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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소모임 후기] 어린이책을 좋아하세요? 어느새 세 번째, 어.읽.페. 후기를 공유합니다!

2022-11-24
조회수 1034

 

어느덧 세 번째 진행되는 성평등 어린이책 읽는 페미니스트 모임 어.읽.페!

(지난 모임이 궁금하다면?https://www.womenlink.or.kr/member_activities/24120https://www.womenlink.or.kr/member_activities/24460)

어읽페 모임은 성평등 어린이책 추천도서 목록에서 같이 고른 책을 읽고 모여서, 함께 감상을 나누고 어린이와 함께 책을 더 잘 읽기 위한 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시즌3은 시즌1,2와 모임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임 구성원은 모두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민우회원남지,리나,비스드미,연수,유자,코코와 활동가 온다가 함께했어요.

모임은 9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에 6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 모임에서는 성평등 관점으로 읽어볼만한 어린이책 목록과 선정 배경을 담은 『오늘의 어린이책1』을 읽었어요. (올 하반기에는 『오늘의 어린이책2』가 나올 줄 알았는데...)

모임에 참여한 이유와 기대를 나누면서, 어떤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어린이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페미니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어린 조카가 자라면 선물해줄 좋은 책을 알아가고 싶어서, 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관심이 생겨서, 그림책을 좋아해서... 모임에 참여한 이유는 무척 다양했는데요.

좋은 어린이책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의 관점에 대한 각자의 문제의식과 지향을 나눠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주마다 연대, 주체성, 가족, 혐오반대 주제의 책을 읽고, 마지막 모임에서는 각자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기로 했어요.

 

 

매주 짧은 지면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누어졌는데요.

후기에서는 주마다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어린이와 책을 잘 읽기 위해 함께 만들어본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 

 

 

2주차. ‘연대’ 주제 『내가 여기에 있어』

#디자인 #편견_깨기 #낯섦 #용기 #환대

 

『내가 여기에 있어』는 어느 날 한 아이가 집안으로 들어온 뱀의 꼬리를 보고, 꼬리의 주인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페이지를 뱀의 몸이 가로질러 연결하고 있는 그림의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꿈처럼 환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아이가 낯섦에 주저하지 않고 기꺼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여러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고 자세히 관찰하는 모습을 보며 연대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장면마다 뱀과 다른 존재들은, 뱀과 주인공 아이는 어떻게 관계 맺고 연결되어 있을까요?
  • 자고 일어났는데 창밖으로 흰 뱀의 꼬리가 보인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내가 뱀을 만난다면 뭐라고 말해줄까? 내게도 ‘내가 여기에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 왜 뱀은 동굴 안에 있었을까? 사람들은 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왜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뱀을 보지 못했을까요?
  •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른 채 계속 나아가본 적이 있나요?
  • 아이가 뱀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존재들은 누구였나요?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상상해본다면?

 

 

3주차. ‘주체성’ 주제 『줄리의 그림자』

#고전 #젠더정체성 #성별고정관념 #나다움 #인정욕구

 

『줄리의 그림자』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줄리는 자기답게 행동할 때 ‘여자아이답지 않다’는 나무람을 듣는 아이입니다. 사랑받기 위해 자기다운 모습을 감추어야 하는 줄리는, 어느 날 자신의 그림자가 남자아이 모습이 된 것을 발견하고 혼란을 느낍니다. 그림자를 피해 공원에 땅을 파고 숨으려던 줄리는, 한 아이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자기답게 행동할 권리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1975년에 쓰인 고전인 『줄리의 그림자』를 읽고, ‘여자답게도 남자답게도 아닌, 나답게’를 말하는 성평등 교육의 한계, 성별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성별고정관념을 심어주는 문제, 트랜스젠더 퀴어 서사로 다시 읽기, 슬픔과 혼란이 가져오는 성장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 줄리에게 ‘빨강’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 안에서 내가 빨강으로 색칠하고 싶은 부분은?
  • 줄리가 좋아하는 것, 줄리다움은 무엇일까요? 그 가운데 무엇이 여자다움, 남자다움으로 여겨지나요?
  • 땅을 파고 들어간 줄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 줄리와 공원에서 만난 친구는 오이피클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나쁜 걸까요?

 

 

4주차. ‘가족’ 주제 『누가 진짜 엄마야?』

#편견 #대화 #가족 #동성부부 #주체성

 

『누가 진짜 엄마야?』는 두 명의 엄마와 함께 사는 엘비에게 친구 니콜라스가 “누가 진짜 너희 엄마야?”라고 질문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대한 엘비의 대답은 엉뚱하고 답답하게도 껴지지만, 사실은 엘비의 엄마가 누구인지, 엘비가 엄마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어요. 주인공 엘비의 단단한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사회적 편견이 반영된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지, 편견을 깨고 진정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는 어떻게 가능할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니콜라스는 ‘진짜 엄마’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 질문하는 니콜라스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나요? 엘비는 왜 니콜라스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을까요?
  • 엄마들과 있을 때 엘비는 어떤 기분일까요? 엘비는 어느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나요? 
  • 내가 내 가족에 대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 나는 어떤 모습의 가족을 꾸리고 싶나요?

 

 

5주차. ‘혐오 반대’ 주제 『인어를 믿나요?』

#예쁜_색채 #다양성 #인어공주 #퀴어 #할머니와_아이

 

『인어를 믿나요?』는 자신이 ‘인어’임을 발견한 소년 줄리앙과 그런 줄리앙을 지지해주는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혼자 꽃과 커튼으로 스스로를 인어처럼 꾸며보는 줄리앙을 본 할머니는, 다채로운 인어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인 행렬에 줄리앙을 데려가주지요. 아름다운 색감과 생동감 있고 다양한 몸의 표현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다양한 몸, 나이, 인종, 젠더 재현의 문제를 이야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 인어’는 어떤 존재일까요? ‘인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인어의 모습을 그려보고, 책을 다 읽은 뒤 책에 나온 인어의 모습과 비교해 봐요.

 

 

6주차.

『안녕? 나의 핑크 블루』

『학교에 간 공룡 앨리사우르스』

『거울을 든 아이』

『노를 든 신부』

『오늘부터 배프, 베프!』

마지막 모임은 각자가 소개하고 싶은 어린이책을 가져와서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젠더 표현과 취향, ‘여성성’에 대한 내 안의 혐오, 여성영웅상과 주체성의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다섯 권의 책 모두 꼭 추천하고 싶었답니다! 마지막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신 리나님과 코코님이 추천해주신 『종이 봉지 공주』와 『마틸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럼, 모임을 마친 참여자들의 소감을 공유하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

 

비스드미: 어린이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책은 재미있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린이책은 교육만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보니까, 책 읽기는 놀이의 일환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렇게 의미를 깊이 읽을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 모임에서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선과 입장이 모여서 풍부하게 토론이 되는 걸 보면서 이런 식으로 책을 보는 것도 좋다는 걸 느끼는 신선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한 분 한 분 말씀을 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다 적고 싶을 정도였어요. 다행히 기록을 남겨주셔서 잘 간직하려고 해요. 귀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저에게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유자: 책 한 권을 깊이 있게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여성주의 관점으로 책을 읽고 질문을 던지면서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것들이 좋았어요. 모든 이야기들이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왔어요. 어린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알차고 재미있었어요. 이번에 새삼 민우회의 활동에도 감동했네요.

 

남지: 다른 책모임보다 피로감이 덜해서 너무 재밌었어요. 저는 책을 수집하는 걸 좋아하고 그림책을 사는 것도 좋아하는데, 모임에서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모임 책을 구하려고 도서관을 이용하게 됐는데, 그런 경험이 설레고 재미있었어요. 주말에 가면 도서관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각자 책을 읽는 모습이 되게 좋더라고요.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정말 의미 있었어요.

 

연수: 저는 우리 조카 태어나기 전에는 어린이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조카가 태어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 때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이 무민 시리즈였거든요. 그런데 그 책이 되게 성평등한 관점이 많았거든요. 그게 제가 여성주의자로 자라나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 기억에 우리 조카와도 좋은 책들을 같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고, 같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좋았어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또 이 책을 선물할 조카가 어떤 책을 좋아할지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더라고요.

 

코코: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그림책을 읽을 수 있고 관련된 좋은 책 리스트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를 위한 문학인만큼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내용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장르인 것 같아요. 그림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대상인 어린이들을 위해 어떻게 질문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보는 모임이라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