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활동

신청[후기] 소모임_불/효녀들_수요일 저녁에 모인 6명의 불/효녀들

2023-11-07
조회수 842

[후기] 소모임_불/효녀들_수요일 저녁에 모인 6명의 불/효녀들

 

 

2023년 10월 4일 수요일부터 11월 1일 수요일까지 소모임 불/효녀들의 구성원은 매주 수요일 저녁, 민우회 사무실에 모였습니다. 5주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함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고유, 나타샤, 발칙한양, 서원, 신시아, 유의미가 함께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럼 저희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 보실까요?!!

 

 

 

# ‘불/효녀들’을 신청한 동기가 듣고 싶어요. 평일 저녁 집에서 발 쭉 뻗고 뒹굴뒹굴하고 싶을 수 있잖아요.

 


 

이미지 설명(왼): 불/효녀들

이미지 설명(오): 불/효녀 테스트 10가지 질문 목록을 체크 한 활동지

 

 

고유:민우회라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았어요,

 

서원:보자마자 ‘이거다!’ 했던 게 올해 상 치르는 과정에서 자식에게 기대되는 감정이 사람들에게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반응과 내 실제 감정, 생각은 달랐어요. 나는 괜찮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검열되지 않고. 어떤 사람은 상을 겪고 이런 말을 들었대요. “그런 일 겪고 어떻게 웃어요?”라고요. 가족의 경험이 각자 달라요. 저는 독립적인 삶을 구축했었고 그 과정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가족은 ~해야한다’, 상을 겪으면 ‘~한 감정이 들 것이다’ 생각하는데, 개인의 경험에 따라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발양:20대 초중반에 탈 가정 했는데, 엄마가 “네 이름의 ‘선’이 ‘착할 선(善)’이야. 너는 착하잖니. 집에 와.”라고 회유(?)했어요.

어린 시절 교회를 다닌 적이 있고 화목한 가정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와 ‘효녀 되기’를 열망한 적도 있었어요. 또 부모님께 순종하라는 설교를 지겹게 들었으니까. 그래서 이런 모임을 기획하고 싶었어요.

 

나타샤:스스로 생각하기에 저는 효녀와 거리가 멀었어요. ‘불/효녀’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졌어요. 게다가 민우회와 불/효녀들 두 가지 조합이라니. 유쾌하겠다 싶었어요.

 

고유:모임에 대한 자세한 안내 보기 전에 신청했어요. 불효녀로 입장을 바꾼 것이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근데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어요. 다들 “그래도 엄마잖아, 아빠잖아.”라는 반응이니 고립되었죠. ‘내가 나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이 들던 차에 소모임 홍보물 보고 ‘이건 무조건 가야 한다.’, ‘나 불효녀 맞고 나고 나 아니면 누가 하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후다닥 신청했어요. 이 모임이 글 쓰는 모임이라는 것을 둘째 주에 알았잖아요.

 

발양:아니, 첫 모임 나오셨고 그때 2, 3, 4회차 때 쓸 공통의 주제어 같이 잡았잖아요. (웃음)

 

고유:너무 흥분했었어요. 처음에 흥분해서 글 쓰는 거 나중에 알게 된 거죠.

 

신시아:전 사실 큰 생각은 없었어요. 같은 민우회 회원인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불/효녀 추가모집 공고 링크를 보내주더니 “야, 너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도 보자마자 ‘어, 나네?’ 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어요.

 
 
 
 

# 소모임 홍보물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단어나 가장 처음 느낀 감정, 감각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실, 모임 이름을 고민할 때, ‘후레자식’도 생각했었어요. 근데 아무래도 공식적인 홍보물로 올라가긴 어렵겠잖아요? 흐흐. 디자인적인 요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도 했고요.

 

 

이미지 설명(왼): 소모임 불/효녀들 홍보물

이미지 설명(오): 불/효녀 테스트 10가지 질문

 

 

서원:‘불/효녀’라는 이름이 사회적으로 딸로서 요구받는 ‘효녀’라는 것과 그렇지 않고 싶은 나의 마음 두 가지 마음을 다 표현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슬래시’ 표시가 붙은 불/효녀여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유의미:불/효녀들 단어에 꽂혔어요. 제 위치가 효녀와 불효녀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는 ‘불효녀’ 되기를 열망하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신청했어요. ‘좀 더 불효녀가 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 ‘효녀됨’에 대한 열망을 탈 하고 싶었어요.

 

발양:소모임 이름을 ‘후레자식’이라고 짓고 싶었는데(과연 홍보물로서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했죠. 굳이 ‘낙인’의 언어를 사용하고 싶었던 것은 ‘동성연애자’, ‘정신병자’라고 혐오를 깔고 사용하는 단어들 있잖아요. 그 말에 “그래, 나 동성연애자다. 동성연애 하고 싶다~, 나 정신병자 맞음. 근데 어쩔거임?~~”이렇게 대응함으로 낙인의 언어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혐오를 깔고 말하는 단어들이 더 이상 타격감이 되지 않게 말이죠. “어딘가에 나 말고도 ‘후레자식’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확신했어요.

그리고 타투 새기는 모습, 담배 피우는 모습, 웨딩드레스 입은 여성 등 이미지를 다양하게 넣으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딸’에게 갖는 혹은 기대하는 이미지 혹은 부합하지 않는다 여겨지는 이미지 다양하게 말이죠.

 

서원:그림에 하지 말라고 했거나 사회적으로 금기로 여겨지는 행동들을 했었어요. 술 마시기, 흡연. 효녀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잖아요?? 홍보물 보면서 ‘음, 반대로 살았군’ 생각했어요.

 

유의미:타투를 20살 때부터 했어요. 육지로 와서 살다 보니 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부모님은 잘 모르죠. 타투를 하고 겁이 났어요. 부모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타투를 하고 1~2년 정도는 부모님 만나러 갈 때는 더워도 무조건 긴팔을 입었어요. 어쩌다 타투를 보시고‘이게 뭐냐?’ 질문하셨을 때 ‘몇 달 뒤에 지워지는 거야~~’ 라고 변명했죠. 그로부터 1년쯤 지나 문신이라 말했어요. 아버지가 눈썰미가 없으신데, 제가 언젠가부터 팔을 드러내는 상의를 입고 점점 타투가 많아지니 “못 보던 것이다. 그린 것이냐.” 하시고. 원래는 숨기려고 했는데 “이거 문신이야! 요즘 사람들 다 해! 요새는 이런 게 평범이야!”라고 했어요.

 

발양:엌. 당당한 반응에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유의미:두 분 다 회피 성향이 있으신데 처음 ‘문신’이라 이야기했을 때 못 들은 척 하셨어요.

 

나타샤:‘되바라졌다’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잖아요, ‘여자가 문란하다, 되바라졌다’는 표현이 행동을 통제하려는 표현이잖아요. 그렇기에 오히려 더 반가웠어요. ‘응, 나 되바라졌는데. 어쩌라고??’ 싶었어요.

 

발양:만약 소모임 이름을 ‘후레자식’이라고 저었으면 오셨을 거예요?

 

나타샤:패륜아라고 해도 왔을 것 같아요. 가끔 제가 부모에게 하는 행동이 ‘누가 보면 패륜아라고 하겠네?’ 하는 것들이 있어요. 맥락 없이 보면 문제겠지만 왜 후레자식이나 불효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사람들과 서사를 나누고 싶었어요. ‘불효녀’라는 게 금기를 깨는 것 아닐까? 부모공경을 강조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폭언하는 경우 문제시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는 문제시 삼잖아요. 한국 사회에서 ‘불효녀’가 ‘빨갱이’라는 단어만큼 비난의 대상이 되는 단어라. ‘불/효녀’가 어때서?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고유:: 일단 빨간색으로 ‘불/효녀들’이라 쓰여 있고 검은 고양이가 뒤를 보는 그림이 있잖아요. ‘아, 여기는 나가봐야겠다.’ 일단 아무리 좋은 모임이라 해도... 뭐라 해야 하죠? ‘후레자식’까지는 받아주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주춤거리게 되고... 새빨간 글씨로 ‘불/효녀들’이라고 쓰여있고 검은 고양이 털도 삐죽 서 있고 뒤돌아보고 있는 모습이 내가 이 모임을 나가도 될 만큼 다크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시아:‘불효녀’가 아니고 ‘불/효녀’, 그러니까 중간에 슬래시(/)가 들어가는 게 가장 눈에 들어왔었어요. 왜 불효녀가 아니고 불/효녀인가 궁금했는데, 홍보물 중 불/효녀 테스트에 효녀와 불효녀 사이에서 갈등 중인 사람들… 때문에 ‘아, 그래서 불/효녀구나.’ 하고 이해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딸로 살면서 불효녀 하기도 쉬운 게 아니잖아요. 불효녀라고 해도 효녀와 불효녀 사이에서 늘 갈등 할 텐데 슬래시(/)가 그걸 굉장히 잘 표현해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모임 소개에 <‘효녀됨’에 대해 성공, 실패, 욕망, 선망, 거부, 외면, 회피 등을 경험하는/했던/하고있는 딸들이라면 주목! ‘금기’로 여겨져 차마 남들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되바라진(?)’ 이야기를 나누고 쪽글 쓰는 모임>이라 적혀 있잖아요. 말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어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신청 전, 이에 대해 고민하신 적 있어요? 아니면 모임 중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도 듣고 싶어요.

 


이미지 설명: 민우회는 모임 시작 전, ‘민우회원 약속문’을 함께 나누지만 추가적으로 모임 안에서 지향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 나누었다. 각 구성원이 쓴 지향점들.

 
 

신시아:저는 사실 고민한 적이 없어요. 약간 생각 없이 ‘나 할래!!!!’하고 지원한 거기도 하고… 또 원래 되바라졌으니까(?)

 

나타샤:상반기 때 ‘K-장녀’들이 모인 ‘은장도’라는 모임에 함께 했어요. 그때도 힘든 게 올라왔었어요. 자기 돌봄 시간 갖자 했는데. 불/효녀는 K-장녀보다 한층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왜냐하면 주제별로 ‘반항’, ‘섹슈얼리티/여성성’, ‘정상성’을 키워드로 글을 썼잖아요. 사회에서의 수행되는 여성에게 수행되길 요구되는 사회적 맥락이 일맥상통하니 섹슈얼리티/여성성 작업이 생존자로서의 발화를 한 것 같아요. 깊이 있게 감정을 들여다보고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마주하고요.

 

유의미:매번 제 속에 있는 불편함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원래 저는 회피성이 심한 사람이거든요. 스스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일부러 더 불편한 감정을 꺼내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글쓰기 모임이 있다면 감정을 더 담은 글을 쓰고 싶었다고 생각했었어요.

 

서원:이전에 민우회에서 1인 가구와 관련된 온라인 소모임 참여했던 적 있는데요- 저도 안전한 모임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직업상 살아온 배경을 돌아보고 작업하는 것이 많았어요. 이런 배경 때문에 여기에 오면서 요동치는 감정을 따로 경험하지는 않았어요. ‘불/효녀됨’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각자가 쓴 글을 나누는 것이 서로의 경험을 안아주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느껴져요.

 

발양:불/효녀 테스트지 있잖아요. 그거 어디에서 참고한 게 아니라 제 경험을 떠올리며 목록을 만들어 봤어요. 기획하며 예전 기억이나 경험이 떠올라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아 손톱이랑 머리카락을 쥐어뜯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도 구성원이긴 하지만 소모임 담당 활동가로서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할 때,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모임 특성이 감정이 다칠 수도 있기에 그것을 완화하고 보호할 수 있는 진행 방법을요. 그래서 첫 시간에 안전한 모임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나누자 제안한 거고요.

 

나타샤:민우회가 여성주의를 지향하고 사전에 어떤 곳인지 알잖아요. 회원 소모임이잖아요.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신청했어요. 민우회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끄는 소모임에서 이런 주제로 한다고 하면 거기 가서 편하게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민우회 소모임이기에 큰 우려와 걱정이 없었어요.

 

고유:더 파헤치고 싶었어요. (어떤 것을요?) 부모와 내가 가지고 있는 갈등. 갈등의 형태 그런 거. 다른 이의 이야기 통해서 정리하고 싶었어요.

 
 
 

# 첫 만남에서 2, 3, 4회차 때 쓸 공통의 주제어를 잡기 위해 키워드 카드를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반항’, ‘섹슈얼리티/여성성’, ‘정상성’이라는 공통으로 쓸 주제어가 나왔어요. 처음부터 완성된 기획안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기본 틀만 잡고 우리가 모임 첫날, 공동으로 이후 회차를 기획했잖아요. 이 방식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궁금해요.

 


이미지 설명(왼): 200여장이 키워드 카드 중, 자신에게 와 닿는 단어카드 5~10장 선택

이미지 설명(오): 공통의 주제어로 반항, 섹슈얼리티/여성성, 정상성이 도출되었다.

 

 

서원:참신하다 느꼈어요. 전 프로그램 짜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그게 누군가에게는 맞을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나는 이 주제를 다루기 원하지 않는데 하는 것들도 있을 테고요. 저희가 처음에 단어 카드 통해서 우리의 공통 키워드 찾고 함께 어떤 글 써보자~ 하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모두를 고려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타샤:그냥, “우리 다음에 어떻게 할지 구성해봐요.” 한 게 아니라 키워드 카드 200장 정도 준비해 주셨잖아요. 기본 바탕을 주시고 그 바탕 위에 분류하는 작업이었고요. 워낙 많은 키워드가 있어서 나눌 이야기가 많았어요. 어차피 저희가 대 주제별로 글쓰기 하는 것이기에 “몇 회차 뭐 합니다!”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정했잖아요. 미리 다 정해져 있었다면 몇 번째 주제는 참여를 원치 않거나 할 수도 있거든요.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고 우리가 키워드 직접 뽑고 공통 키워드 나누는 작업이 좋았어요.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모임이 기획되었으면 해요.

 

고유:저도 처음 규칙 정할 때부터 인상 깊었어요. 멤버 중의 한 분이 본인의 이야기 하셨잖아요. 아무렇지 않게 오픈한 게 좋았어요. 그때부터 편안했어요. 나도 털어놓을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키워드 카드가 200장 정도 되잖아요. 한 장 한 장 오려 준비하신 에너지가 좋았어요. 카드를 갖고 작업하면서 나타샤님이 말한 것처럼 토대가 있어야 작업이 쉽잖아요.

 

발양:고유 님, 카드 5장~10장만 뽑아보기로 했는데 20장 가까이 뽑지 않으셨어요? 키워드 카드 그렇게 많이 뽑으실지 몰랐어요.

 

고유:카드 20장 뽑았어요. 꼬리에 꼬리 물고 계속 생각할 거리가 나오니까.

 

신시아:첫 회기에 참여를 못해서 어떤 방식으로 같이 기획하셨는지는 잘 모르지만 후에 단톡방에서 글 읽고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모임 내내 다들 막힘없이 글을 쓰셨는데 그것도 아무래도 다들 같이 주제를 고른 거라 그렇지 않았나 싶었구요.

 
 
 
 

# 기억에 남는 회차 또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이미지 설명(왼): 불/효녀 세 번 째 시간 공통 주제어, ‘섹슈얼리티/여성성’을 주제로 발표하는 구성원. 촬영: 유의미

이미지 설명(오): 네 번째 모임, ‘정상성’을 공통 주제어로 참여자들이 각자 고무찰흙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나타샤:‘섹슈얼리티/여성성’ 회차요. 원가족 내에서 겪은 것들, 다른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겪은 것들을 나누고 들으며 다양한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성성에 대해 다들 할 말이 많구나. 다른 분들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했죠.

 

유의미:2회차 시간 공통 주제가 ‘반항’이었잖아요. 제가 그 글 보면서 울 줄 몰랐어요. 단어 자체가 나에게 자극이 되는 단어구나 느꼈어요. 다른 이야기인데 2회차, 3회차, 4회차 점점 분위기가... 음. 모든 분들이 그랬는데, 2회차에는 좀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3회차 때는 발랄한 느낌을 받았어요. 주제마다 바뀌는 분위기도 재미있었어요.

 

발양:저는 3번째 ‘섹슈얼리티/여성성’이요. 그때 제가 앞에 나가 책상에 앉아 다리 꼬고 발표했잖아요. 관종처럼. 그리고 성추행 가해자 턱주가리 때린 에피소드 이야기했을 때 다들 통쾌하다고 해서 좋았어요.

 

나타샤:주먹으로 때린 거 아니었어요? (손바닥으로 내리침)

 

고유:너무 대단해요. 멋있어요.

 

신시아:저는 ‘반항’이요. 그때 처음 생각했거든요, 언제부터 제가 양육자들한테 반항하기 시작했는지? 그 이후에 쓴 주제들은 사실 평소에 친구들하고도 잘 나누는 주제인데 반항은, 특히 제가 처음으로 부모에게 대든 게 언제인지 생각해본 적이 그전에는 없어서 재밌었어요.

 

서원:키워드 할 때 겹치는 단어가 많았어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억눌려 있던 것들이 다르면서 비슷하구나 했어요. 글 쓰고 나눌 때의 분위기가 좋았는데, 서로의 글에 대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얹어서 이야기했던 것이 남아요. 두 번째 회차 ‘반항’키워드로 글 작업했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뒤로 갈수록 발랄한 분위기도요.

 

고유:저는 ‘반항’ 꼭지만 썼잖아요. 제가 아빠 얼굴에 술 뿌린 경험을 반항이라 이름 짓지 못했잖아요. 술 뿌린 이야기에 “시원하다, 잘했다” 해 주시고. 반항이라는 이름을 붙이니까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되면서 불편했던 감정들이 가라앉았어요. 그때의 경험을 ‘네이밍’ 했다는 것. 그게 저에게는 중요한 경험이라 좋았어요.

 
 
 

#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은 어떤 경험이셨어요?

 


이미지 설명: 질문지 뽑기 쪽지

 
 

발양:글쓰기라는 테마가 사람들에게 문턱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을텐데, 신청마감이 빨리되어 놀랐어요. 대부분 뭔가 글쓰기 하면 잘 써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기도 하고.

 

서원:모임 주제 보고 빨리 와야지 싶었어요. 근데 글 쓴다고 했을 때, ‘나, 글 못쓰는데~ 민망한 글솜씨를 공개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이건 잘 쓰고 못 쓰고하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나눔의 힘을 느꼈던 지점은 내가 겪지 못한 경험을 듣고 그 경험이 어떤 경험이었을까 상상하며 같이 분노하고, 목소리 내고. 그게 큰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유의미: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느꼈어요.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각자의 부침이 있고. 나만 아픈 게 아니고 함께 버티며 불/효녀를 자처하며 사는 이들이 있어 좋았어요.

 

나타샤:글쓰기 시간이 30분 주어졌을 때 망설임 없이 써 내려갔어요. (모두들: 웅성웅성. 우리 키보드 소리 장난 아니였잖아요!) 전투적인 타이핑. 우리가 할 말이 그만큼 많았다는 거고. 피해자로서 나를 드러내는 일이었고. 깊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깊은 이야기를 해서 나도 이야기를 꺼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내적 친밀감이 생겼어요. 단순히 불/효녀 주제를 넘어 각자 경험 속에서의 상처에 대해 위로를 주고받은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고유:제가 참여하지 못한 것 아쉽다는 생각이. 컸어요. (고유님은 1, 2회 오프라인 참석, 5회 입원 중 온라인 참여) 너무 흥분해서. 처음에 인사말 할 때도 만나서 너무 반가웠던 게 기억나요.

 

신시아:처음에 완전 부끄러웠어요. 11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매일 일기를 써서 그런가? 모임에 나와서 쓴 글들도 습관처럼 일기 같이 썼는데 그래서 제 일기장을 읽는 기분이라 좀 창피했어요. 그래도 막상 글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도 듣다 보니 다른 분들이 쓴 글이 제게 공감이 되는 것처럼 제 글도 다른 분들이 공감해주시니까 그게 또 위안받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친구들하고는 다르게 초면이신 분들과 나눈 글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 또 다른 불/효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미지 설명: 불/효녀들 마지막 5회차 모임. 건강 회복 중, 온라인으로라도 함께 하고 싶은 멤버와 만나기 위해 화상연결.

 

 

서원:불/효녀로 되어 가느라 효녀로서 감당하느라 고생했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불효녀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망설인다면 우리 자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아멘아멘) 편안했으면 좋겠다.

 

나타샤:스스로 ‘불/효녀’로 정체화하기까지 오랜 시간 걸렸어요. 불효녀라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불효녀로서의 연대를 하고 싶어요. 민우회로 오시라. (웅성웅성. 민우회 회원으로 함께 하기->https://womenlink.or.kr/donations) 털어 놓는거죠. 어떻게 보면 불효녀 되게끔 만드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가려진 채 사회 규범 때문에... 당당해져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유의미:저도 사실 이런 모임을 꼭 참가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내가 불효녀인가? 나는 효녀가 되어야 하는데...’ 고민을 시작하는 분들 계시잖아요. 그 과정에서 이런 모임이 없다면 스스로 스트레스 받고 외로웠을 거예요. 모임을 통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해서. 민우회로 오시라고 말해 봅니다.

(회원가입 링크. 자막으로 달아요. ->https://womenlink.or.kr/donations)

 

신시아: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이 불효라면 그건 아닐 불을 쓰는 불효(不孝)가 아니라 떨칠 불(拂)을 쓰는 불효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효를 털어내라는 뜻에서요. 내가 불행하면서까지 해야하는 게 효라면 그딴 거 필요 없다!

 

고유:좋은 것 누릴 자격,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말하고 싶어요. 뭔가 부모로부터 사랑이 당연하지 않았던 환경에서 고생했을 것인데. 내가 요구하면 안 될 것 같고.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허탈감에 젖어있는 분들 있죠? 마음대로 지랄해도 된다, 박차고 나와도 된다, 무엇을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발양:배고파요. 비싸고 맛있는 밥 먹고 싶어요.

 

신시아:진짜 그 날… 화상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리느라… 더러운 얘기 죄송합니다. 너무 아쉬워요. 아직도 아쉬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의미:재미있었던 시간이었고 생각보다 5회의 시간이 짧게 느껴져요. 그래서 조금 더 정기적이라면? 2개월 정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8회 정도로? 아까도 말한 것처럼 카드들이 많았으니 제가 고른 카드를 사진으로 남겼는데 나중에 보면서 글을 써 보려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서원:후속 모임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1년 뒤 불/효녀들의 모임은 어떨까?

 

나타샤:전국에 있는 ‘불/효녀’한 회원들 찾아보고 싶네요?!. 플랭카드 걸어두고. 저는 이만큼 전도했어요~~하고 전도하고 싶네요.

 

고유:저도 전국에 있는 불/효녀들과 만나고 싶어요. (다들 어디 숨어있을까?) 엄청 많을 거예요.

 

발양:아, 그리고 다음 소모임을 한다면, 콩가루 집안에 대한 주제도 다뤄보고 싶어요. 곱게 갈린 콩가루 집안. (웅성웅성. 탈곡이 많이 되었다)

 

나타샤:불/효녀 키워드 카드를 고르면서 느꼈어요. 가부장제 등을 타파해야 한다! 기존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통제당했던 경험들 축적되어 발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작업들이 소중하고. 소중했고. 내 탓이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사회에 떳떳하게 말하진 못했어요. 자책했는데. 그런 감정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홀가분하게 ‘불효녀’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하는 토대가 되는 시간이었어요.

 

 

 

6명의 불/효녀들이 전하는 후기 어떠셨나요?

지금까지 고유, 나타샤, 발칙한양, 서원, 신시아, 유의미가 함께한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