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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후기] (책+토론+글쓰기)X맥주=소모임 책맥

2023-01-18
조회수 1193

 

(이미지 설명: 노란색, 주황색 배경 위에 '책맥'이라는 텍스트와 책, 맥주 그림이 그려져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소모임 '책맥' 홍보물)

 

맥주가 함께하는 모임이라는 컨셉이면...많은 분이 신청하실 줄 알았으나...!
적당한 인원과 적당한 맥주(?)가 함께한 소모임'책맥'!

 

책맥은 2022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긴 호흡으로, 소모임 담당 활동가인 은사자와 나타샤, 라일리, 솔미, 영 이렇게 다섯 멤버가 함께했습니다!
9번의 모임이 별로 많지 않다 생각했지만 격주로 모임이 진행되다보니 거의 6개월에 걸쳐 모임이 진행 되었어요.
모임이 끝나고 난 다음주 금요일 저녁이 되니...왠지 모를 여유로움(?) 때문에 헛헛했다는...후문입니다...!

 

(이미지 설명: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표지)

 

첫 모임에서는 앞으로 모임 진행에 길잡이가 되어줄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김성우, 엄기호)를 읽고 만났는데요.

 

"내가 이제까지 읽어내지 못하던 것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문해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혹은 지금까지 읽던 방식이나 내용과는 다르게 읽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도 문해력이겠죠.”(71p)

 

“이런 의미에서 읽기는 고독한 작업이죠. 구술문화에서 듣는 것은 계속 공동체에 참여하는 행위예요. 이와 달리, 읽는다는 것은 그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와 여행을 떠나는 거거든요. (...) 개인이 된다는 것에서 고독은 매우 중요한 문제예요. (...) 내면이 형성되는 계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읽는 행위에서 비롯되죠.” (91p)

 

“쓰기라는 건 말을 그냥 옮겨놓는 게 아니에요. 말이 문자화되는 순간, 문자가 그 자체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생기는 거죠.” (98p)

 

 

책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어떤 행위여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맥은 1) 책을 읽고 2) 책에 대해 토론하고 3) 각자 글을 써와서 만나는 사이클을 갖고 진행되었는데요.

첫 모임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해보았어요. 다들 가지각색의 이유로 읽고 싶은 책을 강력 어필하여 책 선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추천된 책을 살짝 공유해봅니다!

 


- 『육식의 성정치』 캐럴 제이 애덤스
- 『읽기』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 『야한 영화의 정치학』 김효정
- 『혐오와 수치심』 마사 누스바움
- 『망명과 자긍심』 일라이 클레어
-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권명아
- 『투게더』 리처드 세넷
- 『유년의 뜰』 오정희
- 『욕구들』 캐럴라인 냅
-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김은정
- 『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웬즈데이 마틴
- 『윤리적 잡년』 재닛 하디, 도씨 이스턴
-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이중에 모임에서 읽은 책은...(두구두구두구두구) 바로『읽기』(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야한 영화의 정치학』(김효정)이렇게 세 권이었습니다!

 

"어렵기로 유명한(?) 스피박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혼자서는 절대 안/못 읽을 거 같으니 같이 읽어보자"라는 이유로 『읽기』가,

 

"'롤리타' 하면 롤리타 콤플렉스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를 통해 ('롤리타'라는 작품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종류의 인상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 책은 주인공인 험버트를 세상 찌질하고 문제적 인물로 그리고 있는데 어째서 사랑 이야기로 둔갑됐을까? 페미니스트와 꼭 같이 읽어보고 싶다"는 제안으로 『롤리타』가,

 

"'롤리타'와 연결해서 읽어보면 재밌겠다"는 사유로 『야한 영화의 정치학』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미지 설명: 책 '읽기' 표지)

 

『읽기』(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는 난해한(!) 표지만큼이나 난해한 책이었습니다^_ㅠ...

아무리 혼자 안 읽을 것 같아도(?) 이렇게 모두가 고통 속에 빠져야 하는(?) 이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각종 곡소리와(?) 원망이 오갔답니다...

 

(이미지 설명: 책맥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는 채팅방 캡쳐 화면. 누군가 "저 오늘 사서 몇 쪽 읽었는데 아 내가 여러분께 큰 잘못을 했구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가 "ㅋㅋㅋㅋㅋ(눈물 이모티콘) 천천히 읽으면 이해 되겠죠?"라는 등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책을 읽고(이해했냐 물으신다면 그저 웃지요..) 글을 써서 만났습니다!

어렵게 읽고 만나(!) 그날 나누었던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읽기로부터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나는 결국 이 모든 일이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삶을? 나의?(그럴 리는 없다.) 우리의?(우리가 누구지?) 모두의?(모두는 언제나 거짓말이다.) 여전히 이 부분은 빈 칸이다. 다만 “서발턴 교육이 나아가야 만 하는 것은 헤게모니의 회로를  보호, 보전하는 게 아니라 부족적인 정체성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그들이 시민이 되도록 돕는 일”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는다. 교육자 자신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을 생각할 때, 운동이 대화라면 서로는 서로를 읽고 또 서로를 통해 배워야 한다. (운동이라는 자리에 나는 나의 일인 다큐멘터리를 넣는다.) 교육은 다른 존재로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를 통해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대화를 통해, 동시에 스스로 그렇게 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그렇게 될 수 있는 힘을 주는 일, 그것이 읽기이며 배움이며 운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도, 어떤 식으로 도래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창조되어야 한다." - 영, 배움을 통해 배우기

 

"언젠가부터 스스로를 ‘알만큼은 아는 사람’이라 규정하며 상대를 읽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애초에 이러한 자기확신은 가부장제에 맞서기 위한 도구였다. 여성의 주장을 ‘헛소리, 가짜뉴스, 객관적이지 않은 감상, 미친소리’로 깎아내리는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확신이 이제는 지적게으름을 정당화하는 핑계로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주장들을 ‘헛소리, 가짜뉴스, 객관적이지 않은 감상, 미친소리’로 단정하고 귀를 닫아버리게 됐다. 그러니 마음은 편했다. “쟤 또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상대를 한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간편했고, 수월했고, 안전했다. 하지만 확신 속에서 의심이 꽈리를 텄다. 나를, 여성을, 소수자를 한 문장으로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사회구조에 저항할 것을 가르쳐준 것이 페미니즘 아니었나? 나를, 여성을,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내 주변을 납작하고 균일한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나? 그것이 나에게 해방인가?" - 솔미

 

 





(이미지 설명: 책 '롤리타' 표지)

 

두 번째로 읽은 책『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어렵진 않았으나 어마무시한 분량으로...또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몰입도 높은 책이라 다들 지치지 않고 금방 읽어낼 수 있었어요. 

 

(이미지 설명: 책 '롤리타'를 읽고 책맥 구성원이 함께 나눈 대화 캡쳐 화면)

 

'롤리타'는 롤리타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남성, '험버트'의 관점에서 쓰여져 있는데요.

다들 주인공(험버트)의 찌질함과 못남, 스스로 잘생겼다는 (허위)주장, 자기모에화(?)에 엄청나게 분노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아래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도 가지며, 또 각자 글을 써서 맥주 한 캔과 만나보았습니다.

 

(이미지 설명: 책상위에 책 '롤리타'와 술병이 올라와있다. 왼편에는 참가자가 앉아있다.)

 

"성적/정신적 학대를 받는 롤리타를 사회가 구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복지 체계의 부재? '가정의 일'이라는 불문율?"
"소설 '롤리타'가 자기 반성적 고백록이라고 할지라도 님펫 묘사, 지나친 성애적인 부분의 서술 등에 많이 할애된 점을 어떻게 읽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할까? 단지 문학적 표현의 영역으로 존중해야 할까?"
"험버트와 롤리타 둘 다 다른 연극을 함 (험버트는 가해자가 아닌 연기, 롤리타는 실제 연극에 참여함 그리고 연극을 하면서 험버트로부터 차츰 벗어남) '연극'이라는 모티프와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미지 설명: 책 '야한 영화의 정치학' 표지)

 

(이미지 설명: 책상 위에 맥주 등 음료와 팝콘 과자, '야한 영화의 정치학' 표지가 떠있는 아이패드가 올라와있다.)

 

『야한 영화의 정치학』(김효정)은 읽으면서 책 이야기만큼이나 '야한 영화'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책이었는데요.

각자 처음 봤던 '야한' 영화는 무엇이었는지, 그 영화를 야하게 느꼈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지,

'그때 그 영화는 지금 봐도 야할까?' 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각자가 썼던 글을 살짝 소개해봅니다!

 

영화 세일즈 우먼은 기혼 여성이 남편이 아닌 낯선 남성에게 끌려서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전개이다. 한줄 평점을 보다가 쓰레기 페미 영화라는 표현때문에 잠시 황당했다. 이 여성이 관계를 이어나가는 상대 파트너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매력 폭발, 빌이라는 흑인 남성이다. 나도 처음 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완전히 빠져버렸다. (...) 이 영화는 대체 이런 욕까지 들을만큼 형편없이 취급받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 중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적나라한 성관계 장면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흑인을 만나는 여성은 더럽고 불결하다는 인식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게다가 자상한 남편하고 원만한 관계이면서 감히 흑인이랑 몸을 섞는다고 비난한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가 통쾌하고 짜릿하다. 두가지의 금기를 깨어버린것 같아서. 남편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도, 줄어들어서도 아니며 그 감정은 그대로 보존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다른 크기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리의 용기가 부럽고 그녀의 선택을 응원하고 싶다. 단순히 야한 영화에 그치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보여주어서 여운이 길게 남았다. 누구에게처럼 쓰레기가 아니라 나에겐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나타샤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내게 야하다는 건 '긴장감'과 함께 가는 것이다. 영화 안과 밖에서 긴장감이 존재할 때 가능한 감각. 왜 하필이면 긴장일까?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현실의 관계와 섹스가 매순간 긴장된다면? 상상만으로도 피곤하다. 낯선 이 혹은 이제 막 알아가는 관계라면 모르겠지만, 안정된 애인과의 관계는 그보다는 훨씬 생활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은 금방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가떨어지게 된다. 내가 원하는 건 그보다 다정하게 나누는 인사, 함께하는 맛있는 식사, 하루를 마무리 하며 나누는 대화에 가깝다. 일상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동시에 자주 만나고 싶지 않기도 한) 장면이 매끈하게 가공되어 스크린을 통해 등장할 때, 경직되는 순간, 그것만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감정이 있다. 그때문에 ‘야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아닐까. - 은사자

 

이 책의 저자는 영화 〈몽상가들〉에 대해 다루며 “섹스와 혁명은 어쩌면 같은 것이다. 젊고 뜨거우며, 불가피하다”(214) 라고 썼는데, 뜨거움을 기대하다가 늙어버리기만(?) 한 지금은 이런 영화, 해석에도 뜨뜻미지근하다. 오히려 〈생활의 발견〉의 해석-“지리멸렬한 일상에서 우리는 조우하는 존재들과 무언가 다른 비 일상적인 것을 꿈꾸지만 그들과 가는 장소도, 하는 일도 결국 또 다른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의 한 부분을 만들어 내는 일”(206)이라는 쪽에 더 공감이 간다.  그래도 ‘야한’ 영화는 지금도 본다. 성인이 되었지만, 중학교 선생님 말씀대로 아무렇지도 않기는커녕 아직도 주변이 눈치 보이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열이 오른다. ‘아무 일’ 안 생기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탈하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지피면서, 화상을 입지 않고 불씨를 끄기엔 영화 만한 것이 없다. - 라일리, 열이 올라요

 

 


 

(이미지 설명: 맥주 등 음료가 든 잔을 들고 건배하는 사람들)

 

마지막 모임을 마치고선 맥주 마시는 소모임답게(!)(아닙니다 책 읽고 글쓰는 소모임입니다...)

맛있는 비건 음식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뒤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유롭게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구성원과 즐겁고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던 9주였어요.

다음에 또 다른 민우회의 여러 자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며(꼭이요!!) 소모임 '책맥'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