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후기]
내 몸에 토끼 기억 VS 토끼 몸에 내 기억
씨앗과 은총: 옥타비아 버틀러 SF책읽기 소모임
SF소설은 흔히 ‘공상과학’ 소설이라 불립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상상해서 쓴 소설이기 때문이겠죠? 흑인여성 작가가 상상한 미래는 어떨까요? 내가 상상하는 것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를까요?
‘흑인X여성XSF작가’라는 긴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 ‘씨앗 뿌리는 사람의 우화’가우연히 2024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꼭 2024년 현재의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설명: 소모임 홍보 웹자보 2장. (좌) 짙은 초록색 어두운 배경에 지구라고 추측되는 둥근 공이 반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상단에는 흰색으로 '씨앗과 은총'이라고 크게 제목이 적혀 있고 하단에는 '옥타비아 버틀러 SF책읽기 소모임' "희망으로 연결된 SF세계, 우리의 공존에 대하여" 라고 적혀있다. (우) 동일하게 짙은 초록색 어두운 배경에 지구라고 추측되는 둥근 공이 반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위에는 책에 대한 소개와 소모임 만나는 날, 장소 등이 적혀있다. 우측 상단에는 두 책의 표지가 작게 들어가있다.
1993년, 흑인 여성작가가 상상한 2024년은 어떤 모습일지, 31년 후 근 미래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함과 설레임으로 민우회 회원들과 모였습니다.
● 첫 만남 (은 너무 어려워♬)
- 첫 번째 모임: 3/20(수), (참석자:베이루트, 음표, 새벽바람)이끄미 행크,,
첫 만남은 첫 번째 책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를 50페이지 읽고 만나는 자리였어요. 간단하게 활동가가 준비한 키워드 카드를 가지고 자기소개를 하고 또 ‘씨앗과 은총’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SF물을 좋아하는 분들, 아니면 옥타비아 버틀러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신 분들이 많았어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SF콘텐츠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또 50페이지 읽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에 대한 인상비평(?)을 나눴습니다.
- 중간 중간 인용처럼 등장하는 구절 (ex. ‘하나님은 변화다’) 이런 문구들이 종교적인 책처럼 느껴져서 어려움(?)이 있다.
- ‘아버지의 하나님’과 ‘나의 하나님’을 구분해서 언급한 게 흥미롭다. 전통적인 종교와 다른, 어린 소녀가 만들어내는 종교의 모습이 궁금하다.
- 주인공 로런의 ‘초공감능력’이 어떤 것일지 또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실물 책과 하나의 탭(E북표지)가 놓여있다. 참가자 네 명이 각각 브이, 따봉 등의 손모양을 하고 있다)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읽기
- 두 번째 모임: 3/27(수), (참석자:베이루트, 스티비, 안개) 이끄미 행크,,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책 네 권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 세 번째 모임: 4/3(수), (참석자:베이루트, 새벽바람, 스티비, 음표) 이끄미 행크,,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책 네 권이 자유롭게 나열되어 있고 한 권은 E북으로 탭에 표지 사진이 전면에 나와있다.
두 번째, 세 번째 모임을 통해 첫 번째 책,‘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읽기를 마쳤습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너무 잔인하고, 어떤 때는 너무 어둡기도 했던... 책 구절 일부를 공유합니다.
P. 99
“세상은 지금도 변하고 있어. 우리 동네 어른들은 전염병에 걸려 싹 사라지지 않은 덕분에,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살아가면서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지. 하지만 세상은 이미 꽤 많이 변했고 앞으로 더 변할 거야. 세상은 늘 변하고 있어. 지금은 조금씩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쉬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크게 성큼 뛰어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야.”
P. 102~103
“아무것도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아. 우리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P. 109
“너 정말로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믿는 거냐?” 아빠가 물었다. 나는 정말이지 느닷없이,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온 힘을 다해 울음을 참았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뇨, 종말을 맞는 건 아빠의 세상일 거예요.
P. 153
나는 커티스 탤컷을 많이 좋아한다. 어쩌면 그 애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그렇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커티스는 자기가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 앞에 기다리는 미래가 커티스와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뿐이라면, 난 차라리 자살하고 말 것이다.
P. 200~201
모든 이가 다른 모든 이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면, 누가 고문 같은 짓을 하려고 하겠는가? 누가 남에게 쓸데없는 고통을 가하겠는가? 전에는 내가 앓는 병이 어떤 식으로든 좋은 효과를 일으키리라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내 문제가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남들에게 초공감증후군을 나눠주면 좋겠다.
소설을 읽고 저희는 폭넓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를 대략 헐겁게 나열해보자면 이러합니다.
- 미래라고는 하지만 디스토피아적인 배경 때문에 미래 같지가 않다. 그냥 슬럼, 게토가 배경인 것 같이 느껴진다.
- SF는 흔히 극단을 다루는데, 소설 속 현실이 지금과 너무 다르지 않음.
- 약자들의 연대가 흥미롭다. 서로 돌보는 공동체 생활.
- 자원을 나누고 치안을 함께 꾸리는 공동체. 신뢰가 안가는 사람도 환대하는 문화가 인상적.
- 이성애 로맨스가 지나치다. 대안 공동체는 좋지만 다 커플로 이뤄져있다. 솔로인 사람이 없다. 왜이러나
- 하지만 흑인 헤테로 여성의 눈으로 리얼하게 등장인물들을 묘사했다. 남자 등장인물은 모두 훈남으로 묘사 ^^
- 나이 많은 남성과 미성년 여성 커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굳이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 초공감 능력. 초공감자들이 매우 불안하고 우울 예민하게 표현됨. 현실에서도 타인의 고통, 불행에 너무 공감하면 우울해 지는 것 같음. 우울로 가지 않는 공감은 어떤 것일까.
- 국가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본적이 있는데, 유가족 중에는 안전 관련 공부를 집요하게 해서 전문가가 되고 관련된 운동, 재단을 만들고 계속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봤다. 공감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긍정적인 활동이 될 수 있는지 신기했음.
- (정치로 이야기가 뻗어나가다가...) 언어를 빼앗긴 기분이 듬. ‘허심탄회’하게 말한다는 게 언제부터인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공정, 평등, 가스라이팅, 기울어진 운동장,,, 이런 말들이 애초의 시작과 다른 언어가 되어 사용될 때 화가남.
- 로런의 남장, 남자라고 패싱되면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던 경험 얘기
* 책에 대한 첫 인상과 완독 후 달라졌던 인상
-새벽바람: 종교적이라는 첫인상. 공동체의 연대, 다양성에 대해서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종교적 색채 때문에 조금 허들이 있다 다음 은총이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중금
-베이루트: 뒤로 갈수록 역시 옥타비아 버틀러다 싶었다. 원래 7권을 계획했다고 했는데 정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확장성이 있어 궁금하다.
-스티비: 처음에는 사이비 종교가 나오는 오컬트 소설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공동체와 신뢰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잔류인구 생각이 났다. 배제되어 있는 노년과 흑인, 여성에 대한 얘기.
-음표: 인종과 젠더가 교차하는 특이점이 재미있었다. 남동생의 남자 행세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이고 공감가게 묘사하는 부분. 작가의 정세청, 소수자성에 맞물려 재미있었다. 그동안 내가 봤던 게 되게 “화이트”했구나 깨달았다. 그동안 SF가 인종차별, 빈부격차, 이런 것들이 제거된 공간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행크: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 공권력에 대한 크나큰 불신 이런 것들이 리얼하게 표현되어 그동안 내가 봤던 소설이 되게 흑인 이야기가 없었구나 생각됐다. 그리고 디스토피아 속에서 (결국 이성애/가족 중심이지만) 돌봄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읽기
총선이 있던 4/10일 주는 한 주 쉬고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생각보다! 책이 좀 두꺼워서 2주만에 모두 읽기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 세 번째, 네 번째 모임을 통해 두 번째 책,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읽었습니다.
- 네번째 모임: 4/17(수) (참석자:베이루트, 새벽바람, 스티비) 이끄미 행크,,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책 세 권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고, 오른쪽 맨 끝은 탭에 E북 표지가 있다.
- 마지막 모임: 4/24(수) (참석자:새벽바람, 스티비, 안개, 음표) 이끄미 행크,,
(마지막 모임의 인증샷은 아래 뒤풀이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사무실에 모여서 책 얘기 먼저 했는데 곧 뒤풀이 간다는 설레임에 책 인증샷을 깜빡했네요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이하 씨앗)의 속편인‘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이하 은총)는 1998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은총은 2032년부터 2035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요. 씨앗에서는 집을 갓 떠나온 소녀였던 로런이 공동체를 꾸리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시련에 맞서 싸워가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이 시리즈를 총 7편으로 계획하여 세 번째 소설은‘사기꾼의 우화’(가제), 이후에는‘선생의 우화’ ‘혼돈의 우화’ ‘점토의 우화’등등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제목을 먼저 지었다는 것이 놀랍죠? 왠지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내용일지 예측이 안되는데요)
아쉽게도 2편에 해당하는 은총을 마치고 3편을 집필하다가 중단하고,,, 다른 소설 (이자 그녀의 유작인) Fledgling(어린새) (2005)을 집필했다고 하네요. 결국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은총이 되고 맙니다ㅠ 7편까지 마무리 했다면, 듄과 같은 SF소설의 새로운 고전이 되지 않았을지? 소모임 참여자들과 함께 상상해보는 대화도 나눴답니다.
초반부 옥타비아 버틀러 답지 않은 잔잔함으로 시작했으나, 방심하고 있던 독자들을 중반부후터 갑자기 또 후려잡는(?!) 버틀러식 디스토피아의 잔혹함이 시작되는데요. 꼭 한번 직접 확인하시길....바래보며 ^^ 책 구절 일부를 공유합니다.
P. 323
나는 이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지구종이 어떤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았는지 훗날의 지구종이 알 수 있도록, 그 기록을 숨겨야 한다.
P. 407
이제 나는 강간당한 몸이다.
두 번 당했다. 한 번은 월요일, 또 한 번은 어제. 크리스천 아메리카가 나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p. 454
어쩌면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이 악몽에서 벗어나는 치료제 일지도 몰라요. 나도 같은 세상에서 사니까요.
P. 456
스스로의 잿더미에서
날아오르려면
불사조는
반드시
먼저
불타야 한다.
P. 518
어머니는 지구종 덕분에 삶을 포기하거나 자신을 감금한 자들에게 진심으로 굴복하지 않고도 살아남았다. 내게는 어머니를 도울 힘이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약점이었으니까. 지구종이 어머니의 힘이었다. 그러니 어머니가 가장 아끼는 자식인 것도 당연했다.
짧지만 강렬한 문구들 이죠?
소설을 읽고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는요! 아래와 같습니다.
- 싸앗에 이어 SF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배경이 현실적여서 기시감이 많이 듬. 어느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 이게 과거인지 미래인지 현재인지 혼돈스러움. 공동체 안에서 생활은 농사를 짓는 등 훨씬 옛날 같이 묘사되어 있음. 휴대폰도 없고 컴퓨터 사용도 모두 낯설어함. 캠핑카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첨단 기술이 등장. 혼돈스럽다.
- 공동체를 이끄는 로런에게조차 아이를 생각하라며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자고 하는 남편 넘 짜증난다.
- 엄마가 이렇게 하나의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어떨까? 사람들이 보는 지도자의 모습과 자식이 바라보는 모습은 정말 다를 것 같다.
- 한 가족에서 사이좋게 자란 주인공과 그 남동생이 전혀 다른 신앙을 갖게 된 것이 신기하다
-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작가는 아무래도 '노예제도'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것 같다. 과거의 지나간 제도가 아니라 언제라도 인간 사회에 다시 생겨날 수 있는 (어쩌면 현재에도 존재하는) 인간의 기질과 연결된 것으로 다루는 것 같다
- 폭력의 성질에 대해 잘 아는 작가같다, 폭도가 기승인 현실에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위군을 모집. 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유니폼 입고 무기를 손에든 폭도가 늘어난다고 표현. 흑인여성으로 공권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이는 것 아닐까
● 뒤풀이!
@사진설명: 강아지가 화려하게 그려진 테이블 위에 잔 5개와 잔을 든 손이 있다. 네잔의 맥주와 한 잔의 분홍색 음료가 보인다.
토끼 몸에 내 기억 vs 내 몸에 토끼 기억
사실 이 얘기는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얘길하다가 튀어나온 밸런스게임 질문인데요, 저희가 관련된 SF 작품들 얘기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어떤 맥락에 이어서 이 얘기까지 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아마도 은총에서는 인간의 기억과 의지, 신념등을 인간의 본질처럼 다루는 구절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진짜 '나'를 이루는 것이 나의 기억일까 나의 몸일까?" 이런 질문이 SF에서 많이 다뤄지는 주제다 보니 여기까지 간 것같아요?)다만 너무 진지하게 이 질문을 던진 회원 스티비님에 다들 웃음이 빵 터지면서,이 날의 공식 질문이 되어 소모임 회원들이 이 밸런스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내 몸보다는 내 기억이 좀 더 나 자신 같다는 대다수의 의견 속에, 하지만 회사에 있을 때는가끔 내 몸에 토끼 기억이고 싶다는(?) 의견으로 웃음을 주는 회원분들도 계셨습니다. 내 몸에 토끼 기억이라는설정 자체만으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밝혀주신 회원분은 아마도 요즘 머리 속이 복잡하여,,, 잠시 토끼 기억과 바꾸고 싶으셨던 것으로^^
즐거웠던 책읽기를 마치고 저희는 조촐하게 동네에서 뒤풀이를 했고요! 또 토끼 기억 얘기와 최근 봤던 SF콘텐츠 얘기들, 옥타비아 버틀러의 얘기, 민우회 바자회 얘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 총선 얘기, 정치 얘기 등등등등을 나누며 아쉬운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즐겁고 따수운 시간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원 분들의 후기를 공개합니다.
베이루트
비록 개근 실패했지만 한 달여 만에 2권 1,300쪽 완주했고 첫 민우회 소모임, 기대만큼 재밌었습니다. 흥미진진한 sf이면서 범상치 않은 제목에서 느끼듯 종교에 대한 궁금증, 의문도 커졌고요 결론은 여성민우회 만세 \^^/
새벽바람
사실 작년 SF소설 소모임 ‘한줌’을 재밌게 했다보니, 이번에도 SF소설을 읽는단 소모임을 바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씨앗과 은총’이라는 소모임 이름이 무척 종교적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책에서 이렇게 종교를 깊게 다룰 줄 몰랐던... 그저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을 제목만 좀 알았지 처음 읽는 거라 이 기회에 읽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ㅎㅎ
책을 읽는 시기엔 갑자기 많은 일이 겹쳐 좀 헐레벌떡(ㅠㅠ) 읽은 감이 있어 언제 다시 한 번 진득하게 읽어야겠다 싶긴 하네요. 읽는 내내 동시대의, 전쟁과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자꾸 떠올라 많이 괴롭기도 했어요. 실제 소설의 배경이 21세기이기도 하고요. 다만 그러한 와중에도 약한 자들과 연대하는 것, 먼저 상대를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모든 것들이 긍정적인 결과만 내지는 않더라도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우리의 마지막은 토끼와 인간으로 끝난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 소모임 멤버들 덕분에 더 넓은 시야로 다양한 이야기를(그리고 다른 작품들 영업을^^) 나누고 고민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킨>과 <블러드 차일드>도 꼭 읽어볼게요! :)
스티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말 안 얹은 사람은 없는, 좀처럼 자유로운 영혼들의 책 모임이었습니다. 그만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어요. 매주 수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모임원들의 입담과 버틀러 선생님의 놀라운 통찰력 잊지 못할 거예요
안개
평범했던 일상에 특별함이 되어준
민우 독서 소모임,!
책 내용도 회원들과의 나눔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옥타비아 버틀러 함께 읽기’ 소모임으로 확장개설 기대해봅니다!! ??
고마워요 민우회!
음표
민우회를 통해 옥타비아 버틀러 소설을 함께 읽으며 SF적 상상력이 페미니즘과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인종, 계급, 성별이 교차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작가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간 익숙했던 SF 장르물들이 새삼 얼마나 서구 중산층 백인 남성 중심적이었는지를 마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로렌(주인공)의 성장과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로렌은 예민한 공감력과 포용력, 단호함을 보여주었는데요. 뜻깊고 재밌는 이야기가 수없이 오갔지만, 특히 로렌을 보며 회원님들과 함께 ‘우리’ 안의 다름을 포용하는 신뢰와 연대란 무엇일까, 어떻게 가능할까 곱씹어봤던 순간이 기억에 남네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우리 또 다른 활동들에서 만나요!
[소모임 후기]
내 몸에 토끼 기억 VS 토끼 몸에 내 기억
씨앗과 은총: 옥타비아 버틀러 SF책읽기 소모임
SF소설은 흔히 ‘공상과학’ 소설이라 불립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상상해서 쓴 소설이기 때문이겠죠? 흑인여성 작가가 상상한 미래는 어떨까요? 내가 상상하는 것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를까요?
‘흑인X여성XSF작가’라는 긴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 ‘씨앗 뿌리는 사람의 우화’가우연히 2024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꼭 2024년 현재의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설명: 소모임 홍보 웹자보 2장. (좌) 짙은 초록색 어두운 배경에 지구라고 추측되는 둥근 공이 반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상단에는 흰색으로 '씨앗과 은총'이라고 크게 제목이 적혀 있고 하단에는 '옥타비아 버틀러 SF책읽기 소모임' "희망으로 연결된 SF세계, 우리의 공존에 대하여" 라고 적혀있다. (우) 동일하게 짙은 초록색 어두운 배경에 지구라고 추측되는 둥근 공이 반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위에는 책에 대한 소개와 소모임 만나는 날, 장소 등이 적혀있다. 우측 상단에는 두 책의 표지가 작게 들어가있다.
1993년, 흑인 여성작가가 상상한 2024년은 어떤 모습일지, 31년 후 근 미래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함과 설레임으로 민우회 회원들과 모였습니다.
● 첫 만남 (은 너무 어려워♬)
- 첫 번째 모임: 3/20(수), (참석자:베이루트, 음표, 새벽바람)이끄미 행크,,
첫 만남은 첫 번째 책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를 50페이지 읽고 만나는 자리였어요. 간단하게 활동가가 준비한 키워드 카드를 가지고 자기소개를 하고 또 ‘씨앗과 은총’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SF물을 좋아하는 분들, 아니면 옥타비아 버틀러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신 분들이 많았어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SF콘텐츠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또 50페이지 읽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에 대한 인상비평(?)을 나눴습니다.
- 중간 중간 인용처럼 등장하는 구절 (ex. ‘하나님은 변화다’) 이런 문구들이 종교적인 책처럼 느껴져서 어려움(?)이 있다.
- ‘아버지의 하나님’과 ‘나의 하나님’을 구분해서 언급한 게 흥미롭다. 전통적인 종교와 다른, 어린 소녀가 만들어내는 종교의 모습이 궁금하다.
- 주인공 로런의 ‘초공감능력’이 어떤 것일지 또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실물 책과 하나의 탭(E북표지)가 놓여있다. 참가자 네 명이 각각 브이, 따봉 등의 손모양을 하고 있다)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읽기
- 두 번째 모임: 3/27(수), (참석자:베이루트, 스티비, 안개) 이끄미 행크,,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책 네 권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 세 번째 모임: 4/3(수), (참석자:베이루트, 새벽바람, 스티비, 음표) 이끄미 행크,,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책 네 권이 자유롭게 나열되어 있고 한 권은 E북으로 탭에 표지 사진이 전면에 나와있다.
두 번째, 세 번째 모임을 통해 첫 번째 책,‘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읽기를 마쳤습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너무 잔인하고, 어떤 때는 너무 어둡기도 했던... 책 구절 일부를 공유합니다.
P. 99
“세상은 지금도 변하고 있어. 우리 동네 어른들은 전염병에 걸려 싹 사라지지 않은 덕분에,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살아가면서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지. 하지만 세상은 이미 꽤 많이 변했고 앞으로 더 변할 거야. 세상은 늘 변하고 있어. 지금은 조금씩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쉬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크게 성큼 뛰어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야.”
P. 102~103
“아무것도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아. 우리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P. 109
“너 정말로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믿는 거냐?” 아빠가 물었다. 나는 정말이지 느닷없이,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온 힘을 다해 울음을 참았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뇨, 종말을 맞는 건 아빠의 세상일 거예요.
P. 153
나는 커티스 탤컷을 많이 좋아한다. 어쩌면 그 애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그렇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커티스는 자기가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 앞에 기다리는 미래가 커티스와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뿐이라면, 난 차라리 자살하고 말 것이다.
P. 200~201
모든 이가 다른 모든 이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면, 누가 고문 같은 짓을 하려고 하겠는가? 누가 남에게 쓸데없는 고통을 가하겠는가? 전에는 내가 앓는 병이 어떤 식으로든 좋은 효과를 일으키리라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내 문제가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남들에게 초공감증후군을 나눠주면 좋겠다.
소설을 읽고 저희는 폭넓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를 대략 헐겁게 나열해보자면 이러합니다.
- 미래라고는 하지만 디스토피아적인 배경 때문에 미래 같지가 않다. 그냥 슬럼, 게토가 배경인 것 같이 느껴진다.
- SF는 흔히 극단을 다루는데, 소설 속 현실이 지금과 너무 다르지 않음.
- 약자들의 연대가 흥미롭다. 서로 돌보는 공동체 생활.
- 자원을 나누고 치안을 함께 꾸리는 공동체. 신뢰가 안가는 사람도 환대하는 문화가 인상적.
- 이성애 로맨스가 지나치다. 대안 공동체는 좋지만 다 커플로 이뤄져있다. 솔로인 사람이 없다. 왜이러나
- 하지만 흑인 헤테로 여성의 눈으로 리얼하게 등장인물들을 묘사했다. 남자 등장인물은 모두 훈남으로 묘사 ^^
- 나이 많은 남성과 미성년 여성 커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굳이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 초공감 능력. 초공감자들이 매우 불안하고 우울 예민하게 표현됨. 현실에서도 타인의 고통, 불행에 너무 공감하면 우울해 지는 것 같음. 우울로 가지 않는 공감은 어떤 것일까.
- 국가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본적이 있는데, 유가족 중에는 안전 관련 공부를 집요하게 해서 전문가가 되고 관련된 운동, 재단을 만들고 계속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봤다. 공감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긍정적인 활동이 될 수 있는지 신기했음.
- (정치로 이야기가 뻗어나가다가...) 언어를 빼앗긴 기분이 듬. ‘허심탄회’하게 말한다는 게 언제부터인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공정, 평등, 가스라이팅, 기울어진 운동장,,, 이런 말들이 애초의 시작과 다른 언어가 되어 사용될 때 화가남.
- 로런의 남장, 남자라고 패싱되면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던 경험 얘기
* 책에 대한 첫 인상과 완독 후 달라졌던 인상
-새벽바람: 종교적이라는 첫인상. 공동체의 연대, 다양성에 대해서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종교적 색채 때문에 조금 허들이 있다 다음 은총이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중금
-베이루트: 뒤로 갈수록 역시 옥타비아 버틀러다 싶었다. 원래 7권을 계획했다고 했는데 정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확장성이 있어 궁금하다.
-스티비: 처음에는 사이비 종교가 나오는 오컬트 소설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공동체와 신뢰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잔류인구 생각이 났다. 배제되어 있는 노년과 흑인, 여성에 대한 얘기.
-음표: 인종과 젠더가 교차하는 특이점이 재미있었다. 남동생의 남자 행세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이고 공감가게 묘사하는 부분. 작가의 정세청, 소수자성에 맞물려 재미있었다. 그동안 내가 봤던 게 되게 “화이트”했구나 깨달았다. 그동안 SF가 인종차별, 빈부격차, 이런 것들이 제거된 공간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행크: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 공권력에 대한 크나큰 불신 이런 것들이 리얼하게 표현되어 그동안 내가 봤던 소설이 되게 흑인 이야기가 없었구나 생각됐다. 그리고 디스토피아 속에서 (결국 이성애/가족 중심이지만) 돌봄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읽기
총선이 있던 4/10일 주는 한 주 쉬고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생각보다! 책이 좀 두꺼워서 2주만에 모두 읽기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 세 번째, 네 번째 모임을 통해 두 번째 책,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읽었습니다.
- 네번째 모임: 4/17(수) (참석자:베이루트, 새벽바람, 스티비) 이끄미 행크,,
@사진설명: 나무 책상 위에 검정색 표지의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책 세 권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고, 오른쪽 맨 끝은 탭에 E북 표지가 있다.
- 마지막 모임: 4/24(수) (참석자:새벽바람, 스티비, 안개, 음표) 이끄미 행크,,
(마지막 모임의 인증샷은 아래 뒤풀이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사무실에 모여서 책 얘기 먼저 했는데 곧 뒤풀이 간다는 설레임에 책 인증샷을 깜빡했네요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이하 씨앗)의 속편인‘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이하 은총)는 1998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은총은 2032년부터 2035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요. 씨앗에서는 집을 갓 떠나온 소녀였던 로런이 공동체를 꾸리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시련에 맞서 싸워가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이 시리즈를 총 7편으로 계획하여 세 번째 소설은‘사기꾼의 우화’(가제), 이후에는‘선생의 우화’ ‘혼돈의 우화’ ‘점토의 우화’등등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제목을 먼저 지었다는 것이 놀랍죠? 왠지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내용일지 예측이 안되는데요)
아쉽게도 2편에 해당하는 은총을 마치고 3편을 집필하다가 중단하고,,, 다른 소설 (이자 그녀의 유작인) Fledgling(어린새) (2005)을 집필했다고 하네요. 결국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은총이 되고 맙니다ㅠ 7편까지 마무리 했다면, 듄과 같은 SF소설의 새로운 고전이 되지 않았을지? 소모임 참여자들과 함께 상상해보는 대화도 나눴답니다.
초반부 옥타비아 버틀러 답지 않은 잔잔함으로 시작했으나, 방심하고 있던 독자들을 중반부후터 갑자기 또 후려잡는(?!) 버틀러식 디스토피아의 잔혹함이 시작되는데요. 꼭 한번 직접 확인하시길....바래보며 ^^ 책 구절 일부를 공유합니다.
P. 323
나는 이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지구종이 어떤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았는지 훗날의 지구종이 알 수 있도록, 그 기록을 숨겨야 한다.
P. 407
이제 나는 강간당한 몸이다.
두 번 당했다. 한 번은 월요일, 또 한 번은 어제. 크리스천 아메리카가 나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p. 454
어쩌면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이 악몽에서 벗어나는 치료제 일지도 몰라요. 나도 같은 세상에서 사니까요.
P. 456
스스로의 잿더미에서
날아오르려면
불사조는
반드시
먼저
불타야 한다.
P. 518
어머니는 지구종 덕분에 삶을 포기하거나 자신을 감금한 자들에게 진심으로 굴복하지 않고도 살아남았다. 내게는 어머니를 도울 힘이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약점이었으니까. 지구종이 어머니의 힘이었다. 그러니 어머니가 가장 아끼는 자식인 것도 당연했다.
짧지만 강렬한 문구들 이죠?
소설을 읽고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는요! 아래와 같습니다.
- 싸앗에 이어 SF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배경이 현실적여서 기시감이 많이 듬. 어느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 이게 과거인지 미래인지 현재인지 혼돈스러움. 공동체 안에서 생활은 농사를 짓는 등 훨씬 옛날 같이 묘사되어 있음. 휴대폰도 없고 컴퓨터 사용도 모두 낯설어함. 캠핑카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첨단 기술이 등장. 혼돈스럽다.
- 공동체를 이끄는 로런에게조차 아이를 생각하라며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자고 하는 남편 넘 짜증난다.
- 엄마가 이렇게 하나의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어떨까? 사람들이 보는 지도자의 모습과 자식이 바라보는 모습은 정말 다를 것 같다.
- 한 가족에서 사이좋게 자란 주인공과 그 남동생이 전혀 다른 신앙을 갖게 된 것이 신기하다
-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작가는 아무래도 '노예제도'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것 같다. 과거의 지나간 제도가 아니라 언제라도 인간 사회에 다시 생겨날 수 있는 (어쩌면 현재에도 존재하는) 인간의 기질과 연결된 것으로 다루는 것 같다
- 폭력의 성질에 대해 잘 아는 작가같다, 폭도가 기승인 현실에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위군을 모집. 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유니폼 입고 무기를 손에든 폭도가 늘어난다고 표현. 흑인여성으로 공권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이는 것 아닐까
● 뒤풀이!
@사진설명: 강아지가 화려하게 그려진 테이블 위에 잔 5개와 잔을 든 손이 있다. 네잔의 맥주와 한 잔의 분홍색 음료가 보인다.
토끼 몸에 내 기억 vs 내 몸에 토끼 기억
사실 이 얘기는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얘길하다가 튀어나온 밸런스게임 질문인데요, 저희가 관련된 SF 작품들 얘기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어떤 맥락에 이어서 이 얘기까지 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아마도 은총에서는 인간의 기억과 의지, 신념등을 인간의 본질처럼 다루는 구절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진짜 '나'를 이루는 것이 나의 기억일까 나의 몸일까?" 이런 질문이 SF에서 많이 다뤄지는 주제다 보니 여기까지 간 것같아요?)다만 너무 진지하게 이 질문을 던진 회원 스티비님에 다들 웃음이 빵 터지면서,이 날의 공식 질문이 되어 소모임 회원들이 이 밸런스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내 몸보다는 내 기억이 좀 더 나 자신 같다는 대다수의 의견 속에, 하지만 회사에 있을 때는가끔 내 몸에 토끼 기억이고 싶다는(?) 의견으로 웃음을 주는 회원분들도 계셨습니다. 내 몸에 토끼 기억이라는설정 자체만으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밝혀주신 회원분은 아마도 요즘 머리 속이 복잡하여,,, 잠시 토끼 기억과 바꾸고 싶으셨던 것으로^^
즐거웠던 책읽기를 마치고 저희는 조촐하게 동네에서 뒤풀이를 했고요! 또 토끼 기억 얘기와 최근 봤던 SF콘텐츠 얘기들, 옥타비아 버틀러의 얘기, 민우회 바자회 얘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 총선 얘기, 정치 얘기 등등등등을 나누며 아쉬운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즐겁고 따수운 시간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원 분들의 후기를 공개합니다.
베이루트
비록 개근 실패했지만 한 달여 만에 2권 1,300쪽 완주했고 첫 민우회 소모임, 기대만큼 재밌었습니다. 흥미진진한 sf이면서 범상치 않은 제목에서 느끼듯 종교에 대한 궁금증, 의문도 커졌고요 결론은 여성민우회 만세 \^^/
새벽바람
사실 작년 SF소설 소모임 ‘한줌’을 재밌게 했다보니, 이번에도 SF소설을 읽는단 소모임을 바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씨앗과 은총’이라는 소모임 이름이 무척 종교적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책에서 이렇게 종교를 깊게 다룰 줄 몰랐던... 그저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을 제목만 좀 알았지 처음 읽는 거라 이 기회에 읽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ㅎㅎ
책을 읽는 시기엔 갑자기 많은 일이 겹쳐 좀 헐레벌떡(ㅠㅠ) 읽은 감이 있어 언제 다시 한 번 진득하게 읽어야겠다 싶긴 하네요. 읽는 내내 동시대의, 전쟁과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자꾸 떠올라 많이 괴롭기도 했어요. 실제 소설의 배경이 21세기이기도 하고요. 다만 그러한 와중에도 약한 자들과 연대하는 것, 먼저 상대를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모든 것들이 긍정적인 결과만 내지는 않더라도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우리의 마지막은 토끼와 인간으로 끝난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 소모임 멤버들 덕분에 더 넓은 시야로 다양한 이야기를(그리고 다른 작품들 영업을^^) 나누고 고민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킨>과 <블러드 차일드>도 꼭 읽어볼게요! :)
스티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말 안 얹은 사람은 없는, 좀처럼 자유로운 영혼들의 책 모임이었습니다. 그만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어요. 매주 수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모임원들의 입담과 버틀러 선생님의 놀라운 통찰력 잊지 못할 거예요
안개
평범했던 일상에 특별함이 되어준
민우 독서 소모임,!
책 내용도 회원들과의 나눔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옥타비아 버틀러 함께 읽기’ 소모임으로 확장개설 기대해봅니다!! ??
고마워요 민우회!
음표
민우회를 통해 옥타비아 버틀러 소설을 함께 읽으며 SF적 상상력이 페미니즘과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인종, 계급, 성별이 교차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작가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간 익숙했던 SF 장르물들이 새삼 얼마나 서구 중산층 백인 남성 중심적이었는지를 마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로렌(주인공)의 성장과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로렌은 예민한 공감력과 포용력, 단호함을 보여주었는데요. 뜻깊고 재밌는 이야기가 수없이 오갔지만, 특히 로렌을 보며 회원님들과 함께 ‘우리’ 안의 다름을 포용하는 신뢰와 연대란 무엇일까, 어떻게 가능할까 곱씹어봤던 순간이 기억에 남네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우리 또 다른 활동들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