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람한마당 스케치] 즐겁거나 유익하거나!!!
[모람한마당 스케치]
즐겁거나 유익하거나!!!
먼지 (성폭력상담소)
모두모두 모인 민우 모람한마당
소문이 무성했다. 지부마다 열정의 무대를 준비했단다. 팔씨름 대회의 부상은 씨름 장사의 위신에 걸맞게 쌀 한 포대라는 말도 있었고 생협에서 만든 좋은 술 ‘가야곡 왕주’라고도 했다. 무대 앞에 은밀하게 쌓여있던 쌀 호박엿은 또 어디에 쓰일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총회에 이어 저녁식사를 마친 뿌듯한 얼굴들이 행사장소로 모여들고 드디어 모람한마당의 막이 올랐다.
앗싸 빙고!
시작은 민우회 활동알기 빙고게임. 민우회의 2006년 활동 중 25가지를 퀴즈로 내고 한 문제씩 맞추며 빙고 칸을 채우는 동안 ‘우리, 1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을 했구나.’라고 감회에 젖어…들 새도 없이 재빠르게 정답을 외치는 민우회 회원들! 정답자에게 주어지는 말랑한 쌀 호박엿의 유혹에 올인, ‘이번 문제는 삐리리 캠페인입니다’라는 힌트의 첫마디만 듣고 ‘호락호락 캠페인’이라고 정답이 외쳐 주위를 놀라게 한 회원은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자 ‘네 호락호락캠페인 담당 활동가였던…’ 이라고 인사를 시작해 폭소를 자아냈다.
민우 장사 만만세~
빙고게임이 끝나자 무대 전면에서 정답을 보여주던 화면이 천천히 위로 사라졌다. 이건 뭐지? 웅성대는 관객들 앞에 팔씨름 대회 예선 출전자들이 등장했다. 무대를 환히 비추는 조명 아래 정연하게 놓인 네 개의 탁자, 둘씩 마주 않은 선수들 사이에는 신선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방바닥에 옹기종기 엎드려 하는 소박한 팔씨름을 상상했던 사람들은 그 질서정연한 무대의 모습에 우아한 스포츠 경기에 초대받은 관객이 되었다. 공정한 심판을 약속한 4인의 심판이 각 탁자의 가운데에서 선수들의 손을 모았다. 사회를 맡은 소다님은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주문으로 ‘짝짝(박수 두 번) 웃쒸!’를 제안했고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외치는 ‘짝짝 웃쒸!’로 매번의 대진이 시작되었다. 각 대진은 2분씩. 예선, 16강, 8강을 거치면서 무대에는 이제 4인의 선수만이 남았다. 인천민우회 장희정, 인천민우회 최정임, 군포민우회 홍순태 그리고 민우회 공동대표 권미혁. 권미혁 선생님은 대진 횟수를 맞추기 위해 긴급 투입된 이벤트 경기 주자였음에도 4강에 진출하고 급기야 3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4위는 권미혁 선생님과 대전한 최정임 선생님이었다. 무대 중앙을 비추는 단 하나의 조명 아래 음악이 깔리고 1,2위전이 시작되었다. 기골부터 남다른 장희정 선생님과 홍순태 선생님이 마주앉자 그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빅매치! 1위는 장의정 선생님 2위는 홍순태 선생님에게 돌아갔고 4명의 장사들은 박수를 받으며 생협 흑미쌀을 높이 들었다.
2006년, 어떻게 보내셨나요?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
무대에서 각 지부는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일년 활동을 보여주었다. 정성스럽게 만든 파워포인트로 활동을 스케치하기도 하고, 노가바(노래가사바꿔부르기)에 깜찍한 율동이나 정성이 묻어나는 카드섹션을 곁들이기도 했다. 한 해 동안 민우회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많은 활동들이 펼쳐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인천여성민우회 회원 모임 [막힘과 트임]은 거리 캠페인을 하면서 기획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리는 퍼포먼스를 재연했다. 비누방울을 불며 뛰놀던 아이는 전쟁에 휩쓸려 핏빛 천을 아래로 쏟아내는 슬픈 여자가 되었고 한국의 할머니들만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제 3국의 전쟁터에서 몸의 권리를 박탈당해야 했던 모든 여성이 되었다. 눈시울이 젖은 회원들이 그녀의 몸에 엉켜있는 줄을 잘라내는 것으로 공연이 끝났다. 마지막은 춘천여성민우회의 무대. 반짝이 의상을 갖춰 입은 네 여인이 도전적으로 몸을 흔드는 가운데 왁스의 노래 <오빠>가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육아를 함께 하지 않는 남편에게 들려주는 말들로 바뀐 노래가사가 관객 모두를 신나게 했다. ‘여보! 뭐가 그리 바빠! 나빠! 이젠 아길 안아봐~’
작렬! 살사댄스
이 날의 마무리는 축하공연이었다. 살사팀 ‘원투쓰리포’는 붉은 조명 아래 거의 묘기에 가까운 동작들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연히 앵콜이 쏟아져 나왔고 즉흥 파트너 댄스가 이어졌다. 살사팀의 일원인 상근활동가 날리는 ‘공중으로 뛰어 올라 세 바퀴 회전하며 쏟아져 내리기(?)’라는 눈부신 기술을 선보여 보는 이들의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무대는 끝났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 뒤풀이가 이어졌다. 모람 한마당의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민우 전망찾기? 전망찾기!
다음날 새벽닭이 울도록 이어진 뒷풀이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매꼼하게 씻은 얼굴들로 다시 아트홀에 모여 앉아 민우회 전망을 찾아보시겠단다.
전날 접수처에서 참석한 회원 모두에게 메모지를 나눠드리고 민우회 전망에 대해 기탄없이 적어 주시길 당부했었고 작은 메모지 앞뒤를 빽빽이 적어내린 의견부터 짤막한 코멘트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졌다.
주되게는 상호 소통에 관한 소망이 가장 컸고 비정규직여성 문제와 같은 구체 이슈나 풀뿌리 지역여성운동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모두가 민우회의 전망 속에 자신들의 고민을 녹아내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열공? 열강!
아트홀 앞을 미소를 띄우고 어슬렁가리는 좀 젊은 KFC할아버지 한 분이 보였다. 아~! 저 분이 한홍구 선생님이시구나!
모람한마당 일정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한국사회의 진단 및 전망찾기’라는 다소 험난한(?)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열강하는 한홍구 선생님앞에서 누구 하나 조는 사람없이 열공하는 자세가 놀라웠다. 정말 민우회 사람들은 강철체력이구나..
험난한 주제에 걸맞게 질문은 거의 없으리라 예상했던 것을 가차없이 무너뜨리고 질문지는 쏟아져나왔다.
대선시기와 맞물려 시민사회가 어떠한 전망을 세워갈까 고민들이 많은 모습이었다.
이후
어제 총회 끝과 마찬가지로 기념 단체 사진을 찍으며 1박 2일 모람한마당의 아쉬운 마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