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 <내 머릿속의 무지개> 게임 카드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손(무의식)에 있는 카드를 선택해 테이블 중앙(사회)에 내려놓고, 사회에 쌓인 상태카드들을 적절한 떄에 자신의 앞(내면)으로 가져옵니다. 정신장애의 주요 증상들을 상징하는 다양한 색깔의 요괴는 매 라운드를 끝날 때 점수가 되지만 한 색깔의 요괴가 너무 많아지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내면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 게임 설명 중, 제작 스튜디오 조우 studiojou.com
페미니스트 정신질환자 모임 <페/미/정/신>은 각자의 정신질환 경험을 나누고 책 세미나를 하는 민우회 소모임인데요. 5주간 매 주 화요일에 만나 모임을 이어갑니다. 9월 28일(화) 첫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나무, 이도, 지은, 꼬깜이 만나 각자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첫 만남부터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ADHD 등 병명으로 서로의 소개를 하게 됐습니다. 병명으로 자연스레 서로를 소개한 분위기가 꽤 낯설고 신기하다 함께 웃었습니다. 리단님이 쓰신 책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을 읽고 있는데요. 각자 밑줄 친, 마음에 남았던 글귀와 나눈 이야기를 후기에 담아봅니다.(9/28, 10/5)
[“그래 맞아, 나는 정신병자지”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한 명의 병자로서 병의 편견에 초연해진 상태에 다다랐다고 여긴다.] 8p
[나는 정신질환이 가진 질병으로서의 실제적 위험성과 그 현실적인 파괴력을 강조하고자 정신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1p
“정신병자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거부감. 질병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취지라는 것이 파악되나 우려도 있다.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병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언어를 잘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정신병이 있다고 하면 내가 횡설수설할까봐 혹은 비논리적일까봐 두려울 때가 있다."
“정신병자란 말을 들으면 사실 숨 막힌다.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데 이 단어가 작동되기도 한다.”
“그간 정신병자란 용어에 남겨진 수많은 낙인들을 거부하고 스스로 그 단어의 주인이 될 때 마치 퀴어란 용어처럼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조정하려고 애썼는지,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 그도 아니면 절망했거나 고통 받았는지 등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 독해가 현실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9p
[그렇게 더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 정신병에 대한 흥미나 공포를 자극하는 속설 또는 오해, 다 괜찮다는 식의 무책임한 위로나 근거 없는 대체요법이 난무하는 여기에서 이제 우리가 모여 수많은 이야기를 할 차례다.] 11p
“무책임한 위로라니.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위 문장에서 위로, 통쾌함을 느꼈다.”
[삽화 : 정신병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수행 능력에 손상이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13p
"삽화가 뭘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사후적으로 과거의 어느 때를 질환의 시기로 인정하는 것. 보통 당시에는 모르고 이후에 그 때가 삽화였구나, 알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병과 공존한다는 인식을 넘어 병과 육체를 공유하는 느낌을 알게 된다. 병이 ‘너 못 움직여’, ‘너 못 나가’, ‘너 못해’, 또는 ‘너 이거 해’, ‘이렇게 해’라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중략) 병에 익숙해지는 것이 훨씬 가능한 목표이다. 우리는 패턴을 발견한다. 병을 학습하고 병에 대응한다.] P.24
“병 VS 기분. 구별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게 내 병 때문인가? 아니면 내 기분인가?”
“그것을 구분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몇 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봐도 무기력감이 극복되지 않을 때, ‘끈질기다’는 감각이 강할 때, 통제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병이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
“병을 학습하고 병에 대응하는 것은 단순 병식이 아니었다. 병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을 넘어 중요한 것은 일상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었다. 약복용이 다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때 가장 빈번하게 들었던 생각은 억울함이었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 출석, 출퇴근, 식사, 음주, 수면 등이 내게는 공황과 조증과 우울과 동반하는 신체증상의 총집산과의 전쟁이었다.] p.27
“갑작스럽게 억울할 때가 있다. 왜 나만, 이 사소한 것들에도 고통을 겪어야 하나. 외로울 때가 있었다.”
[나는 종종 배신감을 느낀다. 거침없이 멀어지는 거리감을 느낀다. 사회에 반쪽짜리 소속감을 느낀다(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을 잇기 위해 뛰어드는 이들을 생각한다.] 29P
[그간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그래도 병원에 내원하셨다니 천만다행입니다.]- 30P
“돌이켜보면 이 한마디를 듣고 싶었다. 환대의 말. 그간 얼마나 외로웠냐는 말을 곱씹었다. 과한 연민도 괜한 과장도 없다.”
[병식은 단순히 ‘나는 병이 있습니다’ 하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다. 병식은 병을 인정하고, 이 병을 관리하는 패턴을 만들며, 병적 상태에서 자신의 행위가 자신 또는 타인에게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나는 병이 있다’라고 생각하기만 하는 ‘병식 없는’ 환자 A와 병식이 있는 환자 B는 똑같이 조증이 와도 그 사고와 행동이 다를 것이다.] 41p
“병식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내 머릿속의 무지개> 게임도 함께 해봤습니다.

“각 상태를 표현하는 그림의 묘사가 굉장히 세심하다.”
“편집증 카드에서 그림 속 이미지가 찌뿌리는 눈빛 고통스러워하는 느낌이랄지 집착, 공포 카드에서 그 캐릭터의 얼굴 표정이 단순 상상하는 공포와 다르게 멍한 눈빛과 다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매우 유사하게 감정을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편집증은 망상 동그라미가 두개 있는데 망상이 쌓이면 편집증이 쌓이는가 그걸 표현한 것인가 궁금했다. 왠지 그럴 것 같은데.”
“공황 카드가 모두 버리고 빠지는 약간 조커 카드인지 악마카드인거 같은데 공황장애가 있는 입장에서는 그 카드 보니 왠지 공항 올 것 같다. ㅋㅋ 다소 요괴 중에 요괴같은 기분이랄까...”
“단순 감정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서 각 상태카드가 드러내는 질환의 형상을 보며 자조모임에서 할 수 있는 번역된 감정(정희진 선생님은 고통, 정신질환을 설명할하는 것은 한 번 뇌에서 거친 스스로 번역한 이후의 말이라고 하셨다. 공감됐다.)을 보다 편하게 설명하게 했다.”
“각 카드가 사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픔 세개가 죄의식 카드던데 죄의식과 편집증과 특이행동 이런게 사실 연결된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거기서 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병증의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분이었고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또한 나에게는 다소 희미한 다른 이의 병증을 이해하는 경험이었다. 내가 겪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았던 관찰의 경험이 떠올랐다. 게임 자체보다 이 카드가 의미하는 바를 서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겠다. 카드를 하나씩 꺼내보여주며 나에게 작게라도 있었던 순간을 나누니 사회, 내면, 무의식이란 게임의 룰이 한꺼번에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자조모임은 마음이 맞는 주변 사람과 얼마든지 만들어볼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이 사람을 밑바닥에서 끌어올리자’와 같은 비장한 목표를 갖는 게 아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50p
“누군가 누구의 구원자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정신질환은 또 그걸 찾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밀착감이 만들 수 있는 위계에 유의해야 한다.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기. 누군가를 구원하려 하지 않기.”
[우리는 기약 없는 우울증에 탑승한 채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데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울증 한복판에 놓인 사람들은 모두 무엇인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52p
“우울증은 허공에 주먹질하는 느낌이다. 우울증인지 게으름인지 헷갈린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날 감싸는, 물 안에 있는 기분이 든다. 걸으려고 해도 잘 안 걸어지는 잠긴 느낌. 어딜 걸으면 차에 치였으면. 이대로 죽었으면.”
"우울증에 의한 것인지 모를 때 자살이나 자해에 대한 이야기에 공포로 압도된 적이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러면 더더욱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
“‘우울할 땐 움직여야 해. 안움직여서 우울한거야’란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 근본적으로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게 병증인데 저 말이 ->그래 움직여볼까?가 아니라 ->그래 난 쓸모없어의 확신으로 가게 한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나한테 왜 해?”라고 말을 들을 때도 있었는데...
감정포현의 해소 측면도 있기도 했었던 것 같아,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대비하는 마음. 회피의 회피는 죽음, 죽음의 상상은 회피할 때, 악순환이
병증인 것 같다."
"병 이전으로 돌아간다? 극복한다? “돌아가야 할 괜찮은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음. 치료의 목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우는 것."
[우울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잘 모르겠다’입니다. 언어가 우울증 환자와 현실의 연결고리가 될 수 없음을 환자도, 주변 사람도 알아야 합니다. 교류는 반드시 행동으로, 혹은 언행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56p
[우울증 환자들은 대게 감정이나 정동의 둔마를 띠고 있고 말하는 것이나 반응하는 것이 느려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56p
“잘 모르겠다”. 이 말을 많이 한 때가 있었다."
"감정의 제거로 허한 느낌이 컸을 때 멋있는 어른이 된 줄 알았지만 사실은 병증의 신호였다."
[우울은 힘이 세며, 전염됩니다. 도우려 하는 사람이 같이 우울해지는 경우는 너무나 흔합니다. 병자의 감정에 일정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중략) 그렇게 자신이 버티고 있어야 후에 조금 호전된 우울증 환자가 짚고 일어설 생활환경의 토대가 됩니다.] 58p
”거리감을 유지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주변인들에게 필요한 말이다.”
[감정이 질식할 것만 같다고 느낄 때는 미리 정한 특정 행동을 당장 시작합니다. (중략) 규칙, 반복, 훈련 등을 적극적으로 삶에 가져오세요. 꼭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우리는 기분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났습니다. 오로지 움직이십시오. 고양이들처럼.] 71p
“병증 있는 환자부터 모두에게 주는 메세지 같다. 우리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조현병의 명칭은 본래 정신분열병이었다. (중략)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이다. 병으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를 통해 조화롭게 하면 좋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23p
“환청, 망각을 실제 느끼는 환자의 경험에 대해 생각한다. 환자 본인에겐 분명 실재하는 감각일텐데. 당사자만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멈춰야 하지 않을까. 고통스런 증명을 해야 하는 당사자 넘어 사회가 주변이 그 병증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수의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병명이나 병증을 공개하지 않는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보도가 늘어나고 병명이 강조될수록 정작 환자들의 생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요구하는 회복에 필요한 치료와 복지 시스템은 가려진다. (중략) 그들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범죄가 잘못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범죄란 정신질환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충족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121p
"특히 조현병 환우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차별, 혐오가 어마무시하다. 범죄 보도에서 정신질환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을 때
정신질환을 강조하는 보도 멈춰야 한다."
[나는 섣불리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이 어느 시점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122p
책을 읽고 함께 할 액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비보험 가입 거부,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공포나 우울로 압도될 때 안도할 카드 만들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답니다. 페미정신에 많은 관심부탁드리고 모임이 다 끝나면 두 번째 후기로 돌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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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 <내 머릿속의 무지개> 게임 카드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손(무의식)에 있는 카드를 선택해 테이블 중앙(사회)에 내려놓고, 사회에 쌓인 상태카드들을 적절한 떄에 자신의 앞(내면)으로 가져옵니다. 정신장애의 주요 증상들을 상징하는 다양한 색깔의 요괴는 매 라운드를 끝날 때 점수가 되지만 한 색깔의 요괴가 너무 많아지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내면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 게임 설명 중, 제작 스튜디오 조우 studiojou.com
페미니스트 정신질환자 모임 <페/미/정/신>은 각자의 정신질환 경험을 나누고 책 세미나를 하는 민우회 소모임인데요. 5주간 매 주 화요일에 만나 모임을 이어갑니다. 9월 28일(화) 첫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나무, 이도, 지은, 꼬깜이 만나 각자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첫 만남부터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ADHD 등 병명으로 서로의 소개를 하게 됐습니다. 병명으로 자연스레 서로를 소개한 분위기가 꽤 낯설고 신기하다 함께 웃었습니다. 리단님이 쓰신 책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을 읽고 있는데요. 각자 밑줄 친, 마음에 남았던 글귀와 나눈 이야기를 후기에 담아봅니다.(9/28, 10/5)
[“그래 맞아, 나는 정신병자지”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한 명의 병자로서 병의 편견에 초연해진 상태에 다다랐다고 여긴다.] 8p
[나는 정신질환이 가진 질병으로서의 실제적 위험성과 그 현실적인 파괴력을 강조하고자 정신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1p
“정신병자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거부감. 질병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취지라는 것이 파악되나 우려도 있다.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병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언어를 잘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정신병이 있다고 하면 내가 횡설수설할까봐 혹은 비논리적일까봐 두려울 때가 있다."
“정신병자란 말을 들으면 사실 숨 막힌다.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데 이 단어가 작동되기도 한다.”
“그간 정신병자란 용어에 남겨진 수많은 낙인들을 거부하고 스스로 그 단어의 주인이 될 때 마치 퀴어란 용어처럼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조정하려고 애썼는지,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 그도 아니면 절망했거나 고통 받았는지 등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 독해가 현실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9p
[그렇게 더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 정신병에 대한 흥미나 공포를 자극하는 속설 또는 오해, 다 괜찮다는 식의 무책임한 위로나 근거 없는 대체요법이 난무하는 여기에서 이제 우리가 모여 수많은 이야기를 할 차례다.] 11p
“무책임한 위로라니.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위 문장에서 위로, 통쾌함을 느꼈다.”
[삽화 : 정신병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수행 능력에 손상이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13p
"삽화가 뭘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사후적으로 과거의 어느 때를 질환의 시기로 인정하는 것. 보통 당시에는 모르고 이후에 그 때가 삽화였구나, 알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병과 공존한다는 인식을 넘어 병과 육체를 공유하는 느낌을 알게 된다. 병이 ‘너 못 움직여’, ‘너 못 나가’, ‘너 못해’, 또는 ‘너 이거 해’, ‘이렇게 해’라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중략) 병에 익숙해지는 것이 훨씬 가능한 목표이다. 우리는 패턴을 발견한다. 병을 학습하고 병에 대응한다.] P.24
“병 VS 기분. 구별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게 내 병 때문인가? 아니면 내 기분인가?”
“그것을 구분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몇 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봐도 무기력감이 극복되지 않을 때, ‘끈질기다’는 감각이 강할 때, 통제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병이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
“병을 학습하고 병에 대응하는 것은 단순 병식이 아니었다. 병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을 넘어 중요한 것은 일상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었다. 약복용이 다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때 가장 빈번하게 들었던 생각은 억울함이었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 출석, 출퇴근, 식사, 음주, 수면 등이 내게는 공황과 조증과 우울과 동반하는 신체증상의 총집산과의 전쟁이었다.] p.27
“갑작스럽게 억울할 때가 있다. 왜 나만, 이 사소한 것들에도 고통을 겪어야 하나. 외로울 때가 있었다.”
[나는 종종 배신감을 느낀다. 거침없이 멀어지는 거리감을 느낀다. 사회에 반쪽짜리 소속감을 느낀다(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을 잇기 위해 뛰어드는 이들을 생각한다.] 29P
[그간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그래도 병원에 내원하셨다니 천만다행입니다.]- 30P
“돌이켜보면 이 한마디를 듣고 싶었다. 환대의 말. 그간 얼마나 외로웠냐는 말을 곱씹었다. 과한 연민도 괜한 과장도 없다.”
[병식은 단순히 ‘나는 병이 있습니다’ 하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다. 병식은 병을 인정하고, 이 병을 관리하는 패턴을 만들며, 병적 상태에서 자신의 행위가 자신 또는 타인에게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나는 병이 있다’라고 생각하기만 하는 ‘병식 없는’ 환자 A와 병식이 있는 환자 B는 똑같이 조증이 와도 그 사고와 행동이 다를 것이다.] 41p
“병식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내 머릿속의 무지개> 게임도 함께 해봤습니다.
“각 상태를 표현하는 그림의 묘사가 굉장히 세심하다.”
“편집증 카드에서 그림 속 이미지가 찌뿌리는 눈빛 고통스러워하는 느낌이랄지 집착, 공포 카드에서 그 캐릭터의 얼굴 표정이 단순 상상하는 공포와 다르게 멍한 눈빛과 다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매우 유사하게 감정을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편집증은 망상 동그라미가 두개 있는데 망상이 쌓이면 편집증이 쌓이는가 그걸 표현한 것인가 궁금했다. 왠지 그럴 것 같은데.”
“공황 카드가 모두 버리고 빠지는 약간 조커 카드인지 악마카드인거 같은데 공황장애가 있는 입장에서는 그 카드 보니 왠지 공항 올 것 같다. ㅋㅋ 다소 요괴 중에 요괴같은 기분이랄까...”
“단순 감정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서 각 상태카드가 드러내는 질환의 형상을 보며 자조모임에서 할 수 있는 번역된 감정(정희진 선생님은 고통, 정신질환을 설명할하는 것은 한 번 뇌에서 거친 스스로 번역한 이후의 말이라고 하셨다. 공감됐다.)을 보다 편하게 설명하게 했다.”
“각 카드가 사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픔 세개가 죄의식 카드던데 죄의식과 편집증과 특이행동 이런게 사실 연결된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거기서 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병증의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분이었고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또한 나에게는 다소 희미한 다른 이의 병증을 이해하는 경험이었다. 내가 겪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았던 관찰의 경험이 떠올랐다. 게임 자체보다 이 카드가 의미하는 바를 서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겠다. 카드를 하나씩 꺼내보여주며 나에게 작게라도 있었던 순간을 나누니 사회, 내면, 무의식이란 게임의 룰이 한꺼번에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자조모임은 마음이 맞는 주변 사람과 얼마든지 만들어볼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이 사람을 밑바닥에서 끌어올리자’와 같은 비장한 목표를 갖는 게 아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50p
“누군가 누구의 구원자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정신질환은 또 그걸 찾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밀착감이 만들 수 있는 위계에 유의해야 한다.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기. 누군가를 구원하려 하지 않기.”
[우리는 기약 없는 우울증에 탑승한 채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데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울증 한복판에 놓인 사람들은 모두 무엇인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52p
“우울증은 허공에 주먹질하는 느낌이다. 우울증인지 게으름인지 헷갈린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날 감싸는, 물 안에 있는 기분이 든다. 걸으려고 해도 잘 안 걸어지는 잠긴 느낌. 어딜 걸으면 차에 치였으면. 이대로 죽었으면.”
"우울증에 의한 것인지 모를 때 자살이나 자해에 대한 이야기에 공포로 압도된 적이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러면 더더욱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
“‘우울할 땐 움직여야 해. 안움직여서 우울한거야’란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 근본적으로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게 병증인데 저 말이 ->그래 움직여볼까?가 아니라 ->그래 난 쓸모없어의 확신으로 가게 한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나한테 왜 해?”라고 말을 들을 때도 있었는데...
감정포현의 해소 측면도 있기도 했었던 것 같아,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대비하는 마음. 회피의 회피는 죽음, 죽음의 상상은 회피할 때, 악순환이
병증인 것 같다."
"병 이전으로 돌아간다? 극복한다? “돌아가야 할 괜찮은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음. 치료의 목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우는 것."
[우울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잘 모르겠다’입니다. 언어가 우울증 환자와 현실의 연결고리가 될 수 없음을 환자도, 주변 사람도 알아야 합니다. 교류는 반드시 행동으로, 혹은 언행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56p
[우울증 환자들은 대게 감정이나 정동의 둔마를 띠고 있고 말하는 것이나 반응하는 것이 느려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56p
“잘 모르겠다”. 이 말을 많이 한 때가 있었다."
"감정의 제거로 허한 느낌이 컸을 때 멋있는 어른이 된 줄 알았지만 사실은 병증의 신호였다."
[우울은 힘이 세며, 전염됩니다. 도우려 하는 사람이 같이 우울해지는 경우는 너무나 흔합니다. 병자의 감정에 일정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중략) 그렇게 자신이 버티고 있어야 후에 조금 호전된 우울증 환자가 짚고 일어설 생활환경의 토대가 됩니다.] 58p
”거리감을 유지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주변인들에게 필요한 말이다.”
[감정이 질식할 것만 같다고 느낄 때는 미리 정한 특정 행동을 당장 시작합니다. (중략) 규칙, 반복, 훈련 등을 적극적으로 삶에 가져오세요. 꼭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우리는 기분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났습니다. 오로지 움직이십시오. 고양이들처럼.] 71p
“병증 있는 환자부터 모두에게 주는 메세지 같다. 우리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조현병의 명칭은 본래 정신분열병이었다. (중략)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이다. 병으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를 통해 조화롭게 하면 좋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23p
“환청, 망각을 실제 느끼는 환자의 경험에 대해 생각한다. 환자 본인에겐 분명 실재하는 감각일텐데. 당사자만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멈춰야 하지 않을까. 고통스런 증명을 해야 하는 당사자 넘어 사회가 주변이 그 병증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수의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병명이나 병증을 공개하지 않는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보도가 늘어나고 병명이 강조될수록 정작 환자들의 생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요구하는 회복에 필요한 치료와 복지 시스템은 가려진다. (중략) 그들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범죄가 잘못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범죄란 정신질환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충족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121p
"특히 조현병 환우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차별, 혐오가 어마무시하다. 범죄 보도에서 정신질환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을 때
정신질환을 강조하는 보도 멈춰야 한다."
[나는 섣불리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이 어느 시점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122p
책을 읽고 함께 할 액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비보험 가입 거부,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공포나 우울로 압도될 때 안도할 카드 만들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답니다. 페미정신에 많은 관심부탁드리고 모임이 다 끝나면 두 번째 후기로 돌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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