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민우회원 책세미나를 채셔, 이도, 산진, 롱이, 은수, 해파리가 함께 했는데요
함께 읽어본 책은데머라 캐매런의 <페미니즘>이란 책이에요
페미니즘이 사상검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페미니스트들이 낙인 찍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겪는 사건들도 발생하고 있어요
아마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이 사회가 성차별적이고, 페미니즘이 이러한 사회에 대항하기 위해 너무나 필요한 이론이자 실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즘은 당신에게 무엇이냐, 페미니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여렵기도하고, 모호하기도하지만 해방감을 느끼고, 용감하게 해주는 무엇이라는 대답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세미나를 신청해주신 회원채셔, 이도, 산진, 롱이님도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고,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어서 신청해주셨다고 해요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만나지만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책을 매개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며 드는 의문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세미나 안내 소책자와 책〈페미니즘〉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책 <페미니즘>은 176페이지이고, 일곱 장의 주제로 나뉘어 있어요. 일단 책이 손바닥만하고, 베개처럼 두껍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고요
지배구조, 권리, 노동, 여성성, 성 등 다양한 주제의 장이 있고, 여러 페미니즘의 갈래,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담겨 있어요
페미니즘이 어렵고 모호한 것은 아마도 페미니즘은 이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하기 떄문이 아닐까요
페미니스트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견해도 등장해서 함께 고민해보고 토론해볼 수 있었어요
책세미나이지만 회원모임이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여하는 모임원들의 이야기도 나누고, 듣고 민우회 활동도 소개했어요
첫번째, 두번째 세미나엔 각자를 소개하고, 세미나 신청 동기를 물었어요. 자랑하고 싶거나,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 재미있게 살기 위해 하고 있는 것,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 중 선택해서 답하면서 소개했어요.
(세미나 참가자들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진 요즘 재미지게 지내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양모펠트를 만들고 있어요. 테라리움 키트를 사서 만들었는데 망했어요. (테라리움이 뭐죠?!) 식물만 들어 있으면 테라리움이고, 생물이 들어가면 비바리움이래요 (세미나마다 이어지는 산진님의 소소한 취미 모음.zip)
롱이 어린시절 우울증 때문에 많이 울어서 눈이 자주 부었는데 친구들이 눈을 보고 지어준 별명이 마카롱이에요. 그리고 유행에 저항하는 성격인데 긴 호흡으로 지내고 싶다는 뜻으로 롱이라는 별칭을 지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하고 싶은 건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독립서점이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한층은 대관공간으로 만들고, 옥상은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로 만들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와서 보고가면 좋겠어요.
채셔 제 별칭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채셔 고양이에서 따왔어요. 별 뜻은 없음. 저를 설명한 키워드 두가지는요 핑크, 바이크에요. 핑크덕후에요(핑크색 투피스에 바이크 타고 세미나 오신 채셔님)근데 바이크는 화이트에요ㅎㅎ 그리고 모인 김에 자랑하고 싶은 건 퇴사했어요!!!! (박수 짝짝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소모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인원이 다차서 세미나 모집 공지 뜨자마자 바로 신청했어요!
이도 자랑하고 싶은 건 개명허가를 받았어요. 이도는 이름으로 바꾸고 싶은 별칭이었는데 이제 주민등록상에도 이도가 될 예정. 오랜 기간 준비해왔는데 너무 기뻐요. 원래 이름이 성별이 드러나는 이름이라서 정체화 과정에서도 힘들었어요. 사유가 받아들여질까 고민하다가 퀴어친화적인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서 사유를 수정해주셨어요. (이소라 노래중에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네라는 가사가 생각나요) 내 이름인데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잖아요. 내가 원하는대로 불려서 편안해요.
그리고 활동가은수도 함께 했어요!
은수 자랑하고 싶은 건 9명의 동지들과 함께 쓴 책이 나왔어요! 한티재 출판사에서 출간한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라는 책인데요. 자본, 여성, 기후라는 키워드로 세미나를 하고, 그걸 바탕으로 각자의 삶을 살피며 쓴 글들을 책으로 묶었어요! (박수짝짝)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은 (고래에게 부담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면) 고래와 함께 수영해보고 싶어요. 고래처럼 큰 동물을 동경해요.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혹등고래는 인간에게 친화적인 편이에요. 물에 빠진 인간을 혹등고래가 구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고래 얘기 더 해도 되나요? (일동 환호해 줌) 혹등고래가 범고래를 매우 싫어해서, 범고래가 나타나면 주위에 막 알려요. 저 새끼 나타났다! 이런 느낌으로.
이렇게 소소한 취미, 개명, 고래, 바이크 등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왠지 차갑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공기도 금새 훈훈하고 유쾌한 공기로 바뀌는 것 같아요ㅎㅎ
이어서 민우회 활동 이야기도 잊지 않고 말씀드려요. (민우회 활동 브리핑 듣고 싶으심 회원모임 오세요)
얼마 전에 정부가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면서 성평등 시스템을 파괴하는 행태에 대응하는 공동기자회견(클릭)을 열었어요.
산진, 롱이님이 활동 이야기로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들으시고는 행진과 기자회견에 참여해주셨어요. 회원분들을 집회나 기자회견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
노동팀 은수가 직접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정부의 여론조작에 대한 문제점(클릭)도 직접 설명도 해주셨답니다!
이제 드디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첫번째 세미나에서는 서문과 1,2장을 읽고 이야기 나눴는데요. 서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1장 지배구조, 2장 권리가 주제에요
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거나 의문이 드는 부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문장들 나누거나
또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세미나를 진행해요. 발제하는 방식의 장점도 있겠지만 가볍게 페미니즘을 접하기 좋은 방식 같아요
이야기 나눴던 내용들을 공유해보아요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원래 그렇다" 같은 말들, 생물학적 차이를 이유로 성차별을 합리화하는 차별주의자들의 근거를 보며 공감이 되었어요. 남성지배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사람들. 책 <암컷들> 내용을 보면 성차별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잖아요.
페미니즘 내부의 다양한 논쟁,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한다는 책 내용을 보면서 큰이모가 생각났다는 산진님. '노브라'에 부정적인 반응이지만 일상 속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큰이모!
누가 권력을 가지게 하는지 질문하는 페미니즘.
여성이 가정 내에서 끊임없는 돌봄, 가사 각종 재생산 노동을 전담하게 되면서 겪는 정신적인 부담을 표현하는 언어가 존재함. '멘탈로드'. 이런 언어들이 여성들이 경험을 가시화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임신중지'를 말할 때 남성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적인 상황들. 하지만 영화 '매기스플랜'이나 사유리를 보면서 육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어요
피지배자와 지배자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뿐이라는 책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종교에서 여성의 위치.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그루밍 범죄. 목사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정부/제도의 공백으로 교회가 일부 기능을 의존하게 되는 상황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번째 세미나에서는 3장 노동, 4장 여성성을 읽고 이야기 나눴어요.
이번 세미나 주제는 다들 자신의 일상 속에서 한번 쯤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주제들이라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어요!
이도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정책을 펼치는 정부. 다른 여성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행위이고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산진 이러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남성들이고, 결국에 남성은 돌봄을 떠맡지 않는 식임.
이도 돌봄노동은 하기 싫은 것 혹은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문제로 그 가치가 계속 평가절하돼요.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 하고요. 결국엔 계급의 문제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여성운동에서 노동문제가 동일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무급노동을 의미화하는 운동도 하나의 의제라는 내용이 좋았어요. 성평등한 임금 뿐만 아니라 성별화된 돌봄노동에 대해서 다뤄서 좋았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일과 가정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옵션처럼 주어지지만 사실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죠.
롱이 남성의 필요로만 이 사회가 구성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도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책 내용(다들 이 부분에서 너무 공감하는 반응) 책 <오버타임>에서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임금노동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요. 여성의 무급돌봄노동에 의존해야 유지되는 사회이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돌봄노동하는 시간을 재배치하고 다시 개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저는 1인가구로 살다보니 돌봄노동을 혼자 맡아야 해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주말에는 집안일을 하느라 온전히 휴식하지 못한 채 출근하게 되는 악순환.
은수 기후위기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탈성장 담론과 페미니즘 관점이 어떻게 규합할 것인지 고민이에요. 플랫폼 런던에서 발표한 보고서 <시계를 멈춰라: 노동시간의 단축의 환경적 이점>에서 그 단초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주4일제로 자본주의로부터 해방되고 돌봄사회로 갈 수 있을까? 돌봄노동은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하루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누구나 돌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남성이 하는 가사노동은 주로 뭐 재활용쓰레기 버리기 같이 단기적인(?) 노동이지 고인지가 필요한 노동은 아니잖아요.
이도 가사/돌봄노동은 재료를 사면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냉장고에 어떻게 넣을지부터 모든 것을 고민해야 하는 고인지 노동이고, 삶의 기술이에요.
산진 장을 보고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림장 숙제를 챙기고, 머리 속으로 스케쥴링을 끊임없이 짜야하는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들어감.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런 부담감을 나타내는 '멘탈로드'라는 용어가 존재함.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멘탈로드' 교육도 있어요.
이도 언어의 힘.
은수 (멘탈로드를) 한국어로 하면 돌봄과부하??
산진 인스타그램에서 본 숏폼 '매직테이블' 매직테이블을 어지럽히고 가만히 두면 마법처럼 정리가 되어있다고 착각하는 남성이 등장하는 숏폼. 사실은 그 테이블을 항상 치워주는 존재에 대한 무감함에 관한 이야기
채셔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쓴 에세이를 읽은 적 있음. 돌봄노동이 얼마나 지난한지 알게 되었어요. 돌봄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사고해본적이 없어요. '탈남성화'도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별 관계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맡아서 언젠가는 해야할 노동이라는 걸 다시 인식하게 되었어요.
이도 간병을 하면서 삶의 코너로 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절망에 이르기도 하고요. 영케어러에 대한 연구도 많이 되면 좋겠어요.
롱이 시몬드 보부아르, 부모들은 세상이 달라졌으면 하는 욕망과 그대로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책내용이 인상적. 어린이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젠더사회화 과정에 적극참여한다는 내용.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의 이상과 욕구를 이해하고 상상할 것인지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 어릴 때 성인여성들과 몸이 달라서 사우나 가기 부끄러워 하고 가기 싫어했어요.
산진 저도 제 몸이 편하지 않아요. '탈코르셋'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 몸이 편하지는 않더라고요. 여성의 몸을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요. 기숙사에서 지낼 때도 룸메이트에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이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봤는데 소년의 어머니 병원이 불에 타버려요. 엄마를 찾기 위해 옷을 벗은 채로 밖을 나서는데 그게 부럽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앞에서 벗는 행위를 하는 건 남성이나 소년이겠구나. 그리고 저는 목욕탕이나 화장실처럼 이분법적인 공간을 갈 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에요.
채셔 여성이 지녀야 한다고 장려하는 특징은 열등한 사회지위를 정당화하는데 쓰이고, 남자답지 못한 사람은 심한 재제를 받고 남성 무리에서 제외되고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책 내용이 인상적. 남성성을 높은 위치에 두려는 사회, 그렇게 위계질서가 짜여있는 것이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러한 성별 위계질서가 사라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꾸'나 '마카롱'을 '탈코'해야 한다고 하고 폄하하는 것도 결국은 여성혐오적이라고 봐요.
은수 여성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평가절하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데요. 아이돌 산업이 착취적인 것을 아는 팬분이 쓴 책도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동자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팬질'하고 싶어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존재도 있잖아요. 반면,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팬들은 아이돌을 성적대상화하고 착취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산진 전형적인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는 걸그룹 멤버에 대해 남성팬들이 비난하기도 해요. 그리고 여성팬층이 많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선은 이성애중심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채셔 여성들에게서 검열이 더 심하다고 생각해요.
이도 파이어스톤의 주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인간의 생식기 차이가 문화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세계로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성별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되는 것. 생식기의 모양에 따라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고 그 성별에 맞는 행위를 수행하지 않으면 비난하지 않는 세계가 왔으면 좋겠어요.
채셔 트랜스페미니스트. 우리 문화는 여전히 남성이 여성성을 표현하는데 부정적이죠. 제 친구들 중에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핑크색을 좋아하고, 머리를 기르는 것을 위계가 낮은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메이크업도 잘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메이크업도 젠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이크업이라는 행위를 폄하하는 주장에 반감이 들기도 했어요.
롱이 저는 어렸을 때 왜 여자는 핑크여야 하는지 열받았던 적이 있어요.
은수 탈코르셋 운동의 맥락과 취지는 이해가 가요. 저의 헤어스타일은 항상 숏컷이었어요. 저는 여성성이 드러났을 때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싫어서 자기방어를 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여성성에 대한 두려움을 받아들였어요. 옷을 선택할 때도 변화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탈'이었어요. (입고 있는 핑크색 후드를 가리키며) 예전에는 핑크를 안 좋아했었거든요. 이전엔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을 선택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산진 여성스러운 옷을 안좋아했는데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입었던 것 같아요. 그런 압박을 느꼈어요. 저는 저 같은 압박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었어요. '탈코' 이전에는 내 몸이 너무 신경쓰였어요. 배나 엉덩이 같은 부위들이. 이제는 제가 편하고 어렸을 때부터 입고 싶었던 것을 입게 되었어요.
채셔 저도 은수와 비슷해요.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있었어요. 바이크를 탈 때 치마를 입으면 저를 깔보는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풀장비를 하고 바이크를 타서 너무 불편했거든요. 근데 내가 행복하지도 않은데 탈 이유가 있나? 그래서 '치맛바람라이더스'와 함께 치마입고 전복적으로 바이클타기 시작했어요. 바이크를 타는 것을 여성혐오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시선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해서 자유를 얻을 수 있었어요. 페미니스트는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책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세미나를 회고하면서 소감을 나눠보았어요
롱이 어렸을 때부터 혼란스러웠던 여성성을 돌아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지 나침반이 되어줬어요!!
채셔 오늘 처음 참여했는데 기다렸던 세미나였어요. 책을 읽고 의견 나누는 기회가 없었는데 페미니스트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 추천도 많이해주셔서 마음에 들었어요!
산진 오늘도 너무 말을 많이 했나^^? 노동 챕터가 인상적이었어요. 임금격차나 돌봄노동을 잘 몰랐는데 다양한 맥락을 짚어줘서 좋았어요
은수 활동가가 된지 4개월이 됐는데요. 소문으로만 듣던 회원을 처음 만났어요. 그간 걱정도 많이 했어요. 내가 회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말을 잘 못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그런 걱정 없이 여느 세미나 자리에 참여하는 것처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재미있었어요.
이도 처음 밝혔던 세미나 참여 목적을 이루고 가는 것 같아요. 탈코르셋 주제로 이야기 나누면서 개인의 욕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성을 위해 내가 머리를 짤라야 한다면 누구를 위한 선택일까? 저는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바꾼 후에 정체화 과정을 겪었어요. 소년이 되고 싶어졌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소년에 대한 코르셋을 입게 됐어요. 내 추구미를 발전시켜보자! 레퍼런스도 찾고요. 그럼 나는 다시 코르셋을 입은 건가? 그런 고민이 사라지는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마지막 세미나에는 최근의 나를 나타내는 사진을 공유하면서 시작했어요
롱이서울식물원 사진이에요. 사진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햇살이 너무 예뻐서 찍었어요. 이 사진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있어요
(다양한 식물들과 초록색 잎 사이로 햇빛이 내리 쬐고 있는 사진)
이도 솔의눈 하이볼이 나왔어요. 레시피가 흥해서 제품으로 나왔어요. 완전 내 취향. 피자 먹을 때도 탄산음료 안 먹는데 최근의 최애 음료가 됐어요. 취향이 갈리는 음료도 유명한데 되게 맛있어요. 요즘의 즐거움이에요. 화하고 민트맛 나는거 좋아하시면 좋아하실 듯
(솔의눈 하이볼 소주병 사진)
산진 길고양이 밥주고 있는데요. 치즈냥이에요. 세미나 오기전에도 밥주고 왔어요, 이제 밥준지 2주 되었어요. (고양이 동선을 알아내기 쉽지 않을텐데요) 밥을 먹으려고 사람들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치즈색 얼룩이 있는 흰고양이가 먼 곳에서 흐릿하게 찍힌 사진)
채셔 애인이랑 호캉스 간 사진이에요. 조식 먹는 공간인데 사람이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먹었어요. 부대시설 이용하느라 바빠서 쉬는 휴가는 아니었어요. 바쁜 휴가!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채셔님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사진)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5장 성, 6장 문화 ,7장 경계와 미래를 함께 읽었어요.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적어 볼게요.
이도예전에는 여성이 조신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있었지만 '쿨걸' 이미지라는 또 다른 프레임.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채셔쿨한 여성이라기보다는 '문란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한국 남성의 이중적인 면, 나의 요구에는 쿨걸처럼 대해야 하지만 성적 권리에 자유로우면 문란하다고 봐요. 욕망과 우이험의 중간을 찾아내는 과정과 결과를 도출하는게 힘들다고 느껴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 간에 의견차가 발생하고 분파가 나뉜다고 느꼈어요.
이도 연애를 하면 위계는 생긴다고 봐요. 누가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위계가 발생하고, 쉽게 주장하기 어렵기도 한 것 같아요. 억압이고 위계인걸 알지만 따지기 어렵기도 하더라고요.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은 또 다른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는 정말 어렵구나. 연애 관계가 아니더라도 관계 안에서 욕망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주고 받으면서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욕망이 끼어들면 '정치적 올바름', 정출안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욕망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셔슬럿워크, '치맛바람라이더스'와 비슷한 맥락의 운동. 매쉬소재의 유행하는 옷을 입고 바이크를 타고 파티에 참여했는데 파티장에서는 잘 어울리는 옷이었지만 밖을 나서니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을 받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었는데 시선을 받게 되면서 검열하게 되거나 위축되기도 했어요.
은수1970년대 미군 대상으로 운영된 집장촌이라는 폭력적인 공간. 부작용 검증 없이 주기적으로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했어요. 이연주 시인의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전집을 그 시대에 대한 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생겼을까? 싶었는데, 이 책에 영국에서 이미 1870년대에 성노동자 여성들의 성병을 검사한다며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방식의 폭력이 이미 자행되었다는 걸 보고 마음이 서늘해졌어요.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구나, 싶어서.
채셔성노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미뤄두었어요.
산진합법화보다 노르딕 모델을 진보적으로 바라보았어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신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까 항상 고민했거든요. 같은 맥락의 고민이에요. 종사자분들에게 착취당한다고 하는 건 대상화하는 방식이라서 고민이 돼요.
은수성매매 산업의 구조 안에 여성착취가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있다는 건 동의해요. 보통 성매매 피해자라고 지칭되는데, 왜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지칭하길 원하는지 궁금했어요. 단순히 임파워링의 관점이 아닌 것 같아서요. (반성매매 담론에 따르면) 성산업의 구조는 착취적인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성노동 당사자가 본인의 노동을 정당한 노동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착취적인 구조를 먼저 부정하는 말을 하게 되는데요.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이들을 온전한 피해자로 여기는 논리가 있어왔고, 외부에서 성노동 당사자를 피해자로 단정 짓는 시선 때문에 (그 시선에 반하여) 착취적인 노동이 아니라고 부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오는 답답함이 있어요. 부당한 노동착취 환경에 처해있다는 사실과 성노동 당사자의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저는 성노동자 당사자들 편에 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이 와중에 파주시는 '여성인권을 헤친다'면서 파주 용주골에 있는 집결지를 폐쇄하려 하는데, 실은 자본주의 논리로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폐쇄하는 거면서 '여성인권'을 앞세워 위선을 떨고 있는 거에요. 정말 여성인권을 위한다면, 성산업을 통해 형성된 경제구조로부터 누가 이익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해요. 그리고 (성평등 예산 등을 삭감하지 말고) 다른 성착취, 성폭력 행위도 제대로 감시해야 하고요.
산진강남역 한복판에 성매매 업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돈 많은 남성 구매자의 안전이 잘 보장되고 있는 것에 분노해요
롱이저도 같은 고민이에요. 거주지가 집장촌 근처였어요. 거길 보면 성매매 종사자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고, 이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오래 전부터 알 수 있었어요. 당사자의 욕망이 얼마나 존중받는 상황인지 욕망을 어떻게 다뤄나가야 할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성의 성적 욕망은 더 경험이 필요하고, 우상시되는데 반해 여성들의 욕망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해요.
은수 예전 회사에서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성매매 방지 집체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강사 님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 활동에 참여했던 분이라고 자기를 소개했었는데, 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집장촌에서 자란 남성이 있는데, 그 남성은 자기는 절대 성매매를 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왜 그랬을 것 같냐 라고요. 답이 없자 한 사람을 지목해서 물었는데요. 그때 함께 교육을 들었던 동료가 "더러워서요?"라고 반문했어요. 악의 없는 맑은 얼굴로요. 그때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을 전혀 문제의식 없이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먹었어요. 그 장면이 이 사회를 완벽하게 투영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일하기 힘들었겠다는 주위의 반응에) 평소 일에 있어서는 너무나 성실하고 협조적인 분이라 더 놀랐던 것 같아요.
이도 자신과 타인을 선긋기하면서 선 바깥의 사람들은 혐오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은수학습된 혐오 같아요. 그 장면이 충격적이라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산진성매매 종사자 관련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성노동자 당사자 단체의 참여가 반려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도성노동자를 사회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발언하고 있다고 느껴요. 착취적인 관계임을 알면서도 나의 욕망과 갈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노동자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 모임에서 성매매/성노동 관련 토론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긴장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산진다들 너무 진심이라서 그런걸까요
이도 어떤 이는 성매매를 없애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이는 더 나은 노동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너무 진영 논리로 대치하기보다는 더 다양한 갈래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성매매 산업을 종식시키는 것과 성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롱이이성애중심주의를 정치제도로 봐야한다는 책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성애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고 그 바깥의 가족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야 제도를 유지할 수 있잖아요.
채셔이성애가 다수인 사회에서 이성애를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헤테로로 고정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바이나 팬섹슈얼인 이들도 많을 거에요.
이도어떤 성별로 태어나면 그 성별대로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제도화라고 생각해요.
채셔'메일게이즈(male gaze)'가 비판받을 수 있지만 덜 급진적인 개입도 필요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영화 <아가씨>가 '메일게이즈'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여성과의 관계가 대중적으로 가시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봐요
산진 "구리더라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은수비평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보면 여전히 좋은 부분도 있지만 새롭게 보이는 부분도 있어요. 정희진 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에 보면 그런 말이 나와요. 삭제하는 게 아니라 낙후시키자. 전 그게 여성주의적 비평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롱이페미니즘을 접한 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우리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게 페미니스트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채셔강유가람 감독의 영화 <이태원>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서사가 등장해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사회적 이슈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다른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에서는 90년대 영페미가 등장해요. 그리고 영화 <매기>도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산진왓챠 콘텐츠 <할롯>도 오락적인데 좋은 영화에요
롱이영화 <밀양>에서 주인공 신애가 남성문화로부터 겪는 고통과 여성들과의 관계를 다루는데요. 신애가 머리를 자르는 장면에서 그 행위가 페미니즘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산진 (그 영화)너무 마음 아픈거 아닐까요ㅠ
은수 (마음이 아플까봐)무서워서 못보겠어요ㅠ
롱이자해하는 장면이 나와요
채셔 책에서 트랜스 여성을 배제한 행진을 언급하는데 한국과 비슷한 상황 같아요
이도페미니즘이 여성을 위한 운동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양성이라는 두 범주를 생산하는 이분법적 체계에서 해방하려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이란 누구고 어떻게 범주화할 수 있을까요? 트랜스 페미니즘을 퀴어의제로만 바라보는데 젠더라는 지점에 페미니즘 의제와 만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요.
채셔트위터를 하다보면 트랜스배제적인 흐름을 보며 지칠때가 많아요. 로니 페니가 했던 말을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젠더를 표헌하고 수행하며 자기 정체성과 연관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젠더가 고통스럽지 않고 즐거운 세상을 원한다."
마지막 세미나를 마치면서소감을 나눴어요!
이도이 책을 읽은지 꽤 지났는데 다시 읽으니까 새로운게 보였어요. 페미니스트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읽었던 책이에요. 그떄보다 함께 이야기 나눌 정도로 내 안에서 언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래서 첫 세미나에 왔을 때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거든요. 대화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롱이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항상 그래서 정답이 뭘까 고민했는데 그게 아니라 서로가 다른거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채셔이 세미나를 너무 기다렸던 사람으로서! 일단 이 책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책이 얇은데 생각할게 많고, 논쟁의 포인트를 짚어주어서 좋았어요. 같이 대화나눌 수 있어서 이 자리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고, 세미나 또 하고 싶어요!
산진주변에 페미니스트가 없어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무엇보다 페미니스트를 실물로(!) 봐서 너무 좋았어요. 오래오래 만나서 실망도 하고 싶어요ㅎㅎ
은수제가 활동가로 여기에 참여했고, 동료 활동가와 함께 하는 세미나라는 걸 망각하고 너무 즐겁게 임했어요.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세미나는 올해 마지막 세미나이지만 내년에 열리는 세미나에 함께해요!
너모 재미있게 얘기 나누느라 단체사진 찍는거 까먹고,, 각자의 자리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공유하면서 이만 후기를 줄입니다!!
(책 〈페미니즘〉과 함께 각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 모음)
올해 마지막 민우회원 책세미나를 채셔, 이도, 산진, 롱이, 은수, 해파리가 함께 했는데요
함께 읽어본 책은데머라 캐매런의 <페미니즘>이란 책이에요
페미니즘이 사상검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페미니스트들이 낙인 찍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겪는 사건들도 발생하고 있어요
아마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이 사회가 성차별적이고, 페미니즘이 이러한 사회에 대항하기 위해 너무나 필요한 이론이자 실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즘은 당신에게 무엇이냐, 페미니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여렵기도하고, 모호하기도하지만 해방감을 느끼고, 용감하게 해주는 무엇이라는 대답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세미나를 신청해주신 회원채셔, 이도, 산진, 롱이님도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고,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어서 신청해주셨다고 해요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만나지만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책을 매개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며 드는 의문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세미나 안내 소책자와 책〈페미니즘〉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책 <페미니즘>은 176페이지이고, 일곱 장의 주제로 나뉘어 있어요. 일단 책이 손바닥만하고, 베개처럼 두껍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고요
지배구조, 권리, 노동, 여성성, 성 등 다양한 주제의 장이 있고, 여러 페미니즘의 갈래,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담겨 있어요
페미니즘이 어렵고 모호한 것은 아마도 페미니즘은 이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하기 떄문이 아닐까요
페미니스트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견해도 등장해서 함께 고민해보고 토론해볼 수 있었어요
책세미나이지만 회원모임이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여하는 모임원들의 이야기도 나누고, 듣고 민우회 활동도 소개했어요
첫번째, 두번째 세미나엔 각자를 소개하고, 세미나 신청 동기를 물었어요. 자랑하고 싶거나,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 재미있게 살기 위해 하고 있는 것,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 중 선택해서 답하면서 소개했어요.
(세미나 참가자들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진 요즘 재미지게 지내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양모펠트를 만들고 있어요. 테라리움 키트를 사서 만들었는데 망했어요. (테라리움이 뭐죠?!) 식물만 들어 있으면 테라리움이고, 생물이 들어가면 비바리움이래요 (세미나마다 이어지는 산진님의 소소한 취미 모음.zip)
롱이 어린시절 우울증 때문에 많이 울어서 눈이 자주 부었는데 친구들이 눈을 보고 지어준 별명이 마카롱이에요. 그리고 유행에 저항하는 성격인데 긴 호흡으로 지내고 싶다는 뜻으로 롱이라는 별칭을 지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하고 싶은 건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독립서점이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한층은 대관공간으로 만들고, 옥상은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로 만들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와서 보고가면 좋겠어요.
채셔 제 별칭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채셔 고양이에서 따왔어요. 별 뜻은 없음. 저를 설명한 키워드 두가지는요 핑크, 바이크에요. 핑크덕후에요(핑크색 투피스에 바이크 타고 세미나 오신 채셔님)근데 바이크는 화이트에요ㅎㅎ 그리고 모인 김에 자랑하고 싶은 건 퇴사했어요!!!! (박수 짝짝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소모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인원이 다차서 세미나 모집 공지 뜨자마자 바로 신청했어요!
이도 자랑하고 싶은 건 개명허가를 받았어요. 이도는 이름으로 바꾸고 싶은 별칭이었는데 이제 주민등록상에도 이도가 될 예정. 오랜 기간 준비해왔는데 너무 기뻐요. 원래 이름이 성별이 드러나는 이름이라서 정체화 과정에서도 힘들었어요. 사유가 받아들여질까 고민하다가 퀴어친화적인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서 사유를 수정해주셨어요. (이소라 노래중에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네라는 가사가 생각나요) 내 이름인데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잖아요. 내가 원하는대로 불려서 편안해요.
그리고 활동가은수도 함께 했어요!
은수 자랑하고 싶은 건 9명의 동지들과 함께 쓴 책이 나왔어요! 한티재 출판사에서 출간한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라는 책인데요. 자본, 여성, 기후라는 키워드로 세미나를 하고, 그걸 바탕으로 각자의 삶을 살피며 쓴 글들을 책으로 묶었어요! (박수짝짝)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은 (고래에게 부담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면) 고래와 함께 수영해보고 싶어요. 고래처럼 큰 동물을 동경해요.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혹등고래는 인간에게 친화적인 편이에요. 물에 빠진 인간을 혹등고래가 구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고래 얘기 더 해도 되나요? (일동 환호해 줌) 혹등고래가 범고래를 매우 싫어해서, 범고래가 나타나면 주위에 막 알려요. 저 새끼 나타났다! 이런 느낌으로.
이렇게 소소한 취미, 개명, 고래, 바이크 등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왠지 차갑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공기도 금새 훈훈하고 유쾌한 공기로 바뀌는 것 같아요ㅎㅎ
이어서 민우회 활동 이야기도 잊지 않고 말씀드려요. (민우회 활동 브리핑 듣고 싶으심 회원모임 오세요)
얼마 전에 정부가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면서 성평등 시스템을 파괴하는 행태에 대응하는 공동기자회견(클릭)을 열었어요.
산진, 롱이님이 활동 이야기로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들으시고는 행진과 기자회견에 참여해주셨어요. 회원분들을 집회나 기자회견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
노동팀 은수가 직접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정부의 여론조작에 대한 문제점(클릭)도 직접 설명도 해주셨답니다!
이제 드디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첫번째 세미나에서는 서문과 1,2장을 읽고 이야기 나눴는데요. 서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1장 지배구조, 2장 권리가 주제에요
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거나 의문이 드는 부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문장들 나누거나
또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세미나를 진행해요. 발제하는 방식의 장점도 있겠지만 가볍게 페미니즘을 접하기 좋은 방식 같아요
이야기 나눴던 내용들을 공유해보아요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원래 그렇다" 같은 말들, 생물학적 차이를 이유로 성차별을 합리화하는 차별주의자들의 근거를 보며 공감이 되었어요. 남성지배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사람들. 책 <암컷들> 내용을 보면 성차별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잖아요.
페미니즘 내부의 다양한 논쟁,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한다는 책 내용을 보면서 큰이모가 생각났다는 산진님. '노브라'에 부정적인 반응이지만 일상 속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큰이모!
누가 권력을 가지게 하는지 질문하는 페미니즘.
여성이 가정 내에서 끊임없는 돌봄, 가사 각종 재생산 노동을 전담하게 되면서 겪는 정신적인 부담을 표현하는 언어가 존재함. '멘탈로드'. 이런 언어들이 여성들이 경험을 가시화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임신중지'를 말할 때 남성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적인 상황들. 하지만 영화 '매기스플랜'이나 사유리를 보면서 육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어요
피지배자와 지배자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뿐이라는 책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종교에서 여성의 위치.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그루밍 범죄. 목사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정부/제도의 공백으로 교회가 일부 기능을 의존하게 되는 상황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번째 세미나에서는 3장 노동, 4장 여성성을 읽고 이야기 나눴어요.
이번 세미나 주제는 다들 자신의 일상 속에서 한번 쯤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주제들이라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어요!
이도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정책을 펼치는 정부. 다른 여성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행위이고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산진 이러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남성들이고, 결국에 남성은 돌봄을 떠맡지 않는 식임.
이도 돌봄노동은 하기 싫은 것 혹은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문제로 그 가치가 계속 평가절하돼요.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 하고요. 결국엔 계급의 문제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여성운동에서 노동문제가 동일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무급노동을 의미화하는 운동도 하나의 의제라는 내용이 좋았어요. 성평등한 임금 뿐만 아니라 성별화된 돌봄노동에 대해서 다뤄서 좋았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일과 가정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옵션처럼 주어지지만 사실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죠.
롱이 남성의 필요로만 이 사회가 구성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도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책 내용(다들 이 부분에서 너무 공감하는 반응) 책 <오버타임>에서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임금노동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요. 여성의 무급돌봄노동에 의존해야 유지되는 사회이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돌봄노동하는 시간을 재배치하고 다시 개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저는 1인가구로 살다보니 돌봄노동을 혼자 맡아야 해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주말에는 집안일을 하느라 온전히 휴식하지 못한 채 출근하게 되는 악순환.
은수 기후위기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탈성장 담론과 페미니즘 관점이 어떻게 규합할 것인지 고민이에요. 플랫폼 런던에서 발표한 보고서 <시계를 멈춰라: 노동시간의 단축의 환경적 이점>에서 그 단초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주4일제로 자본주의로부터 해방되고 돌봄사회로 갈 수 있을까? 돌봄노동은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하루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누구나 돌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남성이 하는 가사노동은 주로 뭐 재활용쓰레기 버리기 같이 단기적인(?) 노동이지 고인지가 필요한 노동은 아니잖아요.
이도 가사/돌봄노동은 재료를 사면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냉장고에 어떻게 넣을지부터 모든 것을 고민해야 하는 고인지 노동이고, 삶의 기술이에요.
산진 장을 보고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림장 숙제를 챙기고, 머리 속으로 스케쥴링을 끊임없이 짜야하는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들어감.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런 부담감을 나타내는 '멘탈로드'라는 용어가 존재함.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멘탈로드' 교육도 있어요.
이도 언어의 힘.
은수 (멘탈로드를) 한국어로 하면 돌봄과부하??
산진 인스타그램에서 본 숏폼 '매직테이블' 매직테이블을 어지럽히고 가만히 두면 마법처럼 정리가 되어있다고 착각하는 남성이 등장하는 숏폼. 사실은 그 테이블을 항상 치워주는 존재에 대한 무감함에 관한 이야기
채셔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쓴 에세이를 읽은 적 있음. 돌봄노동이 얼마나 지난한지 알게 되었어요. 돌봄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사고해본적이 없어요. '탈남성화'도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별 관계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맡아서 언젠가는 해야할 노동이라는 걸 다시 인식하게 되었어요.
이도 간병을 하면서 삶의 코너로 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절망에 이르기도 하고요. 영케어러에 대한 연구도 많이 되면 좋겠어요.
롱이 시몬드 보부아르, 부모들은 세상이 달라졌으면 하는 욕망과 그대로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책내용이 인상적. 어린이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젠더사회화 과정에 적극참여한다는 내용.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의 이상과 욕구를 이해하고 상상할 것인지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 어릴 때 성인여성들과 몸이 달라서 사우나 가기 부끄러워 하고 가기 싫어했어요.
산진 저도 제 몸이 편하지 않아요. '탈코르셋'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 몸이 편하지는 않더라고요. 여성의 몸을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요. 기숙사에서 지낼 때도 룸메이트에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이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봤는데 소년의 어머니 병원이 불에 타버려요. 엄마를 찾기 위해 옷을 벗은 채로 밖을 나서는데 그게 부럽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앞에서 벗는 행위를 하는 건 남성이나 소년이겠구나. 그리고 저는 목욕탕이나 화장실처럼 이분법적인 공간을 갈 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에요.
채셔 여성이 지녀야 한다고 장려하는 특징은 열등한 사회지위를 정당화하는데 쓰이고, 남자답지 못한 사람은 심한 재제를 받고 남성 무리에서 제외되고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책 내용이 인상적. 남성성을 높은 위치에 두려는 사회, 그렇게 위계질서가 짜여있는 것이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러한 성별 위계질서가 사라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꾸'나 '마카롱'을 '탈코'해야 한다고 하고 폄하하는 것도 결국은 여성혐오적이라고 봐요.
은수 여성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평가절하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데요. 아이돌 산업이 착취적인 것을 아는 팬분이 쓴 책도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동자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팬질'하고 싶어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존재도 있잖아요. 반면,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팬들은 아이돌을 성적대상화하고 착취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산진 전형적인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는 걸그룹 멤버에 대해 남성팬들이 비난하기도 해요. 그리고 여성팬층이 많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선은 이성애중심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채셔 여성들에게서 검열이 더 심하다고 생각해요.
이도 파이어스톤의 주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인간의 생식기 차이가 문화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세계로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성별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되는 것. 생식기의 모양에 따라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고 그 성별에 맞는 행위를 수행하지 않으면 비난하지 않는 세계가 왔으면 좋겠어요.
채셔 트랜스페미니스트. 우리 문화는 여전히 남성이 여성성을 표현하는데 부정적이죠. 제 친구들 중에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핑크색을 좋아하고, 머리를 기르는 것을 위계가 낮은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메이크업도 잘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메이크업도 젠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이크업이라는 행위를 폄하하는 주장에 반감이 들기도 했어요.
롱이 저는 어렸을 때 왜 여자는 핑크여야 하는지 열받았던 적이 있어요.
은수 탈코르셋 운동의 맥락과 취지는 이해가 가요. 저의 헤어스타일은 항상 숏컷이었어요. 저는 여성성이 드러났을 때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싫어서 자기방어를 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여성성에 대한 두려움을 받아들였어요. 옷을 선택할 때도 변화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탈'이었어요. (입고 있는 핑크색 후드를 가리키며) 예전에는 핑크를 안 좋아했었거든요. 이전엔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을 선택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산진 여성스러운 옷을 안좋아했는데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입었던 것 같아요. 그런 압박을 느꼈어요. 저는 저 같은 압박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었어요. '탈코' 이전에는 내 몸이 너무 신경쓰였어요. 배나 엉덩이 같은 부위들이. 이제는 제가 편하고 어렸을 때부터 입고 싶었던 것을 입게 되었어요.
채셔 저도 은수와 비슷해요.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있었어요. 바이크를 탈 때 치마를 입으면 저를 깔보는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풀장비를 하고 바이크를 타서 너무 불편했거든요. 근데 내가 행복하지도 않은데 탈 이유가 있나? 그래서 '치맛바람라이더스'와 함께 치마입고 전복적으로 바이클타기 시작했어요. 바이크를 타는 것을 여성혐오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시선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해서 자유를 얻을 수 있었어요. 페미니스트는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책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세미나를 회고하면서 소감을 나눠보았어요
롱이 어렸을 때부터 혼란스러웠던 여성성을 돌아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지 나침반이 되어줬어요!!
채셔 오늘 처음 참여했는데 기다렸던 세미나였어요. 책을 읽고 의견 나누는 기회가 없었는데 페미니스트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 추천도 많이해주셔서 마음에 들었어요!
산진 오늘도 너무 말을 많이 했나^^? 노동 챕터가 인상적이었어요. 임금격차나 돌봄노동을 잘 몰랐는데 다양한 맥락을 짚어줘서 좋았어요
은수 활동가가 된지 4개월이 됐는데요. 소문으로만 듣던 회원을 처음 만났어요. 그간 걱정도 많이 했어요. 내가 회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말을 잘 못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그런 걱정 없이 여느 세미나 자리에 참여하는 것처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재미있었어요.
이도 처음 밝혔던 세미나 참여 목적을 이루고 가는 것 같아요. 탈코르셋 주제로 이야기 나누면서 개인의 욕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성을 위해 내가 머리를 짤라야 한다면 누구를 위한 선택일까? 저는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바꾼 후에 정체화 과정을 겪었어요. 소년이 되고 싶어졌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소년에 대한 코르셋을 입게 됐어요. 내 추구미를 발전시켜보자! 레퍼런스도 찾고요. 그럼 나는 다시 코르셋을 입은 건가? 그런 고민이 사라지는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마지막 세미나에는 최근의 나를 나타내는 사진을 공유하면서 시작했어요
롱이서울식물원 사진이에요. 사진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햇살이 너무 예뻐서 찍었어요. 이 사진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있어요
(다양한 식물들과 초록색 잎 사이로 햇빛이 내리 쬐고 있는 사진)
이도 솔의눈 하이볼이 나왔어요. 레시피가 흥해서 제품으로 나왔어요. 완전 내 취향. 피자 먹을 때도 탄산음료 안 먹는데 최근의 최애 음료가 됐어요. 취향이 갈리는 음료도 유명한데 되게 맛있어요. 요즘의 즐거움이에요. 화하고 민트맛 나는거 좋아하시면 좋아하실 듯
(솔의눈 하이볼 소주병 사진)
산진 길고양이 밥주고 있는데요. 치즈냥이에요. 세미나 오기전에도 밥주고 왔어요, 이제 밥준지 2주 되었어요. (고양이 동선을 알아내기 쉽지 않을텐데요) 밥을 먹으려고 사람들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치즈색 얼룩이 있는 흰고양이가 먼 곳에서 흐릿하게 찍힌 사진)
채셔 애인이랑 호캉스 간 사진이에요. 조식 먹는 공간인데 사람이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먹었어요. 부대시설 이용하느라 바빠서 쉬는 휴가는 아니었어요. 바쁜 휴가!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채셔님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사진)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5장 성, 6장 문화 ,7장 경계와 미래를 함께 읽었어요.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적어 볼게요.
이도예전에는 여성이 조신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있었지만 '쿨걸' 이미지라는 또 다른 프레임.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채셔쿨한 여성이라기보다는 '문란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한국 남성의 이중적인 면, 나의 요구에는 쿨걸처럼 대해야 하지만 성적 권리에 자유로우면 문란하다고 봐요. 욕망과 우이험의 중간을 찾아내는 과정과 결과를 도출하는게 힘들다고 느껴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 간에 의견차가 발생하고 분파가 나뉜다고 느꼈어요.
이도 연애를 하면 위계는 생긴다고 봐요. 누가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위계가 발생하고, 쉽게 주장하기 어렵기도 한 것 같아요. 억압이고 위계인걸 알지만 따지기 어렵기도 하더라고요.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은 또 다른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는 정말 어렵구나. 연애 관계가 아니더라도 관계 안에서 욕망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주고 받으면서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욕망이 끼어들면 '정치적 올바름', 정출안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욕망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셔슬럿워크, '치맛바람라이더스'와 비슷한 맥락의 운동. 매쉬소재의 유행하는 옷을 입고 바이크를 타고 파티에 참여했는데 파티장에서는 잘 어울리는 옷이었지만 밖을 나서니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을 받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었는데 시선을 받게 되면서 검열하게 되거나 위축되기도 했어요.
은수1970년대 미군 대상으로 운영된 집장촌이라는 폭력적인 공간. 부작용 검증 없이 주기적으로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했어요. 이연주 시인의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전집을 그 시대에 대한 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생겼을까? 싶었는데, 이 책에 영국에서 이미 1870년대에 성노동자 여성들의 성병을 검사한다며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방식의 폭력이 이미 자행되었다는 걸 보고 마음이 서늘해졌어요.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구나, 싶어서.
채셔성노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미뤄두었어요.
산진합법화보다 노르딕 모델을 진보적으로 바라보았어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신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까 항상 고민했거든요. 같은 맥락의 고민이에요. 종사자분들에게 착취당한다고 하는 건 대상화하는 방식이라서 고민이 돼요.
은수성매매 산업의 구조 안에 여성착취가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있다는 건 동의해요. 보통 성매매 피해자라고 지칭되는데, 왜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지칭하길 원하는지 궁금했어요. 단순히 임파워링의 관점이 아닌 것 같아서요. (반성매매 담론에 따르면) 성산업의 구조는 착취적인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성노동 당사자가 본인의 노동을 정당한 노동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착취적인 구조를 먼저 부정하는 말을 하게 되는데요.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이들을 온전한 피해자로 여기는 논리가 있어왔고, 외부에서 성노동 당사자를 피해자로 단정 짓는 시선 때문에 (그 시선에 반하여) 착취적인 노동이 아니라고 부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오는 답답함이 있어요. 부당한 노동착취 환경에 처해있다는 사실과 성노동 당사자의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저는 성노동자 당사자들 편에 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이 와중에 파주시는 '여성인권을 헤친다'면서 파주 용주골에 있는 집결지를 폐쇄하려 하는데, 실은 자본주의 논리로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폐쇄하는 거면서 '여성인권'을 앞세워 위선을 떨고 있는 거에요. 정말 여성인권을 위한다면, 성산업을 통해 형성된 경제구조로부터 누가 이익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해요. 그리고 (성평등 예산 등을 삭감하지 말고) 다른 성착취, 성폭력 행위도 제대로 감시해야 하고요.
산진강남역 한복판에 성매매 업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돈 많은 남성 구매자의 안전이 잘 보장되고 있는 것에 분노해요
롱이저도 같은 고민이에요. 거주지가 집장촌 근처였어요. 거길 보면 성매매 종사자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고, 이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오래 전부터 알 수 있었어요. 당사자의 욕망이 얼마나 존중받는 상황인지 욕망을 어떻게 다뤄나가야 할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성의 성적 욕망은 더 경험이 필요하고, 우상시되는데 반해 여성들의 욕망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해요.
은수 예전 회사에서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성매매 방지 집체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강사 님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 활동에 참여했던 분이라고 자기를 소개했었는데, 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집장촌에서 자란 남성이 있는데, 그 남성은 자기는 절대 성매매를 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왜 그랬을 것 같냐 라고요. 답이 없자 한 사람을 지목해서 물었는데요. 그때 함께 교육을 들었던 동료가 "더러워서요?"라고 반문했어요. 악의 없는 맑은 얼굴로요. 그때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을 전혀 문제의식 없이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먹었어요. 그 장면이 이 사회를 완벽하게 투영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일하기 힘들었겠다는 주위의 반응에) 평소 일에 있어서는 너무나 성실하고 협조적인 분이라 더 놀랐던 것 같아요.
이도 자신과 타인을 선긋기하면서 선 바깥의 사람들은 혐오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은수학습된 혐오 같아요. 그 장면이 충격적이라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산진성매매 종사자 관련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성노동자 당사자 단체의 참여가 반려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도성노동자를 사회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발언하고 있다고 느껴요. 착취적인 관계임을 알면서도 나의 욕망과 갈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노동자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 모임에서 성매매/성노동 관련 토론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긴장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산진다들 너무 진심이라서 그런걸까요
이도 어떤 이는 성매매를 없애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이는 더 나은 노동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너무 진영 논리로 대치하기보다는 더 다양한 갈래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성매매 산업을 종식시키는 것과 성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롱이이성애중심주의를 정치제도로 봐야한다는 책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성애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고 그 바깥의 가족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야 제도를 유지할 수 있잖아요.
채셔이성애가 다수인 사회에서 이성애를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헤테로로 고정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바이나 팬섹슈얼인 이들도 많을 거에요.
이도어떤 성별로 태어나면 그 성별대로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제도화라고 생각해요.
채셔'메일게이즈(male gaze)'가 비판받을 수 있지만 덜 급진적인 개입도 필요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영화 <아가씨>가 '메일게이즈'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여성과의 관계가 대중적으로 가시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봐요
산진 "구리더라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은수비평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보면 여전히 좋은 부분도 있지만 새롭게 보이는 부분도 있어요. 정희진 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에 보면 그런 말이 나와요. 삭제하는 게 아니라 낙후시키자. 전 그게 여성주의적 비평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롱이페미니즘을 접한 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우리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게 페미니스트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채셔강유가람 감독의 영화 <이태원>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서사가 등장해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사회적 이슈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다른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에서는 90년대 영페미가 등장해요. 그리고 영화 <매기>도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산진왓챠 콘텐츠 <할롯>도 오락적인데 좋은 영화에요
롱이영화 <밀양>에서 주인공 신애가 남성문화로부터 겪는 고통과 여성들과의 관계를 다루는데요. 신애가 머리를 자르는 장면에서 그 행위가 페미니즘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산진 (그 영화)너무 마음 아픈거 아닐까요ㅠ
은수 (마음이 아플까봐)무서워서 못보겠어요ㅠ
롱이자해하는 장면이 나와요
채셔 책에서 트랜스 여성을 배제한 행진을 언급하는데 한국과 비슷한 상황 같아요
이도페미니즘이 여성을 위한 운동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양성이라는 두 범주를 생산하는 이분법적 체계에서 해방하려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이란 누구고 어떻게 범주화할 수 있을까요? 트랜스 페미니즘을 퀴어의제로만 바라보는데 젠더라는 지점에 페미니즘 의제와 만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요.
채셔트위터를 하다보면 트랜스배제적인 흐름을 보며 지칠때가 많아요. 로니 페니가 했던 말을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젠더를 표헌하고 수행하며 자기 정체성과 연관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젠더가 고통스럽지 않고 즐거운 세상을 원한다."
마지막 세미나를 마치면서소감을 나눴어요!
이도이 책을 읽은지 꽤 지났는데 다시 읽으니까 새로운게 보였어요. 페미니스트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읽었던 책이에요. 그떄보다 함께 이야기 나눌 정도로 내 안에서 언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래서 첫 세미나에 왔을 때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거든요. 대화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롱이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항상 그래서 정답이 뭘까 고민했는데 그게 아니라 서로가 다른거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채셔이 세미나를 너무 기다렸던 사람으로서! 일단 이 책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책이 얇은데 생각할게 많고, 논쟁의 포인트를 짚어주어서 좋았어요. 같이 대화나눌 수 있어서 이 자리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고, 세미나 또 하고 싶어요!
산진주변에 페미니스트가 없어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무엇보다 페미니스트를 실물로(!) 봐서 너무 좋았어요. 오래오래 만나서 실망도 하고 싶어요ㅎㅎ
은수제가 활동가로 여기에 참여했고, 동료 활동가와 함께 하는 세미나라는 걸 망각하고 너무 즐겁게 임했어요.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세미나는 올해 마지막 세미나이지만 내년에 열리는 세미나에 함께해요!
너모 재미있게 얘기 나누느라 단체사진 찍는거 까먹고,, 각자의 자리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공유하면서 이만 후기를 줄입니다!!
(책 〈페미니즘〉과 함께 각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