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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크로스인터뷰] 제이, 엘라를 만나다- 안 친해도 세 시간 반 (놀랍게도 요약본)

2021-06-16
조회수 4743

  

회원들과 더욱 지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월 한 명의 회원을 회원팀 활동가가 찾아갑니다.

2021 한국여성민우회 [크로스인터뷰] 프로젝트, 

세 번째 인터뷰는 회원팀 활동가 제이가, 민우회원 엘라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5월에 진행했지만 지각 업로드입니다.. 기다려주신 애독자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매우 긴 글 주의*

 

 

 

 

 

*엘라의 게임 캐릭터

 

 

 

 

■■■ 제이 질문

■■■ 엘라 질문

 

 

 

 

 

 

 

‘여기가 페미니스트 집합소구나’

 

 

 

 

 

민우회에서 엘라를 꽤 오래 봐 왔던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회원이 되었었나요?

 

 

 

 

2015년 옹달샘 이슈1)가 있을 즈음이었어요. 당시 친구가 자꾸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저한테 보내는 거예요. “이거 어떻게 생각해?” 근데 얘랑 얘기를 하려면 보내주는 걸 봐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귀찮아도 읽어 보게 됐어요.

 

 

 

저는 그 친구가 세상을 보는 다른 창을 열어줬다고 생각해요. 한 번 열리고 나니까, ‘(휘둥그레진 눈) 헐, 아 진짜, 와, 맞아’ (그때부터 모든 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죠.) 네. 게임 열심히 하던 때였는데 같이 게임 커뮤니티 활동하던 남자랑 장동민 얘기로 두 시간 반을 싸웠어요. “'개보년'이 네 얘기도 아닌데 왜 네가 화를 내? 너 그러다 장동민 자살하면 어떡할 거야?” 막 이러는데, '왜 내 얘기가 아니지? 내가 개보년인데 왜 내 얘기가 아니지?' 그러다 그 친구가 저한테 새로 후원할 단체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딱 생각나는 게 트위터에서 많이 봤던 민우회였어요. “민우회 해~” “아 맞다, 민우회” “어, 나도 할까...?” 그렇게 둘이 동시에 회원가입했어요. 신입회원 만남의 날2)나오기도 너무 쉬웠던 게, “야, 너 갈 거야?” “어, 가자” 이렇게 됐죠.

 

 

 

 

 

 

친구랑 같이 가입하고 신입회원 모임 나오는 데서 그칠 수도 있는데, 엘라는 그게 회원활동 대장정(?)의 시작이었잖아요.

 

 

 

저는 첫날 이미 소모임 뭐 할지도 정했어요. “야 너는 일이삼반 해라, 나는 작심삼일3) 할게” 결국 둘 다 같이 했지만요.ㅋ (페미니즘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단 욕구가 많았나 봐요.) 네. 일단 그때는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컸어요. 근데 알고 보니 민우회가 페미니즘을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건 많았지만. 그래서 저는 민우회에서 여는 강의는 거의 다 갔던 것 같아요.

 

 

 

 

 

만남의날이랑 소모임, 강의들 말고도 참여했던 활동들 다 나열해봐 주실 수 있나요?

 

 

 

회원참여기획단 '다다다'4), 총회는 전부 참석했고, 신입회원 세미나, 회원운동회, 포틀럭파티, 매년 회원송년회, 신촌에서 했던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 2018 미투 말하기대회도 참여했고. 박근혜대통령 탄핵 여성 집회가 인생 처음으로 참여한 집회였어요. 강남역 1주기 집회, 낙태죄 폐지 집회도 참여했고. 퀴어문화축제 부스도 같이 했고, 임신중지 경험 이야기모임,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 사진전, <1들의 파티>, 2017년에 한 달 동안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도 받았어요. <민우 봉고가 간다>로 같이 대전도 갔었고, <일이삼반>이랑 같이 했던 활동들도 많네요. 유서 쓰기 워크샵도 참여했고, <세상을 바꾸는 퀴어 페미니스트(세바퀴)>도 열었고, (저 세바퀴 너무 좋았어요! 다른 데서 듣기 어려운 퀴어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아, 저는 다큐 ‘불온한 당신’ 같이 봤던 <불온한 상영회>가 진짜 좋았어요. 감독과의 대화 진행하고 마지막에 참가자들이 쓴 쪽지를 하나씩 화면에 띄웠는데 엄청난 감동이 있었어요. 소모임 명치 공연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민우회 30주년 합창단도 같이 했고,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 For Feminism)>5)도 갔었네요. 물론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들도요. 음, 또 민우회 홈페이지 옮기는 일로 자원활동도 했고 후원의밤 전화 자원활동도 했었네요. 한동안은 거의 매주 민우회에 왔던 거 같아요. 많이 갈 땐 두세 번도. 기억 안 나는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거예요.

 

 

 

1) 2015년, 코미디언 장동민, 유세윤, 이상무가 진행하던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과거 여성혐오 발언 및 막말에 대한 대중적 분노와 비판 운동이 있었다.

2) 민우회에 새로 가입한 회원들이 민우회의 운동과 회원활동에 대한 소개를 듣고 다른 신입회원들과 서로 만날 수 있는 정기적 회원 행사. 올해는 총 3회의 만남의 날이 진행된다. 2021 첫 만남의날 리뷰:http://www.womenlink.or.kr/member_activities/23554

3) 둘 다 민우회 회원 소모임. ‘작심삼일’은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같이 시도해보는 모임으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했고, ‘(돌아온) 일이삼반’은 민우회의 퀴어 소모임으로 2013년 출발하여 2021년 상반기까지 활동했다.

4) 민우회 각 소모임별 한 명씩 참여하여 한 해의 굵직한 회원행사들을 기획했던 회의체계. 엘라는 2년 연속 참여했다.

5) 여기 나열된 것들은 민우회에서 주최했던 다양한 회원활동, 이슈파이팅 관련 행사명들이다. 민우회 홈페이지에서 행사명을 검색하면 어떤 것이었는지 사진과 후기를 볼 수 있다.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      *불온한 상영회

 

 *Vote for Feminism-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민우 봉고가 간다

 

 

*한국여성민우회 30주년 기념행사 회원합창단

 

 

 

 

 

 

특히 엘라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활동을 하나 꼽아보면 뭐예요?

 

 

 

 

다 저한텐 영향 많이 주고 인상적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 갔던 신입회원 만남의 날? 그때 활동가 먼지가 진행했는데, 짧은 머리에 나시티 입고, 약간 찢어진 청반바지 입고 샌들 신고. 다리 이렇게 벌리고. 팔을 살짝 올렸는데 겨털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딱 보고, ‘아, 내가 여기 왔구나... 저 사람이 페미니스트구나. 여기가 페미니스트들 오는 곳이구나.’ 인상이 진짜... (강렬했군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들면서 얘길 하는데 (너무 페미니스트처럼 생긴 사람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여기가 페미니스트 집합소구나. 그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요.

 

 

 

 

 

 

 

 

 

 

흔들흔들하면서 전업 활동가 되기

 

 

 

 

 

제이는 어떻게 해서 활동가가 되었나요?

 

 

 

압축+단순화해서 얘기해 볼게요. 엘라가 민우회에 오듯이 저도 한 단체에서 기획단 활동 같은 걸 열심히 했었어요. 페미니스트가 되고 나서 막 미치고 팔짝 뛸 거 같은, 온갖 불합리한 일들을 보며 속에서 천불이 나는 상황과 대비되게 그 안에서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건 너무나 일상의 혁명을 만드는 순간들이었어요. 그 안팎의 격차에 충격을 받으면서 그런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빠졌어요. 이 세상의 질서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되게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그 단체의 성폭력상담 활동가로 일을 하게 되면서 저도 엘라처럼 민우회에서 진행하는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았어요. 그때 저에게 민우회는 이상하게도 두 가지 모순된 이미지를 가진 곳이었어요. 하나는 제도권에 가까운 ‘주류 여성단체’라는 이미지였고, 민우회 블로그를 보고 상담원 교육을 받으면서 접하게 된, 되게 퀴어하고, 민주적이고, 액션 위주의 페미니스트 그룹이라는 이미지. 제가 지금 들어와 있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둘 다 맞아. (맞아요.) 이런 면이 다 있는 게 민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직장이었던 단체에서 저는 마음만 뜨겁지 뭔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 동료들과 같이 풀어가려고 한다거나, 갈등을 어떻게 다룰지를 잘 몰랐고,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아, 내가 활동가로서 부족한 가보다’, ‘나는 이 일이 안 맞나?’ 이렇게 생각하고, (자책했구나~) 네, 좀 미성숙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퇴사를 하고 아 그냥 일반 회사에 취직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입사지원서 문장들이 너무 안 써지는 거예요. 너무 거짓말하는 것 같잖아요, 제가 써야 하는 그 내용이. 그러다 마침 민우회 활동가 채용 공고를 봤고, 다시 한 번 해보자 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진짜 한 시간 만에 막 일필휘지로, 너무 즐거운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썼어요. 그렇게 민우회에 들어오게 됐어요.

 

 

 

 

 

 

영리사업체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가고 싶다기보다는, 활동가는 더 대단한 사람이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어야 할 거 같은? 뭔가 확신을 갖고 일을 만들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되는 일이잖아요. 저는 되게 흔들리는 사람인데. 대체로 아무 것에도 확신이 없는 사람인데ㅋㅋㅋ 또 에너지가 그렇게 많은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해도 되나? 고민이 됐어요. 지금은 좀 다르게 생각하긴 해요. 꼭 그런 사람만 활동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저처럼 확신이 없고(?) 내향적인 사람이 여기서 일을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또 다른 어떤 가치도 있을 수 있잖아요. 꼭 확신에 차서 밀어붙였을 때 모든 게 더 잘되는 건 아니니까?

 

 

 

 

 

 

 

 

 

축구, 한미수필집, 괴담, 금연, 식물들이 있는 일상

 

 

 

 

 

근황에 대해 들려주세요! 엘라의 요즘은?

 

 

 

일단 TV로 축구를 봅니다. 볼 축구경기들을 편성표 나온 데까지 다 예약해 놔요. 그럼 시간 되면 채널이 알아서 돌아가거든요. 대회도 되게 많아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유럽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 리그 등등. 엊그제 유럽축구 시즌이 다 종료돼서 이제 계속 K리그 봐요. (전 세계 축구 경기를 다 보는 거예요?) 주로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리그앙, K리그를 보고요. 시간이 맞고 중계를 해주면 보는데 진짜로 그걸 다 보면 제 일상이 무너져요. 새벽 5시, 7시에 할 때도 있으니까.

 

 

 

인터뷰 후 엘라가 보내 온 근황 업데이트:

"6월 5일과 9일, 13일에 국가대표 A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H조 2차전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있었어요. 5일은 티케팅 실패하고 새벽 5시까지 취케팅하다가 (순진하게도) 포기하고 TV 생중계로 봐야 했는데, 9일 스리랑카전과 13일 레바논전은 직관을 다녀왔어요! 티케팅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성공해보니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A대표팀 선수들도 보고 결정적으로 손흥민 선수를 보았습니다...ㅠㅠ 참 신기하게도 마냥 행복에 겨워야만 할 것 같은데 경기가 끝나고나니 3연전을 모두 이겼는데도 마음이 정말 허했어요. 먼 길 오가는 일과 이런저런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노래방 틀어놓고 김경호의 '비정'과 '금지된 사랑'을 불러제꼈답니다."

 

 

 

 

또, 한미약품이 후원하는 의료계 문학상인 한미수필문학상이라는 게 있어요. 그 작품집을 다 모으고 있어요. (수필집 내는 사람들은 기쁘겠어요. 저는 존재하는지 몰랐던 세계에요.) 그래요? 의료인 수필? (네, 그런 장르가 있었군요.) 재밌더라고요. 제가 그냥 그쪽 세상(?) 얘기를 좋아해요. 의료행위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알게 되는 정보도 재밌고. 의사들 나오는 미드도 많이 봤어요. 몇 달 전에 엄마가 갑자기 저혈당 쇼크 직전이 돼서 구급차를 불렀는데 일단 마무리는 잘 됐고, 다음 날 다니시는 병원에 같이 가게 됐어요. 엄마가 기억을 못 하시니까 제가 설명을 해야 했거든요. 제가 저도 모르게 막 영어로 된 의료 용어를... 어디서 들은 게 있고 미드를 너무 많이 봐서 말이 그렇게 튀어나왔어요. 의사가 “따님이 이쪽 일 하시나 봐요.”, “아뇨, 미드를 많이 봐서...” “아아 미드...” 그래서 너무 창피했어요(웃음).

 

 

 

전 요즘 하고 있는 게 많아요. 금연을 하고 있어요. (얼마나 됐어요?) 시작일이 (어플을 켜더니 잠시 동공지진) 2월 18일인데 중간에 좀 뻥이 있어요.ㅋㅋ 최장 금연 기록은 40일이에요. (건강 때문에 결심한 거?) 그건 아닌데요, 제가 비염이 있어서. 그리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양치질 하고 눕는데 담배 쩐내가 이불 안에서 확 날 때, 그게 너무 싫었어요. 또 제가 다니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영업을 많이 했어요. 그 선생님이 흔한 중년남성답지 않게 친절하고 질문도 잘 들어주고 용기도 주고 잘 봐주었어요. 근데 금연 약이 자살사고나 자살기도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대요. 선생님도 자살할 바에야 그냥 담배를 피우는 게 낫지 않겠냐며, 안 좋은 생각 들면 바로 병원 오라고 걱정했어요. 다행히 전 괜찮았는데, 대신 심각한 부작용으로 진짜 생생하고 불쾌한 꿈을 꿔요. (피곤하겠어요.) 너무 짜증나는 꿈이고,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는 그런 꿈이에요. (궁금해진다, 갑자기.) 진짜 말할 수 없어요. 죽을 때까지 누구한테도 말 못할 꿈이에요.

 

 

 

 

그리고 저는 괴담 같은 걸 읽는 주기가 가끔 있어요. 그런 거 좋아해요. 요즘 읽고 있는데, 가끔 재밌게 읽다가 너무 상상이 잘 돼서 갑자기 미친 듯이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귀신이 지금 내 옆에서 핸드폰 같이 보고 있겠다 싶을 때. 그래서 저 주머니에다가 팥이랑 소금을 넣어서 침대 밑에 묶어놨어요. (아? 그럼 귀신이... 안 와요...?) 모르겠어요.ㅋ 마음에 안정이 왔어요. (저도 뭐든 엄청 생생히 상상되는 편이라 괴롭기도 하고, 생각이 마구 뻗어 나가는 것 때문에 힘들거든요.) 맞아요, 저도 그래요(여기까진 격공 끄덕끄덕)(그래서 저는... 그런 얘길 피해요. 근데...) 네 저는, (폭소) 그걸 찾아서 봐, 굳이(웃음).

 

 

 

 

또 식물을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요즘. 지난주에 서울식물원도 다녀왔어요. (근황이 다채롭네요.) 율마라는 식물을 메인으로 키우고 있는데 의외로 1년 넘게 잘 크고 있어요. 비록 모양은 되게... 제가 생각했던 그 모양이.. 아니어서 어, 어떡하지(웃음) 하지만, 분갈이도 세 번이나 성공했어요. 이번에 라벤더 싹도 틔웠어요!(눈빛 초롱초롱) 50개짜리 씨앗 중 싹 하나 키가 큰 게 난 거예요. (귀엽겠다.) 레몬밤도 키우고 있어요. 화원에 모종 구매 예약해놨는데 다음 날 사장님이 시장 가보니 쓸 만한 게 없다며 버릴 거라기에 일단 가져와봤으니 한번 키워보라고 그냥 주시더라고요. 그게 지금 너무 잘 자라서 분갈이를 또 해야 할 판이에요. 수확해서 차도 만들어 마셨어요. 이파리 이렇게 만지잖아요? 진짜 진한 레몬 향이, (몸서리) 너~~~무 좋아요! (되게 보람 있을 거 같아요.) 네, 너무 좋아요. 꽃이나 식물이 좋아지는 걸 보면 제가 나이가 들었나 싶기도 해요. 옛날엔 엄마가 식물 좋아하는 거 보면서 왜 저러지? 그랬는데. (왜 그럴까요? 뭔가 마음에 번뇌가 많아져서 그런가?)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요.(<-아까 괴담 찾아 읽으신다는 분...) 율마, 라벤더, 레몬밤, 그리고 반려 달팽이 먹이용으로 상추 키우고 있고, 더 데려오고 싶어 하고 있어요. (다들 그렇다더라고요, 점점 화분이 많아진다고.)

 

 

 

율마의 근황 업데이트 :

"축구 보러 다녀온 사이 딱 하루만에, 비 맞으라고 내놨던 율마가 직사광선을 맞는 바람에(일기예보... 부들부들)... 화상을 입어서... 지금 오늘, 내일 하고 있어요... ㅠㅠ"

 

 

 

(율마의 쾌유를 기원합니다ㅠㅠ)

 

 

 

*율마   *레몬밤   *레몬밤생잎차

 

 

 

 

*라벤더새싹     *상추 새싹    *달팽이네 집

 

 

 

 

 

 

 

 

가끔은 활동가 말고 그냥 회원으로 민우회에 오고 싶다

 

 

 

 

 

2015년 5월 신입회원 만남의 날, 제 옆 테이블에 제이가 있었어요. 되게 또박또박 인사를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활동가였어요. 활동가로서 만남의 날 오면 어떤 마음이에요?

 

 

 

가기 전에는 항상 설렘과 긴장이 있어요. 그런 자리에서는 회원팀 활동가인 제가 어쩌면 민우회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으니까. 일반화를 안 하려고 해도 저를 보면서 ‘아, 민우회 활동가는 저렇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경거망동하지 말자’ 되새기며 들어갑니다...만 실패하곤 합니다ㅋ 막상 가서는 언제나, ‘아니 이 사람들 다 어디 있다가 이렇게 나타났지?’ 이런 마음이 제일 커요. 왜냐면 다 너무 페미니스트들이잖아요. 회원이기만 한 걸 넘어 만남의 날까지 오는 사람들은, 진짜, ‘찐’이잖아요. 그런 찐인 사람들이 막 열 명씩 있고. 그게 엄청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다들 어딘가에서 개별적으로 살다가 이렇게 한곳에 모였다는 게. ‘이 사람들이랑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돼요.

 

 

 

 

 

회원으로 민우회 활동하고 싶었던 적 있나요? 한다면 어떤 활동?

 

 

 

그런 생각 자주 해요. 특히 모임이나 행사 같은 거 진행할 때, 내가 진행자가 아니라 그냥 참여자로 오면 ‘너무 재밌겠다~ 얼마나 신나게 막 참여할까~’ 왜냐면 이 행사를 궁극적으로 잘되게 하는 것을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으니까(웃음), 그냥 와서 막 와라라락~~ 하고 싶은 얘기 하고 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저는 영화나 책 보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아마 세미나 모임이나 영화 소모임 같은 거 신청해가지고 막 입 털고(?) 가고 이러지 않을까? 근데 지금 질문 받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활동가가 아니라 다른 직장인이었으면 퇴근하고 민우회 와서 모임에 참여할 에너지가 있었을까? 새삼 소모임 활동하는 회원들이 대단하단 생각도 드네요. 또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평소에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 안티페미들이거나 주변에 페미니스트가 별로 없다면 숨 쉬러 올 거 같기도 하고요. 가정하긴 어렵지만, 암튼 그런 생각 되게 많이 하긴 해요. (와, 그렇구나~ (신기)) 네, 왜냐면 활동가로서 참여하는 것도 진짜 좋고 재밌긴 한데, 회원들이 막 신나게 뭔가 얘길 하는 도중에도 제 머리 한켠에서는 이게 ‘일’이잖아요. 업무적인 면을 완전 떨칠 순 없는 거니까.

 

 

 

 

*언젠가의 회원모임

 

 

*책장에 붙인 폴라로이드

 

                                                                                           

 

 

 

 

올해 10년차잖아요.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왠지 정답 같은 건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나왔을 때나, 안희정 유죄 판결의 순간...이어야 할 거 같은데. 근데 저한텐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때 되게 형언할 수 없게 너무 많이 기쁘고 뿌듯하긴 했는데. 오히려 되게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 있잖아요, 그냥 활동가들이랑 어처구니없는 농담 하면서 막 웃었던 때라든지. 그런 때가 너무 귀하고 좋았던 순간들로 남아 있는데, 그런 빤짝빤짝한 순간들? 그게 왜 그렇게 좋았던 것인지를 설명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어떤 순간을 꼽을 수가 없어요.

 

 

 

 

 

 

 

 

연관검색어식 덕질로 무지개 완장을 만나다- 축덕 엘라의 이야기

 

 

 

 

요즘 축구 덕후(a.k.a. 축덕)의 삶을 살고 계시더군요. 어쩌다가 그리 되셨나요?

 

 

 

정말 긴 얘기일 수 있는데, 말하자면 연관검색어식 덕질이 된 거예요. 2020년 초여름 어느 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봤어요. 애기들 나오는 프로그램인데 너무 사랑스럽고 재밌는 거예요. 근데 최근까지 나온 VOD를 다 보고, ‘어떡하지, 애기들 더 보고 싶은데’ 아쉬워하다가 우연히 애기들이 축구 하는 프로그램인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을 보게 됐어요. 엄마랑 같이 보는데 거의 우리집은 2002 월드컵 어게인이에요. 골 넣으면 “와아아아악!!" "뻥 차! 뻥 차!” 이러면서. 근데 세상에? 코로나가 터져서 촬영이 끝난 거예요. 이제 뭐 보냐 하다가 또 우연히, 〈뭉쳐야 찬다〉라는 개저예능(...)을 한다는 걸 봤어요. 전설들의 조기축구회라는 컨셉의 프로그램인데 어느 순간 막 제 성에 안 차고 속이 터지는 거예요. 그러다 프로축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깐만, 그럼 애기들 프로그램을 보다가 ☞ 애기들이 축구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 프로 축구경기를 보게 됐다는 것...?

 

 

 

 

그렇죠. 그렇게 스포츠 채널을 틀었는데(예전에도 굵직한 대회나 경기들은 찾아보는 편이었어요), 손흥민 선수가 속한 팀의 한 선수가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있는 거예요. ‘어? 뭐야?’ 처음에는 '에이, 설마 그(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야..?' (설마?ㅎㅎ) '한 번 보자' 하고 쭉 보니까 상대팀 주장도 똑같은 완장을 차고 있고, 관중석에 대형 무지개 플래그랑 바이 플래그도 있더라고요. ‘어머 뭐야 얘네들?(환한 미소)’ 유럽은 꼭 프라이드 주간이 아니더라도 그런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특별한 주간엔 성소수자 관련된 선수들 인터뷰도 따로 하고. 성소수자 서포터즈 그룹도 있고 굿즈도 있고요. 거기에 제가 완전 빠진 거예요, 와~ 씨! 선진 문화다!! 그래서 보기 시작했는데 또 손흥민 선수가 있고, 축구 실력이 정말... 충격적이더라고요. (저 그 유명한 영상 봤어요!) 75m 질주해서 넣은 골이요? 그게 번리와의 경기에서 넣은 건데 그골로 2020년 푸스카스상1)받았잖아요! 손흥민 선수가 지금 토트넘 핫스퍼 라는 팀에 있는데 같은 북런던 연고지의 라이벌팀 아스날의 일부 팬들도 손흥민 선수는 좋아하더라고요. (아, 그럼 그 팀이라는 게... 서울로 치면 은평구팀과 마포구팀 이런 거예요?) 맞아요. K리그 1부 리그에 수원FC랑 수원삼성 두 팀이 있는 것과 비슷한?

 

 

 

 

 

 

*엘라의 눈길을 끌어당긴 무지개 주장 완장 

 

*손흥민 선수와 해리 케인 선수, 관중석의 플래그

 

 

 

 

 

최애 축구팀에 대해 자랑해주시겠어요?

 

 

 


토트넘 핫스퍼(Tottenham Hotspur)(유창한 런던식 발음으로). 1882년에 한 교회에 다니던 청년들이 교회 뒤에서 축구를 하던 것으로 시작되었대요. 일단 유니폼이 제 눈엔 제일 세련되고 예쁘고요. 손흥민 선수가 있는 팀(★중요★)이고, 제가 가장 먼저 무지개 완장을 본 팀이었던 거죠. 당시 해리 케인이라는 스트라이커가 손흥민 선수랑 듀오를 많이 했고, 둘이 이번 시즌에만 합작골을 34골 만들어서 EPL(English Premier League) 단일 시즌 최다 기록에 가까이 갔어요2).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20개팀 중에서 10위권이었다가 조금씩 올라와서 이제 중상위권은 유지하고 있어요. 18-19시즌3)엔 챔피언스 리그에서 준우승까지 했대요, 그때 전 축덕이 아니어서 몰랐지만. 근데 이번 시즌은 좀 힘든 시즌이었고 7위로 마무리했어요. 그래도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출전권은 따냈어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팀 선수들 외모가 제 취향에, 괜찮아요. (그것도 고려사항이군요?) 그럼요! 세상에, 어머머? 당연하죠, 무슨 얘길 하시는 거예요(눈 흘김). 여기까지만 말하겠고요. ㅋㅋ 다른 팀들에 비해(한숨) 선수들 나쁜 소문이나 구설수가 덜하고 조용한 편이에요. 특히 손흥민 선수는 경기 중에 잘 웃고, 잘하고, 겸손해서 ‘EPL 선수 중 미워할 수 없는 선수 이름을 대봐’ 하면 반 이상은 손흥민을 꼽을 정도예요4). 몇 달 전엔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조소현 선수도 토트넘 핫스퍼 위민에 들어갔어요. 한국의 두 국가대표팀의 주장이 그 팀에 있다는 것도 의미 있어요.

 

 

 

1) FIFA 푸스카스상(FIFA Puskás Award)은 국제 축구 연맹(FIFA)이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009년 10월 20일에 제정되었으며 상 이름은 1950년대 헝가리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인 푸슈카시 페렌츠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2) EPL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은 램파드와 드록바의 35골 합작.

3) 2019년. 유럽 리그는 대체로 8월 경에 시즌이 시작해서 다음 해 5월 경에 시즌이 끝난다.

4) 나머지 반 정도는 첼시의 은골로 캉테(프랑스) 선수.

 

 

 

 

 *조소현 선수

 

   

*엘라의 방에 붙어 있는 포스터 2장     

 

*손흥민 선수에 관한 책(굿즈) 

 

 

 

 

 

 

저는 축구팬 하면 유럽 리그의 훌리건들을 떠올리며, 편견이 있었어요. 되게 마초적인 문화일 것 같고. 관중도 선수도 다 남자들이고 말예요.

 

 

 

영국에서는 워낙 인기 있는 스포츠라 여성 관중이나 7~80대 노인 관중도 많아요. 근데 그건 맞아요, 관중 문화의 남성중심성은 있어요. 축구 자체가 완전 백인 이너서클 문화기도 하고. 선수들 중엔 아무리 흑인이 많아도 흑인 감독은 거의 없잖아요.

 

 

 

 

페미니스트로서의 일종의 고충 같은 것이 있진 않나요?

 

 

 

제가 축구를 좋아한다곤 하지만 사실 남자축구잖아요. 여자축구도 보지만 이 정도로 응원하고 찾아보진 않거든요.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 자체가 좀... 창피한 거예요. 여자 축구면 떳떳하게, “나 여자 축구 좋아해!” “왜? 뭐? 나 여자축구 좋아하는데?!(파워당당 말투)” 할 텐데ㅎㅎ 좀 그렇긴 해요.

 

여자축구 볼 때 진짜 짜증나는 게, TV 중계를 잘 안 해줘요. A매치(성인 국가대항전)나 돼야 보여주는데 그마저 안 보여줄 때도 많아요. 관심 가져달라고 말만 하면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요. 인터넷으로 찾아서 봐야 하고, 아프리카TV 같은 걸로 봐야 하고. 여자축구 경기 직관은 다 무료인 거 아세요? 사람들이 너무 보러 안 와서 그렇대요. 민우회에서 <여자축구 경기 같이 직관 하기> 한 번 하고 싶어요.

 

그리고 여자축구 중계 멘트. ‘태극 낭자’, ‘스무 명의 꽃’ 이런 거 너무 화가 나요. 태극 전사와 태극 낭자잖아요? 그럴 거면 남자팀은 태극 도령이라고 하든지. 트위터에서 프랑스어로 한국 여자축구 리그를 홍보하는 계정이 ‘태극 낭자’라고 영어로 쓴 거예요. 프랑스인 같았어요. 제가 태극낭자 못 잃냐고 비판했더니 저에게 영어로 말을 걸더라고요. 영어로 답하기 싫어서 꾸역꾸역 한글로 답해줬어요. 자기는 그냥 한국사람들이 쓰는 대로 베껴 쓴 거라고 변명하더라고요.

 

남자축구는 사건들도 많아요. 축구선수들 중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미성년자 성매매, 섹스파티 같은 이슈로 논란이 된 사람들 몇몇 있거든요. 근데 다들 아무 지장 없이 잘 살다가 좋은 팀 가서 뛰고 있어요. 그렇답니다.

 

 

 

 

 

축덕 친구들 중에서 이런 심란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도리도리) (트위터에도?) (도리도리) 일단 제 축덕 계정 트친들 중에서는 페미니스트가 없는 것 같아요.*음... 남혐은 할 지언정 페미니스트는 아닌 것 같은 사람들? ‘병신’이란 단어도 되게 많이들 쓰고요. 제가 누구를 페미니스트다, 아니다 판단할 순 없지만, 저랑 맞는 결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엘라처럼 페미니스트인 축덕들이 외롭게 있을 수 있겠어요.) 만나고 싶어요.

 

 

 *지금은 엘라의 축덕 계정에도 페미니스트 트친이 한 명 생겼다고 합니다:)

 

 

 

 

 

 

 

 

 

 

 

 

스엠1)의 Ace에 치여 버리다- (디나이얼) 탬덕 제이의 이야기

 

 

 

 

샤이니 팬이시잖아요. (제이 동공지진) 저도 최근에 유튜브에서 ‘샤이니 커리어 리뷰하는 아이들’ 영상이랑 태민 솔로 영상을 좀 봤어요. 미친 거 아니에요?(<-좋은 뜻)

 

 

오타쿠 마음에 불을 지르는 컨셉이죠. (누가 기획했어요?) 스엠의 어떤 천재분이...

 

 

 

1) SM 엔터테인먼트를 줄여 부르는 별칭(?) 중 하나.

 

 

 

 

 

입덕 계기가 뭐예요?

 

 

 

*태민, 'ACE' Concept Video 캡쳐 이미지

 

 

 

아마 2015년 초? 정말 우연히 태민의 ‘에이스(Ace)’ 컨셉트 비디오를 보게 됐어요. ‘에이스’를 아시나요? (아니요) ‘에이스’를 보셔야 합니다. 그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은 거예요. 당시만 해도 남성성 강박으로부터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퍼포먼스는 거의 못 봤던 거 같아요. 그 전까지는 샤이니를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관심이 간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약간 얻어맞은 것 같은 상태가 돼서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샤이니의 ‘뷰(View)’가 나왔어요. ‘뷰’를 아시나요? (아니요) 아니 세상에... ‘뷰’를 보셔야 합니다.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샤이니는 그룹으로서 매력이 넘치고. 실력이 좋고, 멤버 구성이 좋고. 노래도 좋고 퍼포먼스도 좋고... 

 

 

 

 

 

특히 태민을 너무 사랑하게 돼서 새벽에 음악방송 가고. 약간 미니팬미팅 같은 것도 가게 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콘서트 보러 도쿄도 갔다 오고 그랬는데. (와 약간 세게 하셨네요?) 네 약간 광인이었는데, 지금은 사실 좀(?) 탈덕 상태에요. 지금도 그룹이나 태민이나 둘 다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잘 됐으면 좋겠고. 응원하고, 맨날 영상 찾아보고 그러는데, (뭐죠?) ㅋㅋㅋㅋ 근데 예전 같은 그런 식의, 콘서트 다 가고 앨범 몇 장씩 사고 스트리밍하고 그렇게까지는... 한동안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힘들어서 전혀 찾아보거나 듣지 않던 시기도 있었고요. (지금도 보신다면서요) 아니, 요번 거 나오기 직전에 보면서 다시... 방에 포스터 붙여 놓고. (....? 탈덕 아니신데요) 아니 근데, 덕질을 막 열심히 하고 있진 않은 상태? 보면은 와 좋다, 멋있다, 잘하고 있구나 이 정도? 이번에 태민이 나온 컨셉을 보면서 크아아 그래 이거지 잘한다~~ 이런 느낌? (이번 꺼가 뭐예요?) 그 크롭탑 입고 나온 거요, 머리 길게 하고. 얼마 전에는 뒤늦게 샤이니 ‘아틀란티스’라는 곡의 어떤 무대를 봤는데, 태민이 짧은 머리를 뒤로 묶고 나왔던 거예요. 아니 왜 아무도 나한테 이걸 안 알려줬지? 왜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은 거지? 혼자 충격 먹고. (이상하네, 덕질 맞는데.) 아니에요.

 

 

 

 

 

*제이 방에 붙은 포스터 (덕질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삶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함일 뿐이라고 주장)

 

 

 

 

 

 

 

 

 

 

엘라의 즉문 즉답

 

 

 

 

지금부터 제가 한 장씩 보여드리는 문장 속 빈칸을 채워서 3초 안에 답해 주세요.

 

 

 

나는 매일 [ 축구를 본다 ]

 

 

나는 여름이 되면 [ 아무데도 안 나간다 ]

 

 

작년에 나는 [ 놀았다 ]

 

 

올해 나는 [ 금연을 한다 ]

 

 

맥주에는 [ 소주 ]

 

 

소주에는 [ 맥주 ]

 

 

사실은 지금 [ 배가 좀 고프다 ]

 

 

나는 친구들이 [ 좋다 ]

 

 

어렸을 때 나는 [ 형용할 수 없는 말괄량이였다 ]

 

 

사실 난 가끔 [ 괴담을 본다 ]

 

 

내 생각에 요즘 사람들은 [ 지친 것 같다 ]

 

 

요즘 걱정되는 건 [ 우리 다음 시즌 ]

 

 

요즘 기대되는 건 [ 우리 다음 시즌 ]

 

 

 

 

(아닠ㅋㅋㅋㅋ 뒷 문장을 안 보여주고 하나씩 한 건데 답이ㅋㅋ 충격적인 전개였어요) 이거 너무 재밌네요!

 

 

 

 

 

 

 

 

 

쌍둥이로 산다는 것은... (주의: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음)

 

 

 

제이는 미국에 사는 일란성 쌍둥이 언니가 있으시잖아요. 쌍둥이로 자라는 건 어떤 경험인가요? 혹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누가 언니야’인가요?

 

 

 

깜짝 놀랐어요. 쌍둥이인 걸 어떻게 알았어요? (해장상담소1)에서 들었어요.) 쌍둥이로 자란다는 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말 걸기를 엄청 겪는 일? “어머~ 쌍둥인가 봐~” 수없이 들어요. 저희 집은 우리한테 항상 똑같은 옷을 색깔만 다르게 해서 입혔거든요. 저는 주목받는 걸 싫어해서 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직접 옷을 사게 되면서부터는 항상 다르게 고르고, 같이 안 다니기도 했어요. (제가 아는 쌍둥이들은 항상 붙어다니던데.) 그런 사람들 있더라고요. 쌍둥이별로 경험이 다 달라요.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왠지 ‘텔레파시가 통하냐’는 질문? 무슨 쌍둥이 텔레파시 얘기가 나오는 만화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몇 분 차이야?” 라는 질문. 저희는 6분 차이로 태어났어요. ‘누가 언니야’는, 우리 자매는 명확히 보이는 편이라 질문을 덜 받은 거 같기도 해요. 언니가 저보다 키도 5cm가 더 크고 좀 더 언니 같아 보여요.

 

 

 

1) 민우회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 총 128개의 에피소드가 있고 팟빵 또는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들을 수 있다. 현재는 팟캐스트 운영을 종료하고 민우회 유튜브 채널의 ‘보이는 해장상담소’로 옮겨가는 중이다. 

 

 

 

 

 

 

*둘 중 하나가 제이 

 

 

 

 

 

근데 텔레파시 통했어요?

 

 

 

아니요. 텔레파시는 안 통합니다. 아, 그런 건 있어요. 가끔, 어떤 경험이 내가 겪은 건지 언니가 겪은 건지가 헷갈릴 때가 있었어요. 제가 워낙 감정이입을 잘 하는 타입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언니랑 워낙 성향이 비슷하기도 하니까 더 헷갈렸나 봐요. 만화책 <몬스터>에 나온 것처럼. 그런 경험은 쌍둥이들 많이 했을 거 같기도 해요. (근데 그 경험 저도 해요. 저도 이입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아 진짜요? 엘라 저랑 성향이 좀 비슷한 거 같아요. 내향형에, 감정이입 많이 하고, 상상력 풍부하고, 감정 기복 심하고 약간 우울 있고ㅋㅋ (진짜 비슷하다...) 세상 살기 좀 피곤하고, 그쵸.(점집 모드) (네, 온갖 일이 다 내 일 갖고.) 언니가 안 좋은 일 겪었을 때 제가 더 많이 울고 막 이런(웃음) (저도 최근에 또 그런 일이 있었어요ㅋㅋㅋ 오히려 당사자 눈물이 쏙 들어가고ㅋㅋ) 우리 약간 좀 자제해야 되는 거 같아요, 너무 그 사람에게 침범하는 거라서. (자제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눈물이 쏟아진단 말이에요.)

 

 

 

 

 

 

쌍둥이라서 고통받았거나 힘들었던 경험? 즐거웠던 경험?

 

 

 

쌍둥이라서라기 보단 그냥 저랑 언니가 약간 성격이 괴팍해서(?) 그런 거 같은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관계거든요. 하나의 세포가 분열을 해서 두 명의 사람이 된 거잖아요? 한 사람의 코어라고 할까, 핵심 감정, 어떤 것에 대한 태도, 사고방식 이런 게 되게 똑같아요. 그래서 천국편은, 언니가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근본적으로 철저히 내 편인 사람이거든요. 누구보다도 나를 찰떡같이 이해하는 인생 절친일 수 있는데. 그것의 지옥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인데, 내가 타인을 잘 안다고 생각할 때 결국 싸움이 되잖아요. 언니랑 저랑 싸우면 진짜 저승 갔다 와요. (넘겨짚는 거 열받죠) 네. ‘너 그런 거잖아.’ (맞아요. “니가 뭘 아는데?”) 네, 그렇게 되는 거예요. 엄청 가시 돋친 말 하고, 상대를 매우 효율적으로 후벼 팔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한 거예요. 어릴 때부터 뿌리깊게 형성된 권력관계와 패턴들이 있고. (제가 엄마랑 그래요.) 진짜 미쳐 버려. 너무 닮고 너무 이해한다는 게 동전의 양면 같은 거여서. 사실 언니랑 저랑은 아예 다른 나라에 살고 드물게 보니까 좀 나은데, 지금도 싸우면 되게 깊이 싸워요. 그러고 나면 자괴감 들고. 자기 못난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이잖아요. 보통 그렇게까지 싸우지 않는데, 자기 밑바닥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스스로도 보고 싶지 않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좀 나아지겠거니.... (엘라 동공이 흐릿해짐) 안 나아질수도 있겠죠?(웃음) (네ㅎㅎ) 제 친구도 그러더라고요. “안 나아질 텐데? 그냥 덜 보는 게 나을 수 있어.” 지금은 그냥, 서로 응원하면서, 행복하렴, 하며 지내요.

 

 

 

 

 

 

 

 

 

 

 

보고 싶어요. 

특히 축덕 페미니스트라면 꼭 좀 연락 주세요.

 

 

 

 

 

 

엘라는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은 원칙 같은 것이 있나요?

 

 

 

저는,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게임친구가 ‘병신’이란 말을 많이 썼었어요. 어느 날 남동생이랑 싸운 얘길 하면서 진짜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는 장애인 비하하는 말을 쓰면서 욕을 하는데, 그 순간에 ‘저기, 있잖아, 그런 말은...’ 이럴 순 없잖아요. 그러다 어느 날 한번 제가 “근데 친구야, 그 말은 안 썼으면 좋겠어.”라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거든요? 근데 얼마 전에 카톡이 왔어요. 저한테 고마운 게 있대요. “한 일 년 반 전쯤에 나한테 '병신'이란 말 쓰지 말라고 말해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우와아) 되게 감동 받았어요. ‘와 이게 통하기도 하는구나?' 싶고. 진짜 좋았어요. (너무 잘했다.) 제가 고맙더라고요. (맞아.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요. 지키고 싶은 원칙은 진짜 그거예요.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말 쓰지 않기, 그리고 권위에 도전하기. 

 

 

 

 

 

 

마지막 질문입니다. 민우회 회원 또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는?

 

 

 

 

일단 보고 싶어요. 못 만나니까. 작년에 민우회에서 포틀럭파티 한 거 너무 재밌었거든요. <가을밤 작은 다담>. (그때 되게 오랜만에 만난 거죠, 코로나 때문에?) 네. 정말 재밌었어요. 너무 보고 싶고... 혹시 축덕 분들 계시면 저한테 연락 좀... (민우회 회원팀으로 연락 받아서 연락처 전달할까요?) 네. 어떻게든 좀... 저 정말 외로워요. 저 국내축구도 보고요. 딱히 응원하는 팀은 없지만 일단 시간 맞으면 다 보는데 국축 덕친이 없어요(해축 덕친도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ㅠㅠ 지금은 토트넘 좋아하지만(차애는 맨시티) 손흥민 선수가 이적하면 아마 옮겨갈 가능성이 있고요. (그럼 토트넘 팬 아닌 축덕이라도 상관없나요?) 엇.... (이왕이면?) 이왕이면 토트넘이면 좋겠어요. 그래도 일단 축덕친이 간절해요. ㅎㅎㅎ 있을까? 페미니스트 중에 손흥민 선수 팬? 일단 어쨌든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 저랑 같이 얘기도 하고~ 이전에 크로스인터뷰 하신 효선 님도 축구 좋아하신다고 써 있던데. (호오? 그렇게 연결될 수도...?)

 

 

 

 

 

 

 

 

- 끝 -

 

 

 

 

 

 

크로스인터뷰를 빙자한 회원인터뷰가 될 줄 알았는데 활동가에게 많은 질문 준비해와 주신 엘라에게 다시금 고맙습니다. 

내가 바로 페미니스트 축덕이다 하는 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민우회 회원팀 02-737-5763 (friend87@womenlink.or.kr) 으로 연락주세요! (진심)

 

 

 


 

 

[이전 크로스인터뷰 보러 가기]

 

▶ 크로스인터뷰① 내향인들의 만남.. 영지 춘을 만나다

▶ 크로스인터뷰② 노새, 효선님을 만나다-스포츠와 아드레날린과 물질만능주의에 관한 고찰(아님)

 

 


 

 

 

 

나도 민우회 회원팀과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

나도 인터뷰 당하고(?) 싶다?

 

지금, 회원가입 하시고 적극적으로 질척거려 주세요! 

friend87@womenlink.or.kr (민우회원팀)  [회원가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