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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후기] 소모임_은장도(은은하게 돌아있는 장녀들의 글쓰기 도모 모임)구성원들의 이야기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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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소모임_은장도(은은하게 돌아있는 장녀들의 글쓰기 도모 모임)구성원들의 이야기

 

작성자: 은하수, ㅂ, 나타샤, 장창, 희희, 발칙한양

 

이미지 설명: 은장도(은은하게 돌아있는 장녀들의 글쓰기 도모 모임) 멤버 모집 홍보물

 

올해! 한국여성민우회 상반기에 소모임 ‘은장도’가 진행되었답니다. ‘은장도’는 은하수, ㅂ, 나타샤, 장창, 희희, 발칙한양이 함께 했습니다. 민우회의 회원이 되고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도, 태어난 곳도, 생김새도, 성격도, 개성도 각각 다르지만 ‘장녀’라는 공통점으로 화요일 저녁에 모여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은장도에 모인 각 구성원들은 네 번의 만남 동안 어떤 것들을 경험했는지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미지 설명:

(1)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모임 때 어떤 키워드로 글을 쓸지 함께 정하고 해당 키워드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을 나눔. ‘장녀, 양육자, 과거-현재-미래’라는 키워드로 결정.

(2) 앞에 나와 자신의 키워드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은장도 구성원

 

#소모임 ‘은장도’를 신청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화요일 평일 저녁 시간 어쩌면 쉬고 싶을 수 있는 시간인데 말이죠.

은하수: 회사-집 위주로 살아가며 내 안의 페미니스트가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 같았어요. 민우회에서 활동할 만한 것이 없나? 기웃거리던 차에 취향저격 모임을 발견하고 바로 신청했어요.

: 모임 이름이 와닿아서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K-장녀로서의 삶을 돌아보거나 관련 주제로만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는데 안전한 공간에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나타샤: 장녀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본 적도, 누군가와 얘기 나누본 적도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민우회에서 ‘장녀’ 당사자들을 모집한다고 하여 이 기회에 돌아보고 싶었어요. 특히 ‘은장도’라는 모임명이 결연하고 매력을 끌어당겼어요.

장창: 강렬한 소모임명(은은하게 돌아있는 장녀들의 글쓰기 도모 모임이라니....!)에 1차로 끌리고, 홍보물에 있던 K-장녀 빙고판에 2차로 끌려서 홀린 듯이 신청서를 작성했어요! 그리고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희희: 본래 에세이나 짧은 글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보려고 했는데, 마침 또 장녀!에 관한 글쓰기가 있다고 해서 재빠르게 신청을 하였어요.

발칙한양: 올해 활동가로서 민우회에서 첫 소모임을 기획하는 것인데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내 경험속에서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하다가 ‘장녀’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게 되었죠.

 


이미지 설명:

(1) 서로 알아가기 위해 질문 뽑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눔.

(2) ‘무슨 말을 어디에서부터 해야하나?’ 고민할 수 있어 만든 질문카드

 

#이 모임을 생각했을 때, 활동가 한 명이 ‘100% 완성된’ 기획을 하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기획을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사실, 활동가 1인이 완벽하게 셋팅한 기획안을 기반으로 운영하면 준비, 진행하는 데 더 수월하긴 하거든요.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죠. 이런 방식은 어땠어요?

은하수: 좋았어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모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 참여자들 상황에 맞게 조정이 될 수 있어 모임을 끝까지 참여할 수 있었어요.

나타샤: 활동가 1인이 모든 역할을 하기 버겁고,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봐요. 특히 글쓰기 키워드, 주제를 모두가 상의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방식이 좋았어요.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장창: 우리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맞춰나가는 감각이 좋았어요. 덕분에, 정말 사우나에 앉아 두런두런 수다 떠는 것처럼 속에 담아둔 이야기들도 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희희: 회사 근로자들을 배려해서 소모임 시작시간을 조정한 것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좀 더 참석하기 쉽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생각은요). 그리고 글쓰기보다 이야기 나누기를 더 많이 하면 좋겠다 하고 느끼자마자 반영이 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정말 “우리”의 모임 느낌!

발칙한양: 4회라는 만남 속에서 첫 시간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시간으로 보내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지만 이렇게 하길 정말 잘한 것 같네요!

 


이미지 설명:

(1) 은장도 구성원에게 주는 처방 물품. 고양이사료, 향, 비누, 손수건, 책, 노트.

(2) ‘발양의 처방전’ 카드를 고르는 구성원들

(3) ‘발양의 처방전’ 안내 문구가 카드에 적혀있음

 

#기억에 남는 회차 또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왜 그 회차/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아요?

은하수: 첫 번째 시간, 같이 키워드 정하고 앞에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요. 처음보는 회원분들 앞에서 K-페미니스트 장녀라는 동질감과 안전한 커뮤니티라는 감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족사, 연애사 같은 진솔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었어요.

: ‘장녀’ 키워드 글쓰기 회차가 기억에 남아요. 혼자 울었는데 부끄러우면서 자유로웠어요.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을 수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나타샤: 양육자들을 주제로 글쓰기하고 나눈 시간이 인상깊었어요. ‘장녀 생존자 말하기대회’의 느낌으로 성토하고 같이 격분하고 공감, 지지하는 뜨거운 에너지가 물씬 느껴졌답니다!

장창: 두 번째 모임이 제일 기억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장녀’를 주제로 글을 써 본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나의 ‘장녀 경험’을 글이라는 형태로 적어내려가는 자체가 생경하고 신기했어요.

희희: 두 번째 시간에 와다다다 말을 쏟아낸 것이 후련했어요. 하지만 제게 가장 기억나는 건 세 번째 시간에 카톡으로 전해받은 ‘발양의 처방전’이에요! 평생 남을 챙겨만 봤지 챙김 받아본 기억은 많지 않았는데, 저를 위한 맞춤 처방전을 누가 줬다는 게 참 감동이었어요.

발칙한양: 두 번째 시간과 세 번째 시간 그 사이가 기억에 남아요. 두 번째 만남 때, 우리가 감정을 다치지 않고 잘 흘려보내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왔잖아요. 그래서 문득 멤버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게 ‘발양의 처방전’이었어요. 함께 한 멤버들이 즐거워해서 좋았어요!

 

 

이미지 설명: 각자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원들의 모습

 

#은장도 두 번째 모임 때, 폭발적인(?) 감정이 올라왔잖아요. 그 때 한 멤버가 “우린 화요일 밤에 모일 게 아니라 금요일 밤에 모여야 했다.”라고 했잖아요. 다들 그 말에 공감했고요. 우리 매 회차 키워드가 있었죠. 2회차 장녀, 3회차 양육자, 4회차 과거-현재-미래. ‘장녀들의 글쓰기’가 주요 활동인 만큼 글을 쓰고 멤버들과 나누는 과정은 어떤 경험이었어요?

은하수: 주제가 주제인지라 과거에 매몰된 감정이 땅굴을 파고 들어가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어요. 장녀일지라도 각자 겪어온 환경, 경험들이 이질적이기도 해서 귀 기울여 들었어요. 그리고 멤버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 지지하는 마음을 보냅니다(하트)

: 내가 겪은 일들에 분노, 억울함을 느끼는 게 맞다는 것을 더 확신했어요. 역시 이건 엄마의 전략, 가스라이팅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로의 경험이 비슷한 게 놀라웠고,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나타샤: 미리 글을 써오는 방식이 아니라 모임 시간의 일부를 할애해서 써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미리 혼자 쓰면 감정적으로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모임에서 쓴 것을 바로 나누고 해소하는 과정이 있었으니까요. 후유증도 발양님의 처방전 지시대로 이행해 오면 조금 덜어진답니다. 하핫

장창: 정말 무한한 공감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제 글을 쓰는 것도 좋았지만, 다른 멤버들의 글을 읽고,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은장도 첫 모임에 참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른데, ‘장녀’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 얼마나 공감대가 형성되려나?‘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요, 그 때의 의심이 너무 우스워졌을 정도로 모든 멤버들의 경험이 ‘아 나 저거 알아!’ 하는 감각으로 와닿았어요. 그래서 더욱 진심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희희: 한편 답답하고 한편 시원한 모임이었어요. 제 인상은 얼핏 온화해보여 제가 가진 가족에 대한 분노를 전혀 이해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여긴 다 제마음과 똑.같.아.서 시원하더군요. 반면, 이렇게 분노에 차 어디 풀 줄도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은 한편 답답하고 또 슬펐습니다.

발칙한양: 어디까지 솔직하게 쓰고 나눌 수 있을까? 도 좀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쓴다는 조건이 주어지니까 부담없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낙인’과 ‘금기’시 되는 요소들이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이 경험이 나만의 경험이 아닌, 각자 조금씩 다르겠지만 장녀들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이구나 느꼈어요.

 


이미지 설명:

(1) 장녀, 양육자,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을 적는 구성원

(2) 첫 시간의 활동으로 ‘은장도 멤버 폭풍공감 빙고판’을 함.

 

#또 다른 대한민국 장녀들에게, 양육자에게, 다른 자매형제들 등등에게. 누구든 상관없이 할 수 있는 말을 다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 주고 싶나요? 전제는! 그 말을 들은 사람이 1시간이 지나면 다 잊는다는 가정하에서요!

은하수: 어쩌라고!! 내 알 바야???

: 나는 너의 욕망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야. 제발 알아서 살아. 난 너 없어도 잘 살아. 없어야 잘 살아. 제발 심리상담 좀 받고 인간이 되렴. (양육자에게)

나타샤: 장녀로서 당연한 건 없어요~ 모든 걸 혼자 감내하려고 하지 말고 힘든 건 토로해도 됩니다. 장녀들도 돌봄을 수행만 하는 위치가 아니라 돌봄을 받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버거운 장녀 수행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목소리를 내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장창: 뿔뿔이 흩어져서 완벽해진 우리 가족, 각자 잘 삽시다!

희희: ‘제발 누군가 나도 좀 챙겨줘! 내 기분과 태도도 보살펴줘!’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이.

발칙한양: 또 다른 장녀들에게. 장신이 겪고 있는 부담감, 압박, 외로움... 내려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당신이 그 과정을 거치면서 너무 외롭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설명: 마지막 모임 때, ‘서로 토닥상’을 수여하며 서로의 일상을 응원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 주세요~~

은하수: 4회 모임을 끝으로 헤어지기 아쉬워요, 애써준 발양님에게 감사 드려요. 특히 처방전!

: 은장도 기획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타샤: ‘장녀’라는 주제의 기획은 다른 데서도 접하지 못했었는데 새로웠고 신선했어요. 이렇게 만남을 할 수 있어서 무척 반갑고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장창: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분노하고, 답답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따뜻한 위로와 위트 넘치는 유머로 서로를 북돋아줄 수 있어서 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야호!

희희: 참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4회기 정도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다음 4회기는 금요일 저녁으로다가 해서 진행하면...! 다음이 있다면 그땐 술한잔 기울이며, 각자의 마음에 맞는 글 같은 걸 가져와서 읽어도 좋을 거 같아요. 또 봐요!!

발칙한양: 활동가로서 처음 모임을 이끌어 보는 것이었고,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모임 시작 전, 걱정하고 긴장했던 마음이 모임하면서 녹아내리고 화요일 저녁이 기다려졌어요.

 

 

은하수, ㅂ, 나타샤, 장창, 희희, 발칙한양이 함께 한 소모임 ‘은장도’의 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