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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후기] 함께 했기에 아름다웠던(?) 퀴어이론산책 #무지개산책회 #퀴어페미니스트책읽기모임

2022-01-10
조회수 1935

 

매우 늦은 모임 후기가 왔어요. 깊은 반성과 뉘우침과 회개로 시작합니다 ㅠ.ㅠ

 

『퀴어 이론 산책하기』, 전혜은

 

이번에는 630쪽

 

(산책이 아니라) 고난의 등반이 예상되니까 이름이라도 가볍자

 

 

 

이번에는 630쪽 분량의 책을 완독하기 위해 모인 용자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네이버 책 정보를 보니까 책 이름이 “쿼어 이론 산책하기”가 뭐냐!

 

 

제가 수정 요청했어요 (잘했죠?)

이제 네이버 검색하면 책 이름이 제대로 나온답니다 (뿌-듯)

 

9~11월 동안, 

『퀴어 이론 산책하기』를 함께 읽은 멤버는

로리, 류, 소현, 선영, 영수, 집곰, 현민, 희정

 

마지막 모임에는 무려 6명이 모였답니다. 

함께 했기에 아름다웠다,,,☆

 

 

산책회로 시작했으나, 회를 거듭하다보니 어느새 회개모임이 되어있었습니다.

무지개산책회가 아니라 무지개성찰회(?)

 

왜 그랬냐면요...

매주 책 읽은 소감을 물어보면 다들 고해성사를 하시는 바람에...^^

모임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반성했어요...”

“자아성찰을 좀 했습니다”

 

모임하면서 나눈 반성을 여러분에게 공유하면 그게 곧 후기일 것 같네요(?)

 

- 이성애 아니면 동성애로 생각하는 이분법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

-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생각하지만 성소수자인권이나 퀴어이론에 관심없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고 멀리했던 나를 반성했다.

-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생각해야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성소수자가 겪는 고통을 중심으로만 이야기했었는데 반성했다. 이제는 화내지 말아야지. 젠더에 대해 더 설명해야지.

- '한남유충'이라는 표현처럼 남자는 절대 변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트랜스젠더에게 가해지는 혐오표현으로 연결된다는 지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음. 반성...

- 소수자들은 언제나 기존의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무력감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건 요원하고 어려운 일이고. 기존의 언어로 어떻게 소수자 이야기를 하겠냐고 생각하면서 넘겼는데 인식에서 시작하는 건 공모일 수 있지만 전복일 수도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 그렇지만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니까 자아성찰을 하면서 언어를 고민해야지.

- 소비자로서 정체성이 강화되는 부분이 꼭 성소수자운동에서만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도 그런 전략을 많이 쓰긴 하는 거 같다. 결혼산업의 마지막 소비자는 동성애자다, 핑크머니 뭐 이런 이야기들. 그런데 이게 참 결국 자본주의에 영합하기도 하는...

- 숙대 합격한 트랜스젠더에게 혐오와 차별이 가해졌던 사례.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다른 사람에게도 안전한 건 아닐 수 있다.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다고 반성했다.

- 내가 제일 고통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생각했었는데 나도 내 안에서 감정의 위계를 나누고있었구나 반성했다.

- 감정에 대한 전시를 이용하기도 했다. 눈물을 이용해서 말문을 막는 방식을 많이 활용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럼 어떡해요? 존재할 수 없어요? 죽으라는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 퀴어 이론 죽은지도 몰랐다. (책 마지막 장의 제목 : 퀴어 이론 아직 안 죽었다)

 

 

마지막 모임에는 완독 기념으로 별점 평가와 소감을 나눴습니다 :-) 

 

 

 §명예의 전당 - 630쪽 완독자 - §

 

 

현민

 

★★★★★ (5점)

 

반성을 많이 하게 해주었고요. 책 이름에 빗대어 말하면 산책을 해서 어딘가에 갔는데 어딘지 모르겠어요. 집으로 돌아가지를 못했고. 어딘지 모르겠는데 산책하기 전에 있었던 곳보다 더 나은 곳인 거 같아요. 우리 동네 정도 돌 생각이었는데... 저의 지식을 과대평가했던 거 같아요. 내가 마포구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함경북도 정도로 데려간 거 같아요. 어딘지 모르겠으니까요.

모임 너무 재밌었어요. 깔깔거리며 즐겁게 모임한 거 너무 행복했어요. 한번도 안 빠지고 참여했다는 것이 감동적입니다. 예에~!

 

 

희정

 

★★★★ (4점) : 나를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1점을 뺐음. “이 나를 이해시키는 데 실패한 책” (농담이라고 주장함)

 

저한테 너무 어려웠어요. 제가 이걸 따로 혼자 읽어봐야할 거 같아요. 가까운 사례들을 많이 들어주셔서 이해하기가 좋았는데 제가 너무 지식이 미천해서 다 이해를 못한 거 같고 그래서 더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임은 많이 웃겼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퀴어 지인이 별로 없는데 이야기해도 맨날 데이팅 어플 돌렸다는 얘기만 해요. 페미니스트 이야기하다가 일상 얘기로 들어가면 데이팅 어플 이야기만 해요ㅋㅋ

 

 

로리

 

★★★★★ (5점)

 

일단 번역서가 많은데 이 책은 우리나라 학자가 써줘서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이해된 거 아닐까? 예시도 동시대에 살아있는 최신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나마 이해된 거 같아요. 톤이 조금씩 바뀌는 것도 좋았고 요즘에 뭉뚱그리거나 완곡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은 두려울 거 없을 것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어요. 산책 안내하는 것처럼 데려가는 느낌도 좋았고. 저작 활동을 많이 하셔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상반기에 참여한 모임은 처음부터 엄청 시끄러워서 좋았는데, 이번에는 초반에 서로 눈치 좀 보다가 점차 익숙해지는 분위기도 좋았어요. 책읽기 모임을 오랜만에 해서 좋았는데 발제 형식은 없었지만 다들 준비해오는 것 같아서 좋았고. 마지막까지 참여가 많아서 좋았어요.

 

 

선영

 

★★★★☆ (4.3점)

 

책을 완독하지 못해서 감히 책을 평가하기가...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싶지만. 0.5점은 저 같이 퀴어와 관련해서 지식이 많이 없는 사람들은 1회독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워서 0.5점을 뺐고 0.2점은 가독성이 조금. 어려워서 읽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이야기하는 게 이해도 잘 되고 그 말이 그 말이었나보다 생각이 들었어요. 손이 잘 안 가는 거 같아요.

첫 모임 때 저는 되게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를 느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어느 정도 많이 아시는 거 같은데 저는 아닌 거 같아서 여기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인가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계속 잘해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까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분위기가 좋아서. 마지막까지 오고 싶었던 거 같아요.

 

 

집곰

 

★★★★★ (5점)

 

저는 좀 되게 오만했던 거 같아요. 전혜은 선생님 옛날 책도 읽었고 논문 내용으로 나온 책도 읽었고 강의도 들었고. 팬심으로 책을 샀는데 덕질하기 너무 힘들다... 선생님들 덕질하기 너무 어려워. 책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 결론이 난 부분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도 선생님인데 나쁜 얘기를 쓰시지는 않았겠지. 저자의 의도 중 하나는 확실하게 알 거 같아요. 옛날에 강의하실 때 왓슨이랑 산책하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꽤 길게 하신 적이 있는데 왓슨이랑 산책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알 수 있다.

민우회 모임 자체도 오랜만이고 줌으로 뭘 해보는 게 처음이에요. 회사도 되게 옛날 일을 하는 옛날 회사라서 이런 최신... 줌으로 적응이 너무 안 되고 사실은 지금도 적응이 잘 되는 건 아닌데 되게 즐겁네요. 상상 이상으로 즐겁고 신세계. 다들 편하게 잘 해주셔서 다음에도 하면 좋겠어요.

 

 

 

★★★★★ (5점)

 

퀴어 이론에 대해 알고 싶다면,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의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니, 사실은 온 세상 사람들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성/남성, 이성애/동성애 등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과 관계에 대한 수많은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인데요. 이 책이 많은 의문과 고민들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지지해주기도 했습니다. 인식이 확장되는 짜릿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고요.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꼭 다시 읽어보려고요!

이번 퀴어 이론 산책하기는 무지개산책회 멤버들과 함께 해서 외롭지 않고, 덜 고된 산책이었습니다. 모임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퀴어 이론 산책하기』 여러분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면서...!

후기는 이만 마치도록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