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성차별적 직군제'에 대한 민우회 의견서
하나은행의 ‘성차별적 직군제’에 대한
한국여성민우회 의견서
하나은행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여 채용·배치, 승진, 근로조건 등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를 두어,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극히 불이익한 근로환경에서 근무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하나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이원직군제의 성차별성을 인정하여 시정지시를 내린 바 있으나, 하나은행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직렬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이 집중되어 있는 직렬을 특정업무로 재편하는 등 차별혐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는 하나은행의 성차별적 직군제에 대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기소여부가 금융권 내에 누적되어 있는 성차별적 관행을 해소하느냐, 강화하느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바,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보냈습니다.
1. 하나은행은 성차별적인 직군제를 통해, 여성을 남성보다 불리한 직군으로 분리 채용·배치하였습니다. |
하나은행은 근로조건과 승진가능성이 높은 ‘종합직’군에는 남성을 우선 채용·배치해왔습니다. 특히, 2006년 이전에 종합직 채용시 여성지원자의 비율이 50%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0.28%의 여성만을 채용하였다는 것은 하나은행이 종합직에 여성을 채용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채용상의 성차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종합직’에 비해 승진가능성과 근로조건이 현저히 낮은 FM/CL직렬에는 대부분의 남성이 지원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함(모집공고시 자격요건을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소지자로서 연령 24(25)세 이하”로 규정)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성만을 채용, 배치하였습니다.
이처럼 하나은행이 채용에 있어 직군별로 채용조건을 달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성을 남성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에 채용하는 것은 현 노동시장에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적인 채용관행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녀고용평등법 역시 금지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더욱이 하나은행측은 여성에게 특히 불이익한 직렬에 채용·배치하는 근거에 대해서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나 정당성을 입증하지도 못하는 바, 두 직급간 업무가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적용시키기 위한 하나은행의 성차별적인 직군제는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성차별적 모집·채용으로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2. 하나은행은 여성을 남성보다 불리한 직군으로 분리 채용 한 후, 승진과 임금 등 근로조건을 지속적으로 차별하였습니다. |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FM/CL직군은 19단계별 연봉테이블을 적용하여 평균연봉 2천 5백만원,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종합직은 직무성과급제를 실시하여 평균 3천8백만원을 지급하는 등 결과적으로 성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 구조화하여 임금상 차별을 지속하여 왔습니다.
또한, 승진에 있어서는 FM/CL직군은 종합직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만이 승진대상자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하나은행에서 여성의 승진비율은 남성에 비해 극명하게 저조한 승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채용상의 성차별이 승진상의 차별로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여성의 승진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제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정의조항에 의하면 실질적으로 남녀를 동일하게 대우하나 그 기준이 특정성이 충족하기 현저히 어려워 결과적으로 특정성에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차별로 인정하여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대법원에서도 채용·배치에서부터 승진에 이르기까지 차별을 받아 조기정년에 이르게 된 사례에 대해 차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2006두347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2006. 7. 28).
이에 하나은행측이 여성에게 불리한 직군으로 배치 후 임금과 승진 등 근로조건을 차별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성차별에 해당하므로 하나은행측의 성차별적 직군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3. 하나은행은 서울지방노동청의 성차별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고, 차별혐의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의 조속한 기소결정이 요구됩니다. |
서울지방노동청은 이상과 같은 하나은행의 직군제에 대해 성차별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여 시정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러한 노동청의 시정지시는 은행권에 만연된 성차별적 인사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며, 하나은행이 이러한 성차별적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청의 시정지시 미이행에 따른 검찰 송치 이후, 하나은행측은 직렬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여직원들의 업무를 제한하여 여직원들이 부수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기업사업본부에서 여직원들을 배제하고 FM/CL 여직원들을 ‘가계사업본부로 대거 발령’, ‘여신업무 배제’, ‘여신 및 외환관리 비정규 여성 직원 별도채용’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의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성차별적 직군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의 성차별혐의를 외형적으로 회피하여, 또 다른 방식으로 여성노동자의 차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나은행이 지속적으로 하나은행노동조합에게 본 사건의 취하를 요구하며 압력을 행사한 것은 하나은행측이 본 제도의 성차별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하나은행이 성차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할 외관을 갖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청의 사건 담당검사가 수차례 교체되면서 1년이상 지체되었던 부분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나은행의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검찰청의 기소결정이 지속적으로 지체되는 것은 곧 하나은행의 위법한 성차별을 강화하는 것이며, 하나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노동자의 차별을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귀 검찰청은 더 이상 조사결과를 늦추지 말고 조속히 하나은행의 이원직군제에 대한 성차별을 인정하고 기소하여야 합니다.
4. 하나은행의 직군제는 금융권 내에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기소결정은 이러한 성차별 해결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 이후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는 ‘여행원 제도’를 폐지하였으나, 여전히 수많은 은행에서 명칭만을 변경한 채 여성노동자의 채용과 배치, 승진, 임금 등에 차별을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성차별적인 직군제는 금융권내에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하나은행의 성차별적 직군제를 차별로 인정하는 것은 현재 금융권내에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적 관행과 신인사제도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직군분리제를 제한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의 성차별적 직군제는 비단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권 나아가 노동시장 전체의 성차별적 관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에 본 회는 하나은행의 성차별적 직군제에 대한 귀 검찰청의 기소결정이 금융권 전반의 차별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노동청은 노동시장에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권리침해와 성차별에 대해 법적 전문성을 가진 행정기관으로, 서울지방검찰청에 제출한 서울지방노동청의 기소‘의견’은 남녀고용평등법 전반의 전문성을 가진 행정기관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귀 검찰청은 노동청의 ‘기소’의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소결정함으로써 하나은행의 위법한 성차별적 직군제를 법의 엄중함으로 다스려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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