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장애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뜨거웠죠. 상반기에는 이동권 투쟁이 뜨거웠고 하반기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도 있었습니다. 민우회에서도 장애와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하는 회원 소모임이 연이어 열렸어요. 상반기 ‘어쩌면 실격당한’에 이어 하반기에는 ‘장애와 자긍심’이 열렸답니다.
☞상반기 ‘어쩌면 실격당한’ 소모임 후기 바로 가기
‘장애와 자긍심’은 〈장애학의 도전〉, 〈망명과 자긍심〉 이렇게 두 권의 책을 읽는 6회차의 모임이에요. 미리 책을 읽어본 담당 활동가는 “두 권 모두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고 지평을 넓혀준 책”이라고 소개를 했고, 회원들도 “읽고 싶었던 책이다”, “장애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참여 동기를 말했습니다.
그렇게 두근두근 기대로 시작한 책모임에서는 흥미롭지만 어려운 질문들이 잔뜩 나왔습니다.
첫번째 책 〈장애학의 도전〉은 ‘장애인이라는 범주’에 대해서 새로운 상상을 하게 해주었답니다. 이 책에서는 ‘손상’과 ‘장애’를 구분하고, 신체적∙정신적 손상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 장애인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또 장애인 당사자만 장애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질문하고, 각자의 입장을 횡단하면서 연대하는 정치를 주장합니다. 장애인의 자립이 자칫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자립’이 아닌 ‘연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번째 책 〈망명과 자긍심〉의 저자는 퀴어이자 장애인입니다. 또한 소위 ‘레드넥’이라고 불리는 보수적 계층이 많이 사는 산골 벌목장에서 자라서 도시로 이주한 배경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복잡한 경험 덕분에 저자는 이슈를 남다른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어요. 예를 들면, 목재 산업을 둘러싼 투쟁에서 도시의 환경운동가와 산촌 벌목노동자의 연대 가능성을 상상하는 방식인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차별이 교차하는 상황, 그 위에 놓인 존재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답니다.
책모임 내내 참가자들은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연대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이 단일한 관점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두 권 다 정말 좋은 책이니까, 이 글을 읽는 페미니스트들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면 더 좋고요. 다음에 책을 읽을 페미니스트를 위해서 먼저 읽어본 페미니스트들의 소감을 나누면서 글을 마칩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봅니다.’
저는 이 구절이 인상깊었습니다. 해방은 구속,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해방이 필요하다는 것은 무언가에 억눌려서 답답하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겠지요. 현대사회에서는 자유를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회사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이 지속되면 화가 나고 지치며 우울해집니다.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이지요.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위의 구절을 읽고 생각해 봅시다. ^-^” (다운)
“장애학이라는 학문에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사는 제가, 무의식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보다 의식을 갖춰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존재의 실존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내재된 선입견을 타파하는, ‘학습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읽었다면 분명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문장이 많았을텐데, ‘빅데이터를 인간으로 형상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총명한 모임원들과 함께 책 두 권을 독파해서 참으로 행운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희라)
“읽고 싶었던 책을 드디어 읽어서 기뻤어요.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했는데 그게 온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제가 잃은 것과 얻은 것, 끝내 얻지 못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망명과 자긍심〉 이후에 제 삶을 해석하는 방식에 새로운 렌즈가 생겼어요.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꽤 확고하게 갖고 있던 생각들이 깨지기도 했어요. 굳이 말하자면, 저는 학계의 아이디어와 책의 언어에 익숙했는데요. 이번 모임을 통해 현장과 삶에 달라붙은 방식으로 고민해보게 되어 새로웠어요. 저의 운동을 넓혀주셔서 감사해요. 해야 하는 말, 듣기 좋은 말만 하느라 ‘잘 모르지만 눙치고 넘어갔던 것’들을 모임에서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밖에서는 내 신념을 변호하고 옹호하기 급급해서 모르는 것을 질문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우리에겐 이런 안전한 배움의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초록)
“〈장애학의 도전〉을 함께 읽으면서, 혼자 읽었다면 결코 몰랐을 세계에 닿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현장의 언어를 이론과 함께 풀어낸 책을, 각자의 현장에서 경험한 언어로 나누는 일이 정말 짜릿했어요. 무엇보다 먼지만 잔뜩 쌓여가던 책을 민우회 독서모임을 통해 드디어 읽게 되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망명과 자긍심〉은 모임에서 같이 못 읽어서 너무 아쉽지만, 약속대로 혼자서 읽었습니다! 이 책만 가지고도 두 달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쉬워요.” (현민)
“‘정말로 점박이올빼미를 멸종 위기로부터 구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신념, 정책, 관행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 뿌리까지 흔들릴 마을과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에 우리가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라면, 점박이올빼미를 멸종위기 종 목록에 넣고 단기적으나마 원시림의 아주 일부만을 보호하는 일은, 사실 벌목 노동자들을 점박이올빼미와 맞붙여 싸우게 만드는 셈이다’
저는 이 구절이 참 좋았어요. 누구와 어떻게 연대해야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내 신념과 다른 지점에 서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가 거기에 놓이게 된 사회적 구조를 고려하면서 싸워야겠다. 그게 정의로운 방식이고, 정말 사회를 바꾸는 방식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열쭝)
2022년은 장애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뜨거웠죠. 상반기에는 이동권 투쟁이 뜨거웠고 하반기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도 있었습니다. 민우회에서도 장애와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하는 회원 소모임이 연이어 열렸어요. 상반기 ‘어쩌면 실격당한’에 이어 하반기에는 ‘장애와 자긍심’이 열렸답니다.
☞상반기 ‘어쩌면 실격당한’ 소모임 후기 바로 가기
‘장애와 자긍심’은 〈장애학의 도전〉, 〈망명과 자긍심〉 이렇게 두 권의 책을 읽는 6회차의 모임이에요. 미리 책을 읽어본 담당 활동가는 “두 권 모두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고 지평을 넓혀준 책”이라고 소개를 했고, 회원들도 “읽고 싶었던 책이다”, “장애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참여 동기를 말했습니다.
그렇게 두근두근 기대로 시작한 책모임에서는 흥미롭지만 어려운 질문들이 잔뜩 나왔습니다.
첫번째 책 〈장애학의 도전〉은 ‘장애인이라는 범주’에 대해서 새로운 상상을 하게 해주었답니다. 이 책에서는 ‘손상’과 ‘장애’를 구분하고, 신체적∙정신적 손상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 장애인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또 장애인 당사자만 장애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질문하고, 각자의 입장을 횡단하면서 연대하는 정치를 주장합니다. 장애인의 자립이 자칫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자립’이 아닌 ‘연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번째 책 〈망명과 자긍심〉의 저자는 퀴어이자 장애인입니다. 또한 소위 ‘레드넥’이라고 불리는 보수적 계층이 많이 사는 산골 벌목장에서 자라서 도시로 이주한 배경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복잡한 경험 덕분에 저자는 이슈를 남다른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어요. 예를 들면, 목재 산업을 둘러싼 투쟁에서 도시의 환경운동가와 산촌 벌목노동자의 연대 가능성을 상상하는 방식인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차별이 교차하는 상황, 그 위에 놓인 존재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답니다.
책모임 내내 참가자들은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연대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이 단일한 관점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두 권 다 정말 좋은 책이니까, 이 글을 읽는 페미니스트들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면 더 좋고요. 다음에 책을 읽을 페미니스트를 위해서 먼저 읽어본 페미니스트들의 소감을 나누면서 글을 마칩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봅니다.’
저는 이 구절이 인상깊었습니다. 해방은 구속,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해방이 필요하다는 것은 무언가에 억눌려서 답답하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겠지요. 현대사회에서는 자유를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회사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이 지속되면 화가 나고 지치며 우울해집니다.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이지요.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위의 구절을 읽고 생각해 봅시다. ^-^” (다운)
“장애학이라는 학문에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사는 제가, 무의식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보다 의식을 갖춰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존재의 실존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내재된 선입견을 타파하는, ‘학습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읽었다면 분명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문장이 많았을텐데, ‘빅데이터를 인간으로 형상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총명한 모임원들과 함께 책 두 권을 독파해서 참으로 행운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희라)
“읽고 싶었던 책을 드디어 읽어서 기뻤어요.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했는데 그게 온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제가 잃은 것과 얻은 것, 끝내 얻지 못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망명과 자긍심〉 이후에 제 삶을 해석하는 방식에 새로운 렌즈가 생겼어요.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꽤 확고하게 갖고 있던 생각들이 깨지기도 했어요. 굳이 말하자면, 저는 학계의 아이디어와 책의 언어에 익숙했는데요. 이번 모임을 통해 현장과 삶에 달라붙은 방식으로 고민해보게 되어 새로웠어요. 저의 운동을 넓혀주셔서 감사해요. 해야 하는 말, 듣기 좋은 말만 하느라 ‘잘 모르지만 눙치고 넘어갔던 것’들을 모임에서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밖에서는 내 신념을 변호하고 옹호하기 급급해서 모르는 것을 질문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우리에겐 이런 안전한 배움의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초록)
“〈장애학의 도전〉을 함께 읽으면서, 혼자 읽었다면 결코 몰랐을 세계에 닿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현장의 언어를 이론과 함께 풀어낸 책을, 각자의 현장에서 경험한 언어로 나누는 일이 정말 짜릿했어요. 무엇보다 먼지만 잔뜩 쌓여가던 책을 민우회 독서모임을 통해 드디어 읽게 되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망명과 자긍심〉은 모임에서 같이 못 읽어서 너무 아쉽지만, 약속대로 혼자서 읽었습니다! 이 책만 가지고도 두 달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쉬워요.” (현민)
“‘정말로 점박이올빼미를 멸종 위기로부터 구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신념, 정책, 관행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 뿌리까지 흔들릴 마을과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에 우리가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라면, 점박이올빼미를 멸종위기 종 목록에 넣고 단기적으나마 원시림의 아주 일부만을 보호하는 일은, 사실 벌목 노동자들을 점박이올빼미와 맞붙여 싸우게 만드는 셈이다’
저는 이 구절이 참 좋았어요. 누구와 어떻게 연대해야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내 신념과 다른 지점에 서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가 거기에 놓이게 된 사회적 구조를 고려하면서 싸워야겠다. 그게 정의로운 방식이고, 정말 사회를 바꾸는 방식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열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