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문제점과 고민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5월 12일을 첫 모임을 시작으로 격주 수요일 저녁마다 온라인이 아닌, 민우회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모임을 진행하였는데요.
처음에는 4회 모임으로 계획했다가, 일 경험에 대한 에세이를 각자 적어서 공유하는 5회차 모임을 한 차례 더 가지게 되었어요.
모두 다양한 직종에 몸담고 있지만, 네 번의 모임을 통해서 나오는 경험담들은 서로 어찌나 닮아있는지.
다들 같은 회사에 다니시는 줄 알았지 뭐예요.
5월 12일 1회차모임에서는
tvn 단편드라마 ‘박성실씨의 사차 산업혁명’을 함께 보았습니다.
AI상담원 도입으로 인해 해고위기에 처한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였는데요.
모임 멤버 중에 콜센터에 일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매우 활발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감정노동이 전제되는 서비스 직종에는 왜 여성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하면서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문제를 잘 해결하여 만족감을 표현할 때
성취감과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는 실제적인 이야기도 함께 오갔어요.
점차 AI기술이 확산되면서 노동의 지형도 변화되고 있는데요.
여성들에게는 이것이 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우리가 잘 살펴보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5월 26일 2회차모임에서는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중에서 일부를 함께 보았는데요.
판교 IT업계의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일의 기쁨과 슬픔’,
청년구직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중년의 가사도우미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여성 간에 일어나는 이야기인 ‘도움의 손길’
이렇게 총 3편의 단편소설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6월 9일 3회차모임에서는
유새빛 작가의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에세이를 소재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어요.
성희롱을 겪거나, 혹은 성희롱을 겪지는 않더라도 주변에서 들어보았거나,
혹은 성희롱이 아니지만 성희롱이 일어날 것만 같은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성희롱 사건을 실제 신고로까지 대응했던 경험담을 리얼하게 나눠주신 분도 있었고,
이외에도 성차별적인, 성희롱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하는 문제적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소소한 팁을 함께 공유하기도 하였답니다.
6월 23일 4회차모임에서는
민우회가 2018년에 발간한 소책자 ‘회사의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OO의 책상위에 올려놓고 싶은 책’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여성을 배제하고 대상화하는 키워드별 조직문화(반말, 외모지적, 회식, 막내역할 등),
이러한 조직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성차별적 노동구조를 분석한 책이라, 다양한 경험담이 오고 갔습니다.
7월 22일 마지막 5회차모임에서는
각자 모임에 참여하면서 떠올랐던 직장생활에 대한 단상, 나의 감정을 에세이로 적어서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솔직한 글을 써주셨는데요. 이번 모임 멤버들의 다양한 일경험이
다른 회원님들과 또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나누어지면 좋겠다는 참가자분들의 의견을 모아 후기에 함께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잘 읽어봐 주시고, 각자의 일경험을 떠올리면서 지지와 위안이,
그리고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 일을 계속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까지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번 소모임 ‘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의 부제는
‘나는 싸우지 않고 일하고 싶다’였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빡치는 순간들, 롤모델이 적고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조건들,
나이가 들수록 왜 여성들은 자기만의 일을 갖기 어려운 것인지 등등
여성노동자가 일을 하며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같이 나누었는데요.
온갖 차별과 부당함이 상존하는 일터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각자의 꿈을 이루기위해
일이든 관계이든 어떠한 성취를 해 나가고 있음도 동시에 확인하였습니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쌓아온 직장생활 대응팁과 노하우도 함께 나누었는데요.
성차별이 작동하는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우리는 이미 잘 싸워나가며 성취도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을,
이 후기를 보시는 모든 분들이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늘 그랬듯 끈질기게 사회를 바꿔낼 거잖아요?!
6편의 일경험 에세이와 함께 후기를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하반기에도 이어질 여성노동 소모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많관부)

[소모임 참가자 일경험 에세이]
by 폭죽
첫 회사에는 자칭 친구에게 한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꼰대 남상사와 자식까지 있지만 주말엔 강남 클럽에서 20대와 논다는 역겨운 남상사와 팀으로 일을 했고, 꼰대 남상사는 아래 직원에게 일을 잘 알려줬지만 꼰대였고 역겨운 남상사는 회식만 하면 여자한테 과장 시켜주는 이유는 나가라는 뜻이라는 둥 일 잘하는 여성은 과장까지밖에 못 올라가고 더 일하고 싶으면 프리랜서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과 얼른 일 관두고 퇴사하라는 둥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다.
그때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간 후 강남역 여성혐오 사건으로 헤어짐을 겪은 일베와 다른 없는 사상을 가진 남선배와 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는 남선배 등 대학 시절 어쩔 수 없이 어울리던 20대 남들과 연을 정리했고 sns에 여성운동을 홍보하고 낙태죄 폐지 시위를 다니던 때였고 주변엔 같이 분노하고 나눌 여성동지가 없어서 여성의제에 분노하고 행동하는 수준을 넘어 혼자서 너무 예민했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던 때였다.
회사에서의 상황은 날 더 괴롭게 했고 회사 점심때마다 나오는 두 남상사의 대화는 속이 안 좋았으며 마침 ‘82년생 김지영‘이 나왔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건데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으며 다녀야 한다고? 다른 곳에 가서도? 첫 직장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없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결국 지고 나왔었다.
거길 나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업계 문화와 사람들. 그냥 디폴트의 30대남, 중년남들을 만나고 업무 외에 사람들 밑에 깔린 여자라고 후려쳐지는 사소하고 소소한 여성혐오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게 괴로웠지만 모르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업무로 지치고 그 밑에 깔린 ‘여자’여서 겪는 상황들에 날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게 다였다.
나의 노동의 가치를 낮춰가며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 거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도 안 하고 다녔지만 내 태도가 아주 조금은 바뀐 건 당장 이 일을 그만 둘 것도 아니고 돈벌이 수단으로 둘 거라면 아주 짧은 경력으로도 이 업계에서 겪은 부당하고 괴로운 일을 다른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펌화되며 괴로워하지 않게는 만들자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였다.
어느 업종이든 여성 상사가 굳이 롤모델이 되지 않더라도 여성 상사의 존재만으로 그 직업에서의 여성인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경험이 회사를 버티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첫 회사에서부터 여자의 미래는 이 업계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실제로 한 번 본 여성 상사는 프리랜서로 잠깐 들어온 분뿐이었는데 그 한 분으로 인해 회사 내에 여성인 상사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경력이 많은 여성 상사들 중엔 거기까지 생존하는 방법으로 명예 남성이 된 자들도 있었겠고 나아진다고 해도 ‘그 시대 그 사람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도 ‘미래의 나’를 상상할 수 있는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건 없는 것과는 다른 일이니깐 나도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롤모델이나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해도 존재하는 여성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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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고
* 외모평가
15년 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여성 직원의 외모평가를 하는 직원들은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대상이 된 경우도 꽤 있었구요. 지적하는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대놓고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등을 지적하거나 놀림거리로 만드는 경우나 다른 직원과 비교하면서 보고 배우라는 식으로 지적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자기들끼리 특정 연예인을 지칭하며 돈 없는 연예인 외모 여자랑 살래, 몇 십억 가진 못생긴 여자랑 살래 선택하라며 말도 안 되는 고민으로 쉬는 시간을 보내는 남자 직원들을 보며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비일비재 한 경우에 속하겠죠.
처음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선임이 저를 보고 치마를 입고 힐을 신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다음 날부터 한동안 청바지만 입고 농구화를 신고 다녔습니다. 저는 대학 3학년부터 스포츠 머리를 해서 입사 4년까지는 머리를 기르지 않았었는데, 지금도 가끔 외모평가가 들어오면 이 참에 머리를 확 자를까 생각하곤 합니다.
* 반말, 호칭, 복장
대학을 졸업하자마다 일을 시작했으니 이십 대 중반이 채 되지 않는 나이의 여성에게 몇몇의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자연스레 말을 놓기도 하였습니다. 당연히 저보다 직급이 높았고, 아마 편하게 생각해도 말을 놓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동료가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말을 놓는다니 나도 편하게 생각하자 싶어 같이 말을 놓아버렸습니다. 나이 차이가 20살 이상 나지만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행동에 아무도 군말은 없습니다. 만약 묻는다면 먼저 말을 놓아서 나도 놓는다 라고 할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존중해주어야 나도 존중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대민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 중에는 여성이기 때문에 무시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여성에게는 아가씨라는 호칭으로 반말을 하고 남성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립니다. 검사가 지연되는 경우에 여성에게는 큰 소리를 치며 고함을 지르다가도 남성 직원에게는 고분고분합니다.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요.
직군에 따라 유니폼이 복제규정으로 정해져 있지만 같은 직군이라도 여자만 입고 남자는 입지 않는 경우를 보며 성별이 특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 막내역할 전화, 탕비, 청소
흔히들 도맡아 하는 막내역할은 청소, 비품 정리, 탕비실 준비, 전화 받기 등이 있겠죠. 특히 전화 업무를 맡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정신이 없습니다. 일에 집중을 할만하면 전화 업무를 처리하느라 매일 같이 두 세시간은 남아서 마치지 못한 일을 처리했습니다. 어느 날 사무실에 타 부서에서 직원이 이동해 오게 되었습니다. 입사일은 저보다 선배지만 업무적으로 배우는 입장이라 제 대신 전화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그러니 정작 다른 직원들이 저보고 왜 전화 받는 업무를 하지 않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제가 이 사무실에서 전화 응대 업무를 혼자 15년을 했다고요. 그랬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구요. 많은 사람이 기존에 생각 없이 해왔던 많은 일들을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내지만 일하면서 전화 응대 업무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혹은 오랫동안 혼자 해왔던 업무를 조금 나누게 되어서 다행이다 정도의 생각만 다시 해봐도 참 좋을 텐데요.
이제 커피를 고르고 구매하는 일도 청소하는 일도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도 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건 본인이 직접 해봐야 알게 되겠지요. 모두가 사용하는 것은 모두의 일입니다.
* 개인적인 소회
이번 소모임에서 가장 큰 기쁨은 함께 사는 여성을 만날 수 있던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살아내는 여성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앞으로 더 많은 주제로 함께 이야기 하고 많은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참한 날도 있지만 매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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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작은 규모의 노조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간부 A는 내가 여름에 나시를 입고 다닌다며
호통을 쳤고, 위원장은 회의때 치마가 짧으면
방해가된다며 바지 입기를 강요했다.
그런 자칭 진보를 자처한다는 놈들조차 한남X 꼰대여서 빡이 자주 쳤다 ㅋㅋ
위원장은 비상근이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회의때 올라왔었는데
하루는 회의가 늦게 끝나서 시외버스가 없으니 영화관에서 영화보고 첫차로 내려간다고했다
같이 시간을 보내달라고해서 영화관을 같이 갔는데
바로 볼수있는게 색계였는데 정사 장면이 나오자
그새끼가 내 손을 잡고 주물럭거렸다 두번이나.
그리고 내 얼굴을 지얼굴로 끌고와서 혀를 내밀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몹쓸 X같은놈
근데 난 얼음처럼 얼어서 몸이 움직이지않다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겨우 피할수있었다
또 조합원인 한놈은 나랑 친분있게 지내면서
이런저런 집회에도 자주 같이 갔는데
이명박 퇴진 집회 종료하고 모텔에 쉬러갔다가
내 몸위로 올라타서 내가 거부하여 강간미수한적도 있다
어휴 이것들이 노조에서 알게된 인간들이 더하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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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싸람
작가에게 있어 일터는 작업 공간이고 그 안에서 자신과의 내밀한 싸움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치열한 현실입니다. 하여 이번 세미나를 마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펼쳐 든 책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읽힙니다.
여성 창작자에게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방해에 침범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을 하여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오래도록 깊히 공감해 왔으나 일상에서의 태도와 창작에 임하는 자세를 구분지으면서도 그 삶이 분열되지 않고 고립된 창작이 되지 않는 균형과 조화의 모습에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예가 공예적일때 문학을 여성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비평의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것은 공예적이라 수식되는 미학의 한 특성이 불완전하고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탄생한 이래 대부분의 여성이 도맡아 한 가사노동이 공예와 같은 영역을 공유하고 있는 듯 보이고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봅니다. 가사노동은 남성의 일과 비교해 '일'이 아닌 선택할 수 없는 의무였고, 일이 아니므로 그 가치에 대한 평가와 보상은 없었지요. 이것은 다른 시간과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없는, 기회의 상실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 쓰여져 본인 소유의 재산을 가질 수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선택하지 못한 결혼을 해야하는 영국에서의 여성의 생활상이 보여지는 글은 얼핏 지금의 현실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게 하나 여전히 여성의 사회진출은 가사노동을 동반하고, 가사노동은 노동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과 대우의 영역이며, 감정노동과 더불어 불필요하게 요구받는, 일이 되지 못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것을 여성에게 떠맡기는 역할의 근거로 드는 성향과 기질을 성별과 동일시 했기에, 성별을 지우고 나면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 자아와 인격이 보일 수 있는 자리 또한 함께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일상을 채워 삶의 근간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쓰임이 있는 사물을 만드는 공예는 상호필수적인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만 그것은 외형만 유사할 뿐 공유하는 특성은 없습니다. 공예적, 공예성이라는 정의를 내릴 때는 어떠어떠한 상태를 지칭하기에 외형으로 보여지는 형태로 판단할 수 없고 가치와 사물의 깊이를 발견하는 사유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넓히든, 주변과의 관계를 형성하든 인간이 교류하고 감각하는 현실은 물질과 사물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 감각이 깨어있는 일상의 생기가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한다 생각합니다. 일상과 삶은 공예가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공예품에 한정하여 공예성을 발견하려는 방법보다는 반대로 공예품이지만 공예적인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 사물,
공예적인 마음과 태도로 채워진 일상과 일상을 챙기지 못하는 무감각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공예적이라는 의미를 찾는다면 사전식 정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봅니다. 그러한 공예성은 생명력을 가지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성별로 포괄해 분류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인간, 그리하여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을 세상에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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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이
제목 : 직장 내 성희롱 겪고 인권위 진정 넣은 이야기
‘새로 입사할 회사가 블랙기업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입사 첫날 점심시간의 분위기를 기억해라’
친한 지인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입사 첫날 점심시간은 회사도 신입사원도 서로 잘 보이기 위해 사회인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자리인데 그 자리에서도 분위기가 싸하고 먹은 점심이 체한다면 그 회사는 블랙기업일 가능성이 높으니 근로계약서를 쓰기 전에 재빨리 탈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회사는 입사 첫날 점심시간부터 분위기가 싸하지는 않았지만, 입사 둘째 날 점심시간부터 문제가 있었다. 여자 사장, 할배 임원, 아재 부장, 나와 동년배의 남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사장이 갑자기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당시 나는 남자친구는 없고 여자친구만 있었지만 그냥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없다고 하면 동년배의 남직원과 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암튼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니까 화살은 동년배 남직원에게로 돌아갔다. 사장은 남직원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말이 헛나와서 “남자친구 있어?” 하고 물어보더니 “아이구, 누구 씨가 동성애자도 아닌데 남자친구라니. 나 그런 의도로 질문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라며 혼자 아주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웃어 제꼈다. 바로 앞에 동성애자가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X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면접 볼 때 사장의 성별이 여성이어서 아 그래도 이 회사는 성차별, 성추행, 성희롱성 발언 등 사내 성범죄로부터는 안전하겠구나 싶어서 이직을 결심한 거였는데.
이윽고 화제는 운동 이야기로 돌아갔다. 할배 임원이 물끄러미 윗 문단에서 게이가 될 뻔한 동년배 남직원의 몸을 훑더니 의외로 몸이 좋네 하면서 어깨와 팔 근육을 만져보았다. 동년배 남직원은 순간 당황한 듯해 보였지만 웃으며 팔에 힘을 주어 자신의 근육을 자랑했다. 할아버지 임원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기습적으로 동년배 남직원의 허벅지를 주물거렸다. “이야 자네 보기보다 다리가 두껍구만!” 남직원은 당황한 듯 웃으며 “아이, 왜 이러세요…” 하고 몸을 비틀었지만 그럴수록 할아버지의 임원의 손아귀는 젊은 남직원의 허벅지 깊은 곳을 향해 파고들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며 ‘동성 간 성희롱도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데’ 하고 생각하며 나물 반찬을 씹었다.
이 회사는 상시 근무 인원 6~7명 규모의 소기업이었는데 관리자 직급이 총 3명(사장, 할아버지 임원, 아저씨 부장), 실무자 직급이 총 3~4명(나 포함 여자 둘 셋, 남자 하나)이었다. 반드시 점심을 다 같이 우르르 나가서 먹어야 하는 문화가 있는 점도 블랙기업스러웠다. 나는 점차 배탈을 핑계로 죽을 사 와서 먹거나 돈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기를 쓰고 도시락을 싸다니기 시작했다.
입사 첫날과 둘째 날 점심의 에피소드만 보면 사장과 할아버지가 문제라고 보여지나, 실은 아저씨 부장의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아저씨 부장은 외부 협력업체들과의 미팅 중에 “요즘 그런 얘기하면 미투 신고당해요.”라며 껄껄 웃어대기도 했고, “오늘 왔던 그 여자분 되게 예쁘더라.”하고 외모 품평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여직원 분들에게 내가 본 것을 조심스레 털어놓으니 그 사람 원래 그러니 조심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작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외근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불어서 강아지풀들이 흔들렸거든요. 그래서 강아지풀이 진짜 강아지 꼬리같이 흔들린다고 하니 아저씨 부장이 ‘암캐인가 보지’라는 거예요.”
결정적으로 인권위에 성희롱 진정을 넣게 된 사건은 전 직원 워크숍 자리에서 발생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질문카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사적인 질문이 걸리면 분명 집요하게 파고들 게 뻔해서 다른 여직원들과 함께 모여서 불쾌한 질문들은 미리 빼 버리고 질문카드를 준비해갔다. 무난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중, ‘만약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 대답해주세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저마다 해리포터 속 주인공이 되어서 마법을 쓰고 싶다, SF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우주여행을 가고 싶다, 판타지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 같은 대답을 했고 마지막으로 아저씨 부장의 답변 순서가 돌아왔을 때 이 새끼가 꺼낸 말은,
“나는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어.”
몇 초간의 정적을 깬 것은 사장이었다. “왜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은데?”
“몸이 좋잖아요.”
‘이 미친놈이?’ 싶었지만 지금은 회사 워크숍 자리이다. 이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아저씨 부장에게 사회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몸은 슈퍼맨이나 어벤져스 같은 데에 나오는 배우들이 더 좋잖아요. 그냥 히어로 영화랑 똑같은 것 아니에요?”
“걔네들은 다 안 벗고 나오잖아. 포르노 영화 주인공은 다 벗고 나오는데 다 벗은 부위까지도 몸이 좋잖아. 나도 그런 몸으로 포르노 한 번 찍어보고 싶어.”
이 뒤로 질문카드 프로그램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어진 워크숍 식사자리에서도 아저씨 부장은 “여자는 결혼하면 끝이야. 그래서 결혼식은 무조건 여자한테 맞춰줘야 하는 거야.”, “나는 개인적으로 20대 여자보다 30대 여자가 더 좋아. 여자는 서른이 넘어야 꽃이 피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그리고 나는 이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하였다. 나가기 전에 꼭 아저씨 부장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진정을 넣기로 다짐했다. 이 회사는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서 수행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발언을 중심으로 아저씨 부장의 성희롱 발언을 모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담당 조사관님께서는 진정을 넣은 나에게 공감해주셨지만 이 사건이 성희롱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유는 부장이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너랑 같이’ 포르노를 찍고 싶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 혼자 포르노 영화 주인공처럼 몸짱이 되어서 포르노를 찍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말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직원 워크숍 중에 업무와 관련없는 자신의 성적인 판타지를 말한 것이 적절하진 않지만, 이것이 나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 사건 진정 제기를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쭤보셨다.
처음 진정을 제기할 때는 퇴사하기 전이어서 아저씨 부장과 회사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서 회사 녀석들에게 너희 이러면 인생 피곤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진정을 넣었던 것 같다. 하지만 조사가 시작된 시점은 이미 퇴사 이후였고, 그때에는 아저씨 부장이 다시는 회사에서 다른 동료들에게 성희롱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조사관님께 “아저씨 부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회사의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당장 수강한다면 진정을 취하할 의사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아저씨 부장은 나의 합의안을 받아들여서 조사관님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혀왔고, 전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 인증사진도 보내왔다.
인권위 진정 제기를 통해 아저씨 부장이나 회사 측에 어떠한 징계나 불이익이 가해진 것은 없었지만 나의 마음은 편해졌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타인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국 아저씨 1인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준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었다. 인권위 진정 제기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고, 어렵거나 망설여질 때에는 인권위에 먼저 문의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아도 친절한 답변을 받을 수 있으니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분이라면 인권위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이 회사를 떠나서 이 회사보다는 괜찮은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과거의 상처는 많이 극복해냈다. 하지만 가끔 안 좋았던 기억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덜 나쁜 회사를 찾아 다니면서 블랙기업들을 잊으려고 하지만 잊을만하면 뉴스나 주변을 통해 산재 사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듣게 된다. 회사 때문에 마음이 힘든 시기에 민우회 소모임 ‘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을 만나서 올해 상반기도 잘 버텨낸 것 같다. 마음 맞는 페미들끼리 모여서 먹고 살기 위해 참아야 하는 구질구질함들, 때로는 싸움에서 이긴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풍진 세상 질기게 살아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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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국가기관의 공무직 노동자인 저는 사무실의 80% 이상이 여성인 직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을 하는데 아무리 길게 근무해도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연봉은 최저시급이 인상될 때만 최저시급에 맞춰 올라갈 뿐, 최저시급이 동결인 해에는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급여가 적다보니 사무직 노동자는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여성들은 최저시급,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몰리게 된다는 통계가 저에게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여성 노동자가 압도적 다수인 직장에서 관리직은 과반수가 남성입니다. 대부분의 여초회사에서 평사원들은 여성이고, 승진하는 것은 소수의 남성직원인 것처럼 공공부문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장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청소노동자는 대다수가 여성인데, 직장 내 동료 간 호칭이 ‘선생님’으로 통일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여사님’이라는 해괴한 호칭으로 부르는 일 또한 비일비재합니다. 같은 비정규직 노동 중에서도 여성이 담당하는 노동은 특별히 더 평가절하 되는 것이 이러한 호칭 속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일반 회사보다는 조직문화나 근무환경이 나은 편인 공공부문에서조차 여성 노동자들은 가장 적은 급여를 받고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은 여성노동자로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다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가 기대되긴 했지만, 예상보다도 더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자체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여성들이 모인만큼 각자의 경험은 다양하고 달랐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고민들도 많았습니다...ㅠ 어떤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던지 간에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섯 번의 모임을 하면서 함께 봤던 영화와 책들, 그리고 나눴던 이야기들은 저에게 새로운 시야와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좋은 모임을 준비해주신 리오님과 민우회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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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1년 상반기 민우회 여성노동팀에서 진행한
여성노동자 소모임‘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저희 ‘일싸여’(줄임말)에서는 ‘여성노동’을 주제로 책,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면서
한국사회의 일터에서 여성으로서 일을 지속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반복되는 문제점과 고민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5월 12일을 첫 모임을 시작으로 격주 수요일 저녁마다 온라인이 아닌, 민우회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모임을 진행하였는데요.
처음에는 4회 모임으로 계획했다가, 일 경험에 대한 에세이를 각자 적어서 공유하는 5회차 모임을 한 차례 더 가지게 되었어요.
‘일싸여’ 소모임에 참가한 회원님들은연수, 소소, 레고, 지은, 폭죽, 영, 설이, 눈싸람이렇게 총 8명이었는데요.
소규모 남초회사, 콜센터, 예술계 문하생, 병원 행정직,
건축사무소, 공공기관 무기계약직등 다양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다양한 직종에 몸담고 있지만, 네 번의 모임을 통해서 나오는 경험담들은 서로 어찌나 닮아있는지.
다들 같은 회사에 다니시는 줄 알았지 뭐예요.
5월 12일 1회차모임에서는
tvn 단편드라마 ‘박성실씨의 사차 산업혁명’을 함께 보았습니다.
AI상담원 도입으로 인해 해고위기에 처한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였는데요.
모임 멤버 중에 콜센터에 일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매우 활발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감정노동이 전제되는 서비스 직종에는 왜 여성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하면서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문제를 잘 해결하여 만족감을 표현할 때
성취감과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는 실제적인 이야기도 함께 오갔어요.
점차 AI기술이 확산되면서 노동의 지형도 변화되고 있는데요.
여성들에게는 이것이 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우리가 잘 살펴보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5월 26일 2회차모임에서는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중에서 일부를 함께 보았는데요.
판교 IT업계의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일의 기쁨과 슬픔’,
청년구직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중년의 가사도우미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여성 간에 일어나는 이야기인 ‘도움의 손길’
이렇게 총 3편의 단편소설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6월 9일 3회차모임에서는
유새빛 작가의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에세이를 소재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어요.
성희롱을 겪거나, 혹은 성희롱을 겪지는 않더라도 주변에서 들어보았거나,
혹은 성희롱이 아니지만 성희롱이 일어날 것만 같은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성희롱 사건을 실제 신고로까지 대응했던 경험담을 리얼하게 나눠주신 분도 있었고,
이외에도 성차별적인, 성희롱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하는 문제적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소소한 팁을 함께 공유하기도 하였답니다.
6월 23일 4회차모임에서는
민우회가 2018년에 발간한 소책자 ‘회사의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OO의 책상위에 올려놓고 싶은 책’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여성을 배제하고 대상화하는 키워드별 조직문화(반말, 외모지적, 회식, 막내역할 등),
이러한 조직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성차별적 노동구조를 분석한 책이라, 다양한 경험담이 오고 갔습니다.
7월 22일 마지막 5회차모임에서는
각자 모임에 참여하면서 떠올랐던 직장생활에 대한 단상, 나의 감정을 에세이로 적어서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솔직한 글을 써주셨는데요. 이번 모임 멤버들의 다양한 일경험이
다른 회원님들과 또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나누어지면 좋겠다는 참가자분들의 의견을 모아 후기에 함께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잘 읽어봐 주시고, 각자의 일경험을 떠올리면서 지지와 위안이,
그리고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 일을 계속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까지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번 소모임 ‘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의 부제는
‘나는 싸우지 않고 일하고 싶다’였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빡치는 순간들, 롤모델이 적고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조건들,
나이가 들수록 왜 여성들은 자기만의 일을 갖기 어려운 것인지 등등
여성노동자가 일을 하며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같이 나누었는데요.
온갖 차별과 부당함이 상존하는 일터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각자의 꿈을 이루기위해
일이든 관계이든 어떠한 성취를 해 나가고 있음도 동시에 확인하였습니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쌓아온 직장생활 대응팁과 노하우도 함께 나누었는데요.
성차별이 작동하는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우리는 이미 잘 싸워나가며 성취도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을,
이 후기를 보시는 모든 분들이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늘 그랬듯 끈질기게 사회를 바꿔낼 거잖아요?!
6편의 일경험 에세이와 함께 후기를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하반기에도 이어질 여성노동 소모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많관부)
[소모임 참가자 일경험 에세이]
by 폭죽
첫 회사에는 자칭 친구에게 한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꼰대 남상사와 자식까지 있지만 주말엔 강남 클럽에서 20대와 논다는 역겨운 남상사와 팀으로 일을 했고, 꼰대 남상사는 아래 직원에게 일을 잘 알려줬지만 꼰대였고 역겨운 남상사는 회식만 하면 여자한테 과장 시켜주는 이유는 나가라는 뜻이라는 둥 일 잘하는 여성은 과장까지밖에 못 올라가고 더 일하고 싶으면 프리랜서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과 얼른 일 관두고 퇴사하라는 둥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다.
그때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간 후 강남역 여성혐오 사건으로 헤어짐을 겪은 일베와 다른 없는 사상을 가진 남선배와 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는 남선배 등 대학 시절 어쩔 수 없이 어울리던 20대 남들과 연을 정리했고 sns에 여성운동을 홍보하고 낙태죄 폐지 시위를 다니던 때였고 주변엔 같이 분노하고 나눌 여성동지가 없어서 여성의제에 분노하고 행동하는 수준을 넘어 혼자서 너무 예민했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던 때였다.
회사에서의 상황은 날 더 괴롭게 했고 회사 점심때마다 나오는 두 남상사의 대화는 속이 안 좋았으며 마침 ‘82년생 김지영‘이 나왔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건데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으며 다녀야 한다고? 다른 곳에 가서도? 첫 직장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없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결국 지고 나왔었다.
거길 나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업계 문화와 사람들. 그냥 디폴트의 30대남, 중년남들을 만나고 업무 외에 사람들 밑에 깔린 여자라고 후려쳐지는 사소하고 소소한 여성혐오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게 괴로웠지만 모르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업무로 지치고 그 밑에 깔린 ‘여자’여서 겪는 상황들에 날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게 다였다.
나의 노동의 가치를 낮춰가며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 거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도 안 하고 다녔지만 내 태도가 아주 조금은 바뀐 건 당장 이 일을 그만 둘 것도 아니고 돈벌이 수단으로 둘 거라면 아주 짧은 경력으로도 이 업계에서 겪은 부당하고 괴로운 일을 다른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펌화되며 괴로워하지 않게는 만들자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였다.
어느 업종이든 여성 상사가 굳이 롤모델이 되지 않더라도 여성 상사의 존재만으로 그 직업에서의 여성인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경험이 회사를 버티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첫 회사에서부터 여자의 미래는 이 업계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실제로 한 번 본 여성 상사는 프리랜서로 잠깐 들어온 분뿐이었는데 그 한 분으로 인해 회사 내에 여성인 상사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경력이 많은 여성 상사들 중엔 거기까지 생존하는 방법으로 명예 남성이 된 자들도 있었겠고 나아진다고 해도 ‘그 시대 그 사람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도 ‘미래의 나’를 상상할 수 있는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건 없는 것과는 다른 일이니깐 나도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롤모델이나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해도 존재하는 여성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by 레고
* 외모평가
15년 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여성 직원의 외모평가를 하는 직원들은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대상이 된 경우도 꽤 있었구요. 지적하는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대놓고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등을 지적하거나 놀림거리로 만드는 경우나 다른 직원과 비교하면서 보고 배우라는 식으로 지적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자기들끼리 특정 연예인을 지칭하며 돈 없는 연예인 외모 여자랑 살래, 몇 십억 가진 못생긴 여자랑 살래 선택하라며 말도 안 되는 고민으로 쉬는 시간을 보내는 남자 직원들을 보며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비일비재 한 경우에 속하겠죠.
처음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선임이 저를 보고 치마를 입고 힐을 신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다음 날부터 한동안 청바지만 입고 농구화를 신고 다녔습니다. 저는 대학 3학년부터 스포츠 머리를 해서 입사 4년까지는 머리를 기르지 않았었는데, 지금도 가끔 외모평가가 들어오면 이 참에 머리를 확 자를까 생각하곤 합니다.
* 반말, 호칭, 복장
대학을 졸업하자마다 일을 시작했으니 이십 대 중반이 채 되지 않는 나이의 여성에게 몇몇의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자연스레 말을 놓기도 하였습니다. 당연히 저보다 직급이 높았고, 아마 편하게 생각해도 말을 놓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동료가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말을 놓는다니 나도 편하게 생각하자 싶어 같이 말을 놓아버렸습니다. 나이 차이가 20살 이상 나지만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행동에 아무도 군말은 없습니다. 만약 묻는다면 먼저 말을 놓아서 나도 놓는다 라고 할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존중해주어야 나도 존중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대민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 중에는 여성이기 때문에 무시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여성에게는 아가씨라는 호칭으로 반말을 하고 남성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립니다. 검사가 지연되는 경우에 여성에게는 큰 소리를 치며 고함을 지르다가도 남성 직원에게는 고분고분합니다.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요.
직군에 따라 유니폼이 복제규정으로 정해져 있지만 같은 직군이라도 여자만 입고 남자는 입지 않는 경우를 보며 성별이 특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 막내역할 전화, 탕비, 청소
흔히들 도맡아 하는 막내역할은 청소, 비품 정리, 탕비실 준비, 전화 받기 등이 있겠죠. 특히 전화 업무를 맡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정신이 없습니다. 일에 집중을 할만하면 전화 업무를 처리하느라 매일 같이 두 세시간은 남아서 마치지 못한 일을 처리했습니다. 어느 날 사무실에 타 부서에서 직원이 이동해 오게 되었습니다. 입사일은 저보다 선배지만 업무적으로 배우는 입장이라 제 대신 전화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그러니 정작 다른 직원들이 저보고 왜 전화 받는 업무를 하지 않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제가 이 사무실에서 전화 응대 업무를 혼자 15년을 했다고요. 그랬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구요. 많은 사람이 기존에 생각 없이 해왔던 많은 일들을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내지만 일하면서 전화 응대 업무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혹은 오랫동안 혼자 해왔던 업무를 조금 나누게 되어서 다행이다 정도의 생각만 다시 해봐도 참 좋을 텐데요.
이제 커피를 고르고 구매하는 일도 청소하는 일도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도 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건 본인이 직접 해봐야 알게 되겠지요. 모두가 사용하는 것은 모두의 일입니다.
* 개인적인 소회
이번 소모임에서 가장 큰 기쁨은 함께 사는 여성을 만날 수 있던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살아내는 여성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앞으로 더 많은 주제로 함께 이야기 하고 많은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참한 날도 있지만 매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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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작은 규모의 노조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간부 A는 내가 여름에 나시를 입고 다닌다며
호통을 쳤고, 위원장은 회의때 치마가 짧으면
방해가된다며 바지 입기를 강요했다.
그런 자칭 진보를 자처한다는 놈들조차 한남X 꼰대여서 빡이 자주 쳤다 ㅋㅋ
위원장은 비상근이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회의때 올라왔었는데
하루는 회의가 늦게 끝나서 시외버스가 없으니 영화관에서 영화보고 첫차로 내려간다고했다
같이 시간을 보내달라고해서 영화관을 같이 갔는데
바로 볼수있는게 색계였는데 정사 장면이 나오자
그새끼가 내 손을 잡고 주물럭거렸다 두번이나.
그리고 내 얼굴을 지얼굴로 끌고와서 혀를 내밀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몹쓸 X같은놈
근데 난 얼음처럼 얼어서 몸이 움직이지않다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겨우 피할수있었다
또 조합원인 한놈은 나랑 친분있게 지내면서
이런저런 집회에도 자주 같이 갔는데
이명박 퇴진 집회 종료하고 모텔에 쉬러갔다가
내 몸위로 올라타서 내가 거부하여 강간미수한적도 있다
어휴 이것들이 노조에서 알게된 인간들이 더하네 ㄷㄷ
by 눈싸람
작가에게 있어 일터는 작업 공간이고 그 안에서 자신과의 내밀한 싸움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치열한 현실입니다. 하여 이번 세미나를 마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펼쳐 든 책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읽힙니다.
여성 창작자에게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방해에 침범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을 하여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에는 오래도록 깊히 공감해 왔으나 일상에서의 태도와 창작에 임하는 자세를 구분지으면서도 그 삶이 분열되지 않고 고립된 창작이 되지 않는 균형과 조화의 모습에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예가 공예적일때 문학을 여성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비평의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것은 공예적이라 수식되는 미학의 한 특성이 불완전하고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탄생한 이래 대부분의 여성이 도맡아 한 가사노동이 공예와 같은 영역을 공유하고 있는 듯 보이고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봅니다. 가사노동은 남성의 일과 비교해 '일'이 아닌 선택할 수 없는 의무였고, 일이 아니므로 그 가치에 대한 평가와 보상은 없었지요. 이것은 다른 시간과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없는, 기회의 상실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 쓰여져 본인 소유의 재산을 가질 수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선택하지 못한 결혼을 해야하는 영국에서의 여성의 생활상이 보여지는 글은 얼핏 지금의 현실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게 하나 여전히 여성의 사회진출은 가사노동을 동반하고, 가사노동은 노동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과 대우의 영역이며, 감정노동과 더불어 불필요하게 요구받는, 일이 되지 못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것을 여성에게 떠맡기는 역할의 근거로 드는 성향과 기질을 성별과 동일시 했기에, 성별을 지우고 나면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 자아와 인격이 보일 수 있는 자리 또한 함께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일상을 채워 삶의 근간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쓰임이 있는 사물을 만드는 공예는 상호필수적인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만 그것은 외형만 유사할 뿐 공유하는 특성은 없습니다. 공예적, 공예성이라는 정의를 내릴 때는 어떠어떠한 상태를 지칭하기에 외형으로 보여지는 형태로 판단할 수 없고 가치와 사물의 깊이를 발견하는 사유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넓히든, 주변과의 관계를 형성하든 인간이 교류하고 감각하는 현실은 물질과 사물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 감각이 깨어있는 일상의 생기가 삶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한다 생각합니다. 일상과 삶은 공예가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공예품에 한정하여 공예성을 발견하려는 방법보다는 반대로 공예품이지만 공예적인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 사물,
공예적인 마음과 태도로 채워진 일상과 일상을 챙기지 못하는 무감각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공예적이라는 의미를 찾는다면 사전식 정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봅니다. 그러한 공예성은 생명력을 가지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성별로 포괄해 분류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인간, 그리하여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을 세상에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by 설이
제목 : 직장 내 성희롱 겪고 인권위 진정 넣은 이야기
‘새로 입사할 회사가 블랙기업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입사 첫날 점심시간의 분위기를 기억해라’
친한 지인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입사 첫날 점심시간은 회사도 신입사원도 서로 잘 보이기 위해 사회인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자리인데 그 자리에서도 분위기가 싸하고 먹은 점심이 체한다면 그 회사는 블랙기업일 가능성이 높으니 근로계약서를 쓰기 전에 재빨리 탈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회사는 입사 첫날 점심시간부터 분위기가 싸하지는 않았지만, 입사 둘째 날 점심시간부터 문제가 있었다. 여자 사장, 할배 임원, 아재 부장, 나와 동년배의 남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사장이 갑자기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당시 나는 남자친구는 없고 여자친구만 있었지만 그냥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없다고 하면 동년배의 남직원과 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암튼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니까 화살은 동년배 남직원에게로 돌아갔다. 사장은 남직원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말이 헛나와서 “남자친구 있어?” 하고 물어보더니 “아이구, 누구 씨가 동성애자도 아닌데 남자친구라니. 나 그런 의도로 질문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라며 혼자 아주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웃어 제꼈다. 바로 앞에 동성애자가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X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면접 볼 때 사장의 성별이 여성이어서 아 그래도 이 회사는 성차별, 성추행, 성희롱성 발언 등 사내 성범죄로부터는 안전하겠구나 싶어서 이직을 결심한 거였는데.
이윽고 화제는 운동 이야기로 돌아갔다. 할배 임원이 물끄러미 윗 문단에서 게이가 될 뻔한 동년배 남직원의 몸을 훑더니 의외로 몸이 좋네 하면서 어깨와 팔 근육을 만져보았다. 동년배 남직원은 순간 당황한 듯해 보였지만 웃으며 팔에 힘을 주어 자신의 근육을 자랑했다. 할아버지 임원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기습적으로 동년배 남직원의 허벅지를 주물거렸다. “이야 자네 보기보다 다리가 두껍구만!” 남직원은 당황한 듯 웃으며 “아이, 왜 이러세요…” 하고 몸을 비틀었지만 그럴수록 할아버지의 임원의 손아귀는 젊은 남직원의 허벅지 깊은 곳을 향해 파고들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며 ‘동성 간 성희롱도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데’ 하고 생각하며 나물 반찬을 씹었다.
이 회사는 상시 근무 인원 6~7명 규모의 소기업이었는데 관리자 직급이 총 3명(사장, 할아버지 임원, 아저씨 부장), 실무자 직급이 총 3~4명(나 포함 여자 둘 셋, 남자 하나)이었다. 반드시 점심을 다 같이 우르르 나가서 먹어야 하는 문화가 있는 점도 블랙기업스러웠다. 나는 점차 배탈을 핑계로 죽을 사 와서 먹거나 돈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기를 쓰고 도시락을 싸다니기 시작했다.
입사 첫날과 둘째 날 점심의 에피소드만 보면 사장과 할아버지가 문제라고 보여지나, 실은 아저씨 부장의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아저씨 부장은 외부 협력업체들과의 미팅 중에 “요즘 그런 얘기하면 미투 신고당해요.”라며 껄껄 웃어대기도 했고, “오늘 왔던 그 여자분 되게 예쁘더라.”하고 외모 품평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여직원 분들에게 내가 본 것을 조심스레 털어놓으니 그 사람 원래 그러니 조심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작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외근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불어서 강아지풀들이 흔들렸거든요. 그래서 강아지풀이 진짜 강아지 꼬리같이 흔들린다고 하니 아저씨 부장이 ‘암캐인가 보지’라는 거예요.”
결정적으로 인권위에 성희롱 진정을 넣게 된 사건은 전 직원 워크숍 자리에서 발생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질문카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사적인 질문이 걸리면 분명 집요하게 파고들 게 뻔해서 다른 여직원들과 함께 모여서 불쾌한 질문들은 미리 빼 버리고 질문카드를 준비해갔다. 무난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중, ‘만약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 대답해주세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저마다 해리포터 속 주인공이 되어서 마법을 쓰고 싶다, SF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우주여행을 가고 싶다, 판타지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 같은 대답을 했고 마지막으로 아저씨 부장의 답변 순서가 돌아왔을 때 이 새끼가 꺼낸 말은,
“나는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어.”
몇 초간의 정적을 깬 것은 사장이었다. “왜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은데?”
“몸이 좋잖아요.”
‘이 미친놈이?’ 싶었지만 지금은 회사 워크숍 자리이다. 이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아저씨 부장에게 사회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몸은 슈퍼맨이나 어벤져스 같은 데에 나오는 배우들이 더 좋잖아요. 그냥 히어로 영화랑 똑같은 것 아니에요?”
“걔네들은 다 안 벗고 나오잖아. 포르노 영화 주인공은 다 벗고 나오는데 다 벗은 부위까지도 몸이 좋잖아. 나도 그런 몸으로 포르노 한 번 찍어보고 싶어.”
이 뒤로 질문카드 프로그램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어진 워크숍 식사자리에서도 아저씨 부장은 “여자는 결혼하면 끝이야. 그래서 결혼식은 무조건 여자한테 맞춰줘야 하는 거야.”, “나는 개인적으로 20대 여자보다 30대 여자가 더 좋아. 여자는 서른이 넘어야 꽃이 피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그리고 나는 이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하였다. 나가기 전에 꼭 아저씨 부장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진정을 넣기로 다짐했다. 이 회사는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서 수행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발언을 중심으로 아저씨 부장의 성희롱 발언을 모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담당 조사관님께서는 진정을 넣은 나에게 공감해주셨지만 이 사건이 성희롱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유는 부장이 포르노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너랑 같이’ 포르노를 찍고 싶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 혼자 포르노 영화 주인공처럼 몸짱이 되어서 포르노를 찍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말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직원 워크숍 중에 업무와 관련없는 자신의 성적인 판타지를 말한 것이 적절하진 않지만, 이것이 나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 사건 진정 제기를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쭤보셨다.
처음 진정을 제기할 때는 퇴사하기 전이어서 아저씨 부장과 회사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서 회사 녀석들에게 너희 이러면 인생 피곤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진정을 넣었던 것 같다. 하지만 조사가 시작된 시점은 이미 퇴사 이후였고, 그때에는 아저씨 부장이 다시는 회사에서 다른 동료들에게 성희롱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조사관님께 “아저씨 부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회사의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당장 수강한다면 진정을 취하할 의사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아저씨 부장은 나의 합의안을 받아들여서 조사관님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혀왔고, 전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 인증사진도 보내왔다.
인권위 진정 제기를 통해 아저씨 부장이나 회사 측에 어떠한 징계나 불이익이 가해진 것은 없었지만 나의 마음은 편해졌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타인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국 아저씨 1인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준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었다. 인권위 진정 제기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고, 어렵거나 망설여질 때에는 인권위에 먼저 문의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아도 친절한 답변을 받을 수 있으니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분이라면 인권위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이 회사를 떠나서 이 회사보다는 괜찮은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과거의 상처는 많이 극복해냈다. 하지만 가끔 안 좋았던 기억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덜 나쁜 회사를 찾아 다니면서 블랙기업들을 잊으려고 하지만 잊을만하면 뉴스나 주변을 통해 산재 사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듣게 된다. 회사 때문에 마음이 힘든 시기에 민우회 소모임 ‘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을 만나서 올해 상반기도 잘 버텨낸 것 같다. 마음 맞는 페미들끼리 모여서 먹고 살기 위해 참아야 하는 구질구질함들, 때로는 싸움에서 이긴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풍진 세상 질기게 살아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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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국가기관의 공무직 노동자인 저는 사무실의 80% 이상이 여성인 직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을 하는데 아무리 길게 근무해도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연봉은 최저시급이 인상될 때만 최저시급에 맞춰 올라갈 뿐, 최저시급이 동결인 해에는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급여가 적다보니 사무직 노동자는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여성들은 최저시급,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몰리게 된다는 통계가 저에게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여성 노동자가 압도적 다수인 직장에서 관리직은 과반수가 남성입니다. 대부분의 여초회사에서 평사원들은 여성이고, 승진하는 것은 소수의 남성직원인 것처럼 공공부문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장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청소노동자는 대다수가 여성인데, 직장 내 동료 간 호칭이 ‘선생님’으로 통일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여사님’이라는 해괴한 호칭으로 부르는 일 또한 비일비재합니다. 같은 비정규직 노동 중에서도 여성이 담당하는 노동은 특별히 더 평가절하 되는 것이 이러한 호칭 속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일반 회사보다는 조직문화나 근무환경이 나은 편인 공공부문에서조차 여성 노동자들은 가장 적은 급여를 받고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터에서 사소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여자들’은 여성노동자로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다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가 기대되긴 했지만, 예상보다도 더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자체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여성들이 모인만큼 각자의 경험은 다양하고 달랐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고민들도 많았습니다...ㅠ 어떤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던지 간에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섯 번의 모임을 하면서 함께 봤던 영화와 책들, 그리고 나눴던 이야기들은 저에게 새로운 시야와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좋은 모임을 준비해주신 리오님과 민우회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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