더 큰 관심을 두게 될 것 같아요. 읽기 시간이 끝나고 각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던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벽바람 : 좋아하는 연극을 읽는단 사실 하나만 보고 신청했던 소모임이었는데 기대보다 더 즐거웠어요! 오랜만에 낭독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의 연기에 저도 함께 몰입하며 티키타카했던 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여성주의 관점으로, 또 제가 생각해본 적 없는 시점으로 감상을 나누며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청경채 : 경직된 일상 속에서 언제부턴가 발화가 충분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알맹이 없이 돌려 말하기, 과장된 제스처와 뉘앙스로 점철된 대화 방식들에 지치면서 말하는 데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 같아요.
통찰이 담긴 제련된 대사, 때로는 혼란과 분노를 마구 표출하는 대사들을 함께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사람(허구의 인물일 지라도!)이 하는 말의 힘, 목소리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익숙한 작품들, 또 처음 접하는 각본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 나누고 비판하고, 한 분 한 분 각기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어 놀랍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나와 내 언어, 나와 몸이 연결된 감각을 되찾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소모임이었어요.
매 시간 수고해 주시고 재미있게 이끌어 주신 몽실님, 그리고 정말 즐겁게 함께 했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몽실 : 서울 활동을 시작하고 회원들과의 첫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광주에서 연극 소모임했던 기억과 경험을 나누고 싶기도 하여 시작한 각본 읽기 모임이었는데요. 모집이 될까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을 했는 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시고, 모임 내내 작품에 푹 빠져서 각본을 읽고 이야기 나누었지요. 회차가 진행될수록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역할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져서 ‘연극작품을 하나 해도 되겠는걸’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ㅎㅎ(언제 기회가 될수도 있겠지요?!)
연극을 시작하면서 여성에 대한 몸의 통제가 얼마나 컸는 지를 자각하면서 그걸 깨는 과정에서 희열감을 느끼기도 했던 그 경험을 많은 분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가 있는 극 작품도 좋지만 몸과 행위로 메시지와 감각을 익히는 길거리 퍼포먼스의 경험이 좋았던 것도 함께 나누었어요. [더 플레이] 소모임 멤버님들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민우회와 다양한 장면에서 회원님들 만나게 되겠지요. 또 뵈어요^^
[더 플레이]
등장 인물
새벽바람
베르데
청경채
대문
현정
낭미
여름이
몽실
무대에는 소모임 담당자인 몽실이 연신 시계를 쳐다보다가 일어나서 책상 근처를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계가 7시를 가리키자 낭미가 출입문을 열고 빼곰히 얼굴을 내밀고 들어온다. 몽실은 한 톤을 높여 낭미가 소모임 참여자임을 확인하고 인사한다. 이후, 당일 야근으로 참석을 못한 청경채를 제외하고 현정, 여름이, 대문, 새벽바람, 베르데가 무대 위로 등장한다. 어색해 하며 책상을 두고 자리한 이들의 [더 플레이]가 시작된다.
(사진 설명 : 연극 소모임 [더 플레이] 모집광고 이미지 2개, 모집배경과 모임일시와 회차별 각본명, 장소, 인원, 신청링크와 QR코드가 들어있음)
1막
인형의 집(헨리 입센 작) / 대문, 현정, 여름이, 베르데, 낭미, 새벽바람, 몽실
첫모임이니만큼 (어색하겠지요?!) 각자 인사를 나누고 민우회원 약속문을 읽고 시작을 하였어요. 연극 각본 읽기 소모임이니만큼 각자가 혹시 연극과 관련한 접점이 얼마나 있는 지를 나누었어요. 연극을 통해 페미니즘을 입문하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고, 대학에서 연극동아리 경험을 해본 적이 있고, [더 플레이]에 소개된 작품을 연극무대에서 본 적이 있는 분들도 있구요. 어렸을 때 교회에서 성극으로 ‘로마 병사 1’의 역할을 해본 기억을 떠올리시기도 했어요. 각본 관련 수업에 참여해 본 분도 계셨고, 여튼 연극과 관련해 깊은(?) 연관이 있으신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어쩐지 👍👍👍
[더 플레이]가 만난 첫 번째 각본은 <인형의 집>입니다.
<인형의 집>은 1879년, 헨리 입센이 집필한 작품으로 당시 유럽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평등의식이 높아지던 시기였어서 작품의 화제성과 영향력이 빠르게 퍼져나갔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노라가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는 결말은 당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죠.(아무리 힘들어도 여자의 본분과 역할을 망각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내용들은 대략 알고 계셨고,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다는 작품이었어요.
<인형의 집>은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한된 시간에 리딩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2막과 3막을 리딩하였어요. 리딩을 하고 난 후 작품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 인상적인 역할(캐릭터)과 장면은 어떤 것이었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노라가 꼭 집을 떠나야만 했을까? 노라가 집을 떠난 이후 노라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노라가 집을 떠난 이후의 삶에 대해 여러 속편들이 등장했는 데 우리도 한 번 작가라고 상상하고 ‘나라면 이렇게 속편을 만들겠어....’ 라며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사진설명 : 민우회원 약속문이 정리되어 있는 종이를 들고 있음)
담당자인 몽실은 역할 나누기가 가장 고민이 되었다고 하네요. 등장인물의 수와 모임 구성원의 수가 다르고, 대사분량도 다르니 고르게 리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역할 나누기를 남몰래 고민을 많이 하였다네요 😂😂😂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역할을 쪽지에 써서 제비뽑기로 역할을 나누었어요. (별 특별한 방법이 아니었지만 휴우~😅)
2막
안티고네(소포클레스 원작, 장 아누이 개작) / 베르데, 대문, 여름이, 현정, 청경채, 낭미, 몽실
두 번째 모임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쉬는 시간도 갖고, 이야기도 좀 더 나누는 시간이 되었어요(지난 모임에 쉬는 시간도 없이 리딩했....😅) 리딩을 하다보니 느끼게 된 게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목소리의 굵기, 톤, 색깔, 떨림.... 등 각자의 매력을 목소리로 알 수 있게 되는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대본을 미리 보고 오시고, 첫 번째 모임에서 조금 감을 잡으셨는 지 훨씬 작품의 캐릭터를 상황에 맞춰 리딩하려고 하는 애쓰는 모습이 멋지면서도 담당자로서 참 흐뭇하더라고요 😍
[더 플레이]가 만난 두 번째 각본은 <안티고네>입니다.
원작은 기원전 441년 즈음에 소포클레스가 만든 작품인데요. 주인공인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딸로서 전쟁으로 죽게 된 오빠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루고 애도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당시 왕이자, 외삼촌인 크레온은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고자 이를 막는데요. 안티고네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크레온과 맞서고 감행하지요. 안티고네는 "꺾이지 않는"/ "거슬러 걷는 자"라는 뜻이라고도 하네요.
안티고네를 통해서 거대한 권력에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작지만 강인한 힘과, 애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되었네요.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는가. 세월호 사건도 생각나고 사회적 참사로 사망한 분들을 이 사회는 충분히 애도하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 애도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잠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읽은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아누이의 작품인데요. 그리스 비극집을 읽고 오신 낭미님이 안티고네의 언니와 가족배치가 달라진 점, 프랑스 당시 시대적 상황이 다소 느껴진다는 점을 나눠주셨어요. 그리고 안티고네가 주인공이지만 크레온이 좀더 입체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도 같이 나누기도 했어요. 두 인물 이외에 다른 인물의 관점으로 새로 작품을 구성한다면 어떨 지라는 상상도 해보았어요. 예를 들어, 무대에 등장하지 않지만 내내 뜨개질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마지막에 죽음을 선택한 크레온의 아내의 입장으로 작품을 그려낸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말이에요.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코러스'가 극을 연결하며 등장하는 데 무성 영화시대의 변사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코러스 역할에 대한 변주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와우~ 쓰고 보니 우리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3막
분장실(시미즈 쿠니오 작) / 대문, 여름이, 현정, 청경채, 새벽바람, 낭미, 몽실
(사진 설명 : 회의실 테이블에 모여 소모임을 진행하고 있음. 대본을 들고 6명이 리딩하고 있는 모습)
세 번째 모임입니다. 이번 작품은 담당자인 몽실이 지난 해 무대 공연을 봤던 작품이었고, 참 좋아서 선정하게 되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요. 작품의 말미에 배우들이 '함께 살아남자',' 견디자' 라며 대사를 하는 맥락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들의 자살율이 높아지고 차별과 혐오로 여성들의 삶이 더 곤궁해지는 가운데 '그래도 우리 잘 버티고 가보자','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 보자'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아 감동이 배가 되었다는 후기를 전해보면서 시작하였답니다.
[더 플레이]가 만난 세 번째 각본은 <분장실>입니다.
<분장실>은 다른 작품과 달리 짧은 대사들이 많아 (모든 작품들이 그렇겠지만) 배우들간 호흡과 속도가 정말 잘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작품이에요. 무대라는 공간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등장인물이 아닌 프롬프터* 역할을 해오다 결국 유령으로 분장실을 떠도는 인물들과 무대에 주연으로 서 왔지만 나이가 들고 이제 다른 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누군가, 그리고 언제나 최고이고 싶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너무도 커서 힘든 또 누군가.... 이 모든 인물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은 리딩할 때 여배우들이 연극작품의 대사들을 읊는 대목이 많이 나오는 데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극중극으로 <맥베스>, <갈매기>, <세자매> 등에 나오는 대사들을 읽어야 하는 거라 ‘배우’님들이 톤 조절을 함에 있어 약간의 혼란지옥이었답니다😵. 나는 누구인가.....😵😵😵
*프롬프터 : 연극에서 무대 뒤에서 배우에게 대사를 알려주는 역할
4막
다시 한 번 트위스트(나창진 작) / 베르데, 대문, 여름이, 새벽바람, 몽실
마지막 모임에서는 각본 리딩할 때 도움 될만한(아마 첫모임에서 하거나 매번 모임에서 했으면 좋았을) 발성법, 발음연습 등을 잠깐씩 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복식호흡과 안면근육을 풀고 999999, 888888......111111을 함께 소리내어 말하기, 대사 콕콕 집어 말하기, 목소리 멀리 내보내기 등을 연습해 보았답니다.
[더 플레이]가 만난 네 번째 각본은 <다시 한 번 트위스트>입니다.
마지막 각본으로 선택한 <다시 한 번 트위스트>작품은 광주여성민우회 연극소모임 명랑소녀극단 시나페에서 나창진(망구) 연출·극작에 배우들이 열연했던 작품으로, 2박 3일동안 날 새며 이야기해도 부족할 여성들의 월경 이야기와 완경을 맞이한 여성의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리딩만 하지 않고 움직여가면서 하면 어떨까 싶어 지하의 교육장에서 모임을 계획했지만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예정대로 공간을 활용하여 동작을 같이 하진 못했네요(갠적으로 많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대목들, 맛깔나면서도 재미있는 대사들, 여성들의 경험이 충분히 녹아있는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리딩하였습니다.
5막
뒷풀이 / 베르데, 대문, 여름이, 청경채, 현정, 낭미, 몽실
성미산 알루에서 뒷풀이를 하였어요. 각본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느라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는 데(첫모임에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였...😅) 적당한 알콜과 맛있는 음식이 곁들여져 조금은 편안하게 작품과 개인의 일상들을 잘 버물버물 이야기 나눠서 즐거운 자리가 되었어요. 매번 모임때마다 소소하지만 요긴한 간식을 챙겨주시던 여름이님이 ‘은별’이라는 안동맥주를 가지고 오셔서 맛보기도 했지요. (식당에 양해구함...)
이후에 언젠가 연극 관련한 또 다른 소모임을 기획해보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를 확인하며 즐거웠던 [더 플레이] 소모임의 막을 내렸습니다.
(사진 설명 : 2장의 사진. 첫 번째 사진은 술이 담겨있는 술잔을 모두 들고 잔을 부딪히고 있는 사진이고, 두 번째 사진은 안주와 술이 있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참여자들이 약간 상기된 모습으로 밝게 웃고 있음)
참여자 후기
대문 : 언젠가 읽어야지.....읽어야지.....하고 미뤄뒀던 다양한 극본들을 민우회 회원들과 함께 꼼꼼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연극 속 인물들의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자신도 잘 모르고 있던 제 안의 감정들을 알아갈 수 있었던 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재미있는 여성주의 연극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낭미 : 희곡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다 소모임에 참여해 자기 목소리로 함께 희곡을 읽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활기차고 자신있는 시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베르데 :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했던 희곡 읽기 소모임. 오히려 타자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이게 되었던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악인은 악인대로 귀인은 귀인대로 가지고 있을 각자의 이유들을 일상에서는 들을 의지도, 들을 여유도 없는데, 메아리같이 나를 비춰주는 타자의 틈입을 허락한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입니다. 초보자들을 문턱에서 스윽 끌어들이시느라 매 시간 보이지 않게 애쓰신 이끔이 몽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함께했던 동학(?)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름이 : 단지 끈을 놓지 않고 싶어서 신청했지만, 읽는 것 자체도 재밌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좋은 작품들과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배우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현정 : 혼자 각본을 읽으며 느끼는 것과 모여서 대사를 실제 발음할 때 느끼는 것이 아예 다른 게 늘 재밌고 흥미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익숙한 동작과 말이 낯설게 다가오는 게 신기해서 관심을 갖게 된 연극에 더욱 더 큰 관심을 두게 될 것 같아요. 읽기 시간이 끝나고 각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던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벽바람 : 좋아하는 연극을 읽는단 사실 하나만 보고 신청했던 소모임이었는데 기대보다 더 즐거웠어요! 오랜만에 낭독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의 연기에 저도 함께 몰입하며 티키타카했던 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여성주의 관점으로, 또 제가 생각해본 적 없는 시점으로 감상을 나누며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청경채 : 경직된 일상 속에서 언제부턴가 발화가 충분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알맹이 없이 돌려 말하기, 과장된 제스처와 뉘앙스로 점철된 대화 방식들에 지치면서 말하는 데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 같아요.
통찰이 담긴 제련된 대사, 때로는 혼란과 분노를 마구 표출하는 대사들을 함께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사람(허구의 인물일 지라도!)이 하는 말의 힘, 목소리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익숙한 작품들, 또 처음 접하는 각본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 나누고 비판하고, 한 분 한 분 각기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어 놀랍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나와 내 언어, 나와 몸이 연결된 감각을 되찾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소모임이었어요.
매 시간 수고해 주시고 재미있게 이끌어 주신 몽실님, 그리고 정말 즐겁게 함께 했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몽실 : 서울 활동을 시작하고 회원들과의 첫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광주에서 연극 소모임했던 기억과 경험을 나누고 싶기도 하여 시작한 각본 읽기 모임이었는데요. 모집이 될까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을 했는 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시고, 모임 내내 작품에 푹 빠져서 각본을 읽고 이야기 나누었지요. 회차가 진행될수록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역할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져서 ‘연극작품을 하나 해도 되겠는걸’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ㅎㅎ(언제 기회가 될수도 있겠지요?!)
연극을 시작하면서 여성에 대한 몸의 통제가 얼마나 컸는 지를 자각하면서 그걸 깨는 과정에서 희열감을 느끼기도 했던 그 경험을 많은 분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가 있는 극 작품도 좋지만 몸과 행위로 메시지와 감각을 익히는 길거리 퍼포먼스의 경험이 좋았던 것도 함께 나누었어요. [더 플레이] 소모임 멤버님들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민우회와 다양한 장면에서 회원님들 만나게 되겠지요.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