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인터뷰] 풋살, 뮤지컬, 술 - 마음의 방이 많은은하수와 함께

민우회 홈페이지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삶이 곧 운동이 되는 곳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당신과 함께합니다.
바로 그‘당신’이 누군지 궁금해서 민우회 회원팀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22 민우회 [크로스인터뷰] 프로젝트, 첫 번째 인터뷰는 활동가보라가 회원은하수를 만났습니다. 너무너무 습했던 2022년 4월의 어느 날 저녁, 은하수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취향 가득한 집에 초대해주신 은하수 고맙습니다!
“디카페인으로 해줄까요?” “네 좋아요!”
빵과 은하수가 내려준 맛난 커피를 앞에 두고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빵과 커피)
1. 풋살 : 그라운드 위의 평화주의자 은하수와 운동주의자 보라
보라와은하수는작년 12월 서울 어딘가의 풋살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영하 4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냅다 뛰다보니 땀으로 하나 되는 끈끈한 자매애(?)가 생겼답니다.
보라: 이렇게 활동가와 회원으로 마주앉아 있으니 조금 어색하네요ㅎㅎ
은하수: 그쵸? 체육복 아닌 옷 입은 모습이 낯서네요. 보라는 지난 주말 이틀 다 풋살 뛰었잖아요. 비결이 뭐죠?
보라: 비결은 바로바로 금요일이 휴가였기 때문이죠. 민우회 활동가는 휴가가 많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난주에 5회 운동을 했더라고요ㅎㅎ
은하수: 어떤 구성으로 운동했나요?
보라: 하루는 풋살 강습, 하루는 풋살 연습, 이틀은 풋살 경기, 하루는 탁구를 했죠ㅎㅎ 은하수도 매주 풋살하고 있잖아요. 직장인이 꾸준히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지속하는 비결이 뭔가요?
은하수: 같이 운동하는 애인의 칭찬이죠. 쭈굴쭈굴 할 때마다 오늘 이거 잘한 거라고 칭찬해주고.
보라: 맞아요. 누군가의 애정담긴 칭찬이 너무 중요한 동력인거 같아요. 다른 운동도 한 적이 있나요?
은하수: 저는 운동을 원래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고, 팀 스포츠는 어렵고 무섭거든요. 농구도 패스 정도는 하겠는데 시합처럼 하려니까 정신없고 공을 너무 무서워해요ㅎㅎ
보라: 학창시절에 피구도 싫어했나요?
은하수: 네 공을 너무 무서워해서 요리조리 피하다가 끝까지 살아남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보라: 저는 막 나대다가(?) 빨리 탈락하고 밖에서 막 몰아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ㅎㅎ 은하수는 공을 무서워하는데 매주 풋살을 한다니 너무 신기한 일이네요.
은하수: 그쵸. 보라는 연초에 연 100회 운동 목표를 세웠잖아요. 잘 실천되고 있나요?
보라: 사실 초과달성 중이죠ㅎㅎ 지금 4월 말인데 50회가 훌쩍 넘었어요. 근데, 하고 싶은 운동이랑 해야 하는 운동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제가 작년부터 허리가 안 좋아서(눈물) 코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은하수: ㅎㅎㅎㅎㅎㅎㅎ
보라: 웃는걸 보니 남 일이 아니신가봐요 지금ㅎㅎ
은하수: 저도 매일 허리 아프다고 하니까 애인이 필라테스도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별로 안하고 싶어요...
보라: 풋살은 시원시원한 맛이 있잖아요. 패스가 딱딱 맞아 떨어지고 골 넣으면 쾌감도 있고...근데 코어 운동은 그런 게 없으니까 괴롭더라고요.
은하수: 맞아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고통스럽죠. 풋살이나 탁구 말고 다른 운동도 한 적 있나요?
보라: 제가 호기심 천국이라 발 담갔다 뺀 운동이 정말 많은데 대체로 길게는 못했어요. 어린이/청소년 때부터 보면 수영, 태권도, 음악줄넘기, 복싱, 핸드볼, 배드민턴, 탁구, 주짓수, 최근에 풋살까지ㅎㅎ
은하수: 운동신경이 있으니까 계속 탐색했나봐요.
보라: 운동신경이 있다곤 생각하는데, 그 이상으로 대단히 탁월하게 잘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다...잘하고 싶다... 매일매일 생각해요.
은하수: 우리 둘 다 처음 했을 때랑 비교해보면 엄청 많이 늘었을 거에요.
보라: 맞아요. 최근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봤는데, 펜싱대회에서 메달을 따온 어린 희도한테 아빠가 이런 말을 해요. "나중에 펜싱이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도실력은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느는거란 걸 기억해" 그리고 이 말을 희도가 기억했다가 어른이 되어서 무용을 하는 딸한테도 이야기를 해줘요.

(이미지 출처 : tvN 스물다섯스물하나)
은하수: 그 드라마 안 봤는데, 너무 좋은 말이네요. 확실히 풋살이 초반에 실력이 확 늘었던 거 같아요. 근데 4개월 쯤 되니까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의심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보라: 무조건 성장 중이죠~ 최근에 *멀티골도 넣으셨잖아요. 제가 그날 은하수가 골 넣어서 상대팀인데도 야호! 환호했잖아요ㅎㅎ ‘은하수가 골 넣어서 기분이 좋겠네! 인터뷰 섭외 응해주겠는데?’ 생각했죠. 멀티골 소감이 어떠세요?
(*멀티골이란? 한 선수가 두 골을 넣는 것)
은하수: 지난주였는데, 너무 기분 좋았죠.저도 같이 뛰는 사람들을 심지어 상대팀이어도 응원하는 마음이 있어요.비슷한 시기에 풋살을 시작해서 동지애 같은 게 생기는 거 같아요. 근데 어제는 제가 골키퍼 볼 때 실점을 많이 해서 속상해요... 필드에서 패스를 실수하면 그래도 괜찮은데, 골키퍼는 실수가 바로 골로 이어지는 게 너무 싫어요.
보라: 그랬군요...그래도 우리는 *즐풋하면서 사실 서로 몇 대 몇인지도 잘 기억 못하고 팀도 막 바꾸고 그러니까 서로 으쌰으쌰 해보아요.
(*즐거운 풋살)
은하수: 맞아요...근데 어제 실수할 때 우리 팀이 좀 뭐라고 해서 엄청 속상했어요(눈물)
보라: 다양한 실력의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내가 실수를 많이 한 날에는 좀 쭈굴쭈굴해지는거 같아요. 그래도 내가 잘한 거 열심히 기억하고 서로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죠.
은하수: 우리 경기 촬영한 영상 보면 공을 잘 잡고 몸싸움도 해야 하는데 저는 누가 공 뺏으려하면 너무 쿨하게 ‘네 가져가세요~’하고 내어주더라고요ㅎㅎ
보라: 네 그라운드 위의 평화주의자 은하수를 만나고 있습니다.
2. 누워있으려고 여행가는 사람들
보라: 여행 좋아하시나요? 가본 곳 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은하수: 해외여행 중에서는 태국 파타야가 제일 좋았어요.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 맥주랑 맛있는거 먹고ㅎㅎ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쉬는 게 좋더라고요. 태국음식도 너무 맛있고. 근데 고수 빼고 다 좋아해요.
보라: 고수의 맛을 모르다니...규탄합니다(?) 국내여행은 어디가 좋았나요?
은하수: 최근에 갔던 남해가 좋았어요. 버스를 5시간 타고 가서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숙소가 누워서도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서 너무 좋았어요.
보라: 오 저도 작년 말에 부산 다녀왔는데, 누워서 바다가 보이는 숙소였어요! 바다 보면서 먹고 마시면 진짜 맛있고 행복하잖아요.

(왼쪽 은하수 남해 여행 사진, 오른쪽 보라 부산 여행 사진. 둘 다 전지적 침대 시점 사진이라는 공통점)
은하수: 그리고 여행갈 때 책을 꼭 한권 챙겨가요. 혹시나 읽고 싶어질까봐 읽든 안 읽든 일단 가져가는데 결국 안 읽어요. 근데 안 가져가면 읽고 싶더라고요ㅎㅎㅎ

(책을 사랑하는 은하수의 책장. 안 읽은 책도 많다고 고백해 주셨습니다)
은하수: 보라는 인상 깊은 여행지 있나요?
보라: 저는 사실 장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면 다 좋은? 그래도 장소를 꼽으라면 대만이 좋았어요. 2018년 11월 초에 갔었는데, 일단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여행하기 좋은 날씨였고 대도시보단 소도시 위주로 가서 한적했고 온천도 하고 음식들도 맛있고! 말은 전혀 안 통했는데, 대만에서 유학중인 친구가 가이드를 해줘서 여행자들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들도 돌아다니고 좋았어요.

(보라 대만여행 사진. 보라색바지에 보라색 신발...보라색 과몰입러)
은하수: 저는 해외여행은 좀 말이 안 통하는데 가는 게 좋더라고요. 일본 도쿄 갔을 때, 퀴어 거리 같은 곳의 술집을 찾아갔는데, 막 무지개 걸려있고 좋더라고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이태원에 있는 술집도 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보라: 오 일본어를 좀 하시나요?
은하수: 아뇨?! 모든 대화들은 손짓, 발짓, 핸드폰 보여주면서 이뤄졌다는 거ㅎㅎ
보라: ㅎㅎ 해외 나갔을 때 우당탕당 소통하는 거 좀 재밌어요. 낯선 곳에서 내가 누군지 모르는 익명성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죠. 코로나19가 끝난다면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가 있나요?
은하수: 저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가보고 싶어요.
보라: 음...? 리스본이요? 부루마블에 나오는 그 리스본?
은하수: 네 맞아요ㅎㅎ 여행가서 읽은 여행 책에서 리스본이 현대적이지 않고 조용하면서 낡은 느낌이 있는 도시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서가 저랑 맞을 거 같았어요.
보라: 엄청 현대적인 도시보다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은하수: 컴퓨터 바탕화면으로도 리스본 사진으로 해뒀어요. 트램도 다니고 쇠락한 도시 느낌이에요. 보라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리스본 사진 출처 : cutewallpaper.org)
보라: 저는 새로운 곳보다도 갔던 곳을 또 가는 게 좋더라고요. 베트남으로 평화기행과 여행을 6번 정도 갔는데, 항상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3. 무슨 일 하세요? 어…이것 저것 다 하는데요
보라: 은하수는 제가 민우회 활동가인걸 알잖아요. 근데 저는 은하수가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만나면 냅다 공 차느라ㅎㅎ 혹시 하는 일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은하수: 저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보라: 오 사회적 기업? 왠지 친숙한데 낯서네요. 주로 어떤 업무를 해요?
은하수: 뭐 기획, 홍보, 행정, 영업, 회계 또 뭐있지 행사 진행 등등? 다 합니다ㅎㅎ
보라: 오 활동가랑 비슷하네요(?)
은하수: 네, 소셜 섹터(social sector)라고 멋있게 써주세요ㅎㅎ
보라: 페미니스트 직장인...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안녕하신가요? 사기업 다니는 페미니스트친구들이 분노가 많더라고요(눈물)
은하수: 저는 좀 다른 케이스인게, 지금은 제가 페미니스트인 것도 퀴어인 것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쪼렙이던 초반엔 남자친구 있냐고 하도 물어봐서 짜증도 나고 힘들었는데,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커밍아웃해야겠다고 계획했어요. 3년차에 커밍아웃을 했고 이젠 아무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죠ㅎㅎ 지금은 5년차가 되었네요.
보라: 남자친구 물어볼 땐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어요.
은하수: 그쵸. 난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데...제가 거짓말을 진짜 못하거든요. 거짓말을 했다가도 내가 전에 애인 회사가 어디라고 했더라? 헷갈리고ㅎㅎ
보라: 하나의 거짓말을 진짜처럼 들리게 하려면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혹시 현 직장인 은하수는 실현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나요?
은하수: 어렸을 땐 책방 주인을 하고 싶었어요. 책도 좋아하고 글도 좋아해서 민우회에서 시나리오 쓰는 소모임 [씬넘버원]도 했었어요. 독립서점도 가고 책방 관련해서 브런치 글도 읽었는데...현실적으로 안되겠더라고요. 1년 순수익이 600이 채 안된다네요(눈물)
보라: 한 달에 50만원도 안된다고요? 임대료 때문일까요(같이 눈물)
은하수: 맞아요.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지출도 있고,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잘 찾아가지 않으니까 콘텐츠나 행사 같은 걸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하기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보라: 질문에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길 잘했네요ㅎㅎ
은하수: 어릴 때는 막연히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책방에서 책에 둘러싸여 책을 읽으면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자영업인거죠ㅎㅎ 보라는 일하는 거 어때요? 꿈꾸던 일을 하고 있나요?
보라: 민우회 활동가 동료들이 볼 텐데 솔직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이미 솔직함) 사실 저는 민우회에 지원하기 직전까지 활동가라는 직업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왜냐면 대학교에서 학생회, 페미니즘 모임 같은걸 하면서 활동가 선배(?) 들이 좀 있었는데요. ‘인권활동가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냐(?)’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선배들한테 많이 듣기도 했고, 사회운동은 일반 시민으로서 함께하고 싶지 직업으로 갖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길었거든요. 근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뭘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할 때 이상하게도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여성단체 활동가이더라고요ㅎㅎ
은하수: 그럼 민우회엔 어떻게 지원했어요?
보라: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사실 1년 전 지원 당시에는 반드시 민우회여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답니다? 왜냐면 민우회를 여성단체 중에 큰 단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채용공고가 맘에 들어서 지원했거든요. 근데 얼마 전에 핸드폰 사진 정리를 하다가 2017년에 카드뉴스 캡쳐해둔 걸 찾았는데, 로고가 굉장히 익숙한 거예요? 낙태죄 폐지 운동할 때 민우회가 낸 카드뉴스였더라고요ㅎㅎ 그래서 혼자 웃으면서 ‘민우회는 내가 모르던 순간에도 내 삶에 함께했다~ 운명이었다~’라고 생각했죠.

(2017년 민우회 "왜낙폐? 왜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는가" 카드뉴스)
은하수: 김춘수의 시 ‘꽃’ 같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ㅎㅎ 보라는 회원팀이잖아요. 그래서 궁금했던 게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랑 매체 속에서 운동하는 단체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라: 맞아요. 민우회 활동가들은 우리는 누구랑 연대하는가, 누구를 대상으로 운동하는 걸까, 대중이란 무엇일까 이런 얘기를 종종 해요. 결론이 난 적은 없지만ㅎㅎ
은하수: 세상이 워낙 빨리빨리 돌아가니까. 사건이 진짜 초단위로 발생하고 여성단체한테 왜 이렇게 대응 늦냐, 입장 안내냐 재촉하기도 하잖아요.
보라: 뭐 그런 일은 워낙 자주 있으니까요. (갑자기 화냄) 아니 우리도 사람인데 뭐 어쩌라는 건지 주말에 숙직실에서 24시간 대기를 하라는 거야 뭐야(요).
은하수: 백래시랑 혐오도 점점 더 심해지잖아요. 오히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있기 전에는 저도 아무렇지 않게 지하철에서 페미니즘 책을 읽었던 거 같은데, 요즘이었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어요. 가시화 되면서 더 위험해지는 측면이 있는데, 활동가들 안전은 괜찮나 걱정되더라고요.
보라: 온라인을 넘어서 집회현장에서 백래시를 경험하는 사례가 점점 생기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오늘도 저희 팀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갔는데, 근처에서 혐오세력이 시끄럽게 하면서 기자회견을 방해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2월에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집회 했을 때에도, 혐오세력이 바로 뒤에서 유튜브 생중계 하면서 스피커로 시끄러운 영상 틀면서 집회를 방해하더라고요.
은하수: 맞아요. 유튜브에서 혐오도 진짜 심해진 걸 느껴요.
보라: 유튜브 조회수도 적지 않게 나오는 거 같던데, 정말 혐오가 돈이 되는구나 싶어서 우리가 할 일이 많겠구나 싶긴 했죠.
은하수: 그럴 때 활동가로서 삶에 고민이 많을 거 같아요. 지속가능한 활동에 대한 고민도 있나요?
보라: 사실 활동가를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거였거든요.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을 때 과연 여전히 즐겁고 의미 있을까? 지속가능한가?’
고민에 답은 없지만 일단은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함께하는 게 너무 소중하고(동료 여러분 듣고 있나요? 사랑해요), 백래시와 혼돈의 정치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무력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해요.
4. 마음의 방이 많은 사람들(연극, 뮤지컬, 술, 드라마, 아이돌, 식물 etc)
보라: 은하수는 *연뮤덕인걸로 알고있는데, 인생 작품 하나만 소개해줄 수 있나요?
(*연뮤덕 : 연극 뮤지컬 덕후의 줄임말)
은하수: 제가 연뮤덕이었나요?ㅎㅎ 아직 새싹 연뮤덕이라고 해주세요.
보라: 지난 번에 페미니스트라면 자고로(?) 어떤 뮤지컬을 반드시 봐야한다고 반짝반짝+조금 무서운 눈으로 강요(?) 했던걸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ㅎㅎㅎ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
은하수: ‘리지’라는 뮤지컬인데요. 저는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이에요. ‘리지’는 실제 살인사건을 다룬 여성 4인극이에요. 저는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페미니즘 작품을 앞으로도 많이 보고 싶거든요. ‘프리다’도 추천합니다. ‘프리다’도 여성 4인극이고요. 극중에 남자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도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프리다’는 아마 5월 말까지 공연할거에요. (서두르세요 여러분!!)

(왼쪽 리지. 출처: 쇼노트) (오른쪽 프리다. 출처 : 티브이데일리)
보라: 원래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시는 편이었나요?
은하수: 공연을 보러 다닌지는 진짜 얼마 안됐어요. 최근에 티파니 보려고 ‘시카고’를 보러 갔다가 공연의 재미를 알게 됐죠. 그걸 시작으로 ‘유진과 유진’도 보고요. 요즘은 페미니즘 연극도 많아져서 볼 게 많아요. 보라는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나요?
보라: 저는 드라마나 예능을 좋아해요. 고백하자면 저의 콘텐츠 생활은 별로 안 페미니즘적이기도 한데요. 한국 드라마랑 예능을 주로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엔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재밌게 봤어요. 김태리 배우님이 너무 매력적이시더라고요(극존칭).
은하수: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나요?
보라: 로맨스 장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한국 콘텐츠에서는 로맨스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ㅎㅎ 남자캐릭터를 잘못 만들면 오히려 로맨스 요소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많은 거 같아요. 한국 드라마는 페미니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게 (거의) 없기 때문에ㅎㅎ 제가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는 기준은 여자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 여자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흥미로운지 인거 같아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나희도와 고유림이 *혐관으로 시작해서 친구이자 동료로 서로를 인정해 나가는 과정에 과몰입했고요.
(*혐오 관계라는 뜻으로 서로 싫어하는 관계를 말한다)
은하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주변에서 많이 보더라고요. 근데 백이진 캐릭터 많이 욕먹는거 같던데ㅎㅎ
보라: 참 전형적으로 답답한 남자 캐릭터였어요. 하차 위기가 여러 차례있었지만 김태리님을 보고 버텨냈습니다. 이렇게 안 페미니즘적인 한국 콘텐츠를 보다보면 *길티플레져가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은하수도 혹시 길티플레져를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길티플레져 : '죄의식을 동반하지만, 했을 때 즐거운 일'이라는 말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남한테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막상 하고나면 즐거운 일을 뜻하는 신조어다.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은하수: 저는 여자 아이돌을 좋아해서요. 갑자기 전에 레드벨벳 콘서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민우회 *** 활동가가 생각나네요ㅎㅎㅎ 저는 걸그룹이랑 케이팝을 좋아하니까 그때 길티플레져를 느낄 때가 있죠.
보라: 요즘엔 어떤 그룹 좋아하나요?
은하수: 레드벨벳을 오래 좋아했고 요새는 에스파도 좋고요.
보라: SM세계관을 좋아하시나보네요. *광야를 걸어가고 계신가요ㅎㅎㅎ
(*광야 : 에스파 Next Level 중 '광야로 걸어가'라는 가사가 있고 SM세계관의 개념 같은 그런것입니다. 저도 잘 몰라요... )
은하수: ㅎㅎㅎ맞아요.

(은하수 책장의 걸그룹 코너 사진)
보라: 그래서 길티플레져를 느끼는건 언제인가요?
은하수: 아이돌은 활동별로 콘셉트가 바뀌잖아요. 근데 유독 수동적인 여성성을 강조할 땐 거리감이 느껴지다가 캐주얼하거나 다 죽이는(?) 콘셉트이면 좋아하다가 너무 유아퇴행적인 콘셉트일 때 고민이 깊어지다가 그렇죠.
보라: 걸그룹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이 하는 고민일거 같아요. 나는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가 싶다가도 또 좋고 그런 혼돈이죠ㅎㅎ
은하수: 요즘은 Mnet 퀸덤2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보라: 은하수 인스타 보니까 *식덕이기도 한 거 같은데 사실인가요?
(*식덕 : 식물 덕후의 줄임말)

(은하수 집 거실의 식물 사진)
은하수: 네 좋아합니다ㅎㅎ 저는 마음의 방이 많아서 뭐든 넓고 얕게 파는데요. 식물은 예전부터 키우고 싶었는데, 전에 자취하는 곳이 해가 잘 안 들어서 식물들이 웃자라고 그랬었어요(눈물) 지금 집으로 이사하고 이제 좀 열심히 돌보고 있죠. 직사광선을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데 유리를 통해 햇빛을 받는 건 직사광선이 아니라고 해서 창문도 열어주고 그래요.
보라: 이 친구(?)는 왜 물에 담가두신 건가요?

(물에 담가놓은 식물 사진)
은하수: 거의 죽어가고 있어서 응급처치처럼 수경재배를 하고 있는 건데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보라: 저도 전에 여러 차례 친구가 선물해준 식물을 죽게 만든 적이 있어요. (눈물...저한테 식물 선물해주지 마세요 제발)
은하수: 한국이 사계절이 있어서 온도랑 습도 맞추는게 쉽지 않아요. 저는 요즘 식물등이나 서큘레이터를 사야하나 고민 중이에요. 나중엔 큰 베란다나 마당이 있는 곳에서 식물을 많이 키우면서 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보라: 은하수는 식물만큼 술도 좋아하는거 같아요. 인스타 보면 맥주부터 와인, 위스키 등등 술 사진들이 많은데, 원픽을 고를 수 있나요? 평생 딱 한종류의 술만 먹을 수 있다면?
은하수: 제일 고통스러운 질문이네요ㅎㅎㅎ

(술을 사랑하는 은하수에겐 술에 의한, 술을 위한 공간이 있었답니다)
보라: 그래서 원픽은 뭐죠? (집요함)
은하수: 와인이요.
보라: 위스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네요?ㅎㅎ 왜죠?
은하수: 와인이 종류도 많고 가볍게 먹기도 좋으니까요. 위스키는 반주하기 힘들잖아요ㅎㅎ 보라한테도 같은 질문 물어보고 싶어요.
보라: 아 이거 되게 무서운 질문이었군요?ㅎㅎ 소맥은 하나로 인정 안 해 줄 거죠?
은하수: 그쵸 (단호함)
보라: 음...그럼 저도 와인이요. 맥주는 도수가 4도라 만취할 수가 없어요.
5. 마무리
보라: 오늘 거의 두 시간 동안 수 십가지(?) 주제로 이야기했네요. 사실 이 인터뷰는 민우회 회원 은하수와 활동가 보라의 크로스 인터뷰였는데요?ㅎㅎ(이제와서 생각난 인터뷰의 목적) 은하수는 민우회의 오랜 회원이고 회원활동도 많이 하고있잖아요. 2015년에 가입했던데, 첫 회원활동 기억나나요?
은하수: 신입회원 세미나였던 거 같아요. 책 ‘페미니즘의 도전’을 같이 읽었어요.

(아직 은하수 책장에 꽂혀있는 책 페미니즘의 도전)
보라: 역시 고전이네요ㅎㅎ 세미나 어땠나요?
은하수: 그때 신입회원 세미나랑 ‘여백’이라는 민우회 소모임에서 회원들과 매주 만나면서 한풀이를 했었죠ㅎㅎ ‘페미말’이 터지면서 살아갈 힘을 얻었던 거 같아요. 저는 저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다녔거든요. 민우회 덕분에(?) 이제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여러분 열심히 민우회 회원활동 하세요(?)
이렇게 무려 장장 두 시간에 걸친 은하수X보라 크로스 인터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은하수와 풋살공 없이 이렇게 장시간 마주한게 처음이었는데요. 민우회를 애정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생활체육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술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왔네요. 지금까지 마음의 방이 많은은하수X마음의 방이 자주 바뀌는보라의 인터뷰였습니다!
민우회의 크로스 인터뷰는 계속되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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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매일 한 명의 페미니스트와 연결되고 싶어요.
올해 민우회는 매일 한명의 새로운 후원회원을 기다리는
[365일 365명의 회원과 함께]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금 보신 활동을 응원하고 함께 하고 싶다면?
민우회 회원가입! (클릭)
[크로스인터뷰] 풋살, 뮤지컬, 술 - 마음의 방이 많은은하수와 함께
민우회 홈페이지 소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삶이 곧 운동이 되는 곳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당신과 함께합니다.
바로 그‘당신’이 누군지 궁금해서 민우회 회원팀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22 민우회 [크로스인터뷰] 프로젝트, 첫 번째 인터뷰는 활동가보라가 회원은하수를 만났습니다. 너무너무 습했던 2022년 4월의 어느 날 저녁, 은하수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취향 가득한 집에 초대해주신 은하수 고맙습니다!
“디카페인으로 해줄까요?” “네 좋아요!”
빵과 은하수가 내려준 맛난 커피를 앞에 두고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빵과 커피)
1. 풋살 : 그라운드 위의 평화주의자 은하수와 운동주의자 보라
보라와은하수는작년 12월 서울 어딘가의 풋살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영하 4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냅다 뛰다보니 땀으로 하나 되는 끈끈한 자매애(?)가 생겼답니다.
보라: 이렇게 활동가와 회원으로 마주앉아 있으니 조금 어색하네요ㅎㅎ
은하수: 그쵸? 체육복 아닌 옷 입은 모습이 낯서네요. 보라는 지난 주말 이틀 다 풋살 뛰었잖아요. 비결이 뭐죠?
보라: 비결은 바로바로 금요일이 휴가였기 때문이죠. 민우회 활동가는 휴가가 많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난주에 5회 운동을 했더라고요ㅎㅎ
은하수: 어떤 구성으로 운동했나요?
보라: 하루는 풋살 강습, 하루는 풋살 연습, 이틀은 풋살 경기, 하루는 탁구를 했죠ㅎㅎ 은하수도 매주 풋살하고 있잖아요. 직장인이 꾸준히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지속하는 비결이 뭔가요?
은하수: 같이 운동하는 애인의 칭찬이죠. 쭈굴쭈굴 할 때마다 오늘 이거 잘한 거라고 칭찬해주고.
보라: 맞아요. 누군가의 애정담긴 칭찬이 너무 중요한 동력인거 같아요. 다른 운동도 한 적이 있나요?
은하수: 저는 운동을 원래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고, 팀 스포츠는 어렵고 무섭거든요. 농구도 패스 정도는 하겠는데 시합처럼 하려니까 정신없고 공을 너무 무서워해요ㅎㅎ
보라: 학창시절에 피구도 싫어했나요?
은하수: 네 공을 너무 무서워해서 요리조리 피하다가 끝까지 살아남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보라: 저는 막 나대다가(?) 빨리 탈락하고 밖에서 막 몰아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ㅎㅎ 은하수는 공을 무서워하는데 매주 풋살을 한다니 너무 신기한 일이네요.
은하수: 그쵸. 보라는 연초에 연 100회 운동 목표를 세웠잖아요. 잘 실천되고 있나요?
보라: 사실 초과달성 중이죠ㅎㅎ 지금 4월 말인데 50회가 훌쩍 넘었어요. 근데, 하고 싶은 운동이랑 해야 하는 운동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제가 작년부터 허리가 안 좋아서(눈물) 코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은하수: ㅎㅎㅎㅎㅎㅎㅎ
보라: 웃는걸 보니 남 일이 아니신가봐요 지금ㅎㅎ
은하수: 저도 매일 허리 아프다고 하니까 애인이 필라테스도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별로 안하고 싶어요...
보라: 풋살은 시원시원한 맛이 있잖아요. 패스가 딱딱 맞아 떨어지고 골 넣으면 쾌감도 있고...근데 코어 운동은 그런 게 없으니까 괴롭더라고요.
은하수: 맞아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고통스럽죠. 풋살이나 탁구 말고 다른 운동도 한 적 있나요?
보라: 제가 호기심 천국이라 발 담갔다 뺀 운동이 정말 많은데 대체로 길게는 못했어요. 어린이/청소년 때부터 보면 수영, 태권도, 음악줄넘기, 복싱, 핸드볼, 배드민턴, 탁구, 주짓수, 최근에 풋살까지ㅎㅎ
은하수: 운동신경이 있으니까 계속 탐색했나봐요.
보라: 운동신경이 있다곤 생각하는데, 그 이상으로 대단히 탁월하게 잘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다...잘하고 싶다... 매일매일 생각해요.
은하수: 우리 둘 다 처음 했을 때랑 비교해보면 엄청 많이 늘었을 거에요.
보라: 맞아요. 최근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봤는데, 펜싱대회에서 메달을 따온 어린 희도한테 아빠가 이런 말을 해요. "나중에 펜싱이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도실력은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느는거란 걸 기억해" 그리고 이 말을 희도가 기억했다가 어른이 되어서 무용을 하는 딸한테도 이야기를 해줘요.
(이미지 출처 : tvN 스물다섯스물하나)
은하수: 그 드라마 안 봤는데, 너무 좋은 말이네요. 확실히 풋살이 초반에 실력이 확 늘었던 거 같아요. 근데 4개월 쯤 되니까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의심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보라: 무조건 성장 중이죠~ 최근에 *멀티골도 넣으셨잖아요. 제가 그날 은하수가 골 넣어서 상대팀인데도 야호! 환호했잖아요ㅎㅎ ‘은하수가 골 넣어서 기분이 좋겠네! 인터뷰 섭외 응해주겠는데?’ 생각했죠. 멀티골 소감이 어떠세요?
(*멀티골이란? 한 선수가 두 골을 넣는 것)
은하수: 지난주였는데, 너무 기분 좋았죠.저도 같이 뛰는 사람들을 심지어 상대팀이어도 응원하는 마음이 있어요.비슷한 시기에 풋살을 시작해서 동지애 같은 게 생기는 거 같아요. 근데 어제는 제가 골키퍼 볼 때 실점을 많이 해서 속상해요... 필드에서 패스를 실수하면 그래도 괜찮은데, 골키퍼는 실수가 바로 골로 이어지는 게 너무 싫어요.
보라: 그랬군요...그래도 우리는 *즐풋하면서 사실 서로 몇 대 몇인지도 잘 기억 못하고 팀도 막 바꾸고 그러니까 서로 으쌰으쌰 해보아요.
(*즐거운 풋살)
은하수: 맞아요...근데 어제 실수할 때 우리 팀이 좀 뭐라고 해서 엄청 속상했어요(눈물)
보라: 다양한 실력의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내가 실수를 많이 한 날에는 좀 쭈굴쭈굴해지는거 같아요. 그래도 내가 잘한 거 열심히 기억하고 서로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죠.
은하수: 우리 경기 촬영한 영상 보면 공을 잘 잡고 몸싸움도 해야 하는데 저는 누가 공 뺏으려하면 너무 쿨하게 ‘네 가져가세요~’하고 내어주더라고요ㅎㅎ
보라: 네 그라운드 위의 평화주의자 은하수를 만나고 있습니다.
2. 누워있으려고 여행가는 사람들
보라: 여행 좋아하시나요? 가본 곳 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은하수: 해외여행 중에서는 태국 파타야가 제일 좋았어요.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 맥주랑 맛있는거 먹고ㅎㅎ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쉬는 게 좋더라고요. 태국음식도 너무 맛있고. 근데 고수 빼고 다 좋아해요.
보라: 고수의 맛을 모르다니...규탄합니다(?) 국내여행은 어디가 좋았나요?
은하수: 최근에 갔던 남해가 좋았어요. 버스를 5시간 타고 가서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숙소가 누워서도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서 너무 좋았어요.
보라: 오 저도 작년 말에 부산 다녀왔는데, 누워서 바다가 보이는 숙소였어요! 바다 보면서 먹고 마시면 진짜 맛있고 행복하잖아요.
(왼쪽 은하수 남해 여행 사진, 오른쪽 보라 부산 여행 사진. 둘 다 전지적 침대 시점 사진이라는 공통점)
은하수: 그리고 여행갈 때 책을 꼭 한권 챙겨가요. 혹시나 읽고 싶어질까봐 읽든 안 읽든 일단 가져가는데 결국 안 읽어요. 근데 안 가져가면 읽고 싶더라고요ㅎㅎㅎ
(책을 사랑하는 은하수의 책장. 안 읽은 책도 많다고 고백해 주셨습니다)
은하수: 보라는 인상 깊은 여행지 있나요?
보라: 저는 사실 장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면 다 좋은? 그래도 장소를 꼽으라면 대만이 좋았어요. 2018년 11월 초에 갔었는데, 일단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여행하기 좋은 날씨였고 대도시보단 소도시 위주로 가서 한적했고 온천도 하고 음식들도 맛있고! 말은 전혀 안 통했는데, 대만에서 유학중인 친구가 가이드를 해줘서 여행자들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들도 돌아다니고 좋았어요.
(보라 대만여행 사진. 보라색바지에 보라색 신발...보라색 과몰입러)
은하수: 저는 해외여행은 좀 말이 안 통하는데 가는 게 좋더라고요. 일본 도쿄 갔을 때, 퀴어 거리 같은 곳의 술집을 찾아갔는데, 막 무지개 걸려있고 좋더라고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이태원에 있는 술집도 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보라: 오 일본어를 좀 하시나요?
은하수: 아뇨?! 모든 대화들은 손짓, 발짓, 핸드폰 보여주면서 이뤄졌다는 거ㅎㅎ
보라: ㅎㅎ 해외 나갔을 때 우당탕당 소통하는 거 좀 재밌어요. 낯선 곳에서 내가 누군지 모르는 익명성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죠. 코로나19가 끝난다면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가 있나요?
은하수: 저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가보고 싶어요.
보라: 음...? 리스본이요? 부루마블에 나오는 그 리스본?
은하수: 네 맞아요ㅎㅎ 여행가서 읽은 여행 책에서 리스본이 현대적이지 않고 조용하면서 낡은 느낌이 있는 도시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서가 저랑 맞을 거 같았어요.
보라: 엄청 현대적인 도시보다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은하수: 컴퓨터 바탕화면으로도 리스본 사진으로 해뒀어요. 트램도 다니고 쇠락한 도시 느낌이에요. 보라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리스본 사진 출처 : cutewallpaper.org)
보라: 저는 새로운 곳보다도 갔던 곳을 또 가는 게 좋더라고요. 베트남으로 평화기행과 여행을 6번 정도 갔는데, 항상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3. 무슨 일 하세요? 어…이것 저것 다 하는데요
보라: 은하수는 제가 민우회 활동가인걸 알잖아요. 근데 저는 은하수가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만나면 냅다 공 차느라ㅎㅎ 혹시 하는 일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은하수: 저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보라: 오 사회적 기업? 왠지 친숙한데 낯서네요. 주로 어떤 업무를 해요?
은하수: 뭐 기획, 홍보, 행정, 영업, 회계 또 뭐있지 행사 진행 등등? 다 합니다ㅎㅎ
보라: 오 활동가랑 비슷하네요(?)
은하수: 네, 소셜 섹터(social sector)라고 멋있게 써주세요ㅎㅎ
보라: 페미니스트 직장인...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안녕하신가요? 사기업 다니는 페미니스트친구들이 분노가 많더라고요(눈물)
은하수: 저는 좀 다른 케이스인게, 지금은 제가 페미니스트인 것도 퀴어인 것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쪼렙이던 초반엔 남자친구 있냐고 하도 물어봐서 짜증도 나고 힘들었는데,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커밍아웃해야겠다고 계획했어요. 3년차에 커밍아웃을 했고 이젠 아무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죠ㅎㅎ 지금은 5년차가 되었네요.
보라: 남자친구 물어볼 땐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어요.
은하수: 그쵸. 난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데...제가 거짓말을 진짜 못하거든요. 거짓말을 했다가도 내가 전에 애인 회사가 어디라고 했더라? 헷갈리고ㅎㅎ
보라: 하나의 거짓말을 진짜처럼 들리게 하려면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혹시 현 직장인 은하수는 실현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나요?
은하수: 어렸을 땐 책방 주인을 하고 싶었어요. 책도 좋아하고 글도 좋아해서 민우회에서 시나리오 쓰는 소모임 [씬넘버원]도 했었어요. 독립서점도 가고 책방 관련해서 브런치 글도 읽었는데...현실적으로 안되겠더라고요. 1년 순수익이 600이 채 안된다네요(눈물)
보라: 한 달에 50만원도 안된다고요? 임대료 때문일까요(같이 눈물)
은하수: 맞아요.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지출도 있고,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잘 찾아가지 않으니까 콘텐츠나 행사 같은 걸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하기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보라: 질문에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길 잘했네요ㅎㅎ
은하수: 어릴 때는 막연히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책방에서 책에 둘러싸여 책을 읽으면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자영업인거죠ㅎㅎ 보라는 일하는 거 어때요? 꿈꾸던 일을 하고 있나요?
보라: 민우회 활동가 동료들이 볼 텐데 솔직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이미 솔직함) 사실 저는 민우회에 지원하기 직전까지 활동가라는 직업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왜냐면 대학교에서 학생회, 페미니즘 모임 같은걸 하면서 활동가 선배(?) 들이 좀 있었는데요. ‘인권활동가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냐(?)’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선배들한테 많이 듣기도 했고, 사회운동은 일반 시민으로서 함께하고 싶지 직업으로 갖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길었거든요. 근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뭘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할 때 이상하게도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여성단체 활동가이더라고요ㅎㅎ
은하수: 그럼 민우회엔 어떻게 지원했어요?
보라: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사실 1년 전 지원 당시에는 반드시 민우회여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답니다? 왜냐면 민우회를 여성단체 중에 큰 단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채용공고가 맘에 들어서 지원했거든요. 근데 얼마 전에 핸드폰 사진 정리를 하다가 2017년에 카드뉴스 캡쳐해둔 걸 찾았는데, 로고가 굉장히 익숙한 거예요? 낙태죄 폐지 운동할 때 민우회가 낸 카드뉴스였더라고요ㅎㅎ 그래서 혼자 웃으면서 ‘민우회는 내가 모르던 순간에도 내 삶에 함께했다~ 운명이었다~’라고 생각했죠.
(2017년 민우회 "왜낙폐? 왜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는가" 카드뉴스)
은하수: 김춘수의 시 ‘꽃’ 같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ㅎㅎ 보라는 회원팀이잖아요. 그래서 궁금했던 게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랑 매체 속에서 운동하는 단체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라: 맞아요. 민우회 활동가들은 우리는 누구랑 연대하는가, 누구를 대상으로 운동하는 걸까, 대중이란 무엇일까 이런 얘기를 종종 해요. 결론이 난 적은 없지만ㅎㅎ
은하수: 세상이 워낙 빨리빨리 돌아가니까. 사건이 진짜 초단위로 발생하고 여성단체한테 왜 이렇게 대응 늦냐, 입장 안내냐 재촉하기도 하잖아요.
보라: 뭐 그런 일은 워낙 자주 있으니까요. (갑자기 화냄) 아니 우리도 사람인데 뭐 어쩌라는 건지 주말에 숙직실에서 24시간 대기를 하라는 거야 뭐야(요).
은하수: 백래시랑 혐오도 점점 더 심해지잖아요. 오히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있기 전에는 저도 아무렇지 않게 지하철에서 페미니즘 책을 읽었던 거 같은데, 요즘이었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어요. 가시화 되면서 더 위험해지는 측면이 있는데, 활동가들 안전은 괜찮나 걱정되더라고요.
보라: 온라인을 넘어서 집회현장에서 백래시를 경험하는 사례가 점점 생기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오늘도 저희 팀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갔는데, 근처에서 혐오세력이 시끄럽게 하면서 기자회견을 방해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2월에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집회 했을 때에도, 혐오세력이 바로 뒤에서 유튜브 생중계 하면서 스피커로 시끄러운 영상 틀면서 집회를 방해하더라고요.
은하수: 맞아요. 유튜브에서 혐오도 진짜 심해진 걸 느껴요.
보라: 유튜브 조회수도 적지 않게 나오는 거 같던데, 정말 혐오가 돈이 되는구나 싶어서 우리가 할 일이 많겠구나 싶긴 했죠.
은하수: 그럴 때 활동가로서 삶에 고민이 많을 거 같아요. 지속가능한 활동에 대한 고민도 있나요?
보라: 사실 활동가를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거였거든요.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을 때 과연 여전히 즐겁고 의미 있을까? 지속가능한가?’
고민에 답은 없지만 일단은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함께하는 게 너무 소중하고(동료 여러분 듣고 있나요? 사랑해요), 백래시와 혼돈의 정치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무력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해요.
4. 마음의 방이 많은 사람들(연극, 뮤지컬, 술, 드라마, 아이돌, 식물 etc)
보라: 은하수는 *연뮤덕인걸로 알고있는데, 인생 작품 하나만 소개해줄 수 있나요?
(*연뮤덕 : 연극 뮤지컬 덕후의 줄임말)
은하수: 제가 연뮤덕이었나요?ㅎㅎ 아직 새싹 연뮤덕이라고 해주세요.
보라: 지난 번에 페미니스트라면 자고로(?) 어떤 뮤지컬을 반드시 봐야한다고 반짝반짝+조금 무서운 눈으로 강요(?) 했던걸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ㅎㅎㅎ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
은하수: ‘리지’라는 뮤지컬인데요. 저는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이에요. ‘리지’는 실제 살인사건을 다룬 여성 4인극이에요. 저는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페미니즘 작품을 앞으로도 많이 보고 싶거든요. ‘프리다’도 추천합니다. ‘프리다’도 여성 4인극이고요. 극중에 남자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도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프리다’는 아마 5월 말까지 공연할거에요. (서두르세요 여러분!!)
(왼쪽 리지. 출처: 쇼노트) (오른쪽 프리다. 출처 : 티브이데일리)
보라: 원래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시는 편이었나요?
은하수: 공연을 보러 다닌지는 진짜 얼마 안됐어요. 최근에 티파니 보려고 ‘시카고’를 보러 갔다가 공연의 재미를 알게 됐죠. 그걸 시작으로 ‘유진과 유진’도 보고요. 요즘은 페미니즘 연극도 많아져서 볼 게 많아요. 보라는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나요?
보라: 저는 드라마나 예능을 좋아해요. 고백하자면 저의 콘텐츠 생활은 별로 안 페미니즘적이기도 한데요. 한국 드라마랑 예능을 주로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엔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재밌게 봤어요. 김태리 배우님이 너무 매력적이시더라고요(극존칭).
은하수: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나요?
보라: 로맨스 장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한국 콘텐츠에서는 로맨스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ㅎㅎ 남자캐릭터를 잘못 만들면 오히려 로맨스 요소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많은 거 같아요. 한국 드라마는 페미니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게 (거의) 없기 때문에ㅎㅎ 제가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는 기준은 여자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 여자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흥미로운지 인거 같아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나희도와 고유림이 *혐관으로 시작해서 친구이자 동료로 서로를 인정해 나가는 과정에 과몰입했고요.
(*혐오 관계라는 뜻으로 서로 싫어하는 관계를 말한다)
은하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주변에서 많이 보더라고요. 근데 백이진 캐릭터 많이 욕먹는거 같던데ㅎㅎ
보라: 참 전형적으로 답답한 남자 캐릭터였어요. 하차 위기가 여러 차례있었지만 김태리님을 보고 버텨냈습니다. 이렇게 안 페미니즘적인 한국 콘텐츠를 보다보면 *길티플레져가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은하수도 혹시 길티플레져를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길티플레져 : '죄의식을 동반하지만, 했을 때 즐거운 일'이라는 말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남한테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막상 하고나면 즐거운 일을 뜻하는 신조어다.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은하수: 저는 여자 아이돌을 좋아해서요. 갑자기 전에 레드벨벳 콘서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민우회 *** 활동가가 생각나네요ㅎㅎㅎ 저는 걸그룹이랑 케이팝을 좋아하니까 그때 길티플레져를 느낄 때가 있죠.
보라: 요즘엔 어떤 그룹 좋아하나요?
은하수: 레드벨벳을 오래 좋아했고 요새는 에스파도 좋고요.
보라: SM세계관을 좋아하시나보네요. *광야를 걸어가고 계신가요ㅎㅎㅎ
(*광야 : 에스파 Next Level 중 '광야로 걸어가'라는 가사가 있고 SM세계관의 개념 같은 그런것입니다. 저도 잘 몰라요... )
은하수: ㅎㅎㅎ맞아요.
(은하수 책장의 걸그룹 코너 사진)
보라: 그래서 길티플레져를 느끼는건 언제인가요?
은하수: 아이돌은 활동별로 콘셉트가 바뀌잖아요. 근데 유독 수동적인 여성성을 강조할 땐 거리감이 느껴지다가 캐주얼하거나 다 죽이는(?) 콘셉트이면 좋아하다가 너무 유아퇴행적인 콘셉트일 때 고민이 깊어지다가 그렇죠.
보라: 걸그룹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이 하는 고민일거 같아요. 나는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가 싶다가도 또 좋고 그런 혼돈이죠ㅎㅎ
은하수: 요즘은 Mnet 퀸덤2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보라: 은하수 인스타 보니까 *식덕이기도 한 거 같은데 사실인가요?
(*식덕 : 식물 덕후의 줄임말)
(은하수 집 거실의 식물 사진)
은하수: 네 좋아합니다ㅎㅎ 저는 마음의 방이 많아서 뭐든 넓고 얕게 파는데요. 식물은 예전부터 키우고 싶었는데, 전에 자취하는 곳이 해가 잘 안 들어서 식물들이 웃자라고 그랬었어요(눈물) 지금 집으로 이사하고 이제 좀 열심히 돌보고 있죠. 직사광선을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데 유리를 통해 햇빛을 받는 건 직사광선이 아니라고 해서 창문도 열어주고 그래요.
보라: 이 친구(?)는 왜 물에 담가두신 건가요?
(물에 담가놓은 식물 사진)
은하수: 거의 죽어가고 있어서 응급처치처럼 수경재배를 하고 있는 건데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보라: 저도 전에 여러 차례 친구가 선물해준 식물을 죽게 만든 적이 있어요. (눈물...저한테 식물 선물해주지 마세요 제발)
은하수: 한국이 사계절이 있어서 온도랑 습도 맞추는게 쉽지 않아요. 저는 요즘 식물등이나 서큘레이터를 사야하나 고민 중이에요. 나중엔 큰 베란다나 마당이 있는 곳에서 식물을 많이 키우면서 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보라: 은하수는 식물만큼 술도 좋아하는거 같아요. 인스타 보면 맥주부터 와인, 위스키 등등 술 사진들이 많은데, 원픽을 고를 수 있나요? 평생 딱 한종류의 술만 먹을 수 있다면?
은하수: 제일 고통스러운 질문이네요ㅎㅎㅎ
(술을 사랑하는 은하수에겐 술에 의한, 술을 위한 공간이 있었답니다)
보라: 그래서 원픽은 뭐죠? (집요함)
은하수: 와인이요.
보라: 위스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네요?ㅎㅎ 왜죠?
은하수: 와인이 종류도 많고 가볍게 먹기도 좋으니까요. 위스키는 반주하기 힘들잖아요ㅎㅎ 보라한테도 같은 질문 물어보고 싶어요.
보라: 아 이거 되게 무서운 질문이었군요?ㅎㅎ 소맥은 하나로 인정 안 해 줄 거죠?
은하수: 그쵸 (단호함)
보라: 음...그럼 저도 와인이요. 맥주는 도수가 4도라 만취할 수가 없어요.
5. 마무리
보라: 오늘 거의 두 시간 동안 수 십가지(?) 주제로 이야기했네요. 사실 이 인터뷰는 민우회 회원 은하수와 활동가 보라의 크로스 인터뷰였는데요?ㅎㅎ(이제와서 생각난 인터뷰의 목적) 은하수는 민우회의 오랜 회원이고 회원활동도 많이 하고있잖아요. 2015년에 가입했던데, 첫 회원활동 기억나나요?
은하수: 신입회원 세미나였던 거 같아요. 책 ‘페미니즘의 도전’을 같이 읽었어요.
(아직 은하수 책장에 꽂혀있는 책 페미니즘의 도전)
보라: 역시 고전이네요ㅎㅎ 세미나 어땠나요?
은하수: 그때 신입회원 세미나랑 ‘여백’이라는 민우회 소모임에서 회원들과 매주 만나면서 한풀이를 했었죠ㅎㅎ ‘페미말’이 터지면서 살아갈 힘을 얻었던 거 같아요. 저는 저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다녔거든요. 민우회 덕분에(?) 이제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여러분 열심히 민우회 회원활동 하세요(?)
이렇게 무려 장장 두 시간에 걸친 은하수X보라 크로스 인터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은하수와 풋살공 없이 이렇게 장시간 마주한게 처음이었는데요. 민우회를 애정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생활체육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술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왔네요. 지금까지 마음의 방이 많은은하수X마음의 방이 자주 바뀌는보라의 인터뷰였습니다!
민우회의 크로스 인터뷰는 계속되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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