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활동

신청[후기] 오랜만에 온라인 회원모임 필사-람 적을 사람이 열렸어요! 경북 안동과 경산, 서울 종로구, 마포구, 강서구에서 접속...♥

2023-11-17
조회수 766

(이미지: 온라인 필사모임 [필사-람 적을 사-람] 모임 시간 등이 적힌 홍보물. 푸른계열의 반짝이고 영롱한 배경. 바다에서 노트 위에 글씨를 적는 사람의 뒷모습이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11/9(목) 저녁 7:30 민우회원 온라인 필사모임 [필사-람 적을 사-람]이 진행됐어요.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나서는 온라인 회원모임이 많이 없었는데요. 민우회 행사가 주로 서울에서 열리다보니 거리가 멀어서 참여가 어려운 회원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온라인 회원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답니다. :-)

 

*필사모임 외에도 이름에 ‘계집 희’ 한자가 들어가는 분들과 개명추진위원회도 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모임이 성사되지 못했어요ㅠㅠ 관심 있는 분들 회원팀으로 연락주세요. 담당 활동가 연결가능!

 

모임에는 경북 안동과 경산, 서울 종로구, 마포구, 강서구에서 접속한 지완, 현주, 연음, 보라, 여경이 함께 했어요.


 

 프로그램 

▶민우회원 약속 & 간단한 자기소개

▶민우회 활동영상 보기

▶필사할 책/글/공책/펜 등 소개하기

▶음악과 함께 필사하기

▶낭독하기

▶소감나누기 & 단체사진

 

(캡쳐화면: 화상회의 플랫폼 zoom 캡쳐화면. 순서PPT내용과 참여자들의 얼굴이 하단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자기소개와 모임을 신청하게 된 계기, 오늘 필사할 책과 선정이유, 준비한 펜과 노트 소개시간을 짧게 가졌는데요.

zoom 배경 날리기 효과 때문에 화면에 비추는 책이나 펜들이 뿌옇게 처리되면서....

굉장히 호러물 같기도 하고, 책들이 불손해보여서 큰 웃음(?)을 주었답니다. laugh

 

 

본격적으로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각자 필사를 했는데요.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가서 예상한 것보다 많이 필사하지는 못했어요.

필사 후에는 돌아가면서 책 구절 중 일부를 낭독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도란도란 촉촉한 시간을 보냈어요.

 

5명 중에 2명이 할머니에 관한 책을 골라왔던 점도 인상적이였어요. 어떤 할머니를 애정하는지, 할머니로 퉁쳐지면서 지워지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11월에도 소위 녹조라떼가 여전한 강에 대한 이야기와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 불안감과 두려움에 대한 생각들-

필사모임을 계기로 사두고 한 장도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쓰고,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던 소설을 소개하고,

평소에 되새기던 10계명을 나누면서 방향에 대한 영감을 주고,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서로 수줍어하면서도 찬찬히 글을 읽고 생각들을 나누던 목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blush

 

 

(캡쳐화면 모음: 화상회의 플랫폼 zoom 캡쳐화면. 순서PPT내용과 참여자들이 필사한 책과 노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사한 책 

▶현경 [미래에서 온 편지],

▶김혜나, 손영호 [자연은 파괴되고, 고향은 사라지고],

▶윤성희, 백수린 외 3명 [나의 할머니에게],

▶신승은 [아무튼, 할머니],

▶유선경 [감정어휘]

 

 

현주님이 필사한 책 [미래에서 온 편지]의 내용 중 여성 전사들에게 여신의 10계명

 

1.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기, 끼, 깡이 넘친다.

4. 한과 살을 푼다.

5. 금기를 깬다.

6. 신나게 논다.

7. 제멋대로 산다.

8.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9. 기도하고 명상한다.

10.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지완님이 필사한 책 [자연은 파괴되고, 고향은 사라지고] '산업화로 죽음의 강이 된 석포의 강'

“산업화의 속도만큼 석포의 낙동강은 빠르게 오염되었다. 태백탄광에서 흘러나온 석탄 폐수는 황지천과 철암천을 검게 물들이고 낙동강으로 스며들었다. 연화광산에서 나온 폐수와 광미(광물찌꺼기)는 송천리천 열목어를 절멸시켰다. 석포제련소의 중금속 분진과 폐수도 낙동강으로 흘러들었다. 물속에 사는 수많은 저서생물과 어류가 희생되었고 석포의 낙동강 봉화의 낙동강은 죽음의 강이 되었다.”

 

 

연음님이 필사한 책 [나의 할머니에게] 중 백수린 작가 ‘흑설탕 캔디’

“나의 상상 속에서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의 이별 장면은 이런 식이다. 색색의 글라디올러스가 활짝 핀 봄날의 공원이고, 둘은 처음으로 손을 잡고 있다. 아무 말 없이. 사방에선 싱그러운 풀 냄새가 가득하고, 이별의 순간에야 처음으로 잡은 남자의 주름투성이인 손은 따뜻해서, 할머니는 생각한다. 그것은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던가 하고. 노인의 삶이 사지가 마비된 뇌졸중 환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니. 이렇게 살아서, 할머니의 몸은 이렇게 살아서 이 모든 것을 생생히 느끼고 있는데. 내가 읽은 할머니의 일기에 따르면 그날 브뤼니에 씨는 사전을 찾아서, 할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작별의 말을 건넸다. 브뤼니에 씨가 건넸다는 그 말에 대해서 할머니는 대명사 두 개와 동사 한 개라고만 적어놨으므로 그 안에 감춰진 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나는 당신을 기다릴게요 Je vous attendrai”일 수도 있고, “그리울 거예요 Vous me manquerez”일 수도 있고,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사랑해요 Je vous aime”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진짜로 무엇이었는지 나로서는 영영 알 길이 없다.”

 

 

여경이 필사한 책 [아무튼, 할머니] ‘나는 할머니 꿈을 꾼다’ 

“가끔 술에 취하면 할머니 유튜버들을 찾아보았다. 그분들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엉엉 울기도 했다. 글을 쓰고부터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할머니에 대한 애정은 더 커졌지만 막연한 슬픔보다는 뚜렷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안착한 듯싶다. 나는 무엇이 될까. 할머니가 될까. 어떤 할머니가 될까.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는 할머니가 될까. 우리 할머니처럼 욕을 잘하는 할머니가 될까. 아녜스 바르다 감독님처럼 영화를 계속 찍는 할머니가 될까. 흰머리는 염색을 할까. 흰 눈처럼 새하얗게 둘까 눈 온 다음 날 우리 집 옥상처럼 하얀 머리에 듬성듬성 초록색 염색을 할까. 그래도 공연을 할까. 그때도 꿈을 꿀까. 할머니처럼 용한 꿈을 꿀까. 지금처럼 할머니 꿈을 꿀까. 살고 볼 일이다.”

 

 

보라가 필사한 책 [감정어휘] ‘불안과 두려움을 구분하고 실체를 마주하라’

“불안감과 두려움의 차이는 실체 유무에 있다. 불안한 사람에게 무엇 때문에 불안하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반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두렵냐고 물으면 그 실체를 답할 것이다. 불안감을 없애려면 무엇이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지 실체를 파악해야 하고 두려움을 없애려면 무섭고 불안한 그것을 누리거나 없애야 한다. (중략) 대신 욕실에 쪼그려 앉아 그보다 더 조그맣게 쪼그라진 자신에게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왜 불안하지? 무엇이 두렵지? 나흘째 새벽에 답이 나를 찾아왔다. 그 정체는 놀랍게도 잃어버릴까 봐서였다.”

 

(▲위 사진 5장: 모임 참여자들이 저마다 준비한 책 내용을 손글씨로 적었다. 글씨체가 매력적이다. 필사내용은 위 본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