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약자들이잖아요.”
온다:오기 전에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작업을 많이 하고 계신지 미리 살펴보았는데, 노키즈존 관련한 포스터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저도 노키즈존 이슈에 정말 관심이 많아서 눈길이 갔어요. 어떻게 기획해서 진행하신 건가요?
나리맛탕:여기 가게가 1년째 되는 해에 주변 상권 사장님들께 다 나눠드렸어요. 찾아다니면서 혹시 필요하시면 드리겠다고 하고, 손님들께도 나눠드리고. 지금 좀 더 많이 남아있어요. 챙겨드릴게요.
("반려견과 어린이 손님 모두 환영해요"라고 쓰인 나리맛탕의 포스터는 민우회 사무실 현관에도 붙여두었습니다. 사무실을 찾아오신 다른 단체 활동가 분들과 민우회원분들께서 자유롭게 가져가시기도 했답니다! )
온다:가게를 운영하시는 민우회 회원 분들께도 나눠드리면 좋겠어요! 민우회에도 붙여둘게요.
나리맛탕:이걸 기획한 이유는 저는반려견을 기르면서 뭔가를 양육하는 포지션에 처음 들어가게 된 거라,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체감하게 됐거든요.(포카는) 지금 보셨지만 소형견도 아니고 굉장히 예민하고 까맣고.
온다:까만 건 왜요?
나리맛탕: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까만 개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편견이 있어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하얀 개가 집에서 태어나면 행운이 온다.’ 이런 말을 하시는 어른들도 있더라고요.그런 편견을 경험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 있어서도 노키즈존에 관한 문제도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올해가 어린이날 100주년이기도 했어서. 저는 저희 아이 마꼬랑 포카 캐릭터로 작업을 계속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이곳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알릴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선물처럼 나눠드릴 수 있는 것.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온다:사실 저도 일러스트 스튜디오라고 하면 뭘까? 클래스를 여시는 걸까? 공간의 성격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리맛탕:기본적으로 제일 먼저 생각했던 건 그냥 제 작업실이에요. 개인 작업실이자 내 작업물을 판매해보는 실험을 해보는 공간. 그래서 물건 가짓수도 사실 많지가 않아요. 왜냐면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굿즈는 지양하고 싶어서. 플라스틱이 싸잖아요. 싸게 대량으로 빨리 뽑을 수 있는데 그런 거 하지 않다보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그렇긴 해요. 하지만이렇게 많은 제작물들이...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그런 순기능은 있지만 어쨌든 이건 언젠가는 쓰임을 다하게 되어 버려질 텐데. 그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그래서 선뜻 시작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스튜디오 포카를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그런 문제를 피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나가고 있는 거죠.
(굿즈 페어에 전시된 일러스트 스튜디오 포카의 굿즈 모습. 나리맛탕은 가능한 환경을 해치지 않는 굿즈 생산을 계속 고민 중에 있다고 해요.)
온다:말씀 들으니까 민우회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의 고민도 그것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슈 홍보 캠페인을 하려면 정말 굿즈 제작만큼 편한 방법이 또 없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특히 페미니스트로서 스스로를 가시화하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했을 때 스티커 같은 굿즈가 유효했던 시점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예를 들어 집회 같은 걸 할 때도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스티커를 붙이고 피켓을 들고 이런 걸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환경 문제를 제기해주시는 회원분들도 많이 계시고 저희도 계속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담당팀을 구성해서 변화를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피켓이나 현수막을 코팅 안 된 종이로 뽑으면 야외에서 비가 오거나 했을 때 대응이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슬픈 얘기지만 번드르르한 언론보도 사진으로 보여줘도 들어먹지 않는 정부와 국회와 기업 이런 이들인데 폐박스 같은 데에 쓴 피켓과 배너를 들고 집회나 기자회견을 했을 때 효과적일까? 이런 고민도 들고. 그래도 꾸준히 재활용 피켓 등을 활용하고 있는데, 고민은 계속 남더라고요.
(택배상자를 재활용한 민우회의 손피켓. 민우회 풋살리그[관련 게시물:https://www.womenlink.or.kr/member_activities/24511]에서 사용될 예정입니다.)
나리맛탕:비슷한 얘긴데, 다른 단체에서 외주를 주시면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아이디어를 나누다가 온라인 서명용 명함을 직접 제작해드리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중년 여성노동자의. 그런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죠. 방법을 계속 찾아가면 될 것 같아요. 저도 가게를 열고나서 티셔츠를 뽑을까? 뽑으면 재밌겠다 생각하다가 그 의류 쓰레기 산 사진을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하고. 그런데 또 계속 그쪽으로 생각하다보니 재활용이나 환경운동 쪽으로 생각이 가는데, 그게 포카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제작물은 아닌 거예요. 그래서 거기까진 말고 내가 창작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의 경계를 지어야겠다. 사계절 뽑을 거 두 계절만 한다거나, 사전 주문을 받아서 제작한다거나. 그래서 모든 게 다 소량 제작입니다.
온다:포카의 정체성이라고 하시니 더 얘기를 듣고 싶어지는데요. 이 공간, 요즘 하시는 작업의 대표적인 콘셉트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나리맛탕:포카랑 마꼬(나리맛탕님의 반려견과 아이 캐릭터)의 콘셉트라고 하면 뭐랄까 가장 약자잖아요. 어린이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약자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띄워가는 과정에 있어요.자료조사를 하면서 보니까 사실 강아지도 그렇고 어린이도 그렇고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출시되어 있는 걸 보면 외형만 어린이고 동물이지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른의 입장인 거예요. 아이의 외형만 쓰고 어른의 언어를 쓰는 것이 저는 아쉬웠어요. 또 그런 생각 많이 하거든요. 소아과에 아이 데리고 가보면 어린이 방송을 따로 틀어주잖아요. 저 어릴 때만 해도 공중파 방송에서 어린이 장난감이나 이런 CF 같은 게 항상 섞여 있었는데, 요즘은 어린이들의 세계를 딱 한정지어서 한 곳에 몰아놓고 거기서만 향유하게끔 하는 게 이상해보이더라고요.어린이와 강아지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계속 갖고 있어요. 노키즈존도 마찬가지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리맛탕의 일러스트 〈동네 산보〉. 꽃들 사이로 마꼬 캐릭터와 포카 캐릭터가 함께 걷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함께 걷는 포카와 마꼬의 뒷모습 사진. 사진 나리맛탕 제공.)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온다:어린이나 강아지도 그렇지만 양육자에 대한 상상력도 부족하죠. 그래서 혐오도 생겨나고요.
나리맛탕:조심스러운 문제이기는 한데, 얼마 전 화장실에서의 여성 살해사건이 있고 나서 누가 남자아이를 여자화장실에 데려가는 일에 대한 문제의식을 글로 쓰신 걸 봤거든요. 절절한 이야기였고, 제가 그 분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런데저는 또 다른 세계에,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 와 있으니까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좀 다른 다양한 논의가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또 페미니스트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관해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아이가 똑같이 둘이 있어도 첫째가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대요. 아이가 하나냐 둘이냐 이런 건 당연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결이 나뉘는 거예요.저도 그런 서로 다른 입장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그냥 아이 기르는 여성은 딱 한 가지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 세세한 논의들이 더 드러나면 좋겠는데,그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온다:아이 키우는 페미니스트의 입장이란 얘길 하시니 저도 활동을 기획하면서 고민하는 건데요. 저는 복지팀 활동가니까 한국의 복지체제가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차별적인 가족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를 주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주된 피차별 당사자로서 기존 ‘정상가족’ 구조에서 벗어난 분들을 많이 만나죠. 그 분들이 성평등 복지 이슈를 ‘자기 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기도 하거든요.그런데 사실 정상가족주의에 기초한 복지제도라는 게 그런 가족 안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차별적이잖아요. 기혼 여성들, 특히 돌봄을 담당하는 여성들. 그런 문제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나? 고민을 하게 됩니다.그런데 이야기하다보니 재밌네요. 세간에선 다양성을 위해 비혼 일인가구를 만날텐데 저는 다양성을 위해 자녀가 있으신 기혼 분들을 만날 생각을...(웃음)
나리맛탕:그러네요. 저는 또 페미니스트로서 마꼬가 남자아이여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거든요. 사실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어요. 단 한 번도 제가 아들을 낳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어서. 그래서 어떡하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아직 어리지만 계속 말해주게 돼요. “다른 사람 몸 만지는 거 아니야.” “친구 손잡기 전에 괜찮냐고 물어봐야 해.” 이런 것들 있잖아요.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이제 알려줄 수 있는 나이여서.계속 바위를 깨듯이 전하는 과정에 있죠.
온다:사실 요즘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남자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엄청난 대의가 있는 것처럼 ‘우리 여성들이 다 같이 여성을 우선해야 하는데 너희는 아니잖아, 다르잖아’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저는 그게 본질적으로 아동혐오와 여성혐오를 감추려는 변명의 결과일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리고 제가 감정적으로 굉장히 분노하는 부분이라 잘 말하기가 어렵기도 한데,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면서 남성인 아동에 대한 혐오표현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만나요.우리는 어린이와 같은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야 하는데, 특권을 가진 어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리고 어떤 성별로 태어나고 길러지는 것만으로 위협과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 되는 일을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용납할 수 있나? 그런 생각에 화가 치밀고 마는데, 화를 내기보다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어렵더라고요.
나리맛탕:그 분들이 어떤 경험과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것 같아요.저도 제 안에서 그런 것들이 있을 때가 있어요. 병원에서 아이의 성별을 듣고, 친구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남편이 굉장히 헌신적으로 육아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나는 딸을 낳아서 딸에게 좋은 아빠를 갖게 해주고 싶었어.’ 제가 그런 경험을 못 해봤고 다른 친구들도 그렇기 때문에요. 그런데 남자아이가 태어나서 기회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아이의 보호자이면서도 저의 자아실현 같은 욕망을 투영한 거죠.
온다:사람들의 그런 구체적인 맥락들은 저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네요.
나리맛탕:저는 또 지금은 아이랑 상호교감을 하고 아이가 말을 하니까,‘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자. 분명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고 생각해요.제 주변에 남자아이를 기르는 친구들이 몇 있는데, 어떻게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게 할 것인가 고민이 진짜 짙어요. 그렇기 때문에 분명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성인 남성들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미래가 그려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는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온다:사실 어린이가 존중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존중하는 법을 모르게 된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노키즈존 같은 경우에도 그것이 차별이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고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 외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공동체로부터 환대받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성장한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 그들과 서로 환대하는 가치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나리맛탕:여기 동네가, 홍제동 이쪽부터 인왕산 올라가는 데까지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계세요. 그런데 아이들을 다 예뻐하세요. 그래서 애들 함부로 못 하게 하시거나 길에서 애들 울면 할머니들이 나오셔서 편 들어주시고 약간 이렇거든요.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담이 없는 것처럼 지내고, 자기 또래 아닌 동생들하고도 같이 노는 방법을 찾아서 놀아주고 이런 분위기가 있어요. 저희 아이도 이 동네에서 어르신들이 지나가시면서 “어디 가니?” “예쁘다” 이런 얘기 많이 듣다 보니까 다른 동네에 가도 어른이 지나가면 자기한테 좋은 말을 해줄 것 같아서 기대하는 게 느껴져요. 그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나리맛탕이 살고 있는 동네의 정경. 사진 나리맛탕 제공.)
온다:이건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민우회가 있는 마포구와 또 옆의 은평구 일대에 시민단체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가방에 배지 같은 걸 잔뜩 달고, ‘우리 사람(?)이다!’ 싶은 사람들이 다니면 저는 그게 굉장히 안정감이 들거든요. 여기 보시면저도 무지개 곰돌이 인형이랑 각종 연대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데, 가끔 너무 세련된 동네에 가면 걱정이 될 때도 있는 거예요. 내가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난 좀 이상한 사람이 맞고 그게 자랑스럽지만!그래도 이게 튀는 장소가 있고 아닌 장소가 있다는 감각은 확실히 느껴지거든요.
(각종 연대 이슈 배지와 스티커가 붙어 있는 온다의 가방과 자전거 헬멧의 모습.)
온다:사실 어디에 사느냐가 되게 중요하긴 한 것 같아요. 저는 익숙한 한 동네에서 거의 평생 살았어요. 비교적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택지였는데요. 그러다 김포 한강신도시 근처에 있는 단지로 이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신도시가 굉장히 특징적인 게 젊은 부부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이 대부분이에요. 그게 저에겐 굉장히 낯설었거든요.
나리맛탕: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온다: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동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동네에 어르신이, 또 다른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동네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를 수도 있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면 어딘가 따로 가야만 하는 환경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리맛탕: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건 있어요. 전에 지인 양육자들과 같이 다른 동네에 있는 놀이터에 갔는데, 정자 밑에 어르신들이 앉아서 쉬고 계셨어요. 그 중에서 저희 아기가 바로 인사를 하더라고요. 이십 몇 개월 아기가 처음 보는 어르신들에게 바로 인사를 하니까 어르신들이 너무 귀여워서 인사를 막 해주시고.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건 기분이 좋은 거잖아요.그런 기분을 짧게나마 누군가와 나누는 게 집 밖에 나갔을 때 할 수 있는 좋은 경험 중에 하나일 수 있으니까. 밖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오면 낯선 사람들과 새로 관계를 맺을 때도 덜 힘들어하고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온다:그런데 사실 사회적인 혐오가 두드러지다보니까 안전이라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좁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안전한 환경에 대한 상상력이 작아지는 느낌. 저의 경험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게 안전한 환경이었는데, 이제혐오나 범죄나 폭력 같은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불안이 높아지다 보니까 어떻게든 걸러졌다고 생각하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복잡한 마음이 들어요.
나리맛탕:하지만 저도 아이가 있다보니 고민이 들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올해 성범죄자가 저희 집 근처에 이사를 온 거예요. 우편물이 왔더라고요. 마주친 적도 있어요. ‘저렇게 생겼구나. 얼굴을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사회적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고 이해 못 할 바가 아니죠. 하지만 주거 형태 때문에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아파트 대단지에서 비슷한 소득 수준에 있는 사람들끼리 마을을 이루고 사니까. 전에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 한번 놀러갔다가, 아이들끼리도 차별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도 그러더라고요. “너 누구야? 모르는 앤데 여기 왜 왔어? 너 몇 동 몇 호에 살아?” 이런 식으로. “너 미끄럼틀 못 타.” 이러는데.
온다:세상에.
나리맛탕:이제 그 놀이터는 가지 않죠. 차별 받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초등학생 아이가 그런 말을 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어른들이 잘 이해시켜주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거고.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도 상처받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게 지혜로운 대처일까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요. 아이 엄마 중에도 누가 나쁜 말을 하더라도 그냥 스치듯 탁탁 털고 갈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게 안되고 왜 그런지 짚어가며 생각하게 되니까요.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어요.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수월한 부분이 있고, 오히려 그래서 더 어려운 부분도 많고.매번 도 닦는 기분이랄까요.
온다:정말 페미니스트이면서 양육자. 그 두 가지 정체성이 충돌하지 않는데도 실질적으로 아이를 키우시는 페미니스트 지인들을 만나면 “이게충돌하면 안 되는데, 너무 충돌해.” 이런 얘기들 하시거든요. 옳지 않은 일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보다는, 그런 일들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리맛탕:에너지가 부족해서도 그런 것 같아요.아이를 기르면서 다 소진돼가지고 내가 다수를 변화시킬 수 없으니 그 에너지를 가족을 위해서 쓰자는 게 대외적인 시선으로는 이기적인 걸로 보일 수도 있겠죠. 저도 예전에는 기혼자 분들을 그렇게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시선을 감당하게 되는 것도 있고. 뭔가 감각이 예리해지지 않고 둥글둥글해지는 거예요. 그게 좀 속상하기도 해요. 페미니즘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고.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가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니 창작물에 뭔가 담아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온다:사회적인 돌봄이라는 게 잘 안 되면 결국 가족 안에서 양육자 각자가 해결해야 하다 보니 다른 여력이 안 생기고, 책임은 다 양육자에게 쏟아지는 거겠죠. 저는 사실 어린이 관련 소모임을 계속 하고 있으니 가능하다면 양육자분들을 모아서 함께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한창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긴 시간을 내시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나리맛탕:온다님은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온다:제가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그런데 어린이 애니메이션도 페미니즘 관점으로 비평할만한 여지가 굉장히 많은데, 기존에 나와 있는 비평은 대부분 서사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좀 표면적이고 양적인 분석, 여성 인물이 몇 명 등장하는지, 어떤 색깔과 외모로 표현되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그게 어린이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보다 전체적인 개요만 모니터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문제의식이 좀 있었죠. 사실 보통 어른들은 어린이 콘텐츠를 지루해하는데, 저는 끝까지 잘 보는 편이거든요. 그렇다면 관심이 있고 문제의식이 있는 내가 직접 모니터링을 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게 개인적인 과제가 되었고, 그러면서자연스럽게 콘텐츠 수용자로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어른들은 어린이를 어떻게 대상화하며 가르치고자 하는지, 실제 어린이가 놓인 상황은 어떠한지 그런 문제를 마주하게 됐죠. 그러면서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린이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어린이용으로 마련된 상품조차 어린이를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린이 권리문제로 관심을 이어가게 되었네요.
(〈꼬마버스 타요〉 과자 상자가 놓여 있는 온다의 사무실 책상.)
나리맛탕: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셨군요. 저도 첫 번째 전공도 만화였어요. 얘기 들으니 갑자기 생각났는데, 제가 마꼬에게 뽀로로를 보여줘 볼까 하다가 그만둔 게, 루피가 운동을 하는데 자꾸 넘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치마 입고 있거든요 루피는. 그래서 ‘치마를 입고 있어서 넘어지나 보다. 같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서 운동하는 결말이 되려나?’ 했는데 ‘루피 네가 마음이 급해서 그래. 운동을 너무 잘하고 싶어서 욕심 부려서 그래.’ 이런 결말이 나는 걸 보고 뭔가 해소되지 않고 답답하다고 느꼈어요.
(〈뽀롱뽀롱 뽀로로〉 포스터 이미지. 분홍색 비버 캐릭터가 루피, 보라색 옷을 입은 펭귄 캐릭터가 패티)
온다: 맞아요. 그리고 사실 뽀로로 캐릭터 중에서 어른들이 ‘잔망 루피’로 만들어 망가뜨리고 빼앗은 대상이 루피였던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루피는 분홍색에 순하고 친구들에게 요리해주길 좋아하고, 그런데 부끄러움을 타고 질투심이 좀 있는 아이로 그려져요. 기존의 여성 표현의 전형을 갖고 있는 캐릭터죠. 물론 그런 순한 아이를 못되게, 잔망스럽게 만들었을 때 생기는 대비 효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독 여성 스테레오타입화 된 캐릭터를 망가트린 데에는 여성혐오가 작용한 것 같아요. 사실 뽀로로에는 루피와 함께 패티라는 여자아이가 한 명 더 등장하는데요. 운동을 좋아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여자아이 두 명을 같이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루피와 패티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서 여자아이가 둘뿐인 데서 오는 한계들이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뽀로로랑 포비랑 크롱이랑 에디의 관계는 친구들끼리의 관계인데, 루피랑 패티는 ‘여자애들’끼리의 관계처럼 나타나죠. 뽀로로가 정말 인기 있고 아이들의 뽀통령이라 하지만 좀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마꼬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나요?
나리맛탕: 자동차를 좋아해서 타요를 보여주게 됐는데, 타요도 한계점이 있긴 해요. 엄마 캐릭터가 딱 붙는 옷을 입고 있다거나. 그래서 저희 애가 그거 보고 저보고 뚱뚱하다고! 그렇긴 한데, 그래도 물론 돌봄의 역할로 배치된 걸 수는 있지만 여성 정비사 하나누나가 나오고, 또 어떤 편에서는 여성 소방관이 나와서 버스 친구를 구해주다가 머리가 불타가지고 그 다음에 커트머리로 나오기도 하고. 또 애들마다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캐릭터성이 있어요. 뽀로로보단 성중립적인 표현이 그나마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간간히 보여주고 있죠.
(〈꼬마버스 타요〉 캐릭터 포스터. 오른쪽 아래 노란 버스 캐릭터가 라니.)
온다: 맞아요. 타요는 그래도 비교적 젠더중립적인 편인 것 같아요. 라니가 여자아이로 나오죠? 외모에는 그게 잘 안 드러나긴 하거든요. 성격 설정이나 공식 소개가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타요에 전형적인 분홍색 속눈썹 강조된 서포트 역할의 여성 캐릭터는 없지 않나요?
(〈꼬마버스 타요〉 등장인물 하트의 소개. '귀엽고 상냥한 꼬마 숙녀'라는 표현이 아쉽습니다.)
나리맛탕: 핑크색 자동차가 나오긴 해요. 아마 그 누나가 타고다니는.
온다: 흠... 그렇군요. 그래도 주역 중에 여성캐릭터가 한 명 뿐인 로보카 폴리나 슈퍼윙즈나 고고다이노 이런 거에 비하면요.
나리맛탕: 맞아요. 그래도 여러 애들이 와글와글 나오고, 각자의 욕망이 있어요. 핑크색 자동차 걔도 자기가 짐칸이 너무 작고 버스 친구들처럼 힘을 쓸 수 없어서 그걸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갑자가 타요 만큼 커져서 짐을 한 번에 날라다준다거나. 그런 에피소드가 자잘하게 있어요.
온다: 사실 어린이책 읽기 소모임을 하고 있긴 하지만, 책의 영향력이 정말 스펙터클인 애니메이션이나 예능이나 유튜브 콘텐츠 이런 걸 따라가기는 어렵기도 하잖아요. 요즘 어린이 책만 보면 벌써 이렇게 성평등한 내용이 많이 나왔구나 싶은데, 영상매체들은 지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나리맛탕: 방송 제작할 때 결정권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나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온다: 어디나 여전히 결정권자의 위치에 남성들이 많죠. 일하시는 업계인 미술 쪽도 남성 중심적인가요? 또 페미니스트 시각예술가 그룹 노뉴워크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나리맛탕: 저는 사실 미술판은 잘 몰라요. 거기에 속해있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주변에서 전해 듣는 문제들은 있죠. 노뉴워크는, 작가들이 콜렉티브로 이렇게 길게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들었어요. 서로 입장을 둥글게 이해하면서 가기 때문이고, 그래서 어쩌면 페미니스트 그룹으로서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면모는 덜하기도 한 것 같아요. 이후에 생긴 많은 페미니스트 그룹에 비해 비교적 더디고 목소리가 작다고 할까요. 소소하게 길게 버티며 가고 있다는 느낌. 그게 한계일 수도 있고, 지속가능성의 바탕일 수도 있고. 어려워요. 미술은 어렵더라고요.
(나리맛탕이 그린 노뉴워크 작가들의 모습. 노뉴워크는 2015년 윤나리 작가[나리맛탕]의 '여성-폭력에 관한 전시를 열자'는 트위터 제안으로 시작된 페미니스트 시각예술가 모임이다.)
온다: 원래 만화를 전공하셨다고 했죠?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셨나요?
나리맛탕: 전공을 그대로 살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웃음). 그리고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그냥 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 꿈을 꾸면서 계속 살다가 이렇게 됐죠. 그리고 이거 말곤 다른 일은 모르겠어요. 아기 낳고, 또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으니까 내가 이 일이 안 맞는데 억지로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이런 고민도 하고 사주도 보고 이랬었는데, 그냥 이거 계속 하시라. 그러더라고요(웃음).
온다: 그것도 궁금했어요. 함께 사는 아이랑 강아지를 작업의 주 소재로 삼고 계신 거잖아요. 그 이유나, 아니면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으시다거나?
나리맛탕: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소재로 삼게 된 것 같아요. 고민은 이제 저 마꼬 캐릭터가 아이의 모습인데, 저희 아이는 실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평생 아이의 모습을 가질 수 없고 둘을 분리할 시점이 온다는 거. 차라리 딱 분리되는 시점이 오면 좀 더 홀가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이미 그런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온다: 그러네요. 예전 아이디는 ‘포카언니’셨잖아요. 포카의 언니로서 정체성이 크셨던 건데, 이제 거기에 마꼬라는 어린이가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도 궁금해요.
나리맛탕: 원래 포카와 마꼬를 같이 그리려던 건 아니고, 조리원에 있을 때 조리원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의 일상까지 이어서 그리다보니 아기가 포카를 만나는 얘기도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포카와 마꼬 캐릭터가 잡혔어요. 조리원 일기는 아이를 기르게 되면 내 일을 못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약간 강박처럼 그렸어요. 그런데 그때 그걸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뭐라도 계속 하고, 이 가게도 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리맛탕의 조리원일기 속 포카와 마꼬의 모습)
온다: 저도 오기 전에 조리원 일기 그리신 걸 찾아봤어요! 그게 시작이 됐군요?
나리맛탕: 그리고 계속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외주를 받았던 데가 민우회였어요. 민우회랑 일을 했던 이후로 계속 인권과 관련된 작업들을 받아서 하게 됐죠. 그런데 자꾸 그런 의미를 담다보니 거기서 약간 피로감이 올 때가 생기더라고요. 10년 가까이 되고 그러니 한번 감정적으로 바닥을 친 적이 있었어요. 소진이 된 거죠. ‘뭔가 좋은 일 하는 거 안 하고 싶고 그냥 내 거 할래.’ 남편에게 울면서 그런 얘기를 할 만큼. 그런데 아이가 생겨서 임신 기간 동안 날 위한 그림을 그리며 보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정리가 되면서 포카와 마꼬가 나온 거죠.
온다: 저도 요즘 소진되는 느낌을 자주 겪곤 해서 공감이 돼요. 사실 활동가라는 일이 사회의 안 좋은 면, 슬픈 일들을 계속 직시해야 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복지 영역의 활동가인데 새 정부 들어 복지가 굉장히 축소되고 있잖아요. 또 얼마 전*에는 수해로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고요. 저는 그런 외부상황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보니 내내 마음이 많이 힘이 들더라고요. 저도 가끔은 다른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데...
*인터뷰는 9월에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외주를 받았던 데가 민우회였어요.”
온다: 민우회가 첫 외주라고 하셨는데요! 민우회 외주를 받으신 게 먼저인가요, 아니면 회원이셨던 게 먼저인가요?
나리맛탕: 제가 대학 때 여성위원회에 있었거든요. 그때 선배가 민우회 활동가가 되면서 ‘일 하나 해볼래?’ 이래가지고. 회원가입은 한참 후였어요. 그 첫 번째 작업이 제게도 되게 재밌긴 했어요. 무슨 여성 캠프 이런 거였는데.
온다: ‘물길’ 사업이었나 보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저는 겨우 3년차 활동가기 때문에 민우회에 대해 더 모를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 한창 ‘약자생존’ 사업 기획기사가 나가고 있는데, 나리맛탕님이 예전에 그리신 일러스트가 기사 사진으로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오랫동안 민우회와 협업하셨구나 했죠. 사실 활동가들도 계속 바뀌고, 그러다보면 회원 분들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끊기잖아요. 그러다보니 활동가들마다 어떤 순간에 어떤 활동을 하셨던 나리맛탕님을 기억하는지도 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코로나19 시기 돌봄 경험 인터뷰를 하신 아이가 있으신 분이지?’라고 생각하지만 또 회원팀이었던 활동가는 ‘집회 용품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신 작가님이세요!’라고 기억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정말 궁금했는데, 나리맛탕이라는 별칭은 어디서 온 건가요?
나리맛탕: 고등학교 때 감자가 별명인 친구가 있었는데 둘이 같이 붙어 다닌다고 고구마라고 불렸거든요. 그러다 이제 맛탕이라는 별명이 생겼죠. 그런데 민우회 들어왔을 때 별칭을 정해야 한대요. 그래서 별명을 생각해봤는데 그거 외엔 기억나는 게 없어서 그렇게 됐죠.
온다: 그렇구나. 고등학교 때 지어진 별명이 지금까지. 그럼 민우회 어쩌구(?)의 자아는 나리맛탕이고 작가로서 자아는 포카언니이신 거군요. 저도 민우회에서 활동하는 별칭은 온다지만 원래 자주 쓰는 별명은 만두거든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만두를 필명으로 쓰기도 했고요. 다섯 살부터 오빠가 붙여준 별명이에요. 그런데 민우회 와서 별칭을 정하라니까 그걸 또 쓰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그래서 민우회 전용 별칭을 지었답니다.
나리맛탕: 멋있네요. 무슨 뜻으로 지으신 거예요?
온다: 지은 계기는 제가 5.18 민주화항쟁일에 태어나서 이름이 민주거든요. 저는 제 이름을 좋아하고 그 유래를 늘 새기면서 지내는데요. 별칭을 지을 때 마침 5.18에 대한 책 중에 〈소년이 온다〉라는 책이 책상 위에 있는 게 눈에 띄더라고요. 거기서 온다라는 말을 따왔어요. 그리고 의미 부여는 나중에 해서 ‘성평등은 온다’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까 소진에 대한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소진을 막기 위해 자아를 분리하고 싶기도 해요. 저는 전공도 여성학을 공부했고 취미랄까 관심사도 페미니즘 관련한 책이나 자료 읽기고, 여유가 있을 땐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하고, 일도 여성단체 활동가인 거잖아요. 그런 영역들을 잘 구분해두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돼버리거든요. 특히 활동가라는 노동자로서 일과 개인적인 활동이 섞이면 정말 쉬는 시간에도 언제나 일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돼버리는 거죠. 그래서 각 영역에서 불리는 이름이라도 다르게 해본 거예요.
나리맛탕: 좋은 시도 같아요. 지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뭐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리맛탕: 온다님은 여성학은 어떻게 공부하게 되신 거예요?
온다: 아까 한 얘기로는 제가 꼭 모든 면에서 골수 페미니스트 같은데... 아니고 사실 저는 좀 흘러흘러 왔어요. 전 항상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페미니스트인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 얘길 듣다보니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에서도 여성학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리고 이건 굉장히 속물적인 얘기라 부끄러운데요. 사실 제가 본전공은 사학이거든요. 인문전공이 취업이 어렵다보니 고민을 하던 차에 학과별 진로설명회에서 ‘여성학 전공은 불러주는 데가 많아요!’라는 얘길 듣게 돼서 조금 혹해가지고 그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뭐 그런 느낌이에요. 돌이켜보면 그 홍보는 거짓말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요(웃음).
나리맛탕: 저런...
온다: 그런데... 결국 좋아해서인 것 같아요. 오늘 처음 했던 얘기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한데요. 페미니즘이 정의, 그리고 환대와 연대를 추구하는 사상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라는 게. 제가 또 인류애가 쉽게 차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힘든 거죠. 내가 매력을 느낀 페미니즘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나리맛탕: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기도 했죠. 페미니스트로서 신념이라고 하니, 제가 바닥을 치게 됐던 계기에 그런 문제가 있기도 했어요. 저는 다양한 이슈에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일해 왔고 거기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떤 단체와 협업하면서 그걸 완전히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 됐거든요. 저는 그들의 요청대로 작업만 하면 되고, 저의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지향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의 태도였죠. 그때 굉장히 제 안의 뭔가가 깨졌던 것 같아요. 이 판에 대한 신뢰나... 그런데 또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포카를 그릴 수 있었고, 요즘은 저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는 여성문제에 관한 것으로 국한해서 작업했다면 이제는 아동 청소년에 관한 것, 동물에 관한 것, 자연에 대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게 되고 조금 더 유연해졌다고 해야 되나. 역시 사람이 한번 바닥을 쳐봐야 된다.
온다: 뭐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서로 이해하고 연대해가는 과정에는 시간과... 접촉?이 필요해요. 제가 어린이 문제에는 계속 관심이 있지만 주변에 어린이가 없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어린이에 대해 잘 알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머리로만 이슈를 이해하다보니 뭘 하면 안 되는지부터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어린이를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안 된다’, ‘어린이에게 누구누구 친구라고 부르지 말자’ 이런 식의 부정적인 강박만 있고 피곤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사람을 실제로 만나고 부딪히고 접촉하는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가 내 안에서 숙성될 여유랄까.
나리맛탕: 그렇죠. 그리고 예전에는 성평등한 시각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가 적다보니 그게 굉장히 특별한 작가적 특징이 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관점이 잡혀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래서 그 이상의 것들을 녹여내는, 녹여낸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세상은 변하고 있고 또 다른 무언가가 펼쳐지지 않을까.
온다: 그 얘긴 굉장히 고무적이네요. 일에 있어서 지금 환경이 좀 절망적이라고 느껴지면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위안이 되고 고무되고 그런 것 같아요. 오늘 나리맛탕님을 만나서 정말 기쁘네요!
(늦은 저녁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나오며 찍은 일러스트스튜디오 포카의 모습)
늦은 오후에 시작된 인터뷰는 저녁 늦게야 마무리 되었어요.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며, 저도 모르게 따스해보이는 스튜디오 포카의 모습을 찍었답니다. 꼭 인터뷰를 끝낸 제 마음 같았거든요. fin.
안녕하세요? 회원팀이 아니라도 회원을 만나고 싶다면 크로스인터뷰를 해볼 수 있다는 제안에,
두 번째로(첫 번째는?: https://www.womenlink.or.kr/member_activities/24397) 손을 번쩍 들고 자원한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온다입니다. :)
어린이와 관련된 주제의 소모임을 4번이나 진행했지만 정작 주변에 어린이가 한 명도 없는 저는, 늘 어린이를 돌보고 계신 회원님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민우회 소식지에 회원 이야기로 〈엄마가 되었다〉([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회원이야기_엄마가 되었다 | Minwoo (womenlink.or.kr)를 써주셨던 나리맛탕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답니다.
인터뷰는 9월 하순 즈음에 진행되었는데요. 너무나 늦게 정리하여 올리게 되어 나리맛탕에게 사과의 말씀 드리며...
나리맛탕X온다의 크로스인터뷰, 시작합니다!
온다, 나리맛탕(과 포카!)을 만나다!
나리맛탕은 인터뷰를 위해 작업 공간 '일러스트스튜디오 포카'에 저를 초대해주셨어요.
제가 방문한 날에는 우연히 나리맛탕의 반려견 포카가 스튜디오에 와 있었는데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사진으로만 보던 포카와의 실제 영접(?)에 무척 설렜으나... 포카는 외부인인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
(포카의 사진. 인터뷰 당일에는 초면인 포카를 찍을 수 없어서, 나중에 따로 사진을 받았답니다. 더 많은 포카의 사진은 저의 마음 속에★)
온다 :저는 공간 이름이 ‘일러스트스튜디오 포카’니까 항상 포카가 상주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강아지랑 살아본 적이 없는데 강아지는 어떻게 대해야 하지? 내가 포카의 심기를 거스르면... 그런 걱정들을 하면서 왔는데요. 포카는 상주하지 않는군요!
나리맛탕:포카가 자꾸 손님을 내쫓거든요. 포카가 이런 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시각적인 거나 누가 문 열고 들어오는 데에 되게 예민하거든요. 조금 지나면 괜찮아져요.
“가장 약자들이잖아요.”
온다:오기 전에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작업을 많이 하고 계신지 미리 살펴보았는데, 노키즈존 관련한 포스터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저도 노키즈존 이슈에 정말 관심이 많아서 눈길이 갔어요. 어떻게 기획해서 진행하신 건가요?
나리맛탕:여기 가게가 1년째 되는 해에 주변 상권 사장님들께 다 나눠드렸어요. 찾아다니면서 혹시 필요하시면 드리겠다고 하고, 손님들께도 나눠드리고. 지금 좀 더 많이 남아있어요. 챙겨드릴게요.
("반려견과 어린이 손님 모두 환영해요"라고 쓰인 나리맛탕의 포스터는 민우회 사무실 현관에도 붙여두었습니다. 사무실을 찾아오신 다른 단체 활동가 분들과 민우회원분들께서 자유롭게 가져가시기도 했답니다! )
온다:가게를 운영하시는 민우회 회원 분들께도 나눠드리면 좋겠어요! 민우회에도 붙여둘게요.
나리맛탕:이걸 기획한 이유는 저는반려견을 기르면서 뭔가를 양육하는 포지션에 처음 들어가게 된 거라,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체감하게 됐거든요.(포카는) 지금 보셨지만 소형견도 아니고 굉장히 예민하고 까맣고.
온다:까만 건 왜요?
나리맛탕: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까만 개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편견이 있어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하얀 개가 집에서 태어나면 행운이 온다.’ 이런 말을 하시는 어른들도 있더라고요.그런 편견을 경험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 있어서도 노키즈존에 관한 문제도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올해가 어린이날 100주년이기도 했어서. 저는 저희 아이 마꼬랑 포카 캐릭터로 작업을 계속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이곳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알릴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선물처럼 나눠드릴 수 있는 것.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온다:사실 저도 일러스트 스튜디오라고 하면 뭘까? 클래스를 여시는 걸까? 공간의 성격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리맛탕:기본적으로 제일 먼저 생각했던 건 그냥 제 작업실이에요. 개인 작업실이자 내 작업물을 판매해보는 실험을 해보는 공간. 그래서 물건 가짓수도 사실 많지가 않아요. 왜냐면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굿즈는 지양하고 싶어서. 플라스틱이 싸잖아요. 싸게 대량으로 빨리 뽑을 수 있는데 그런 거 하지 않다보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그렇긴 해요. 하지만이렇게 많은 제작물들이...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그런 순기능은 있지만 어쨌든 이건 언젠가는 쓰임을 다하게 되어 버려질 텐데. 그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그래서 선뜻 시작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스튜디오 포카를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그런 문제를 피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나가고 있는 거죠.
(굿즈 페어에 전시된 일러스트 스튜디오 포카의 굿즈 모습. 나리맛탕은 가능한 환경을 해치지 않는 굿즈 생산을 계속 고민 중에 있다고 해요.)
온다:말씀 들으니까 민우회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의 고민도 그것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슈 홍보 캠페인을 하려면 정말 굿즈 제작만큼 편한 방법이 또 없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특히 페미니스트로서 스스로를 가시화하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했을 때 스티커 같은 굿즈가 유효했던 시점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예를 들어 집회 같은 걸 할 때도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스티커를 붙이고 피켓을 들고 이런 걸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환경 문제를 제기해주시는 회원분들도 많이 계시고 저희도 계속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담당팀을 구성해서 변화를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피켓이나 현수막을 코팅 안 된 종이로 뽑으면 야외에서 비가 오거나 했을 때 대응이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슬픈 얘기지만 번드르르한 언론보도 사진으로 보여줘도 들어먹지 않는 정부와 국회와 기업 이런 이들인데 폐박스 같은 데에 쓴 피켓과 배너를 들고 집회나 기자회견을 했을 때 효과적일까? 이런 고민도 들고. 그래도 꾸준히 재활용 피켓 등을 활용하고 있는데, 고민은 계속 남더라고요.
(택배상자를 재활용한 민우회의 손피켓. 민우회 풋살리그[관련 게시물:https://www.womenlink.or.kr/member_activities/24511]에서 사용될 예정입니다.)
나리맛탕:비슷한 얘긴데, 다른 단체에서 외주를 주시면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아이디어를 나누다가 온라인 서명용 명함을 직접 제작해드리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중년 여성노동자의. 그런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죠. 방법을 계속 찾아가면 될 것 같아요. 저도 가게를 열고나서 티셔츠를 뽑을까? 뽑으면 재밌겠다 생각하다가 그 의류 쓰레기 산 사진을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하고. 그런데 또 계속 그쪽으로 생각하다보니 재활용이나 환경운동 쪽으로 생각이 가는데, 그게 포카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제작물은 아닌 거예요. 그래서 거기까진 말고 내가 창작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의 경계를 지어야겠다. 사계절 뽑을 거 두 계절만 한다거나, 사전 주문을 받아서 제작한다거나. 그래서 모든 게 다 소량 제작입니다.
온다:포카의 정체성이라고 하시니 더 얘기를 듣고 싶어지는데요. 이 공간, 요즘 하시는 작업의 대표적인 콘셉트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나리맛탕:포카랑 마꼬(나리맛탕님의 반려견과 아이 캐릭터)의 콘셉트라고 하면 뭐랄까 가장 약자잖아요. 어린이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약자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띄워가는 과정에 있어요.자료조사를 하면서 보니까 사실 강아지도 그렇고 어린이도 그렇고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출시되어 있는 걸 보면 외형만 어린이고 동물이지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른의 입장인 거예요. 아이의 외형만 쓰고 어른의 언어를 쓰는 것이 저는 아쉬웠어요. 또 그런 생각 많이 하거든요. 소아과에 아이 데리고 가보면 어린이 방송을 따로 틀어주잖아요. 저 어릴 때만 해도 공중파 방송에서 어린이 장난감이나 이런 CF 같은 게 항상 섞여 있었는데, 요즘은 어린이들의 세계를 딱 한정지어서 한 곳에 몰아놓고 거기서만 향유하게끔 하는 게 이상해보이더라고요.어린이와 강아지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계속 갖고 있어요. 노키즈존도 마찬가지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리맛탕의 일러스트 〈동네 산보〉. 꽃들 사이로 마꼬 캐릭터와 포카 캐릭터가 함께 걷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함께 걷는 포카와 마꼬의 뒷모습 사진. 사진 나리맛탕 제공.)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온다:어린이나 강아지도 그렇지만 양육자에 대한 상상력도 부족하죠. 그래서 혐오도 생겨나고요.
나리맛탕:조심스러운 문제이기는 한데, 얼마 전 화장실에서의 여성 살해사건이 있고 나서 누가 남자아이를 여자화장실에 데려가는 일에 대한 문제의식을 글로 쓰신 걸 봤거든요. 절절한 이야기였고, 제가 그 분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런데저는 또 다른 세계에,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 와 있으니까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좀 다른 다양한 논의가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또 페미니스트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관해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아이가 똑같이 둘이 있어도 첫째가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대요. 아이가 하나냐 둘이냐 이런 건 당연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결이 나뉘는 거예요.저도 그런 서로 다른 입장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그냥 아이 기르는 여성은 딱 한 가지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 세세한 논의들이 더 드러나면 좋겠는데,그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온다:아이 키우는 페미니스트의 입장이란 얘길 하시니 저도 활동을 기획하면서 고민하는 건데요. 저는 복지팀 활동가니까 한국의 복지체제가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차별적인 가족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를 주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주된 피차별 당사자로서 기존 ‘정상가족’ 구조에서 벗어난 분들을 많이 만나죠. 그 분들이 성평등 복지 이슈를 ‘자기 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기도 하거든요.그런데 사실 정상가족주의에 기초한 복지제도라는 게 그런 가족 안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차별적이잖아요. 기혼 여성들, 특히 돌봄을 담당하는 여성들. 그런 문제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나? 고민을 하게 됩니다.그런데 이야기하다보니 재밌네요. 세간에선 다양성을 위해 비혼 일인가구를 만날텐데 저는 다양성을 위해 자녀가 있으신 기혼 분들을 만날 생각을...(웃음)
나리맛탕:그러네요. 저는 또 페미니스트로서 마꼬가 남자아이여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거든요. 사실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어요. 단 한 번도 제가 아들을 낳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어서. 그래서 어떡하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아직 어리지만 계속 말해주게 돼요. “다른 사람 몸 만지는 거 아니야.” “친구 손잡기 전에 괜찮냐고 물어봐야 해.” 이런 것들 있잖아요.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이제 알려줄 수 있는 나이여서.계속 바위를 깨듯이 전하는 과정에 있죠.
온다:사실 요즘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남자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엄청난 대의가 있는 것처럼 ‘우리 여성들이 다 같이 여성을 우선해야 하는데 너희는 아니잖아, 다르잖아’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저는 그게 본질적으로 아동혐오와 여성혐오를 감추려는 변명의 결과일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리고 제가 감정적으로 굉장히 분노하는 부분이라 잘 말하기가 어렵기도 한데,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면서 남성인 아동에 대한 혐오표현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만나요.우리는 어린이와 같은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야 하는데, 특권을 가진 어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리고 어떤 성별로 태어나고 길러지는 것만으로 위협과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 되는 일을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용납할 수 있나? 그런 생각에 화가 치밀고 마는데, 화를 내기보다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어렵더라고요.
나리맛탕:그 분들이 어떤 경험과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것 같아요.저도 제 안에서 그런 것들이 있을 때가 있어요. 병원에서 아이의 성별을 듣고, 친구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남편이 굉장히 헌신적으로 육아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나는 딸을 낳아서 딸에게 좋은 아빠를 갖게 해주고 싶었어.’ 제가 그런 경험을 못 해봤고 다른 친구들도 그렇기 때문에요. 그런데 남자아이가 태어나서 기회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아이의 보호자이면서도 저의 자아실현 같은 욕망을 투영한 거죠.
온다:사람들의 그런 구체적인 맥락들은 저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네요.
나리맛탕:저는 또 지금은 아이랑 상호교감을 하고 아이가 말을 하니까,‘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자. 분명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고 생각해요.제 주변에 남자아이를 기르는 친구들이 몇 있는데, 어떻게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게 할 것인가 고민이 진짜 짙어요. 그렇기 때문에 분명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성인 남성들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미래가 그려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는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온다:사실 어린이가 존중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존중하는 법을 모르게 된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노키즈존 같은 경우에도 그것이 차별이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고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 외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공동체로부터 환대받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성장한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 그들과 서로 환대하는 가치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나리맛탕:여기 동네가, 홍제동 이쪽부터 인왕산 올라가는 데까지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계세요. 그런데 아이들을 다 예뻐하세요. 그래서 애들 함부로 못 하게 하시거나 길에서 애들 울면 할머니들이 나오셔서 편 들어주시고 약간 이렇거든요.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담이 없는 것처럼 지내고, 자기 또래 아닌 동생들하고도 같이 노는 방법을 찾아서 놀아주고 이런 분위기가 있어요. 저희 아이도 이 동네에서 어르신들이 지나가시면서 “어디 가니?” “예쁘다” 이런 얘기 많이 듣다 보니까 다른 동네에 가도 어른이 지나가면 자기한테 좋은 말을 해줄 것 같아서 기대하는 게 느껴져요. 그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나리맛탕이 살고 있는 동네의 정경. 사진 나리맛탕 제공.)
온다:이건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민우회가 있는 마포구와 또 옆의 은평구 일대에 시민단체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가방에 배지 같은 걸 잔뜩 달고, ‘우리 사람(?)이다!’ 싶은 사람들이 다니면 저는 그게 굉장히 안정감이 들거든요. 여기 보시면저도 무지개 곰돌이 인형이랑 각종 연대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데, 가끔 너무 세련된 동네에 가면 걱정이 될 때도 있는 거예요. 내가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난 좀 이상한 사람이 맞고 그게 자랑스럽지만!그래도 이게 튀는 장소가 있고 아닌 장소가 있다는 감각은 확실히 느껴지거든요.
(각종 연대 이슈 배지와 스티커가 붙어 있는 온다의 가방과 자전거 헬멧의 모습.)
온다:사실 어디에 사느냐가 되게 중요하긴 한 것 같아요. 저는 익숙한 한 동네에서 거의 평생 살았어요. 비교적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택지였는데요. 그러다 김포 한강신도시 근처에 있는 단지로 이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신도시가 굉장히 특징적인 게 젊은 부부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이 대부분이에요. 그게 저에겐 굉장히 낯설었거든요.
나리맛탕: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온다: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동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동네에 어르신이, 또 다른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동네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를 수도 있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면 어딘가 따로 가야만 하는 환경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리맛탕: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건 있어요. 전에 지인 양육자들과 같이 다른 동네에 있는 놀이터에 갔는데, 정자 밑에 어르신들이 앉아서 쉬고 계셨어요. 그 중에서 저희 아기가 바로 인사를 하더라고요. 이십 몇 개월 아기가 처음 보는 어르신들에게 바로 인사를 하니까 어르신들이 너무 귀여워서 인사를 막 해주시고.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건 기분이 좋은 거잖아요.그런 기분을 짧게나마 누군가와 나누는 게 집 밖에 나갔을 때 할 수 있는 좋은 경험 중에 하나일 수 있으니까. 밖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오면 낯선 사람들과 새로 관계를 맺을 때도 덜 힘들어하고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온다:그런데 사실 사회적인 혐오가 두드러지다보니까 안전이라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좁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안전한 환경에 대한 상상력이 작아지는 느낌. 저의 경험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게 안전한 환경이었는데, 이제혐오나 범죄나 폭력 같은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불안이 높아지다 보니까 어떻게든 걸러졌다고 생각하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복잡한 마음이 들어요.
나리맛탕:하지만 저도 아이가 있다보니 고민이 들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올해 성범죄자가 저희 집 근처에 이사를 온 거예요. 우편물이 왔더라고요. 마주친 적도 있어요. ‘저렇게 생겼구나. 얼굴을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사회적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고 이해 못 할 바가 아니죠. 하지만 주거 형태 때문에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아파트 대단지에서 비슷한 소득 수준에 있는 사람들끼리 마을을 이루고 사니까. 전에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 한번 놀러갔다가, 아이들끼리도 차별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도 그러더라고요. “너 누구야? 모르는 앤데 여기 왜 왔어? 너 몇 동 몇 호에 살아?” 이런 식으로. “너 미끄럼틀 못 타.” 이러는데.
온다:세상에.
나리맛탕:이제 그 놀이터는 가지 않죠. 차별 받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초등학생 아이가 그런 말을 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어른들이 잘 이해시켜주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거고.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도 상처받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게 지혜로운 대처일까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요. 아이 엄마 중에도 누가 나쁜 말을 하더라도 그냥 스치듯 탁탁 털고 갈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게 안되고 왜 그런지 짚어가며 생각하게 되니까요.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어요.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수월한 부분이 있고, 오히려 그래서 더 어려운 부분도 많고.매번 도 닦는 기분이랄까요.
온다:정말 페미니스트이면서 양육자. 그 두 가지 정체성이 충돌하지 않는데도 실질적으로 아이를 키우시는 페미니스트 지인들을 만나면 “이게충돌하면 안 되는데, 너무 충돌해.” 이런 얘기들 하시거든요. 옳지 않은 일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보다는, 그런 일들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리맛탕:에너지가 부족해서도 그런 것 같아요.아이를 기르면서 다 소진돼가지고 내가 다수를 변화시킬 수 없으니 그 에너지를 가족을 위해서 쓰자는 게 대외적인 시선으로는 이기적인 걸로 보일 수도 있겠죠. 저도 예전에는 기혼자 분들을 그렇게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시선을 감당하게 되는 것도 있고. 뭔가 감각이 예리해지지 않고 둥글둥글해지는 거예요. 그게 좀 속상하기도 해요. 페미니즘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고.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가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니 창작물에 뭔가 담아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온다:사회적인 돌봄이라는 게 잘 안 되면 결국 가족 안에서 양육자 각자가 해결해야 하다 보니 다른 여력이 안 생기고, 책임은 다 양육자에게 쏟아지는 거겠죠. 저는 사실 어린이 관련 소모임을 계속 하고 있으니 가능하다면 양육자분들을 모아서 함께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한창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긴 시간을 내시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나리맛탕:온다님은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온다:제가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그런데 어린이 애니메이션도 페미니즘 관점으로 비평할만한 여지가 굉장히 많은데, 기존에 나와 있는 비평은 대부분 서사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좀 표면적이고 양적인 분석, 여성 인물이 몇 명 등장하는지, 어떤 색깔과 외모로 표현되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그게 어린이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보다 전체적인 개요만 모니터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문제의식이 좀 있었죠. 사실 보통 어른들은 어린이 콘텐츠를 지루해하는데, 저는 끝까지 잘 보는 편이거든요. 그렇다면 관심이 있고 문제의식이 있는 내가 직접 모니터링을 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게 개인적인 과제가 되었고, 그러면서자연스럽게 콘텐츠 수용자로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어른들은 어린이를 어떻게 대상화하며 가르치고자 하는지, 실제 어린이가 놓인 상황은 어떠한지 그런 문제를 마주하게 됐죠. 그러면서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린이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어린이용으로 마련된 상품조차 어린이를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린이 권리문제로 관심을 이어가게 되었네요.
(〈꼬마버스 타요〉 과자 상자가 놓여 있는 온다의 사무실 책상.)
나리맛탕: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셨군요. 저도 첫 번째 전공도 만화였어요. 얘기 들으니 갑자기 생각났는데, 제가 마꼬에게 뽀로로를 보여줘 볼까 하다가 그만둔 게, 루피가 운동을 하는데 자꾸 넘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치마 입고 있거든요 루피는. 그래서 ‘치마를 입고 있어서 넘어지나 보다. 같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서 운동하는 결말이 되려나?’ 했는데 ‘루피 네가 마음이 급해서 그래. 운동을 너무 잘하고 싶어서 욕심 부려서 그래.’ 이런 결말이 나는 걸 보고 뭔가 해소되지 않고 답답하다고 느꼈어요.
(〈뽀롱뽀롱 뽀로로〉 포스터 이미지. 분홍색 비버 캐릭터가 루피, 보라색 옷을 입은 펭귄 캐릭터가 패티)
온다: 맞아요. 그리고 사실 뽀로로 캐릭터 중에서 어른들이 ‘잔망 루피’로 만들어 망가뜨리고 빼앗은 대상이 루피였던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루피는 분홍색에 순하고 친구들에게 요리해주길 좋아하고, 그런데 부끄러움을 타고 질투심이 좀 있는 아이로 그려져요. 기존의 여성 표현의 전형을 갖고 있는 캐릭터죠. 물론 그런 순한 아이를 못되게, 잔망스럽게 만들었을 때 생기는 대비 효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독 여성 스테레오타입화 된 캐릭터를 망가트린 데에는 여성혐오가 작용한 것 같아요. 사실 뽀로로에는 루피와 함께 패티라는 여자아이가 한 명 더 등장하는데요. 운동을 좋아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여자아이 두 명을 같이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루피와 패티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서 여자아이가 둘뿐인 데서 오는 한계들이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뽀로로랑 포비랑 크롱이랑 에디의 관계는 친구들끼리의 관계인데, 루피랑 패티는 ‘여자애들’끼리의 관계처럼 나타나죠. 뽀로로가 정말 인기 있고 아이들의 뽀통령이라 하지만 좀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마꼬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나요?
나리맛탕: 자동차를 좋아해서 타요를 보여주게 됐는데, 타요도 한계점이 있긴 해요. 엄마 캐릭터가 딱 붙는 옷을 입고 있다거나. 그래서 저희 애가 그거 보고 저보고 뚱뚱하다고! 그렇긴 한데, 그래도 물론 돌봄의 역할로 배치된 걸 수는 있지만 여성 정비사 하나누나가 나오고, 또 어떤 편에서는 여성 소방관이 나와서 버스 친구를 구해주다가 머리가 불타가지고 그 다음에 커트머리로 나오기도 하고. 또 애들마다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캐릭터성이 있어요. 뽀로로보단 성중립적인 표현이 그나마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간간히 보여주고 있죠.
(〈꼬마버스 타요〉 캐릭터 포스터. 오른쪽 아래 노란 버스 캐릭터가 라니.)
온다: 맞아요. 타요는 그래도 비교적 젠더중립적인 편인 것 같아요. 라니가 여자아이로 나오죠? 외모에는 그게 잘 안 드러나긴 하거든요. 성격 설정이나 공식 소개가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타요에 전형적인 분홍색 속눈썹 강조된 서포트 역할의 여성 캐릭터는 없지 않나요?
(〈꼬마버스 타요〉 등장인물 하트의 소개. '귀엽고 상냥한 꼬마 숙녀'라는 표현이 아쉽습니다.)
나리맛탕: 핑크색 자동차가 나오긴 해요. 아마 그 누나가 타고다니는.
온다: 흠... 그렇군요. 그래도 주역 중에 여성캐릭터가 한 명 뿐인 로보카 폴리나 슈퍼윙즈나 고고다이노 이런 거에 비하면요.
나리맛탕: 맞아요. 그래도 여러 애들이 와글와글 나오고, 각자의 욕망이 있어요. 핑크색 자동차 걔도 자기가 짐칸이 너무 작고 버스 친구들처럼 힘을 쓸 수 없어서 그걸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갑자가 타요 만큼 커져서 짐을 한 번에 날라다준다거나. 그런 에피소드가 자잘하게 있어요.
온다: 사실 어린이책 읽기 소모임을 하고 있긴 하지만, 책의 영향력이 정말 스펙터클인 애니메이션이나 예능이나 유튜브 콘텐츠 이런 걸 따라가기는 어렵기도 하잖아요. 요즘 어린이 책만 보면 벌써 이렇게 성평등한 내용이 많이 나왔구나 싶은데, 영상매체들은 지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나리맛탕: 방송 제작할 때 결정권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나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온다: 어디나 여전히 결정권자의 위치에 남성들이 많죠. 일하시는 업계인 미술 쪽도 남성 중심적인가요? 또 페미니스트 시각예술가 그룹 노뉴워크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나리맛탕: 저는 사실 미술판은 잘 몰라요. 거기에 속해있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주변에서 전해 듣는 문제들은 있죠. 노뉴워크는, 작가들이 콜렉티브로 이렇게 길게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들었어요. 서로 입장을 둥글게 이해하면서 가기 때문이고, 그래서 어쩌면 페미니스트 그룹으로서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면모는 덜하기도 한 것 같아요. 이후에 생긴 많은 페미니스트 그룹에 비해 비교적 더디고 목소리가 작다고 할까요. 소소하게 길게 버티며 가고 있다는 느낌. 그게 한계일 수도 있고, 지속가능성의 바탕일 수도 있고. 어려워요. 미술은 어렵더라고요.
(나리맛탕이 그린 노뉴워크 작가들의 모습. 노뉴워크는 2015년 윤나리 작가[나리맛탕]의 '여성-폭력에 관한 전시를 열자'는 트위터 제안으로 시작된 페미니스트 시각예술가 모임이다.)
온다: 원래 만화를 전공하셨다고 했죠?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셨나요?
나리맛탕: 전공을 그대로 살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웃음). 그리고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그냥 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 꿈을 꾸면서 계속 살다가 이렇게 됐죠. 그리고 이거 말곤 다른 일은 모르겠어요. 아기 낳고, 또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으니까 내가 이 일이 안 맞는데 억지로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이런 고민도 하고 사주도 보고 이랬었는데, 그냥 이거 계속 하시라. 그러더라고요(웃음).
온다: 그것도 궁금했어요. 함께 사는 아이랑 강아지를 작업의 주 소재로 삼고 계신 거잖아요. 그 이유나, 아니면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으시다거나?
나리맛탕: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소재로 삼게 된 것 같아요. 고민은 이제 저 마꼬 캐릭터가 아이의 모습인데, 저희 아이는 실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평생 아이의 모습을 가질 수 없고 둘을 분리할 시점이 온다는 거. 차라리 딱 분리되는 시점이 오면 좀 더 홀가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이미 그런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온다: 그러네요. 예전 아이디는 ‘포카언니’셨잖아요. 포카의 언니로서 정체성이 크셨던 건데, 이제 거기에 마꼬라는 어린이가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도 궁금해요.
나리맛탕: 원래 포카와 마꼬를 같이 그리려던 건 아니고, 조리원에 있을 때 조리원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의 일상까지 이어서 그리다보니 아기가 포카를 만나는 얘기도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포카와 마꼬 캐릭터가 잡혔어요. 조리원 일기는 아이를 기르게 되면 내 일을 못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약간 강박처럼 그렸어요. 그런데 그때 그걸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뭐라도 계속 하고, 이 가게도 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리맛탕의 조리원일기 속 포카와 마꼬의 모습)
온다: 저도 오기 전에 조리원 일기 그리신 걸 찾아봤어요! 그게 시작이 됐군요?
나리맛탕: 그리고 계속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외주를 받았던 데가 민우회였어요. 민우회랑 일을 했던 이후로 계속 인권과 관련된 작업들을 받아서 하게 됐죠. 그런데 자꾸 그런 의미를 담다보니 거기서 약간 피로감이 올 때가 생기더라고요. 10년 가까이 되고 그러니 한번 감정적으로 바닥을 친 적이 있었어요. 소진이 된 거죠. ‘뭔가 좋은 일 하는 거 안 하고 싶고 그냥 내 거 할래.’ 남편에게 울면서 그런 얘기를 할 만큼. 그런데 아이가 생겨서 임신 기간 동안 날 위한 그림을 그리며 보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정리가 되면서 포카와 마꼬가 나온 거죠.
온다: 저도 요즘 소진되는 느낌을 자주 겪곤 해서 공감이 돼요. 사실 활동가라는 일이 사회의 안 좋은 면, 슬픈 일들을 계속 직시해야 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복지 영역의 활동가인데 새 정부 들어 복지가 굉장히 축소되고 있잖아요. 또 얼마 전*에는 수해로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고요. 저는 그런 외부상황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보니 내내 마음이 많이 힘이 들더라고요. 저도 가끔은 다른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데...
*인터뷰는 9월에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외주를 받았던 데가 민우회였어요.”
온다: 민우회가 첫 외주라고 하셨는데요! 민우회 외주를 받으신 게 먼저인가요, 아니면 회원이셨던 게 먼저인가요?
나리맛탕: 제가 대학 때 여성위원회에 있었거든요. 그때 선배가 민우회 활동가가 되면서 ‘일 하나 해볼래?’ 이래가지고. 회원가입은 한참 후였어요. 그 첫 번째 작업이 제게도 되게 재밌긴 했어요. 무슨 여성 캠프 이런 거였는데.
온다: ‘물길’ 사업이었나 보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저는 겨우 3년차 활동가기 때문에 민우회에 대해 더 모를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 한창 ‘약자생존’ 사업 기획기사가 나가고 있는데, 나리맛탕님이 예전에 그리신 일러스트가 기사 사진으로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오랫동안 민우회와 협업하셨구나 했죠. 사실 활동가들도 계속 바뀌고, 그러다보면 회원 분들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끊기잖아요. 그러다보니 활동가들마다 어떤 순간에 어떤 활동을 하셨던 나리맛탕님을 기억하는지도 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코로나19 시기 돌봄 경험 인터뷰를 하신 아이가 있으신 분이지?’라고 생각하지만 또 회원팀이었던 활동가는 ‘집회 용품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신 작가님이세요!’라고 기억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정말 궁금했는데, 나리맛탕이라는 별칭은 어디서 온 건가요?
나리맛탕: 고등학교 때 감자가 별명인 친구가 있었는데 둘이 같이 붙어 다닌다고 고구마라고 불렸거든요. 그러다 이제 맛탕이라는 별명이 생겼죠. 그런데 민우회 들어왔을 때 별칭을 정해야 한대요. 그래서 별명을 생각해봤는데 그거 외엔 기억나는 게 없어서 그렇게 됐죠.
온다: 그렇구나. 고등학교 때 지어진 별명이 지금까지. 그럼 민우회 어쩌구(?)의 자아는 나리맛탕이고 작가로서 자아는 포카언니이신 거군요. 저도 민우회에서 활동하는 별칭은 온다지만 원래 자주 쓰는 별명은 만두거든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만두를 필명으로 쓰기도 했고요. 다섯 살부터 오빠가 붙여준 별명이에요. 그런데 민우회 와서 별칭을 정하라니까 그걸 또 쓰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그래서 민우회 전용 별칭을 지었답니다.
나리맛탕: 멋있네요. 무슨 뜻으로 지으신 거예요?
온다: 지은 계기는 제가 5.18 민주화항쟁일에 태어나서 이름이 민주거든요. 저는 제 이름을 좋아하고 그 유래를 늘 새기면서 지내는데요. 별칭을 지을 때 마침 5.18에 대한 책 중에 〈소년이 온다〉라는 책이 책상 위에 있는 게 눈에 띄더라고요. 거기서 온다라는 말을 따왔어요. 그리고 의미 부여는 나중에 해서 ‘성평등은 온다’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까 소진에 대한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소진을 막기 위해 자아를 분리하고 싶기도 해요. 저는 전공도 여성학을 공부했고 취미랄까 관심사도 페미니즘 관련한 책이나 자료 읽기고, 여유가 있을 땐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하고, 일도 여성단체 활동가인 거잖아요. 그런 영역들을 잘 구분해두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돼버리거든요. 특히 활동가라는 노동자로서 일과 개인적인 활동이 섞이면 정말 쉬는 시간에도 언제나 일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돼버리는 거죠. 그래서 각 영역에서 불리는 이름이라도 다르게 해본 거예요.
나리맛탕: 좋은 시도 같아요. 지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뭐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리맛탕: 온다님은 여성학은 어떻게 공부하게 되신 거예요?
온다: 아까 한 얘기로는 제가 꼭 모든 면에서 골수 페미니스트 같은데... 아니고 사실 저는 좀 흘러흘러 왔어요. 전 항상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페미니스트인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 얘길 듣다보니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에서도 여성학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리고 이건 굉장히 속물적인 얘기라 부끄러운데요. 사실 제가 본전공은 사학이거든요. 인문전공이 취업이 어렵다보니 고민을 하던 차에 학과별 진로설명회에서 ‘여성학 전공은 불러주는 데가 많아요!’라는 얘길 듣게 돼서 조금 혹해가지고 그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뭐 그런 느낌이에요. 돌이켜보면 그 홍보는 거짓말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요(웃음).
나리맛탕: 저런...
온다: 그런데... 결국 좋아해서인 것 같아요. 오늘 처음 했던 얘기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한데요. 페미니즘이 정의, 그리고 환대와 연대를 추구하는 사상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라는 게. 제가 또 인류애가 쉽게 차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힘든 거죠. 내가 매력을 느낀 페미니즘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나리맛탕: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기도 했죠. 페미니스트로서 신념이라고 하니, 제가 바닥을 치게 됐던 계기에 그런 문제가 있기도 했어요. 저는 다양한 이슈에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일해 왔고 거기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떤 단체와 협업하면서 그걸 완전히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 됐거든요. 저는 그들의 요청대로 작업만 하면 되고, 저의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지향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의 태도였죠. 그때 굉장히 제 안의 뭔가가 깨졌던 것 같아요. 이 판에 대한 신뢰나... 그런데 또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포카를 그릴 수 있었고, 요즘은 저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는 여성문제에 관한 것으로 국한해서 작업했다면 이제는 아동 청소년에 관한 것, 동물에 관한 것, 자연에 대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게 되고 조금 더 유연해졌다고 해야 되나. 역시 사람이 한번 바닥을 쳐봐야 된다.
온다: 뭐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서로 이해하고 연대해가는 과정에는 시간과... 접촉?이 필요해요. 제가 어린이 문제에는 계속 관심이 있지만 주변에 어린이가 없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어린이에 대해 잘 알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머리로만 이슈를 이해하다보니 뭘 하면 안 되는지부터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어린이를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안 된다’, ‘어린이에게 누구누구 친구라고 부르지 말자’ 이런 식의 부정적인 강박만 있고 피곤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사람을 실제로 만나고 부딪히고 접촉하는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가 내 안에서 숙성될 여유랄까.
나리맛탕: 그렇죠. 그리고 예전에는 성평등한 시각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가 적다보니 그게 굉장히 특별한 작가적 특징이 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관점이 잡혀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래서 그 이상의 것들을 녹여내는, 녹여낸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세상은 변하고 있고 또 다른 무언가가 펼쳐지지 않을까.
온다: 그 얘긴 굉장히 고무적이네요. 일에 있어서 지금 환경이 좀 절망적이라고 느껴지면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위안이 되고 고무되고 그런 것 같아요. 오늘 나리맛탕님을 만나서 정말 기쁘네요!
(늦은 저녁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나오며 찍은 일러스트스튜디오 포카의 모습)
늦은 오후에 시작된 인터뷰는 저녁 늦게야 마무리 되었어요.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며, 저도 모르게 따스해보이는 스튜디오 포카의 모습을 찍었답니다. 꼭 인터뷰를 끝낸 제 마음 같았거든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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