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인터뷰] 베리X첼시 에너지 부자들의 만남

(회원팀이 아니더라도) 궁금했던 회원과 크로스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분을 찾고 있습니다.
라는 말에 덜컥 자원해버린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베리와,
크로스 인터뷰 제안 전화에 지금 당장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회원첼시가 만났습니다.
사실..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데 핸드폰 뒤에 넣어둔 체크카드가 같은 것을 발견하고 처음부터 난리가 났어요.
"갸아아악!!!카드가 같아요!! 알뜰교통카드!!" " 어머어머 진짜진짜!!" "이거 찍어야 해 찍어야 해"

(사진설명: 첼시와 베리의 체크카드. 알뜰교통카드 중에서도 똑같은 은행의 똑같은 카드다. ㄴㅇㄱ 와우)
그도 그럴 것이 섭외 전화부터서로의 에너지를 감지했는데, 이거 뭔가 서로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사소한 것에서 의미부여 하는 것까지 같아버리는..)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은 민우회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정도였지만, 두 시간 동안 서로 공감대를 많이 찾아서 박장대소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야말로 에너지 대격돌. 저(베리)는 활동가들 중에서도 웃음소리가 한 데시벨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 첼시도 만만치 않았고..
둘이 만나니 너무 크게 웃게 돼서 인터뷰할 때도옆 방에서 뭐라고 할까봐 조금 찔렸더라는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지금 녹취록을 푸는제 귀가 아프다는두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첼시와 베리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
■ 첼시
★ 베리
1. 일 벌리기 좋아하는 둘,이래서서로 만날 수 있었다.
★베리 :어떤 일 하세요?
■첼시 : 대학생이기도 하지만. 영어 선생님이에요. 프리랜서 겸.
★베리 :학생인데 영어강사도 하고? 너무 바쁘시겠다.
■첼시 : 그런 편이죠.

(사진설명: 첼시(Chelsey)라고 이름표에 적혀있다. 첼시는 학원에서 영어이름 첼시로 일하고 있다.)
★베리 : 일 만드는 거 좋아하세요?
■첼시 : 너무 좋아해요. 일을 벌리는 거 좋아하고, 옛날에는 수습하는 거를 잘 못했다면 이제는 약간의 경력과 약간의 다양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서 이제는 조금 수습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J가 된. 제가 원래 파워 P였어요.
*J와 P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 분류로 계획형인 사람을 J, 융통성을 발휘하는 사람을 P로 이야기한다.
★베리 : 아 진짜요?
■첼시 : 네. 그런데 요즘에 일하면서 커리큘럼 짜야 되고 한 달치 워크북 만들어야 되고 이러니까 어쩔 수 없이 J가 된 것 같아요.
인생에서 일하는 비중이 많다 보니까 일하는 내가 큰 자아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베리 : 저도 일 자아가 크거든요. 뭘 벌리는 걸 좋아해요.
■첼시 : 버리는 거요?
★베리 : 아, 아뇨. 일을 벌리는 거요. 버리는 건 못해요.(갑분 tmi) 일을 벌리는 걸 좋아하는 게, 사실 이 인터뷰를 상담소 활동가가 안 해도 돼요.
■첼시 : 아아~~?
★베리 : 크로스 인터뷰가 활동가들만 일방적으로 회원들을 인터뷰하기에는 좀 서운(?)하고, 회원과 활동가가 서로를 알아보자, 인터뷰해보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회원팀에서만 진행했다가 올해는 그래도 좀 다양한 활동가들이 회원분들을 만나보면 좋겠다며 그래서 해보자고 했거든요. 아마 제가 관심을 보인 첫 활동가일 거예요.
■첼시 : 그래서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한 거군요!
★베리 : 정말 해보고 싶다고 했죠.
■첼시 : 21세기형 인재다.
(1차 박장대소)
■첼시 : 제가 경영학과거든요. 저같으면 베리님을 뽑겠습니다.
★베리 : 아니 근데 경영학과인데 어떻게 하다가 영어강사를 하세요?
■첼시 : 이게 또 사연이 길어요. 제가 전공을 굉장히 많이 바꿨어요. 제가 중학교 한 2학년 때부터 한 5년 정도 도자기를 했어요. 20살 때 이제 도예과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다 배웠던 거고, ‘내가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되게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열정을 고등학교 때 너무 많이 쏟아가지고..(하하) 대학교 때 하는 공모전 이런 걸 많이 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흥미가 많이 사라졌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도 싫고, 그냥 다 싫었던 거예요. 20살 이제 딱 대학에 올라가서 3월에 번아웃이 온 거죠.
3월에 한참 술 마실 때인데, 제가 잘 마셨거든요.
★베리 : 분명 술을 안 좋아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사진설명: 첼시의 도자기 드립커피 세트 작품)
■첼시 : 그때는(찡긋) 술을 잘 마셨지만, 강요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 것도 싫고 뭔가 너무 많은 사람들의 기대도 힘들었어요. 교수님도 다 알고 있고 이러니까 너무 싫어서 그렇게 자퇴를 했어요. 그리고 나서부터 저희 유학 일기가 시작이 됩니다.
2. 사람사는 세상 다 똑같지! 외국이 별 건가(?) 첼시의 유학기
■첼시 : 20살 때 부모님을 한 2주를 설득을 했어요. 자퇴가 안 된다고 계속 그러셔서 나는 여기 너무 다니기 싫다고 말하면서 설득을 열심히 했죠. 그렇게 하다가 이제 자퇴를 결국 하게 됐는데.
★베리 : 설득의 가장 주요점이 뭐였어요?
■첼시 : 눈물이요. 제가 이렇게 잘 우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찡찡대고 막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래서 아마 제가 정말 심각하구나라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이제 저는 유학을 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어요. 원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가고 싶어서 해외 봉사는 고1때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영어도 막 엄청 능숙할 때도 아니었는데 근데 그냥 갔어요. 왜냐면 저 약간 부딪혀 보는 스타일이라, 그럼 어떻게든 하게 되니까요.
★베리 : 어떻게, 우리 너무 비슷해요!
■첼시 : 왜냐하면 모든 경험에는 다 교훈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망해도 경험이고 성공하면 좋고. 망해도 거기에서 느껴지는 교훈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다음에 망할 때 좀 덜 실패할 수 있으니까, 아니면 덜 타격 있게 실패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조금 실패를 약간 좀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베리 : 즐기기까지 해요? 멋있네~
■첼시 : 그래서 해외도 ‘어차피 사람 사는 데인데 다 똑같겠지.’라는 마음으로 갔어요. 처음에 영국을 가려고 했는데 영어가 너무 안 되니까 필리핀에서 한 5개월 정도 있으면서 IELTS를 따고 영국 학사 사회학으로 1년를 갔다 왔어요. 제가 그 당시 기자가 굉장히 하고 싶었거든요.
*IELTS: 국제 영어 능력 시험(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대학 입학에 필요한 영어 시험) 출처: 네이버영어사전
★베리 : 어떡해, 저도 기자 준비했었고, 저도 사회학 전공이었어요.
■첼시 : 거의 소울메이트..? 하하하 기자가 너무 하고 싶었고 지금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미술 경매 쪽을 하길 원하셔서 그러려면 사회학을 졸업을 해야 하더라고요. 그런 접점으로 가게 됐고, 제가 간 곳이 스코틀랜드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약간 사투리도 있고 제가 아무리 IELTS 공부 열심히 했어도 시험과 실제 사용하는 언어의 갭이 어쩔 수 없이 있었어요. 그래서 적응을 많이 잘 못하고 한국에 왔어요.
★베리 :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첼시 : 언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그 당시에 공부도 많이 안 해봤으니까 공부를 일단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고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도와줬거든요. 학교 OT(준비교육) 때 딱 갔는데 제가 가장 친해진 친구가 저한테 와서 그냥 말을 걸었어요. “한국인이세요?”라고 확신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러다가 친해졌어요. 미국에서도 그랬어요.
★베리 : 미국도 가셨어요?
■첼시 : 네네. 스코틀랜드 기후도 너무 안 맞고 저는 도시를 좋아하는데 그곳은 너무 시골이어서 재미도 없고 좁고. 여긴 진짜 안 맞는다 생각하던 와중에 엄마가 일단 한국으로 오라고 해서 한국을 갔어요. 그 후에 나는 뭘 먹고 살아야 되나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엄마가 패션 쪽에서 일하시는데, 패션 마케팅을 해보라고 해서 패션 마케팅을 배우러 미국으로 가게 됐죠. 뉴욕으로 갔어요. 그때는…(눈을 반짝이며) 진짜 돌아오기 싫었어요. 정말 재밌었거든요. 패션 마케팅 공부를 2년을 하고 그리고 한국 와서 편입을 한 거예요.
★베리 : 어땠어요? 미국에서는?
■첼시 :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이야기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다양한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일도 해보고 이랬거든요. 거기서 일하면서 베프를 만나게 됐어요.
3. 타지에서 페미니즘을 만나다!
■첼시 : 2018년, 제가 23살 때 만난 이 친구가 페미니즘을 알려줘서 그때 인권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일하는 곳에 반 이상은 퀴어였고요. 사장님이 약간 혐오 세력이긴 하지만요.(하하) 일하는 곳이 있었던 거리가스톤월 항쟁*이 있었던 곳과 가까웠어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 인권이 처음 시작된 곳에서 하필 일을 하게 됐죠.
*스톤월 항쟁: 1969년 6월 28일,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드랙퀸 등이 자주 들르던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술집 스톤월 인을 경찰이 급습, 사람들을 체포한 사건이다. 이후 스톤월에서 이에 대항하는 집회를 열고 문제제기를 시작했며,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설명: 지하철에 무지개빛의 하트가 붙어있다)
★베리 : 친구가 페미니즘을 알려줘서 알게 된 거잖아요. 어떤 순간, 사건이 있었나요?
■첼시 : 저도 그 당시에는 빻은 말을 저도 모르고 할 그런 시절이어서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이런 말을 썼던 것 같아요. 근데 친구가 뭐라고 한 게 아니라 여성스럽다는 것은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말해주면서, 다른 표현이 뭐가 있는지도 알려줬어요. 예를 들면 ‘결정장애’ 이런 것도 ‘우유부단하다’라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처럼,그런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줬고 그럼 저도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 것 같아요.‘그렇구나, 이런 게 잘못된 걸 수 있구나.’ 라면서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주변에 페미니스트인 친구도 많았고, 수업시간에도 누군가 옳지 않은 발언을 하면 “왜 그런 안티 페미니즘 같은 소리를 하니?” 라면서 같이 화내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면 이제 남자인 친구들은 미안하다고 하는 분위기였지 “네가 페미니?” 되묻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긴 했거든요. 그래서 뭔가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좀 더 오픈 마인드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베리 : 내가 잘못하면 막 혼나는 개념이기보다는 이런 말은 누구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는 거죠?
■첼시 : 네. 그때 제가 친구한테 근데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페미니스트라면 뭔가 (대단한 것을)해야 할 것 같다고 느끼잖아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페미니스트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저는 이제 뉴욕에 있으면서 인종 간, 퀴어 간 등 차별들이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교차 페미니스트로 저를 정의하게 된 것 같아요.
★베리 :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했네요. 퀴어가 있고 인종이 섞여 있고.
■첼시 : 네 비건 친구들도 많고 하니까, 비건 친구들이 많아. 그럼 비건 식당 가야지! 근데 맛있네? 그때 처음부터 먹어보게 되고. 그렇게 제가 완전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비건 지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어요.
★베리 : 그럼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그런 걸 접했을 때?
■첼시 : 신선하고 화났어요.
★베리 : 어떤 화가 났어요?
■첼시 : 제가 원래 화가 많아요. 사주에도 제가 화가 많아요.(tmi 대잔치) 근데 너무 못 참겠는 거예요. 왜 이렇게 불합리하게 살아야 하지? 라는 처음 인권을 접하면 약간 좀 그렇잖아요.
★베리 : 맞아요. 많이 화가 나죠.
■첼시 : 그런데 이게 ‘나만의 화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이제 다양한 온도를 가진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좀 자연스럽게 저도 화가 줄어들고, 내가 지켜야 할 라인은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리 : 지켜야 할 라인이요?
■첼시 :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 정도까지는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충분히 발언을 할 수 있구나. 수위를 좀 조절할 수 있는? (웃음) 그렇게 그냥 화만 내는 게 아닌 대처방안을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당시에 이제 사업을 하고 싶었으니까 ‘패션 쪽으로 나는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결해서, 어떻게 인권과 연결해서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사회적 기업 그런 수업도 많이 들었고요.
4. 트위터가 이어준 민우회와의 인연
★베리 : 민우회는 어떻게 알게 됐어요?
■첼시 : 제가 작년보다 더 열심히 사니까 이번에 수익이 많이 늘었거든요. 근데 뭔가 이걸 후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많은 돈은 아니어도 어쨌든 내가 번 돈의 일부라도 좀 후원을 하고 싶은데 어디에 후원해야 될지 너무 모르겠는 거예요. 원래 닷페이스랑 굿네이버스에는 후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여성 단체에 꼭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있던 와중에트위터에서 겹치는 친구가 제일 많은 게 민우회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괜찮은 곳인가보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원을 하게 됐거든요.
★베리 : 그럼 후원을 한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첼시 :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올해 초부터 했는데.
★베리 : 그렇게 하면서 쏟콘빛 영업팀 그걸 보신 거예요?
*쏟콘빛:쏟아지는콘텐츠 속 한줄기빛의 준말. 쏟아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여성주의 관점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추천받고, 창작자를 응원하는 민우회 미디어팀 사업.
■첼시 : 네네네 그것도 아마 트위터에서 본 것 같아요.
★베리 : 트위터가 이어줬네요. 고맙다. 하하.
■첼시 : 그러니까요. 하하.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게 돼서 영업팀을 지원을 했는데 될 줄 몰랐죠. 근데 된 거예요!
영화제도 친구 덕분에 알게 됐는데요. 인권에 대해서 알려준 친구가 영화제도 소개를 해줬어요. 그 친구는 영화 전공이어서. 인디다큐 페스티벌을 2020년인가 갔었고 그때 영화제라는 걸 접하게 됐죠. 근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너무 다 인권인 거예요.(?) 여기가 미국인가 약간 한국에 있는 느낌이 안 드는 거예요. 되게 신선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미디어를 더 좋아하게 되고 그때부터 영화도 참 좋아하게 됐어요. 그리고 미국에 있을 때도 AMC라고 그냥 CGV같은 영화관이 있는데, 한 달에 20불인가 내면 일주일에 3편씩 영화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영화도 볼 겸 그냥 일 끝나면 가고 그냥 그냥 시간만 나면 봤어요. 자막도 어차피 없으니까 그냥 보기 시작했는데 리스닝이 느는 거예요. 대충 액션 같은 거는 뭔가 이해를 못해도 누가 죽었고 어떻게 되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베리 : 맞아요. 표정으로 알려주고요.
■첼시 : 처음에는 진짜 영화를 고르는 눈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1년 정도 극장에 드나들다보니까 나랑은 안 맞겠다는 영화는 알겠더라고요.
★베리 : 그럼 그전까지는 막 영화를 막 좋아한다 이런 건 없었어요?
■첼시 : 무슨 광인까지는 아니었고..
★베리 : 지금은 광인인가요? 하하
■첼시 : 약간..? 좋아하는 걸 여러 번 보는 스타일이에요.
★베리 : 그러면 제일 많이 본 게 뭐예요?
■첼시 : 한국 드라마는 런온이요. 인생드라마예요.

(사진설명: 드라마 런온 포스터. 극중 인물 두 명(배우 임시완, 신세경)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베리 : 어떤 부분이 제일 좋아요?
■첼시 : 드라마에서 무성애자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굉장히 많은 점수를 줄 만한 것이었다고 보고, 그냥 로맨스 물이 아닌 뭔가 내 스스로가 온전히 뭔가 서 있으면서 나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도 챙기는 그런 방법을 조금 알려준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 같은 경우는 넷플릭스에 ‹더 프롬›이라고 있는데, 제가 하이틴이랑 해피엔딩에 환장하거든요. 약간 밝으면 환장해요.
★베리 : 본인 닮은 거 좋아하나봐요. 하하.
■첼시 : 저 세상 텐션 이거 완전 밝고 유토피아 같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약간 그게 또 뮤지컬 요소가 있어요. 그리고 약간 갑자기 노래 부르고 이런 거 있잖아요. 갑자기 “그래! 해보는 거야!” 이런 거 되게 좋아한다.(꺌꺌)
★베리 : 실제로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세요?
■첼시 : 초등학교 때 뮤지컬 하긴 했어요.
★베리 : 그쵸.. 그 에너지가 갑자기 오는 건 아니니까요?
■첼시 : 콩쥐팥쥐에서 참새역할이었어요.굉장히 비밀정보입니다.
N차 박장대소(사실 중간에도 꽤나 많은 박장대소가 있었습니다..)
■첼시 : (영화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 영화를 보다보면청소년 때 뭔가 나의 정체성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약간 이런 마음도 많이 들어요. 그리고 혐오세력을 되게 재미있게 까요. 성경에서 동성애가 안 된다고 했으니, 너네 부모님은 이혼했으니까 죽어야 되는 거냐는 식으로요. 바이블에서 말하는 문제 그대로의 해석은 어쨌든 다 오류라고 말하거든요. ‹Love the neighbor(이웃을 사랑하라)› 이라는 노래에서 특히요. 그러다가 극 중에서 혐오세력이었던 친구들도 다 옹호하는 세력이 되고, 나중에는 모두가 그 레즈비언 커플을 되게 응원하게 되는, 그래서 그 친구들만의프롬*을 열어주게 돼요.
*프롬: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는 미국의 파티
5. 페미니즘: 세상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해준 것
★베리 : 나에게 페미니즘이란 어떤 것 같아요?
■첼시 : 완전한 정답이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은물과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것, 근데 하지만 언젠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 인권 운동을 하지 않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페미니즘 덕분에 어떤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그렇고, 조금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내 자체가 주류가 아닌 사람이니까,세상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도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을 볼 때도 ‘꼭 이렇게 가르쳐야만 해’ 이런 건 아니고 ‘이런 성향일 수도 있고 저런 성향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나는 좀 이렇게 한번 맞춰봐야지.’ 이런 식으로 시도를 좀 해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게 저한테는 페미니즘인 것 같아요.
★베리 : 나를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거네요?
■첼시 : 네 많이요.
★베리 : 근데 정말 긍정적이에요. 처음에는 되게 화가 나니까 이거를 지키지 않으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이거를 지키지 않으면 왠지 내가 죄책감이 들고 이런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페미니즘을 다른 사람을 더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활용한다는 게 참 좋다고 느껴져요.

(사진설명: 해바라기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첼시의 뒷모습)
■첼시 : 화를 낸다고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화를 낸다고 바뀌면 화를 냈겠죠. 근데 이제 실질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니까, 내가 지금 화를 낸다고 해서 싸우기만 하니까요.
어쨌든 나는 저 사람이 지금은 아무리 빻은 말을 해도 다음 단계를 보기 위해서는 저 사람과 친해져야 되고, 저 사람을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 되는 거니까요. 옛날에 싸우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싸우는 건 정답이 아니다라고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품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베리 : 어떻게 다 품어요..?(글썽)
■첼시 : 품는 것은 저의 욕심일 수 있어요.(웃음) 욕심일 수 있지만..
★베리 : 품는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을 해요?
■첼시 : 예를 들면 그 사람이 이런 게 아니다라고 했을 때 논리적으로 말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으로 정리해서 말해주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을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전체 개념을 말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유아한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동화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러고 설명을 하는 거죠. 사회 문제가 어떻고 이렇게까지 갈 필요도 없고 그냥 ‘페미니즘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거야! 봐봐 너도 사람이고, 우리 사람이지?’ 이런 식으로요. 그 정도로만 말하고 만약에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것보다 쉽게 말하고요.
★베리 : 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직을 하긴 했거든요. 페미니즘 이슈를 일에서 풀고 싶어서요.
6. 야망은 체력에서 나온다!?
■첼시 : 근데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주류로 들어가야 내가 바꿀 수 있다고요.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를 찍어야 나의 목소리가 의미가 있어진다고 생각을 진짜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때 까지는 참아야죠. 참아야지 어떡하겠어요. 내가 어쨌든 거기까지 가기까지는 시간이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시간을 어쨌든 견뎌서 그 위치에 있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도 가야 되고, 더 많이 성공해야 되고 그런 생각이 되게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람들한테 더 많이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정말 뭔가를 바꾸고 싶기 때문에 나는 최고를 찍을 거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게 굳이 교육이 아니더라도 사업으로든 어떤 곳이든 정상을 찍고, 거기 사람들과 친해져서 거기서 함께 뭔가를 바꿀 거라는 그런 저의 희망과 꿈이 있어요.
★베리 :엄청난 포부네요!
■첼시 : 그래서 사실 저의 진짜 꿈은 한 달에 1억씩 기부하는 거거든요. 퀴어단체나 여성 단체가 어쨌든 돈이 부족해요. 그러면 돈을 주류에서 끌어와야 될 것 같아요. 저는 그걸 되게 영화제 하면서 많이 생각했거든요. 활동할 때도 돈을 많이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진짜 인권만 생각하면서 뭔가를 많이 바꿀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꼭 그렇게 만들어야지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베리 : 야망이 엄청나시네요. 와우
■첼시 : 하하, 네네. 야망이죠. 이게 열심히 살게 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 정도의 목표가 있으니까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뭔가 소소하게 실천하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저는 이제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생들 많이 가르치거든요. 교재 그림에 머리 짧은 사람이 나오고 A의 성별은? 이라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남자라고 하든 여자라고 하든 다 맞다고 해요. 아이들이 더 물어보면, 그러면 샘이 여자냐고 남자냐고 반문하고요. 머리 짧은 여성도, 머리가 긴 남성도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가끔 이제 제가 그런 얘기니까 가끔 그게 논 바이너리인지 모르지만 논 바이너리에 대해 얘기하는 친구가 있고 인터섹스인지 모르지만 인터섹스의 개념을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한테는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게 아니야 다른 성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한 번씩 그냥 던져줘요. 그러면 나중에 걔가 한 번쯤은 생각이 날 수도 있잖아요.언젠가는 그 말이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그런 식으로 실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베리 : 그러면 지금 어떤 대목표는 교육계의 대모가 되는 건가요?
■첼시 : 그럼요! 저는 기업을 차리고 싶어요. 저만의 재단을 차리고 싶고 저만의 유치원을 좀 차리고 싶고요. 대신에 거기에 꼭 인권교육과 상담을 꼭 넣고 싶어요. 이게 저의 1차적인 목표예요. 10년 안에 이뤘으면 좋겠어요.
★베리 : 이게 1차예요?(놀람)
■첼시 : 10년 아니고 5년 안에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지금은 조금 준비하고 있어서 이제 이것저것 좀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 일 얘기 하는 거 정말 좋아해요. 일 중심, 성취중심 사람인 것 같아요.
★베리 : 맞아요. 근데 이거 얼른 5년 안에 하려면 일 중독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첼시 : 그렇죠. 이게 제가 진짜 엄청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라서 이건 조금 합의하려고 저도 노력을 하고 있어요. 너무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자꾸 목표가 너무 크니까 이게 갭이 안 줄여지는 거예요. 그래서 현실과 좀 합의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나의 멘탈을 위해서.
★베리 : 맞아요. 멘탈 정말 중요해요.
■첼시 : 그렇죠 나의 멘탈을 위해서 아니면 너무 번아웃이 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제 키울 건 체력밖에 없다. 맞아 최근에 그걸 봤어요. 트위터에서 코어가 미래라고요. 요즘 들어 저희 인생 한 줄이거든요. ㅋㅋㅋ
★베리 : 진짜 사실이에요.
■첼시 : 왜냐하면 체력이 좋아지니까 학생들한테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줄 수 있고, 내 주변 사람들한테 조금 더 많이 신경 쓸 수 있더라고요.
★베리 : 저는 유산소를 꼭 하거든요. 왜냐면 저는 유산소를 안 하면 좀 신경질적이어져요.
■첼시 : 뭔지 알아요.
★베리 : 굳이 안 해도 될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까 꼭 해줘야 되더라고요. 괜히 신경질 내고 후회하고요.
7.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사람
★베리 :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예요?
■첼시 : 배꽃나래 감독님이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이라는 다큐영화인데, 그게 옛날에도 타투가 있었을까 질문하면서 옛날에는 먹물 같은 걸 묻혀서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을 새긴 게 감독의 외할머니였고요.
★베리 : 맞아요, 저희 외할머니도 있었어요.
■첼시 : 그 얘기를 되게 그 당시에 왜 언어를 많이 배울 수 없었는지 그러니까 왜 문맹률이 높았는지 이런 내용이랑 함께 다룬 다큐였는데 너무 좋았고 실제로 감독님이 너무 멋있어요. 지향하는 길이나 너무 멋있어가지고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라기보다 가장 인상 깊은 감독님이에요.
★베리 : 저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2019년도인가 돌아가셨거든요. 90세 넘어서 돌아가셨는데, 그때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했어요. 엄청 진짜 멋있는 감독님이에요.(작품집 전체를 샀다는 tmi) 영화들 중에 ‹방랑자›라고 있는데, 불어제목은 지붕도 없고 벽도 없는 이런 영화 제목이에요. ‘더러운 여성’을 영화에 담아내는 것이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그리고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라는 영화에서는 추수할 때 이삭을 주웠던 옛날 모습들과, 지금은 너무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그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주워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여줘요. 여러 이미지들을 주워서 영화를 만드는 자신과 함께요. 아마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사진설명: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영화 중 나이든 아녜스가 젊은 바르다를 쳐다보고 있는 장면)
■첼시 : 봐야겠어요. 찾아볼게요.
★베리 : 맨날 유명한 남자 감독들만 조명이 되잖아요. 미카엘 하네케도 미투 운동에 대해서 이상한소리 하는데 언제나 칭송받고 이러는데 나이 들어서까지 자기 작품 활동하는 여성 감독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첼시 : 맞아요. 저는 제 친구랑 우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에 있는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다니자고 했거든요. 그걸 친구는 사진으로 영상으로 찍고 전 인터뷰를 하고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자기 일을 잘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자, 여성이 일하는 모습을 담은 그런 전시를 하자고 했어요. 진짜 이것도 꼭 할 거예요.
★베리 : 너무 재밌겠어요! 진짜 할 것 같아요.
■첼시 : 사실 꿈이 하나 더 있는데, 제가 사실 상담받기도 하고 제가 선생님으로서 있으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일기를 써요. 과거에 나도 나니까 가끔 이제 그 순간을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거를 잊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원래 일기 쓰는 것도 진짜 싫어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그렇게 상담받으면서 쓰다 보니까 그게 습관이 돼서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모아진 글을 제가 딱 30살이 되는 해에 출판하고 싶어요. 내가 성공해서 쓴다기보다는 시작단계인 사람들한테 이만큼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저는 그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이렇게 이렇게 극복하세요라는 것보다는, 내가 살짝 불안감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나의 스텝은 어떻게 밟아나갔는지 그냥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예요. 누구한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목을 여기 적어놨었는데, 잠시만요.
★베리 : 세상에 벌써 제목을 정해놓았어요?
■첼시 : 아 여기있네요. ‘안주요? 먹는 안주요?’ 하하하하
★베리 : 빡세다, 세상에 무슨 일이야 이게!
■첼시 : 아니면 ‘달려라 첼시(00의 영어이름)’도 생각했어요. 결국 긴 자기소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해요. 제 20대에 되게 많은 변화가 있었어서 그거를 담아보고 싶어요.
★베리 : 재밌을 것 같아요. 전 책까지는 아니고 고민이 안 풀릴 때 그림일기를 그리거든요. 글로 쓰는 일기는 정말 편하게 쓰기 때문에 생각을 나열하지 정리가 되는 느낌이 잘 안 드는 거예요. 근데 그림은 인스타그램 기준으로 열 컷 안에 뽑아내야 되잖아요. 제일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것들을 뽑아내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이걸 계정을 따로 팔까 하다가 내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는데 싫어질까봐 지금은 그냥 정말 내킬 때만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어요.

(사진설명: 베리의 그림일기 중 일부. 단발 캐릭터와 함께 날근날근하게 돼버린 내 마음을 주말 봄볕에 말렸다 라고 써있다.)
■첼시 : 신기하다 그림일기는 생각을 못했어요.
★베리 : 진짜 다 달라요. 그런데 정말 뭘 많이 뭐 하시긴 하네요.
■첼시 : 일을 벌리는 거 좋아해요. 그러니까 하나 둘씩 벌리는 게 습관이 돼서 쌓인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어요. 이것저것 하나씩 뭔가 서바이벌 식으로 해온 것들이 축적이 된 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무조건 해야 되는 게 된 거죠.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해도 이것까지 해야 된다고 그 기준이 너무 높아진 거예요. 분명히 취미로 시작했는데, 일주일 뒤면 일이 커져 있어요. 놓아야 한다고 생각을 계속 하는 편이긴 한데 놓는 게 쉽지 않아요.
★베리 : 맞아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요.
■첼시 : 맞아요. 학생들한테도 그냥 가르치면 되잖아요. 근데 그게 안 되는 거죠. 나는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뭔가 좋은 멘토가 되고 싶은 거예요. 진짜로 뭔가 힘들 때 내가 뭔가 저 선생님한테 말하면 될 것 같아라는 그런 느낌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으니까 그래서 뭔가 더 열정을 막 이렇게 쏟는 것 같아요.
마음과 몸의 건강을 고민하고 나의 선한 영향력에 대한 감각이 있는, 너무나도 열심히 사는 페미니스트를 만나고 반가운 마음과 조금은 뻐근한 마음이 같이 들었습니다.
우리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렇게민우회와 연결돼서 있다는 울컥함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서로 이어져서 에너지도 나누고 기대가며 잘 살아봅시다!(으앙)
(끝)
(다음 크로스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글을 보시면서 어떠셨나요?
참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또 다른 사례도 있나? 싶으시다면
지난 크로스 인터뷰 읽어보기
▶ 크로스인터뷰① 내향인들의 만남.. 영지 춘을 만나다
▶ 크로스인터뷰② 노새, 효선님을 만나다-스포츠와 아드레날린과 물질만능주의에 관한 고찰(아님)
▶ 크로스인터뷰③ 제이, 엘라를 만나다- 안 친해도 세시간 반(놀랍게도 요약본)
▶ 크로스인터뷰④ 인터뷰 제목 뭐하지z (영지x장캡틴)
▶크로스인터뷰⑤ 밍기뉴x인경(전기뱀장어)의 만남. *페미니즘, 비건 그리고 음악 *
▶크로스인터뷰⑥ 노새x양수안나, 스포츠에 진심인 여자들 주목!
▶크로스인터뷰⑦ 제이x다정, 일의 좋음과 싫음
▶크로스인터뷰⑧ 밍x돌(큐캔디) ‘퀴어’한(?) 둘의 만남,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돌’을 만나다
▶크로스인터뷰⑨ 보라X은하수, 풋살, 뮤지컬, 술 - 마음의 방이 많은 은하수와 함께
나도 한 다양하는 사람인데..인터뷰 당하고(?) 싶다..?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지금회원가입하시고적극적으로 질척거려주세요!(하신 분들은 그냥 질척 가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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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매일 한 명의 페미니스트와 연결되고 싶어요.
올해 민우회는 매일 한명의 새로운 후원회원을 기다리는
[365일 365명의 회원과 함께]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금 보신 활동을 응원하고 함께 하고 싶다면?
민우회 회원가입! (클릭)
[크로스인터뷰] 베리X첼시 에너지 부자들의 만남
(회원팀이 아니더라도) 궁금했던 회원과 크로스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분을 찾고 있습니다.
라는 말에 덜컥 자원해버린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베리와,
크로스 인터뷰 제안 전화에 지금 당장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회원첼시가 만났습니다.
사실..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데 핸드폰 뒤에 넣어둔 체크카드가 같은 것을 발견하고 처음부터 난리가 났어요.
"갸아아악!!!카드가 같아요!! 알뜰교통카드!!" " 어머어머 진짜진짜!!" "이거 찍어야 해 찍어야 해"
(사진설명: 첼시와 베리의 체크카드. 알뜰교통카드 중에서도 똑같은 은행의 똑같은 카드다. ㄴㅇㄱ 와우)
그도 그럴 것이 섭외 전화부터서로의 에너지를 감지했는데, 이거 뭔가 서로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사소한 것에서 의미부여 하는 것까지 같아버리는..)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은 민우회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정도였지만, 두 시간 동안 서로 공감대를 많이 찾아서 박장대소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야말로 에너지 대격돌. 저(베리)는 활동가들 중에서도 웃음소리가 한 데시벨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 첼시도 만만치 않았고..
둘이 만나니 너무 크게 웃게 돼서 인터뷰할 때도옆 방에서 뭐라고 할까봐 조금 찔렸더라는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지금 녹취록을 푸는제 귀가 아프다는두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첼시와 베리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
■ 첼시
★ 베리
1. 일 벌리기 좋아하는 둘,이래서서로 만날 수 있었다.
★베리 :어떤 일 하세요?
■첼시 : 대학생이기도 하지만. 영어 선생님이에요. 프리랜서 겸.
★베리 :학생인데 영어강사도 하고? 너무 바쁘시겠다.
■첼시 : 그런 편이죠.
(사진설명: 첼시(Chelsey)라고 이름표에 적혀있다. 첼시는 학원에서 영어이름 첼시로 일하고 있다.)
★베리 : 일 만드는 거 좋아하세요?
■첼시 : 너무 좋아해요. 일을 벌리는 거 좋아하고, 옛날에는 수습하는 거를 잘 못했다면 이제는 약간의 경력과 약간의 다양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서 이제는 조금 수습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J가 된. 제가 원래 파워 P였어요.
*J와 P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 분류로 계획형인 사람을 J, 융통성을 발휘하는 사람을 P로 이야기한다.
★베리 : 아 진짜요?
■첼시 : 네. 그런데 요즘에 일하면서 커리큘럼 짜야 되고 한 달치 워크북 만들어야 되고 이러니까 어쩔 수 없이 J가 된 것 같아요.
인생에서 일하는 비중이 많다 보니까 일하는 내가 큰 자아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베리 : 저도 일 자아가 크거든요. 뭘 벌리는 걸 좋아해요.
■첼시 : 버리는 거요?
★베리 : 아, 아뇨. 일을 벌리는 거요. 버리는 건 못해요.(갑분 tmi) 일을 벌리는 걸 좋아하는 게, 사실 이 인터뷰를 상담소 활동가가 안 해도 돼요.
■첼시 : 아아~~?
★베리 : 크로스 인터뷰가 활동가들만 일방적으로 회원들을 인터뷰하기에는 좀 서운(?)하고, 회원과 활동가가 서로를 알아보자, 인터뷰해보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회원팀에서만 진행했다가 올해는 그래도 좀 다양한 활동가들이 회원분들을 만나보면 좋겠다며 그래서 해보자고 했거든요. 아마 제가 관심을 보인 첫 활동가일 거예요.
■첼시 : 그래서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한 거군요!
★베리 : 정말 해보고 싶다고 했죠.
■첼시 : 21세기형 인재다.
(1차 박장대소)
■첼시 : 제가 경영학과거든요. 저같으면 베리님을 뽑겠습니다.
★베리 : 아니 근데 경영학과인데 어떻게 하다가 영어강사를 하세요?
■첼시 : 이게 또 사연이 길어요. 제가 전공을 굉장히 많이 바꿨어요. 제가 중학교 한 2학년 때부터 한 5년 정도 도자기를 했어요. 20살 때 이제 도예과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다 배웠던 거고, ‘내가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되게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열정을 고등학교 때 너무 많이 쏟아가지고..(하하) 대학교 때 하는 공모전 이런 걸 많이 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흥미가 많이 사라졌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도 싫고, 그냥 다 싫었던 거예요. 20살 이제 딱 대학에 올라가서 3월에 번아웃이 온 거죠.
3월에 한참 술 마실 때인데, 제가 잘 마셨거든요.
★베리 : 분명 술을 안 좋아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사진설명: 첼시의 도자기 드립커피 세트 작품)
■첼시 : 그때는(찡긋) 술을 잘 마셨지만, 강요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 것도 싫고 뭔가 너무 많은 사람들의 기대도 힘들었어요. 교수님도 다 알고 있고 이러니까 너무 싫어서 그렇게 자퇴를 했어요. 그리고 나서부터 저희 유학 일기가 시작이 됩니다.
2. 사람사는 세상 다 똑같지! 외국이 별 건가(?) 첼시의 유학기
■첼시 : 20살 때 부모님을 한 2주를 설득을 했어요. 자퇴가 안 된다고 계속 그러셔서 나는 여기 너무 다니기 싫다고 말하면서 설득을 열심히 했죠. 그렇게 하다가 이제 자퇴를 결국 하게 됐는데.
★베리 : 설득의 가장 주요점이 뭐였어요?
■첼시 : 눈물이요. 제가 이렇게 잘 우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찡찡대고 막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래서 아마 제가 정말 심각하구나라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이제 저는 유학을 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어요. 원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가고 싶어서 해외 봉사는 고1때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영어도 막 엄청 능숙할 때도 아니었는데 근데 그냥 갔어요. 왜냐면 저 약간 부딪혀 보는 스타일이라, 그럼 어떻게든 하게 되니까요.
★베리 : 어떻게, 우리 너무 비슷해요!
■첼시 : 왜냐하면 모든 경험에는 다 교훈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망해도 경험이고 성공하면 좋고. 망해도 거기에서 느껴지는 교훈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다음에 망할 때 좀 덜 실패할 수 있으니까, 아니면 덜 타격 있게 실패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조금 실패를 약간 좀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베리 : 즐기기까지 해요? 멋있네~
■첼시 : 그래서 해외도 ‘어차피 사람 사는 데인데 다 똑같겠지.’라는 마음으로 갔어요. 처음에 영국을 가려고 했는데 영어가 너무 안 되니까 필리핀에서 한 5개월 정도 있으면서 IELTS를 따고 영국 학사 사회학으로 1년를 갔다 왔어요. 제가 그 당시 기자가 굉장히 하고 싶었거든요.
*IELTS: 국제 영어 능력 시험(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대학 입학에 필요한 영어 시험) 출처: 네이버영어사전
★베리 : 어떡해, 저도 기자 준비했었고, 저도 사회학 전공이었어요.
■첼시 : 거의 소울메이트..? 하하하 기자가 너무 하고 싶었고 지금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미술 경매 쪽을 하길 원하셔서 그러려면 사회학을 졸업을 해야 하더라고요. 그런 접점으로 가게 됐고, 제가 간 곳이 스코틀랜드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약간 사투리도 있고 제가 아무리 IELTS 공부 열심히 했어도 시험과 실제 사용하는 언어의 갭이 어쩔 수 없이 있었어요. 그래서 적응을 많이 잘 못하고 한국에 왔어요.
★베리 :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첼시 : 언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그 당시에 공부도 많이 안 해봤으니까 공부를 일단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고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도와줬거든요. 학교 OT(준비교육) 때 딱 갔는데 제가 가장 친해진 친구가 저한테 와서 그냥 말을 걸었어요. “한국인이세요?”라고 확신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러다가 친해졌어요. 미국에서도 그랬어요.
★베리 : 미국도 가셨어요?
■첼시 : 네네. 스코틀랜드 기후도 너무 안 맞고 저는 도시를 좋아하는데 그곳은 너무 시골이어서 재미도 없고 좁고. 여긴 진짜 안 맞는다 생각하던 와중에 엄마가 일단 한국으로 오라고 해서 한국을 갔어요. 그 후에 나는 뭘 먹고 살아야 되나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엄마가 패션 쪽에서 일하시는데, 패션 마케팅을 해보라고 해서 패션 마케팅을 배우러 미국으로 가게 됐죠. 뉴욕으로 갔어요. 그때는…(눈을 반짝이며) 진짜 돌아오기 싫었어요. 정말 재밌었거든요. 패션 마케팅 공부를 2년을 하고 그리고 한국 와서 편입을 한 거예요.
★베리 : 어땠어요? 미국에서는?
■첼시 :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이야기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다양한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일도 해보고 이랬거든요. 거기서 일하면서 베프를 만나게 됐어요.
3. 타지에서 페미니즘을 만나다!
■첼시 : 2018년, 제가 23살 때 만난 이 친구가 페미니즘을 알려줘서 그때 인권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일하는 곳에 반 이상은 퀴어였고요. 사장님이 약간 혐오 세력이긴 하지만요.(하하) 일하는 곳이 있었던 거리가스톤월 항쟁*이 있었던 곳과 가까웠어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 인권이 처음 시작된 곳에서 하필 일을 하게 됐죠.
*스톤월 항쟁: 1969년 6월 28일,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드랙퀸 등이 자주 들르던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술집 스톤월 인을 경찰이 급습, 사람들을 체포한 사건이다. 이후 스톤월에서 이에 대항하는 집회를 열고 문제제기를 시작했며,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설명: 지하철에 무지개빛의 하트가 붙어있다)
★베리 : 친구가 페미니즘을 알려줘서 알게 된 거잖아요. 어떤 순간, 사건이 있었나요?
■첼시 : 저도 그 당시에는 빻은 말을 저도 모르고 할 그런 시절이어서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이런 말을 썼던 것 같아요. 근데 친구가 뭐라고 한 게 아니라 여성스럽다는 것은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말해주면서, 다른 표현이 뭐가 있는지도 알려줬어요. 예를 들면 ‘결정장애’ 이런 것도 ‘우유부단하다’라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처럼,그런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줬고 그럼 저도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 것 같아요.‘그렇구나, 이런 게 잘못된 걸 수 있구나.’ 라면서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주변에 페미니스트인 친구도 많았고, 수업시간에도 누군가 옳지 않은 발언을 하면 “왜 그런 안티 페미니즘 같은 소리를 하니?” 라면서 같이 화내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면 이제 남자인 친구들은 미안하다고 하는 분위기였지 “네가 페미니?” 되묻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긴 했거든요. 그래서 뭔가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좀 더 오픈 마인드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베리 : 내가 잘못하면 막 혼나는 개념이기보다는 이런 말은 누구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는 거죠?
■첼시 : 네. 그때 제가 친구한테 근데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페미니스트라면 뭔가 (대단한 것을)해야 할 것 같다고 느끼잖아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페미니스트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저는 이제 뉴욕에 있으면서 인종 간, 퀴어 간 등 차별들이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교차 페미니스트로 저를 정의하게 된 것 같아요.
★베리 :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했네요. 퀴어가 있고 인종이 섞여 있고.
■첼시 : 네 비건 친구들도 많고 하니까, 비건 친구들이 많아. 그럼 비건 식당 가야지! 근데 맛있네? 그때 처음부터 먹어보게 되고. 그렇게 제가 완전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비건 지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어요.
★베리 : 그럼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그런 걸 접했을 때?
■첼시 : 신선하고 화났어요.
★베리 : 어떤 화가 났어요?
■첼시 : 제가 원래 화가 많아요. 사주에도 제가 화가 많아요.(tmi 대잔치) 근데 너무 못 참겠는 거예요. 왜 이렇게 불합리하게 살아야 하지? 라는 처음 인권을 접하면 약간 좀 그렇잖아요.
★베리 : 맞아요. 많이 화가 나죠.
■첼시 : 그런데 이게 ‘나만의 화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이제 다양한 온도를 가진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좀 자연스럽게 저도 화가 줄어들고, 내가 지켜야 할 라인은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리 : 지켜야 할 라인이요?
■첼시 :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 정도까지는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충분히 발언을 할 수 있구나. 수위를 좀 조절할 수 있는? (웃음) 그렇게 그냥 화만 내는 게 아닌 대처방안을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당시에 이제 사업을 하고 싶었으니까 ‘패션 쪽으로 나는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결해서, 어떻게 인권과 연결해서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사회적 기업 그런 수업도 많이 들었고요.
4. 트위터가 이어준 민우회와의 인연
★베리 : 민우회는 어떻게 알게 됐어요?
■첼시 : 제가 작년보다 더 열심히 사니까 이번에 수익이 많이 늘었거든요. 근데 뭔가 이걸 후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많은 돈은 아니어도 어쨌든 내가 번 돈의 일부라도 좀 후원을 하고 싶은데 어디에 후원해야 될지 너무 모르겠는 거예요. 원래 닷페이스랑 굿네이버스에는 후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여성 단체에 꼭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있던 와중에트위터에서 겹치는 친구가 제일 많은 게 민우회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괜찮은 곳인가보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원을 하게 됐거든요.
★베리 : 그럼 후원을 한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첼시 :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올해 초부터 했는데.
★베리 : 그렇게 하면서 쏟콘빛 영업팀 그걸 보신 거예요?
*쏟콘빛:쏟아지는콘텐츠 속 한줄기빛의 준말. 쏟아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여성주의 관점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추천받고, 창작자를 응원하는 민우회 미디어팀 사업.
■첼시 : 네네네 그것도 아마 트위터에서 본 것 같아요.
★베리 : 트위터가 이어줬네요. 고맙다. 하하.
■첼시 : 그러니까요. 하하.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게 돼서 영업팀을 지원을 했는데 될 줄 몰랐죠. 근데 된 거예요!
영화제도 친구 덕분에 알게 됐는데요. 인권에 대해서 알려준 친구가 영화제도 소개를 해줬어요. 그 친구는 영화 전공이어서. 인디다큐 페스티벌을 2020년인가 갔었고 그때 영화제라는 걸 접하게 됐죠. 근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너무 다 인권인 거예요.(?) 여기가 미국인가 약간 한국에 있는 느낌이 안 드는 거예요. 되게 신선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미디어를 더 좋아하게 되고 그때부터 영화도 참 좋아하게 됐어요. 그리고 미국에 있을 때도 AMC라고 그냥 CGV같은 영화관이 있는데, 한 달에 20불인가 내면 일주일에 3편씩 영화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영화도 볼 겸 그냥 일 끝나면 가고 그냥 그냥 시간만 나면 봤어요. 자막도 어차피 없으니까 그냥 보기 시작했는데 리스닝이 느는 거예요. 대충 액션 같은 거는 뭔가 이해를 못해도 누가 죽었고 어떻게 되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베리 : 맞아요. 표정으로 알려주고요.
■첼시 : 처음에는 진짜 영화를 고르는 눈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1년 정도 극장에 드나들다보니까 나랑은 안 맞겠다는 영화는 알겠더라고요.
★베리 : 그럼 그전까지는 막 영화를 막 좋아한다 이런 건 없었어요?
■첼시 : 무슨 광인까지는 아니었고..
★베리 : 지금은 광인인가요? 하하
■첼시 : 약간..? 좋아하는 걸 여러 번 보는 스타일이에요.
★베리 : 그러면 제일 많이 본 게 뭐예요?
■첼시 : 한국 드라마는 런온이요. 인생드라마예요.
(사진설명: 드라마 런온 포스터. 극중 인물 두 명(배우 임시완, 신세경)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베리 : 어떤 부분이 제일 좋아요?
■첼시 : 드라마에서 무성애자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굉장히 많은 점수를 줄 만한 것이었다고 보고, 그냥 로맨스 물이 아닌 뭔가 내 스스로가 온전히 뭔가 서 있으면서 나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도 챙기는 그런 방법을 조금 알려준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 같은 경우는 넷플릭스에 ‹더 프롬›이라고 있는데, 제가 하이틴이랑 해피엔딩에 환장하거든요. 약간 밝으면 환장해요.
★베리 : 본인 닮은 거 좋아하나봐요. 하하.
■첼시 : 저 세상 텐션 이거 완전 밝고 유토피아 같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약간 그게 또 뮤지컬 요소가 있어요. 그리고 약간 갑자기 노래 부르고 이런 거 있잖아요. 갑자기 “그래! 해보는 거야!” 이런 거 되게 좋아한다.(꺌꺌)
★베리 : 실제로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세요?
■첼시 : 초등학교 때 뮤지컬 하긴 했어요.
★베리 : 그쵸.. 그 에너지가 갑자기 오는 건 아니니까요?
■첼시 : 콩쥐팥쥐에서 참새역할이었어요.굉장히 비밀정보입니다.
N차 박장대소(사실 중간에도 꽤나 많은 박장대소가 있었습니다..)
■첼시 : (영화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 영화를 보다보면청소년 때 뭔가 나의 정체성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약간 이런 마음도 많이 들어요. 그리고 혐오세력을 되게 재미있게 까요. 성경에서 동성애가 안 된다고 했으니, 너네 부모님은 이혼했으니까 죽어야 되는 거냐는 식으로요. 바이블에서 말하는 문제 그대로의 해석은 어쨌든 다 오류라고 말하거든요. ‹Love the neighbor(이웃을 사랑하라)› 이라는 노래에서 특히요. 그러다가 극 중에서 혐오세력이었던 친구들도 다 옹호하는 세력이 되고, 나중에는 모두가 그 레즈비언 커플을 되게 응원하게 되는, 그래서 그 친구들만의프롬*을 열어주게 돼요.
*프롬: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는 미국의 파티
5. 페미니즘: 세상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해준 것
★베리 : 나에게 페미니즘이란 어떤 것 같아요?
■첼시 : 완전한 정답이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은물과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것, 근데 하지만 언젠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 인권 운동을 하지 않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페미니즘 덕분에 어떤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그렇고, 조금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내 자체가 주류가 아닌 사람이니까,세상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도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을 볼 때도 ‘꼭 이렇게 가르쳐야만 해’ 이런 건 아니고 ‘이런 성향일 수도 있고 저런 성향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나는 좀 이렇게 한번 맞춰봐야지.’ 이런 식으로 시도를 좀 해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게 저한테는 페미니즘인 것 같아요.
★베리 : 나를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거네요?
■첼시 : 네 많이요.
★베리 : 근데 정말 긍정적이에요. 처음에는 되게 화가 나니까 이거를 지키지 않으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이거를 지키지 않으면 왠지 내가 죄책감이 들고 이런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페미니즘을 다른 사람을 더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활용한다는 게 참 좋다고 느껴져요.
(사진설명: 해바라기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첼시의 뒷모습)
■첼시 : 화를 낸다고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화를 낸다고 바뀌면 화를 냈겠죠. 근데 이제 실질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니까, 내가 지금 화를 낸다고 해서 싸우기만 하니까요.
어쨌든 나는 저 사람이 지금은 아무리 빻은 말을 해도 다음 단계를 보기 위해서는 저 사람과 친해져야 되고, 저 사람을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 되는 거니까요. 옛날에 싸우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싸우는 건 정답이 아니다라고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품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베리 : 어떻게 다 품어요..?(글썽)
■첼시 : 품는 것은 저의 욕심일 수 있어요.(웃음) 욕심일 수 있지만..
★베리 : 품는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을 해요?
■첼시 : 예를 들면 그 사람이 이런 게 아니다라고 했을 때 논리적으로 말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으로 정리해서 말해주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을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전체 개념을 말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유아한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동화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러고 설명을 하는 거죠. 사회 문제가 어떻고 이렇게까지 갈 필요도 없고 그냥 ‘페미니즘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거야! 봐봐 너도 사람이고, 우리 사람이지?’ 이런 식으로요. 그 정도로만 말하고 만약에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것보다 쉽게 말하고요.
★베리 : 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직을 하긴 했거든요. 페미니즘 이슈를 일에서 풀고 싶어서요.
6. 야망은 체력에서 나온다!?
■첼시 : 근데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주류로 들어가야 내가 바꿀 수 있다고요.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를 찍어야 나의 목소리가 의미가 있어진다고 생각을 진짜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때 까지는 참아야죠. 참아야지 어떡하겠어요. 내가 어쨌든 거기까지 가기까지는 시간이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시간을 어쨌든 견뎌서 그 위치에 있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도 가야 되고, 더 많이 성공해야 되고 그런 생각이 되게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람들한테 더 많이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정말 뭔가를 바꾸고 싶기 때문에 나는 최고를 찍을 거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게 굳이 교육이 아니더라도 사업으로든 어떤 곳이든 정상을 찍고, 거기 사람들과 친해져서 거기서 함께 뭔가를 바꿀 거라는 그런 저의 희망과 꿈이 있어요.
★베리 :엄청난 포부네요!
■첼시 : 그래서 사실 저의 진짜 꿈은 한 달에 1억씩 기부하는 거거든요. 퀴어단체나 여성 단체가 어쨌든 돈이 부족해요. 그러면 돈을 주류에서 끌어와야 될 것 같아요. 저는 그걸 되게 영화제 하면서 많이 생각했거든요. 활동할 때도 돈을 많이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진짜 인권만 생각하면서 뭔가를 많이 바꿀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꼭 그렇게 만들어야지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베리 : 야망이 엄청나시네요. 와우
■첼시 : 하하, 네네. 야망이죠. 이게 열심히 살게 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 정도의 목표가 있으니까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뭔가 소소하게 실천하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저는 이제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생들 많이 가르치거든요. 교재 그림에 머리 짧은 사람이 나오고 A의 성별은? 이라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남자라고 하든 여자라고 하든 다 맞다고 해요. 아이들이 더 물어보면, 그러면 샘이 여자냐고 남자냐고 반문하고요. 머리 짧은 여성도, 머리가 긴 남성도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가끔 이제 제가 그런 얘기니까 가끔 그게 논 바이너리인지 모르지만 논 바이너리에 대해 얘기하는 친구가 있고 인터섹스인지 모르지만 인터섹스의 개념을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한테는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게 아니야 다른 성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한 번씩 그냥 던져줘요. 그러면 나중에 걔가 한 번쯤은 생각이 날 수도 있잖아요.언젠가는 그 말이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그런 식으로 실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베리 : 그러면 지금 어떤 대목표는 교육계의 대모가 되는 건가요?
■첼시 : 그럼요! 저는 기업을 차리고 싶어요. 저만의 재단을 차리고 싶고 저만의 유치원을 좀 차리고 싶고요. 대신에 거기에 꼭 인권교육과 상담을 꼭 넣고 싶어요. 이게 저의 1차적인 목표예요. 10년 안에 이뤘으면 좋겠어요.
★베리 : 이게 1차예요?(놀람)
■첼시 : 10년 아니고 5년 안에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지금은 조금 준비하고 있어서 이제 이것저것 좀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 일 얘기 하는 거 정말 좋아해요. 일 중심, 성취중심 사람인 것 같아요.
★베리 : 맞아요. 근데 이거 얼른 5년 안에 하려면 일 중독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첼시 : 그렇죠. 이게 제가 진짜 엄청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라서 이건 조금 합의하려고 저도 노력을 하고 있어요. 너무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자꾸 목표가 너무 크니까 이게 갭이 안 줄여지는 거예요. 그래서 현실과 좀 합의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나의 멘탈을 위해서.
★베리 : 맞아요. 멘탈 정말 중요해요.
■첼시 : 그렇죠 나의 멘탈을 위해서 아니면 너무 번아웃이 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제 키울 건 체력밖에 없다. 맞아 최근에 그걸 봤어요. 트위터에서 코어가 미래라고요. 요즘 들어 저희 인생 한 줄이거든요. ㅋㅋㅋ
★베리 : 진짜 사실이에요.
■첼시 : 왜냐하면 체력이 좋아지니까 학생들한테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줄 수 있고, 내 주변 사람들한테 조금 더 많이 신경 쓸 수 있더라고요.
★베리 : 저는 유산소를 꼭 하거든요. 왜냐면 저는 유산소를 안 하면 좀 신경질적이어져요.
■첼시 : 뭔지 알아요.
★베리 : 굳이 안 해도 될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까 꼭 해줘야 되더라고요. 괜히 신경질 내고 후회하고요.
7.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사람
★베리 :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예요?
■첼시 : 배꽃나래 감독님이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이라는 다큐영화인데, 그게 옛날에도 타투가 있었을까 질문하면서 옛날에는 먹물 같은 걸 묻혀서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을 새긴 게 감독의 외할머니였고요.
★베리 : 맞아요, 저희 외할머니도 있었어요.
■첼시 : 그 얘기를 되게 그 당시에 왜 언어를 많이 배울 수 없었는지 그러니까 왜 문맹률이 높았는지 이런 내용이랑 함께 다룬 다큐였는데 너무 좋았고 실제로 감독님이 너무 멋있어요. 지향하는 길이나 너무 멋있어가지고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라기보다 가장 인상 깊은 감독님이에요.
★베리 : 저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2019년도인가 돌아가셨거든요. 90세 넘어서 돌아가셨는데, 그때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했어요. 엄청 진짜 멋있는 감독님이에요.(작품집 전체를 샀다는 tmi) 영화들 중에 ‹방랑자›라고 있는데, 불어제목은 지붕도 없고 벽도 없는 이런 영화 제목이에요. ‘더러운 여성’을 영화에 담아내는 것이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그리고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라는 영화에서는 추수할 때 이삭을 주웠던 옛날 모습들과, 지금은 너무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그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주워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여줘요. 여러 이미지들을 주워서 영화를 만드는 자신과 함께요. 아마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사진설명: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영화 중 나이든 아녜스가 젊은 바르다를 쳐다보고 있는 장면)
■첼시 : 봐야겠어요. 찾아볼게요.
★베리 : 맨날 유명한 남자 감독들만 조명이 되잖아요. 미카엘 하네케도 미투 운동에 대해서 이상한소리 하는데 언제나 칭송받고 이러는데 나이 들어서까지 자기 작품 활동하는 여성 감독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첼시 : 맞아요. 저는 제 친구랑 우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에 있는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다니자고 했거든요. 그걸 친구는 사진으로 영상으로 찍고 전 인터뷰를 하고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자기 일을 잘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자, 여성이 일하는 모습을 담은 그런 전시를 하자고 했어요. 진짜 이것도 꼭 할 거예요.
★베리 : 너무 재밌겠어요! 진짜 할 것 같아요.
■첼시 : 사실 꿈이 하나 더 있는데, 제가 사실 상담받기도 하고 제가 선생님으로서 있으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일기를 써요. 과거에 나도 나니까 가끔 이제 그 순간을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거를 잊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원래 일기 쓰는 것도 진짜 싫어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그렇게 상담받으면서 쓰다 보니까 그게 습관이 돼서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모아진 글을 제가 딱 30살이 되는 해에 출판하고 싶어요. 내가 성공해서 쓴다기보다는 시작단계인 사람들한테 이만큼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저는 그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이렇게 이렇게 극복하세요라는 것보다는, 내가 살짝 불안감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나의 스텝은 어떻게 밟아나갔는지 그냥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예요. 누구한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목을 여기 적어놨었는데, 잠시만요.
★베리 : 세상에 벌써 제목을 정해놓았어요?
■첼시 : 아 여기있네요. ‘안주요? 먹는 안주요?’ 하하하하
★베리 : 빡세다, 세상에 무슨 일이야 이게!
■첼시 : 아니면 ‘달려라 첼시(00의 영어이름)’도 생각했어요. 결국 긴 자기소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해요. 제 20대에 되게 많은 변화가 있었어서 그거를 담아보고 싶어요.
★베리 : 재밌을 것 같아요. 전 책까지는 아니고 고민이 안 풀릴 때 그림일기를 그리거든요. 글로 쓰는 일기는 정말 편하게 쓰기 때문에 생각을 나열하지 정리가 되는 느낌이 잘 안 드는 거예요. 근데 그림은 인스타그램 기준으로 열 컷 안에 뽑아내야 되잖아요. 제일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것들을 뽑아내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이걸 계정을 따로 팔까 하다가 내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는데 싫어질까봐 지금은 그냥 정말 내킬 때만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어요.
(사진설명: 베리의 그림일기 중 일부. 단발 캐릭터와 함께 날근날근하게 돼버린 내 마음을 주말 봄볕에 말렸다 라고 써있다.)
■첼시 : 신기하다 그림일기는 생각을 못했어요.
★베리 : 진짜 다 달라요. 그런데 정말 뭘 많이 뭐 하시긴 하네요.
■첼시 : 일을 벌리는 거 좋아해요. 그러니까 하나 둘씩 벌리는 게 습관이 돼서 쌓인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어요. 이것저것 하나씩 뭔가 서바이벌 식으로 해온 것들이 축적이 된 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무조건 해야 되는 게 된 거죠.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해도 이것까지 해야 된다고 그 기준이 너무 높아진 거예요. 분명히 취미로 시작했는데, 일주일 뒤면 일이 커져 있어요. 놓아야 한다고 생각을 계속 하는 편이긴 한데 놓는 게 쉽지 않아요.
★베리 : 맞아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요.
■첼시 : 맞아요. 학생들한테도 그냥 가르치면 되잖아요. 근데 그게 안 되는 거죠. 나는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뭔가 좋은 멘토가 되고 싶은 거예요. 진짜로 뭔가 힘들 때 내가 뭔가 저 선생님한테 말하면 될 것 같아라는 그런 느낌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으니까 그래서 뭔가 더 열정을 막 이렇게 쏟는 것 같아요.
마음과 몸의 건강을 고민하고 나의 선한 영향력에 대한 감각이 있는, 너무나도 열심히 사는 페미니스트를 만나고 반가운 마음과 조금은 뻐근한 마음이 같이 들었습니다.
우리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렇게민우회와 연결돼서 있다는 울컥함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서로 이어져서 에너지도 나누고 기대가며 잘 살아봅시다!(으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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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또 다른 사례도 있나?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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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인터뷰① 내향인들의 만남.. 영지 춘을 만나다
▶ 크로스인터뷰② 노새, 효선님을 만나다-스포츠와 아드레날린과 물질만능주의에 관한 고찰(아님)
▶ 크로스인터뷰③ 제이, 엘라를 만나다- 안 친해도 세시간 반(놀랍게도 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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